쿠키런: 라일요거/긴 썰
[라일요거] 불멸의 도련님
솨리
2022. 11. 16. 16:16
리퀘스트에 필멸불멸의 라일요거가 들어와서 말인데, 전에 생각했던 거 끄적이면 될 거 같음ㅋㅋㅋ 라일락은 진심으로 요거트를 죽이려고 했고 실제로도 성공했었던 건데, 요거트가 불멸자여서 죽지 않은 것... 라일락은 이런 건 예상하지 못해서 암살 시도가 계속 실패한다고 생각했던 거지ㅋㅋㅋㅋ
첫 암살은 라일락의 특기 그대로 수면향을 뿌려놓고 요거트가 잠든 사이에 목에 단검을 찔러 넣는 것이었는데... 분명 찔렀다는 감각도 있었고 요거트가 숨이 끊어지는 것까지 확인했다고 생각한 라일락은, 다음날 아침에 플요에게 임무를 보고하러 가려다가 요거트가 목에 붕대를 감고 멀쩡히 살아있는 걸 발견함... 시종들은 밤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느냐 걱정하며 도련님을 돌보고, 요거트는 머쓱하니 헤헤 웃으면서 모르겠다, 자면서 어디 긁히기라도 한 것 같다 하는데... 라일락은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이 굳은 채로 요거트를 바라보겠지...
단검을 찌를 때 목 한 가운데가 아니라 비껴서 찔렀나? 스치기만 했던 건가...? 하지만 분명 자신은 지난밤에 요거트크림을 죽였고, 손에 남은 감각은 그게 맞다고 전하고 있는데 말이지... 그렇다기엔 요거트가 너무 멀쩡하게 살아있어서, 너무나 당황한 라일락...
침실 앞에서 돌처럼 굳은 채 자기를 빤히 바라보는 라일락에게 요거트는 태연하게 손을 흔들며 "좋은 아침이야, 라일락! 아침부터 내가 이런 꼴이라 놀랐지? 나도 놀랐어... 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침에 일어나니까 목에 상처가 나 있고 침대가 피범벅이더라니까! 하마터면 죽는 줄 알았지 뭐야~" 하는데, 요거트는 라일락이 자기가 아침부터 피투성이 침대에 앉아서 목에 붕대를 감고 있으니 너무 놀란 나머지 얼어버린 거라고 생각한듯 했음ㅋ... 전혀 아니었지만, 라일락은 슬그머니 거기에 편승해서 그렇다, 아침부터 무슨 난리인가 크게 놀랐다, 내가 직무 유기를 한 거 같다 이런 식으로 자기가 한 일을 덮어버리겠지... 요거트는 "에이, 한밤중에 일어난 일인데 어쩔 수 없지... 네가 밤새도록 나를 지킬 수는 없잖아~"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렸는데...
라일락은 요거트가 눈치채지 못해서 다행이라고 여겼으나, 간밤의 일을 다시 생각해 봤을 때 이건 도저히 말이 안 되는 상황인거... 그러나 역시 요거트는 목에 난 상처 이외에 별다른 문제 없이 너무나도 멀쩡해서... 라일락은 지난밤에 자기가 뭔가 실수를 했다고 믿기로 했음.
그리고 두 번째 암살을 계획하겠지. 요거트가 마시는 음료에 독을 넣는 거. 저녁 식사에 요거트 앞에 올라온 음료에 슬쩍 독을 탄 라일락은 도련님이 그걸 마시는 것까지 똑똑히 보았음... 이제 한 시간쯤 뒤면 요거트는 온몸에 독이 퍼져서 고통스러워하다가 쓰러질 것임... 그리고 한 시간쯤 뒤에, 요거트는 예상대로 갑자기 구역질을 해대며 배를 부여잡고 죽을듯이 괴로워하기 시작했고... 저녁에 먹은 것들을 죄다 게워낸 도련님은 급기야 각혈까지 하며 끔찍하게 고통스러워 했으나... 미친듯이 괴로워하는 것에 비해 숨이 끊어지지는 않는 것임...? 라일락은 다급하게 요거트를 돌보는 척은 하고 있으나, 왜 도련님의 숨이 아직도 멎지 않은 것인지 너무나도 의아한 것이었다...
그렇게 밤새도록 고열과 구토, 복통에 시달리며 고통받던 도련님은 다음날이 될 때까지도 살아있었고, 의사의 응급처치와 약 처방 덕에 목숨을 건졌음. 이 모습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라일락은, 자기가 넣은 독이 뭔가 문제가 있었던 것인가 의심하게 되었음... 그러나 그 독은 뒷골목의 약재상이 배합한 맹독이었고, 효과는 탁월했지... 왜냐면, 이전에 다른 사람들에게 썼을 땐 아무 문제 없이 다들 죽었으니까! 분명 늘 쓰던 맹독으로 주문을 넣었을텐데, 재료가 바뀐 것인지 혹은 시기가 좀 지나서 약이 변질된 것인지... 어쨌든 두 번째 시도도 실패했으니, 다음을 노리는 라일락...
세 번째는 요거트를 계단에서 밀어버리는 것이었는데... 라일락이 의도한 대로 요거트는 정말 처참하게 계단을 굴렀고 누가 봐도 목이랑 팔다리가 완전히 부러진 것처럼 보였음... 보통 사람이라면 거의 즉사에 가까울 정도의 부상... 그러나 도련님은 너무 아프다고 비명을 지르면서도 살아있었던 것; 당연히 요거트의 비명을 듣고 시종이며 의사들이 달려와서 응급처치를 했겠지? 덕분에 요거트는 미라처럼 온 몸에 붕대를 둘둘 감았지만 그래도 목숨은 붙어있었다고ㅋㅋ;; 이쯤되니 라일락은 요거트가 지나치게 명줄이 길다고 생각하게 되었음. 도대체 무슨 행운의 신이 깃들어서 이 모든 악수惡手를 죄다 피해 목숨을 건진단 말이냐? 라일락은 암살 일을 하면서 이렇게까지 오래 살아남은 타겟은 처음이라 다소 곤혹스러울 지경이었음... 빨리 끝내고 보수만 챙긴 채 요구르카를 떠나려고 그랬는데 말이지...
이러다보니 플요도 덩달아 초조해졌는데, 분명 들리는 소식으로는 동생이 간밤에 목을 찔려서 피를 철철 흘린 채로 발견되었다, 독약이 든 음료를 먹고 밤새도록 구토를 해대며 고통스러워했다, 계단에서 미끄러져 온몸이 다 부러졌다 하는데도 도무지 동생이 죽었다는 소식만큼은 들려오질 않는 거; 다들 이번에도 요거트크림 도련님은 목숨을 건지셨대. 천만 다행이야! 하는데, 단 두 사람ㅋ... 의뢰주인 플요와 암살자인 라일락만큼은 이 소식과 이 상황을 도저히 다행으로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게다가 시도가 더해질 수록 암살자인 자신의 정체를 들킬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라일락은 우선 요거트가 다 나을 때까지 암살 시도를 잠시 멈췄다가, 다른 작전을 세워서 재도전을 하기로 함... 그러는 사이에 요거트는 매일같이 아프다고 찡찡대며 밥 먹여달라, 심심하니 놀아달라, 나 좀 어디로 데려다달라 심부름을 오지게 시켜대겠지ㅋㅋ 라일락은 귀찮지만 적당히 그걸 들어주면서 요거트의 환심을 사기로 했음...
다들 요거트가 입은 부상이 다 낫는데 몇 달은 족히 걸릴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상하게도 4주만에 말끔히 나아버린 도련님이었다... 요거트 본인도 이렇게 빨리 나은게 신기할 정도였음ㅋㅋㅋ 다들 도련님이 건강한 체력(?)의 소유자라 다행이라고 했지만, 라일락은... 이쯤부터 뭔가 이상하다고 여기기 시작했지. 저만한 부상을, 저정도 체력밖에 가지고 있지 않은 요거트크림이 4주만에 완치된다고? 평생 몸 관리를 해 온 사람도 목과 팔다리가 전부 부러졌다면 다 낫는데 4주가 아닌 4개월은 걸렸을테고, 나아도 분명 후유증이 왔을 것임. 그런데 요거트는 아무 문제 없이 깨끗하게 나았으니까. 라일락은 슬쩍 요거트에게 어떻게 이렇게 빨리 나을 수 있었는지 물었음. 무척 놀랐다면서... 요거트는 자기도 잘 모르겠다고, 다들 자기를 잘 보살펴주고 무엇보다 운이 좋았던 거 같다고 활짝 웃는데... 라일락은 그 웃음에서 묘한 섬뜩함과 함께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게 되었음...
라일락이 요거트의 암살에 대해 조금 불편한 마음을 가지게 된 것도 이 즈음임... 세 번이나 암살 시도를 했고, 그것도 보통 방법이 아닌 확실하게 죽일 수 있는 방법을 골라서 저지른 일이었는데 요거트가 계속 운이 좋게 살아남은 것이지... 게다가 요거트는 그때마다 자기는 진짜 운이 좋은 거 같다고, 그렇지 않느냐면서 아무것도 모르는 얼굴로 해맑게 웃어보이는데... 라일락은 이 모든 게 자기가 저지른 일이었으니, 요거트의 미소 앞에서 어떤 말도 할 수 없었음... 그저 그렇다, 네가 운이 좋아서 정말 다행이다... 하는 겉치레 말 밖에는...
그러다보니 라일락은 조금씩 양심의 가책을 느끼기 시작했음... 저렇게까지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해빠진 녀석을 죽이는 게 맞는 건가? 게다가 세 번의 암살 시도에서 요거트는 차라리 한번에 죽으면 좋았을 정도로 끔찍한 고통을 겪어왔단 말임... 그걸 곁에서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본 라일락은 이제 요거트가 고통에 겨워 하는 모습을 보기가 조금은 껄끄러워짐... 지금까지 죽여왔던 암살 타겟들은 이런 모습을 보기도 전에, 심지어 비명조차 지르기 전에 깔끔하게 다 숨이 끊어졌으니까 말이지!
하지만... 계속 요거트가 죽을듯이 고비를 넘기면서도 살아있다는 소식을 들은 플요가 안달이 나서, 뭘 하는 거냐 확실하게 죽이지 않고 하며 압박을 하고 있으니... 라일락은 네 번째 암살 계획을 세웠지... 이번엔 궁지에 몰린 요거트를 구하는 척 하며 차크람을 던져 베어버리기로.
마침 요거트가 이웃 나라에 간다는 상단을 따라 관광을 갈 예정이었으니... 라일락은 슬그머니 상단의 이동 경로를 수정해서, 도적떼가 자주 출몰한다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음. 도적떼와 전투를 벌이는 중에 도련님이 사고로 죽었다고 위장하려고 말이지. 그리고 예상대로 상단 일행은 사막 한 가운데에서 도적떼를 만났고... 당연히 상단의 호위 무사들과 도적들 사이에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지.
요거트는 바짝 쫄아서 덜덜 떨며 자기를 보호하라고 라일락에게 명령했고, 라일락은 요거트에게 다가오는 도적들을 적당히 떨쳐놓는 체 하면서 요거트에게 차크람을 날릴 틈을 노리고 있었고ㅋㅋ... 그러다 도적 하나가 위로 뛰어올라 요거트에게 칼을 겨누고 달려들었을 때, 라일락은 하나의 차크람을 던지는 척 하면서 두 개의 차크람을 쥐어 하나는 도적을 맞추고, 다른 하나는 요거트의 가슴팍을 정확하게 갈겨버림... 남들이 보기에는 마치 라일락이 도적보다 한발 늦어서 도적이 도련님의 가슴을 베어버린 것처럼 보이게끔.
라일락의 공격을 정확하게 맞은 요거트는 억 소리를 내며 가슴을 부여잡고 그 자리에서 쓰러졌고, 도련님이 쓰러진 자리에는 붉은 피가 배어나왔는데... 곁에 있던 다른 호위 무사가 비상이라고 외치며 도련님이 부상을 당했다고, 빨리 도적을 섬멸하자고 밀어붙인 끝에 도적 소탕이 모두 끝났고... 상단 소속의 의사가 급히 도련님의 상태를 살폈는데, 가슴에 깊게 베인 상처 때문에 요거트는 도저히 가망이 없어 보였음... 라일락은 거기서 조금 멀찍이 떨어져서 눈을 질끈 감았지. 남들이 보기에는 도련님의 호위 무사가 도련님을 제대로 지키지 못해서 충격을 받아 슬퍼하는 모습으로 보이겠지만, 사실 라일락은 조금 더 커진 죄책감으로 요거트가 죽어가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던 것뿐임... 요거트의 피가 묻은 차크람을 주워들고 굳게 쥔 채 고개를 들지 못하는 라일락...
그런데... 그런데 요거트는 놀랍게도 살아서 계속 숨을 쉬고 있었음...! 가슴 한 가운데에 큰 상처가 나서 벌어져선 내부가 보이는 정도인데다 피가 철철 흐르고 있는데도 말이지; 의사는 당장 각종 응급처치 도구를 사용해 도련님을 치료했고, 상단은 재빨리 목적지로 가자고 흐트러진 대열을 정비해 빠르게 이동하기 시작했음... 그러는 사이에 요거트는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응급처치를 한 탓에 심각한 고열에 시달리며 매우 고통스러워 했는데... 다들 도련님이 목적지에 도착하기도 전에 돌아가시는 것이 아닌가 매우 전전긍긍했으나, 요거트는 매우 핼쓱한 얼굴로 가느다랗게 숨을 쉬며 끝끝내 살아서 목적지에 도착했음; 그리고 그 도시에서 가장 큰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 또다시 목숨을 건졌음...
라일락은 이 모든 과정을 요거트의 바로 옆에서 지켜보았고... 그야말로 큰 충격을 받았음... 정확히 급소를 노리고 던진 차크람이었음. 그런데 그걸 맞고도 요거트크림은 살아남은 것임. 그것만으로도 이미 오싹할 정도로 등골이 서늘한 일인데, 문제는 라일락이 자신을 노리고 차크람을 던지는 걸 요거트가 봤다는 것임... 라일락의 차크람을 맞기 직전에 요거트는 설마 하는 눈으로 그를 쳐다보고 있었으니까...!
그 눈빛을 떠올린 라일락은, 요거트가 치료를 받으며 반쯤 제정신이 아닐 때 정말로 그를 죽이지 않으면 자기가 죽은 목숨인 것을 직감했지... 정신을 차린 요거트가 라일락이 자신을 향해 차크람을 던졌다고 말할테니까...! 차라리 요거트가 죽었다면 그냥 평생 죄없는 순진한 도련님을 죽였다고 죄책감을 안고 살아갔을 것인데, 끝끝내 요거트가 살아남았으니 이제는 제 목숨을 걱정해야 하는 꼴이 된 라일락... 그래서 라일락은 정말 최후의 수단으로... 혼자 병실에 있는 요거트의 목을 졸라 숨통을 끊어놓고 도망치기로 결심함.
아무도 없는 으슥한 시간을 노려 몰래 요거트의 병실에 잠입한 라일락... 요거트는 가슴에 붕대를 둘둘 감은 채 조용히 숨소리만 내며 자고 있는데... 요거트의 침대까지 다가간 라일락은 그의 목을 향해 손을 뻗었다가, 아직 다 낫지 않아 다소 창백한 요거트의 목덜미에 검은 자기 손이 올라가는게 지독하게도 역겹다고 생각해서 멈칫하고 말았음... 정말 이렇게까지 순진하고 아무 것도 모르는 데다가 명줄이 긴 녀석을 죽이는 게 맞는가? 하고...
하지만 여기까지 왔으니, 요거트를 죽이지 않으면 자기가 죽은 목숨이란 말임... 라일락은 잠시 눈을 질끈 감았다가, 그대로 급소를 노려 요거트의 목을 조르기 시작했는데... 자면서 순간적으로 숨이 막힌 요거트가 잇새로 괴로운 소리를 내며 눈물을 글썽이다가 눈을 떴고, 고통에 눈물이 가득 들어찬 푸른 눈동자가 라일락을 바라보며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입을 뻐끔대고... 힘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두 팔이 라일락을 떨쳐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다가 기어이 축 늘어지는데... 라일락은 제 손 안에서 요거트의 숨이 끊어지는 것을 느꼈고, 그럼에도 잠시간은 손에서 힘을 풀지 않은 채 한참 있다가 느리게 손을 떼었음...
요거트는 처량할 정도로 창백한 얼굴로 눈을 감은 채 늘어져 있고... 코 위에 손을 가져가니 확실히 숨이 새지 않는 걸 보아, 이젠 정말로 죽어버린 요거트크림... 라일락은 제 손으로 저지른 일이지만 마음이 너무나도 참담해서 한참동안 멍하니 요거트의 얼굴을 내려다 보다가 아주 느리게 일어나 몸을 돌렸음. 이제 이대로 병실을 나가 어디론가 도망치기 위해서...
그런데... 뒤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나는 게 아니겠음...? 이 병실에는 요거트크림과 자신 뿐이었는데, 요거트크림은 방금 전에 자기 손으로 숨통을 끊어놓았으니 절대로 몸을 움직일 수 없을 거란 말임...? 그러니 이런 소리도 날 리가 없는... 데...?
머리털이 쭈뼛 서는듯한 섬뜩한 느낌이 든 라일락은 천천히 몸을 돌렸고... 요거트가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키면서 켁켁대는 모습을 보고야 말았음............. 온몸에 핏기가 그대로 빠지는 듯이 그대로 얼어붙은 라일락...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요거트를 쳐다봄... 요거트는 제 목을 어루만지며 계속 켁켁대다가, 겨우 고개를 들어 라일락을 쳐다보면서 꽥 소리치겠지. "라일락, 너 어떻게 나한테 이런 짓을...!!" 라일락은 다리에 힘이 풀려 그 자리에 주저 앉고 말았음...
침대에서 일어날 힘이 없던 요거트는 일어나 앉은 자세 그대로 라일락을 있는 힘껏 노려봤고, 라일락은 아까까지만 해도 생명이 꺼져가던 푸른 눈동자가 멀쩡히 살아서는 자기를 원망하는 빛으로 노려보고 있으니, 오히려 제 숨이 멎을 듯 했음; 한참동안 라일락을 째려보던 도련님은 "너 어떻게 나한테 이런 짓을... 이런 짓을 할 수가 있어? 나는 너를 믿었는데... 네가 나를 지켜준다고 믿었는데!!" 하고 소리치더니, 급기야는 커다란 눈에서 눈물을 방울방울 떨어뜨리며 통곡하듯 울기 시작함... 그 울음 소리가 어찌나 크던지, 병실을 넘어 바깥에 있는 모두를 깨울 기세였음...
그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든 라일락은 어떻게든 소리가 새어나가지 않게 하려고(다들 도련님이 우는 소리를 듣고 몰려오면 매우 곤란하니) 얼른 요거트에게 다가가 이불이라도 덮어버리려고 했는데, 당연히 요거트는 라일락의 손길을 밀어내고 소리를 치려고 했지. 라일락은 급한대로 요거트의 입을 손으로 꽉 틀어막고, 요거트가 자기를 밀어내지 못하게 다른 팔로 붙잡아 품에 안아버렸음... 환자인 요거트는 힘이 없어 라일락을 밀치지 못하고 그대로 그의 품에 틀어안겨서 막힌 입안으로 소리를 지르며 눈물을 줄줄 흘리고...
한참을 그러고 있다가 겨우 소리가 잦아든 요거트의 입을 놓아준 라일락... 그럼에도 여전히 요거트를 안은 팔은 풀지 않았음... 라일락이 입을 놓아주었지만 더는 기운이 없어 소리 지르는 걸 포기한 요거트는 라일락의 가슴팍에 두어번 자기 머리를 박았음... "왜, 왜 그런거야... 대체 왜 그런 짓을..." 라일락은 요거트의 원망을 들으며 무엇도 말할 수가 없었음... 방금 전에 자기 손으로 죽인 요거트가 살아서 제 품에 안겨있고, 자기를 때리고 있는 게 믿기지가 않아서... 도저히 현실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상황에, 라일락은 그저 "미안해" 라는 말밖에 할 수 없었는데...
요거트는 그대로 라일락의 가슴팍에 머리를 기대고 눈물만 줄줄 흘리며 울다가, 라일락의 망토 앞섶이 축축하게 다 젖어버린 뒤에야 겨우 눈물을 그쳤지ㅋㅋ... 그리고 라일락도 그 즈음에 요거트를 놓아주었고. 둘은 아무 말 없이 서로를 물끄러미 바라만 보다가, 동시에 입을 열었음. "대체 어떻게 된 거야?" 하고ㅋㅋ... 요거트는 라일락에게 왜 자신을 죽이려고 했는지 물은 것이고, 라일락은 어떻게 요거트가 살아있는지 물은 것이고. 동시에 나온 물음에 둘은 어느쪽도 먼저 대답하지 못하고 있다가, 요거트가 먼저 입을 열었지. "나는 안 죽어." 하고.
"아니, 죽고 싶어도 못 죽어." 요거트가 한 말에 라일락은 눈을 크게 떴고, 창백한 요거트의 얼굴을 내려다 봄. 요거트는 지금까지는 단 한번도 지은 적 없는 서글픈 표정으로 입꼬리를 올려 씩 웃었음... 어렸을 때부터 그랬다고 말이지. 지금보다도 한참 더 어렸을 때, 정말 큰 사고를 당해서 죽을뻔 했지만 자기는 살아남았다고, 그 뒤로도 몇번이나 눈앞이 깜깜해지고 사고 당시의 기억이 날아갈 정도로 정말 처참한 일도 많이 겪었지만 절대 죽지 않았다고 말하는 요거트를, 라일락은 매우 혼란스러운 눈으로 쳐다봤지. 그러니까, 사실은 라일락이 시도했던 암살 시도는 모두 성공이었는데 요거트가 "죽을 수 없는 몸"이었기 때문에 죄다 실패한 것처럼 보였다는 말인 것임... 라일락은 요거트만큼이나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시선을 떨어뜨림... 그렇다는 이야기는, 사실 요거트는 자기가 저를 죽일 시도를 계속 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는 말이니까....
"이런 건 아무도 몰라. 다들 그저 내가 운이 좋아서 살았다고만 생각해." 요거트가 한숨쉬듯 중얼거렸고, 라일락도 그 말을 납득함... 눈앞에서 요거트가 다시 살아나는 모습을 보지 않았더라면 당연히 그렇게 생각했을 것임... 죽지 못하는 불멸의 몸이라니,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니까... 자신이 가진 비밀을 밝힌 뒤에, 요거트는 라일락을 원망하는 눈으로 올려다 봄. 내 비밀을 밝혔으니 네가 숨기고 있는 것도 말하라는 의미였지. 이런 상황에서마저 자신의 정체를 숨길 수 없었던 라일락은, 결국 자기는 암살자이며, 이 의뢰를 맡긴 것은 다름아닌 플레인요거트 라고 밝혔지.
라일락이 밝힌 진실에... 요거트는 설마하는 표정을 짓고 있다가, 곧이어 참담한 얼굴이 되어 고개를 떨어뜨리고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또다시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음... 예상은 했지만 가장 믿었던 호위 무사가 암살자였다니, 그리고 의뢰를 맡긴게 형이라니! 라일락은 요거트를 위로해주고 싶었으나, 지금까지 저지른 짓이 있어 차마 손을 뻗지 못하고... 대신 요거트 앞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음. 임무에 실패했고 정체가 드러난 암살자는 죽은 목숨이니까... 곧 요거트가 병원의 경비를 부를 것이고, 자기는 그들에게 끌려가 재판을 받고 처형당하겠지 생각한 라일락... 차분히 요거트가 울음을 그치기를 기다리고 자신에게 내릴 처분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훌쩍이며 눈물을 닦아낸 도련님은 라일락을 실망스러운 눈으로 내려다보기만 할뿐 경비를 부르거나 하지는 않았음.
라일락은 요거트가 울음을 그친 것 같은데 아무 말이 없어 의아해 하며 고개를 들었고. 요거트는 라일락을 내려다 보면서, "정말로 처음부터 끝까지 나를 죽일 생각으로만 곁에 있었느냐, 단 한번도 나를 불쌍히 여기거나 죄책감을 느낀 적은 없었느냐" 묻는데... 뒤로 갈수록 그런 감정을 느꼈던 라일락은 이제와서 무엇을 숨기랴 싶어 그랬다고 대답함. 그 대답에 요거트는 한동안 말이 없다가... 한참만에야 입을 열었지. 그럼 그 마음 그대로 안고 평생 자기를 지키라고.
생각지도 못한 요거트의 명령에 라일락은 고개를 번쩍 들었음. 요거트는 여전히 눈물이 맺힌 푸른 눈동자로 자기를 내려다 보고 있었는데, 눈을 한번 깜박이니까 맺혔던 눈물이 얼굴을 타고 주르르 흘러내리는 거. 라일락은 그 눈물을 따라 자기 마음도 주르륵 흘러내려서 끝이 보이지 않는 바닥에 가라앉는 거 같다고 생각했지... 요거트는 조금은 시무룩하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내 비밀을 아는 건 너뿐이다. 그러니 네가 내 곁에 남아 나를 지켜야 한다" 고 말함... 거기에 라일락은... 당연히 불가능한 일이고 자격도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야 맞지만, 지금 이 자리, 이 공간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너무나도 비현실적이었기 때문에... 홀린듯이 그러겠다고 해버렸지. 그리고 요거트가 내민, 핏기 없는 싸늘하고 창백한 손 위에 입을 맞추었음...
둘만의 비밀을 공유하기로 한 그 밤의 비밀스러운 맹세 이후에, 라일락은 다시는 요거트를 암살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았음. 어차피 해도 소용 없는 일이기도 하고... 요거트는 천천히 건강을 회복했고, 다 나을 즈음엔 다시 요구르카로 돌아와서 평소와 같은 나날을 보내게 되었지...
플요는 상단이 도적떼의 습격을 받았고, 소탕하는 과정에서 요거트가 큰 부상을 당해 오늘내일 한다는 소식을 듣고 이번엔 정말로 동생이 죽겠거니 하고 사망 소식을 기다렸는데ㅋㅋㅋ 몇달 뒤에 멀쩡히 살아 돌아온 동생을 보고 또 이를 갈았음... 그리고 다시 라일락을 불러 어떻게 된거냐 추궁을 해댔는데, 라일락은 이미 요거트에게 자신의 비밀을 고한 대가로 충성을 바치기로 맹세한지라, 플요에게는 적당히 이번에도 실패했다고 둘러대었지 뭐ㅋㅋ... 플요는 계속 실패만 하는 라일락을 더는 신용할 수 없다고 생각해서 다른 암살자를 고용해 요거트의 암살을 노렸는데, 역으로 라일락이 요거트를 향한 모든 암살 시도를 차단해 버렸음ㅋㅋㅋ 그제야 플요는 라일락이 자신을 배신한 걸 알았지ㅋㅋㅋ 그래서 둘 다 죽이려고 마음먹고 계속해서 다른 암살자들을 썼는데,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음ㅋㅋㅋ...
라일락은 요거트를 향한 암살 시도가 있을 때마다 혼신의 힘을 다해 그를 지켰는데... 자기가 조금 부상을 입더라도 요거트는 털끝하나 상하는 일이 없도록 말이지. 요거트는 라일락이 자신에게 충성을 맹세하기는 했지만, 이정도로 철저하게 움직일 줄은 몰라서 좀 놀랐음ㅋㅋㅋ 그래서 어느날 그에게 묻는 거. "어차피 나는 안 죽는 몸이고, 조금 다쳐도 남들보다 더 빠르게 회복하니까, 적당히 해도 괜찮다고 말이지... 게다가 너는 잘못 공격을 당하면 죽겠지만 나는 어떻게든 되살아나니까, 차라리 그냥 내버려 두는 게 나을지도?" 하는 소리까지 해 봤는데...
그 말에 라일락은 잔뜩 굳은 얼굴로 굳게 고개를 가로젓겠지... 왜냐면... 네 번, 아니 다섯 번이나 되는 암살 시도를 했을 때, 요거트가 죽지는 않았지만 엄청나게 괴로워하고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바로 옆에서,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보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다시는 네가 그만한 고통을 겪지 않았으면 한다" 고 말하며 요거트를 바라보는 라일락... 요거트는 라일락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줄은 처음 알아서 크게 놀랐고, 거기에서 라일락에게 호감을 느끼게 되어서, 그때부터는 그에게 마음을 조금씩 나누어 주게 되는 걸로 썸이 시작되는... 라일요거입니다. 예.
2022.1116 카테고리 및 제목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