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런: 라일요거/긴 썰
[라일요거] 라일락 도련님과 시종 요거트크림 2
솨리
2022. 11. 17. 00:29
1: https://swarihouse.tistory.com/235
[라일요거] 라일락 도련님과 시종 요거트크림 1
리퀘스트로 도련님 라일락과 시종 요거트(코멘트: 요거트 실력으로 호위 무사는 무리일거 같아요)가 보고 싶다고 하셨던 분이 있으셔서ㅋㅋㅋ 내내 생각해 봤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요거트가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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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계관으로 라일락 도련님이랑 시종 요거트크림이 썸 아닌 썸 타는 거 보고 싶다ㅋㅋㅋ 썸? 이라기엔 그냥... 갑자기 쟤가 눈에 좀 밟히네... 이쯤 되는... 하여간 뭐 그런 애매모호하고 미묘한 거 보고 싶음ㅋㅋㅋ
라일락 도련님네 저택에서 있었던 사교계 모임 이후로 라일락 도련님에게 잡다한 손님들이 자주 찾아오게 됐음ㅋㅋㅋ 도련님이 보여준 멋진 활약상(?) 덕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됐거든ㅋㅋㅋ
라일락은 물론 자기를 찾아오는 사람들을 무척 정중하게 대했다만, 그들 중에 뭔가 특별한 교류가 오간 사람은 딱히 없었음ㅋ 왜냐면 라일락은 딱히 사람 사귀는데 취미가 있는 것도 아니고, 연애에 지독히도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한 집안의 도련님으로서 체면은 유지해야 해서 접대는 진지하게 해줌ㅋㅋㅋㅋ
그 중에 원래도 잘 아는 사람이었는데, 사교계 모임 이후로 유독 자주 찾아오게 된 지인이 하나 있었단 말이지. 나름 친구라고 부를 만한 지인인지라 자주 찾아오는 게 별거냐 싶었지만... 그쪽이 뭔가 다른 마음이 있다는 걸 알게 된 라일락ㅋㅋㅋ
요거트크림은 사교계 모임 이후로도 여기저기서 열심히 사고 치고 다녔음ㅋㅋㅋ 열심히 일은 하는데 손이 그닥 야물지 못해서 여전히 허당짓을 하고 다니는 편... 그래도 자기 딴에는 라일락 도련님을 돌본답시고 의욕이 아주 넘침ㅋㅋㅋ 라일락이 느끼기엔 그냥 본인이 직접 하는 게 더 빠를 거 같지만서도, 제 시종이 열심히 해보겠다는데 굳이 말릴 이유도 없는 거 같아서, 요거트가 사고 칠 기미가 보이거나 사고를 치고 나면 적당히 수습해 줌ㅋ... 뭐 이런 나날을 보내고 있는 중에, 매일같이 라일락을 보러 오는 손님들이 있으니 요거트도 접대를 도와야 하지 않겠음?
그중에 유독 자주 찾아오는 사람이 있으니 요거트도 그 사람 얼굴을 익혔지. 그런다고 손님 보는 앞에서 사고를 안 치지는 않았다만ㅋㅋㅋ 그때마다 라일락은 깊은 한숨을 쉬며 대충 수습해 주고, 그 꼴을 지켜보고 있는 친구에게 이런 모습을 보여 미안하다고 사과하곤 했단 말이지ㅋ 친구는 웃으며 괜찮다고 손을 내젓고ㅋㅋㅋ
이쯤되니 라일락은 요거트에게 "... 손님 접대 말고 다른 일을 하는 게 좋지 않겠어?" 했는데, 요거트는 또 굳이굳이 "도련님께 귀한 손님들이 오는데 당연히 제가 도와드려야죠!" 하며 쓸데없는 의욕을 불태웠다고... 라일락은 그것 참... 그런 의욕을 다른데에 쓰면 좋았을텐데... 하고 쓴 입맛을 다셨지만ㅋㅋㅋㅋ
그러던 어느날에, 여느때처럼 손님 앞에 다과상을 차리러 온 요거트가 또 엎어질 뻔 해서, 라일락이 겨우 와장창 하는 걸 막아줬단 말이야ㅋ 요거트는 "와 역시 도련님이에요, 정말 대단해요!" 하면서 칭찬(?)을 잔뜩 해주고는 다과상을 차려두고 물러났지. 라일락은 옆자리에 앉은 친구에게 "... 오늘도 이런 꼴을 보여 미안하군." 하고 짧게 사과했는데... "아냐, 뭘 이런 걸로. 괜찮다네." 하고 대답하는 친구의 시선이 방에서 나가는 요거트크림의 뒷모습을 따라가잖음? 라일락은 그제야 이 친구가 최근에 왜 자주 찾아오게 됐는지 알았지.
하지만 아직은 짐작일 뿐이니 직접 물어보지는 않았고, 대신 요거트크림이 시중을 들러 왔을 때 친구의 시선을 유심히 지켜본 라일락ㅋ... 요거트가 직접 시중을 들러 왔을 때 시선이 딱 그에게 고정된 것은 물론이고, 오며가며 복도에서 마주치거나, 저 멀리에서 바쁘게 일하는 것이 보이기만 해도 저절로 눈길이 그리로 향하는 걸 보니... 아무래도 저쪽에 관심이 좀 많은 모양이지. 친구의 시선이 저어어기 꽂혀선 돌아올 기미가 보이지 않으니, 라일락은 가볍게 헛기침을 했고 친구는 퍼뜩 정신을 차리며 머쓱하게 웃었음.
"... 혹시 내 시종에게 관심 있나?" 여느때처럼 요거트가 다과상을 차려두고 나갔고, 친구가 한참동안 요거트의 뒷모습을 눈으로 좇다가 드디어 차 한 모금을 마셨을 때 라일락이 물었음. 갑작스레 정곡을 찔린 친구는 목에 사레가 들렸는지 켁켁대며 식은 땀을 닦았지. 라일락은 조용히 손수건을 내밀었고, 친구는 고맙다고 겨우 대답하며 손수건으로 땀을 닦은 뒤에... 아주아주 멋쩍어하며 그렇다고 대답함ㅋ... 예상은 했지만 진짜 그럴 줄이야 싶어서 라일락은 조금 놀랐음ㅋㅋㅋ 다름이 아니라... 저런 허당에 바보같은 녀석에게 관심을 가진다고???
라일락이 매우 복잡 미묘한 표정을 짓자 친구는 "그... 미안하네, 자네 시종인데..." 하며 머리를 긁적였고, 라일락은 아니라고, 괜찮다고 고개를 젓고는... "... 저런 녀석을?" 하고 반문했지. 친구는 큼큼 헛기침을 하고 목을 가다듬더니, 정말 개미만한 목소리로 귀엽지 않느냐며 더듬더듬 말하는데... 대체 어디가??? 싶은 라일락이었다ㅋ
친구의 말인 즉, 외모도 예쁘고 성격도 발랄하니 좋은 거 같고, 일이 좀 서투른 것도 귀엽다는 것이 아니겠음...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며 라일락은 외모나 성격은 그렇다 쳐도 일이 서투른 게 귀여워 보인다니 말세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지ㅋ 근데 뭐 본인이 좋다는데 굳이 말릴 이유는... 없지?
그러면서 친구는 혹시 요거트크림이 자기에 대해 뭔가 한 얘기는 없냐고 묻는데ㅋㅋㅋ 라일락이 들은 바로는 딱히 없었거든... 그냥 "도련님 친구분은 오늘도 오셨네요! 자주 오시는 거 같아요. 절친이신가요?" 뭐 이런 얘기밖에... 라일락이 섣불리 대답을 못하니까 친구는 좀 실망한 얼굴이 됐지.
그래서 라일락은 그날 저녁에 요거트에게 슬쩍 물어보기로 함ㅋㅋㅋ "... 요즘 자주 놀러오는 그 친구 말야. 어떻게 생각해?" 뜬금없는 질문에 옆에 있던 요거트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게 무슨 뜻이냐 물었다가, 라일락이 다시 묻자 잠시 턱을 짚고 곰곰이 생각해 봄ㅋㅋㅋㅋ
"좋으신 분 같아요! 다정하고 친절하고... 잘생기셨구요. 아, 물론 도련님만큼은 아니지만요!" 요거트가 활짝 웃으며 대답했고, 다음날 라일락은 친구에게 그 얘기를 전해줌ㅋㅋㅋ 그랬더니 친구는 대번 화색이 됐지ㅋ 라일락은 뭐 그게 그렇게 좋은가 싶었지만...
거기에 친구가 요거트크림과 단둘이 대화를 해보고 싶다고 해서, 라일락은 그럼 둘이 있을 시간을 마련해 줄테니까 얘기하라고 했더니, 그건 부자연스럽지 않냐고 함ㅋㅋㅋ 그래서 라일락은 요거트가 다과상을 차리러 왔을 때, 화장실을 다녀오겠다고 자리를 비켜주었지.
대충 이쯤이면 충분히 얘기했겠지 싶어 자리로 돌아가니, 친구의 성격이 좋은 건지 아니면 요거트가 워낙 친화력이 좋은 것인지 둘은 꽤 즐거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음. 그러다 라일락이 돌아온 걸 발견한 요거트가 "도련님! 왜 이렇게 늦으셨어요? 혹시 배가 아프셨나요? 약이라도 챙겨드릴까요?" 하는데, 라일락은 괜찮다고 짧게 대답하고 요거트를 물러냈음ㅋㅋㅋ 요거트는 "혹시 배 아프시면 꼭 말씀해 주셔야 해요!" 하고 발랄하게 말하고는, 이제껏 이야기를 나눴던 라일락의 친구에게 공손하게 인사하고 방을 나섰지. 그 모습 조차도 사랑에 푹 빠진 눈으로 쳐다보는 친구를 보며 라일락은 혀를 찼다ㅋ...
어쨌든 그런 식으로 친구를 위해 꾸준히 자리를 만들어 준 라일락ㅋ... 요거트크림은 영문도 모르는 채 라일락의 친구와도 열심히 대화를 나눴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그쪽에 좀 관심을 갖게된 거 같았음ㅋㅋㅋ 종종 라일락에게 그 친구에 관해 물어보곤 했거든ㅋㅋㅋ 그때마다 라일락은 자기가 아는대로 대답은 해 주었는데, 처음엔 별 생각 없이 대답해 주곤 했다만... 어느 순간부터 약간 이게 맞나?? 싶은 생각이 조금씩 들기 시작함ㅋㅋㅋ 자기를 대하는 요거트크림의 태도는 하나도 달라진 데 없는데, 그 친구를 대하는 태도는 눈에 띄게 달라진 거 같거든.
물론 요거트도 대놓고 그쪽에 관심이 좀 있다고는 하지 않았지만, 워낙 얼굴에서 티가 많이 나다보니... 그 친구 이야기를 하면서 웃는다든가, 조금은 수줍어 한다든가 하는 것들이 눈에 띄자, 괜히 그게 신경이 쓰이게 된 라일락... 그리고 대충 화장실이나 가족 핑계를 대고 둘을 위해 자리를 비켜줄 때마다, 대체 둘이 무슨 얘기를 나누는 걸까 궁금해졌음.
한참동안 자리를 비웠다가 돌아오면 둘이 뭔가 즐거운 이야기를 나눈 듯이 웃고 있는데, 요거트가 자기랑 있을 때도 저렇게 웃었던가, 혹은 이 친구가 나랑 대화할 때도 이렇게 웃었던가 싶은 것임ㅋㅋㅋㅋ 그래서 무슨 얘기를 나눴느냐 물으면 늘 별 얘기 안 했대ㅋㅋㅋ 들어보면 진짜 특별할 거 없는 잡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님... 그런데도 그렇게 즐겁게 얘기한단 말인가 싶은 라일락...
그러던 어느날... 드디어 친구는 요거트크림에게 데이트 신청을 하겠다고 함ㅋㅋㅋ 개인적으로 시간을 내어 만나보고 싶다고... 그런데 요거트는 라일락에게 귀속된 시종이니, 먼저 주인인 라일락의 허락을 받아야했지. 그래서 라일락한테 먼저 그런 의사를 밝힌 것임. 라일락은 딱히 거절할 이유가 없으니 그러라고 했다만, 기분은 좀 미묘해졌음. 요거트크림이 저 친구와 데이트를 한다고... 그날 라일락은 친구가 돌아갈 때까지 복잡미묘한 생각을 하고 있다가, 저녁 때가 되어서 요거트에게 넌지시 친구의 의사를 전했지.
"그분이 저한테 데이트를 신청하신다구요?" 요거트는 놀란 얼굴로 반문했다가, 곧 활짝 밝아진 얼굴로 "누군가한테 이런 신청을 받는 건 처음이에요!" 하고 방방 뜨기 시작했음ㅋㅋㅋ 반응을 보아하니 제대로 데이트를 신청하면 바로 수락할 것이라 잘됐네 싶으면서도, 이상하게 마음 한 구석이 착잡해 지는 라일락인데...
"도련님? 제가 그분의 데이트 신청을 받아도 되는 거예요?" 요거트가 라일락에게 재차 물었지. 그에 퍼뜩 놀란 라일락은 얼른 고개를 끄덕였음. "... 물론이지." 요거트에게 데이트 신청 수락과 함께 외출을 허가해 주면서도 라일락은 괜히 어딘가 답답한 기분이 들어서, 잠시 바깥 바람을 쐬고 오겠다고 했음. 뒤에 남겨진 요거트는 고개를 갸웃하며 라일락의 뒷모습을 바라보기만 하고, 따라나오지는 않았지.
다음날 라일락은 친구에게 요거트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으니 그대로 데이트 신청을 해도 좋겠다고 전했음. 친구는 그야말로 뛸듯이 기뻐하며 당장이라도 요거트크림에게 데이트를 신청할 기세였는데... 거기에 라일락은 조용히 물었지. "... 자네는 내 시종과 어떤 관계가 되고 싶은 거지?" 하고.
거기에 친구는 기쁜 마음은 잠시 접어두고 흠흠 목을 가다듬더니, 진지한 눈으로 대답했지. 계속 좋은 관계를 이어 나가서 연인이 된다면, 정실로 맞이하기는 어렵더라도 측실로 데려가고 싶다고... 첩이라. 라일락은 턱을 짚었음. 확실히 허드렛일이나 하는 시종보다야 훨씬 대우 받을 자리일테고, 귀족 생활을 동경하는 요거트에게는 신분을 상승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일 것임. 그런데... 그런데 왜 이렇게 마음이 불편하지. 라일락은 친구에게 그렇냐며, 좋은 생각이라고 대답은 해 주었다만, 숨 쉬기가 영 답답해서 길게 한숨을 내쉬었지.
그날 친구는 자기 저택으로 돌아가기 전에 정말로 요거트크림에게 데이트 신청을 했고, 요거트는 그것을 수락했음. 그 모습을 먼발치에서 바라본 라일락... 친구도 그렇고, 무엇보다도 요거트크림이, 저렇게 얼굴을 붉히며 웃는 모습을 처음 봐서, 그것이 너무나 생소하고 어색하기만 한데, 그 와중에 무언가 말로 형언하기 어려운 기분이 듦... 씁쓸하다고 해야할지, 착잡하다고 해야할지... 돌아가는 친구를 배웅하고 돌아온 요거트가 라일락을 보고 "너무 기쁘고 기대돼요, 도련님!" 하며 활짝 웃는데, 라일락은 거기에 "... 그래." 라고 짧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음.
요거트크림의 데이트 날은 그로부터 일주일 뒤였음. 당장 내일이라도 둘이서 나갈 줄 알았더니, 각자 마음의 준비를 더 하고 만나기로 했다나 뭐라나. 라일락은 고작해야 데이트인걸 그렇게까지 시간을 들이나 했는데, 요거트는 "이게 제 인생 첫 데이트란 말이에요!" 하면서 절대 허투루 할 수 없다는 게 아니겠음ㅋㅋㅋ
그러면서 매일같이 자기가 가진 옷들 중에 가장 깔끔하고 예쁜 옷을 고르는데, 사실 시종이 걸칠 수 있을만한 게 별거겠음... 이래저래 영 아쉬워하는 요거트를 보고, 라일락은 자기가 옷을 몇 벌 사주겠다고 했지. 아무래도 요거트가 너무 없어보이면 친구 체면도 말이 아닐테니... 그랬더니 요거트는 뛸듯이 기뻐하며, 역시 우리 도련님이 최고라고 동네방네 자랑하고 다닐 기세임ㅋㅋㅋ 라일락은 그런 자랑은 그만 두라고 겨우 요거트를 말렸음ㅋㅋㅋ
데이트 신청일로부터 일주일이 흐르기까지 요거트는 하루하루 날짜를 손으로 꼽으며 무척이나 고대했고, 그에따라 점점 기분이 들뜨는 것까지 눈에 보일 정도였으나... 반면에 라일락은 요거트가 둥둥 뜨면 뜰 수록 이상하게 점점 더 가라앉는 기분이 들었음. 쟤가 저리 신나하는데 나는 왜 이렇게 깔아지는 기분을 느껴야 하는가... 라일락은 제 앞에서 이 옷이 어울리냐 저 머리가 어울리냐 묻는 요거트에게 "... 무엇이든 다 잘 어울리니 네가 원하는 대로 해." 라고 대답해 주고는 베란다로 나갔지.
아직 한낮의 열기가 채 식지 않은 사막의 밤바람은 여전히 뜨끈한데, 그 자신의 마음은 어쩐지 차디차게 내려앉아서 이 바람의 온도조차도 제대로 느껴지질 않음. 라일락은 구름 한 점 없이 청명한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지.
드디어 요거트크림의 데이트 당일, 요거트는 아침부터 온갖 부산을 떨며 나가기 직전까지도 옷매무새를 고치고 머리를 가다듬었음ㅋㅋㅋ 라일락은 한발 떨어진 곳에서 한껏 들뜬 요거트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기만 했음.
친구도 허투른 사람이 아니니 꼼꼼히 준비하고 나올테고, 그렇다면 데이트도 분명 성공적으로 잘 하겠지. 어쩌면 친구 쪽에서 연인이 되어 주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할지도...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라일락은 또다시 가슴이 짓눌리는 것처럼 답답해지고 괜히 심란해 지는데, 그 타이밍에 요거트가 라일락에게 다가와서 "그럼 저, 다녀올게요 도련님!" 하고 인사하지 않겠어.
설렘과 기쁨으로 가득 차 반짝이는 요거트크림에게 조심해서 잘 다녀오라는 말을 해야 할 차례였지만.... 라일락은 무심코 손을 뻗어, 요거트의 팔을 붙잡았음. "어라, 도련님?" 갑자기 팔을 붙잡힌 요거트가 놀란 눈으로 그를 돌아봤고, 라일락은 가만히 그에게 손을 가져가서...
"... 여기가 흐트러졌어. 단정하게 하고 가야지." 하고 옷깃을 잘 정돈해 주었지. 요거트는 놀란 눈만 깜박이고 있다가, 라일락이 옷깃을 정돈해 주고 "조심해서 잘 다녀와. 너무 늦지 말고." 라고 말했을 즈음에야 "... 네! 다녀올게요!" 하고 인사한 뒤에 저택을 나섰지.
그날 요거트가 저택으로 돌아오기까지 라일락은 평소와 다름 없는 하루를 보냈다만... 할일을 하는 와중에도 문득문득 그들이 무엇을 하고 있을까, 역시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 요거트크림은 돌아와서 무슨 이야기를 할까 하는 생각이 자꾸만 들어서 집중하기가 어려웠음. 결국 라일락은 읽던 책을 덮고 차라리 눈을 붙이기로 했는데... 그마저도 마음이 싱숭생숭해서 잠도 안 옴ㅋㅋㅋ... 저 스스로도 다른 사람의 일에 이렇게까지 신경이 쓰여본 적이 처음이라 이상하기만 한데, 그 와중에도 계속 아침에 밝은 얼굴로 나가던 요거트크림이 떠오르는 걸 보면, 이건 아무래도...
저녁 즈음에도 요거트가 돌아오지 않아서, 라일락은 요거트가 저녁 식사까지도 밖에서 해결하고 오는가 싶었지. 오늘 하루는 외박까지도 허용해 주었으니 뭘 하고 오든 그의 자유이긴 하다만, 이 시간 즈음이면 오늘 저녁은 뭐가 나올 예정이니 조잘조잘 떠들어 대던 애가 없어 허전하기만 한데.
그러다보니 딱히 저녁밥을 먹고 싶은 생각도 들지 않아서 저녁은 거르려던 참에 요거트크림이 저택으로 돌아왔음. 나갈 때와 마찬가지로 해맑은 얼굴에 만족스러운 표정이었지. 예상대로 데이트가 무척 성공적이었구나 싶어 라일락은 씁쓸한 마음은 감추고, 일찍 돌아왔다며 요거트를 맞이했음.
"너무너무 재미있는 시간이었어요, 도련님!" 라일락을 보자마자 요거트는 정말 쉴새없이 오늘 하루 있었던 일을 줄줄 늘어놓았음ㅋㅋㅋ 저잣거리 어디를 구경가고 점심으로는 뭘 먹고 한번도 안 가본 곳에도 가보고 멋진 석양도 구경하고 왔다며, 또 이런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요거트를 바라보며... 라일락은 조용히 생각했음. 그래, 네가 좋으면 됐다. 여기서 내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어. 그렇게 생각하니 어쩐지 마음이 조금 편해져서, 라일락은 그제야 희미하게 미소지을 수 있었음.
"... 그것 말고도 더 좋은 소식은 없었어?" 다음에 또 만나자거나 혹은 더 좋은 관계로 발전하자는 제안 같은... 라일락이 물었고, 이제까지 붕붕 뜬 텐션으로 제 이야기를 늘어놓던 요거트는 잠시 말을 멈추고 망설이는듯 했지. 반응을 보아하니 역시 친구가 그런 제안을 했겠구나 싶어 라일락은 "뭐든 네 마음 가는대로 해. 네가 원한다면 나는 허락해 줄 수 있으니까." 라고 말했는데...
"... 그분이, 저한테 연인 관계가 되면 어떻겠냐고 하셨어요." 요거트가 말했지. 역시나. 라일락은 입맛이 썼지만,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음. "그래서, 받아들였어?" 그랬더니 요거트는...
고개를 가로저었음. "... 아뇨. 그럴 수는 없다고 했어요." 당연히 고개를 끄덕일 줄 알았는데, 예상치 못한 대답에 라일락은 요거트를 돌아봤지. "어째서...? 너한텐 좋은 기회잖아." 라일락이 다시 묻자, 요거트는 잠시 눈을 감았다 씨익 웃었음. "그야, 제가 없으면 누가 도련님을 돌보나요!" 하고.
"뭐...?" 너무나 어이없는 대답에 라일락은 머리를 얻어맞은 듯했음ㅋㅋㅋㅋ "아니, 그게 무슨 소리야, 요거트크림. 나를 돌보는 시종이 너 하나뿐인 것도 아닌데." 라일락이 말도 안된다는 듯이 따져 묻자, 요거트는 그저 푸하하 웃기만 하고는, "어쨌든 도련님을 혼자 두고 다른데에 갈 순 없어요!" 하지 뭐야. 아니... 아니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내가 저처럼 늘상 사고 치고 다는 허술한 사람처럼 보이나? 라일락은 잠시 부아가 치밀었지만, 곧 요거트가 "그러니 걱정 마세요. 전 언제든 도련님 곁에 있을 거고, 절대 떠나지 않을 거니까요!" 하는 말에... 이제껏 마음을 옥죄던 불편한 감정들이 물 흐르듯 씻겨나가는 것을 느꼈음. 그리고 말했지. "그 얘긴 결국 내가 평생 네가 사고치는 걸 수습해야 한다는 말이잖아."
"어, 그렇네요? 뭐 어때요! 도련님은 뭐든 잘하시니까, 다 수습하실 수 있잖아요!" 요거트는 큰 소리로 웃었고, 라일락 또한... 그를 따라 픽 웃어버렸지.
그들은 그렇게 다소 늦은 저녁 식사를 함께 했고, 라일락은 요근래 들어 불편한 기색 없이 푹 잠을 잘 수 있었음.
다음날, 라일락의 친구는 다시 그를 만나러 왔고, 데이트는 무척 성공적이었다고 말했지만, 요거트크림과 관계를 더는 이어가지 않을 거라고 했음. 안 그래도 그에 관해 궁금했지만 실례일까 하여 차마 묻지 못하고 있던 라일락은 어째서냐고 물었지. 친구는 그저 빙긋 웃기만 하고, "생각보다 꽤 똘똘하던 걸? 자네 시종말이야." 하고 짤막한 칭찬 한 마디를 남길 뿐이었음. 그리고... 이후에 그 친구가 라일락을 찾아오는 빈도수는 현저히 줄어들었다고 한다.
*
데이트 당일까지도 요거트크림은 그저 들뜬 마음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설렘에 가득 차 있었음. 데이트를 신청한 상대방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호감을 가지고는 있었지만, 사실 좀 과분하다고 여겼지. 자신은 고작해야 도련님을 모시는 시종일뿐이고, 귀족가 자제가 자신에게 관심을 가진다고 해도 그것이 그리 오래 가지 않을 것임도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
그럼에도 상대방이 자신에게 워낙 잘 해주었고, 그 또한 이런 경험이 처음이었기 때문에 들뜰 수밖에 없었음. 이런 기회가 아니면 해볼 수 없는 것들이 있잖아ㅋㅋㅋ 그래서 기대하고 있었던 것인데, 그러다보니 그동안 라일락이 어떤 감정을 느낄 지에 대해는 사실 면밀히 살필 생각을 안 했지. 라일락은 원래도 자신의 감정을 잘 드러내는 편이 아니기도 했고...
그런데 데이트 약속을 나가기 직전에, 그러니까 라일락이 그를 무심코 붙잡았을 때, 요거트크림은 라일락이 무척이나 혼란스러워하는 표정을 정면으로 마주했음...
그것은 이제까지 제가 모셔온 도련님에게서 단 한번도 볼 수 없었던 얼굴이었음... 안절부절 못하는 것 같기도 하고, 심히 불안해 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 와중에 무언가 간절히 바라고 있는데, 마치 "네가 가지 않았으면 좋겠어" 라고 말하는 듯한 얼굴... 그것이 지금 데이트를 나가지 말라는 뜻인지, 혹은 영영 그쪽에 넘어가지 말라는 뜻인지 알 수 없었지만...
요거트크림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만 같았고, 곧이어 라일락이 손을 뻗어 옷깃을 가다듬어 주었을 때는 도리어 심장이 미친듯이 뛰어 목구멍 밖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았음. 라일락이 "조심해서 다녀오라" 고 말했을 때에야 요거트는 정신을 차렸지.
"... 네! 다녀올게요!" 라고 대답하면서도 요거트는 제가 본 것이 현실인지 혹은 착각인지 구분하기 어려웠고, 이후에 데이트에서 무척이나 즐거운 시간을 보냈지만... 하루종일 라일락의 그 표정이 머릿속에서 잊혀지질 않았음. 도련님은 어째서 그런 표정을 지으신 걸까...?
그리하여 헤어지기 직전에 상대방이 "정식으로 연인이 되고 싶다" 고 마음을 전했을 때, 요거트크림은 그것을 거절할 수밖에 없었음. 도련님이, 우리 도련님이 그런 표정을 짓는데 내가 어떻게... 거절하는 이유에 대해 요거트는 그저 "도련님과 저는 신분이 맞질 않는걸요. 죄송해요." 라고 답했지만, 어쩐지 상대방은 요거트가 말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도 알고 있는 것만 같았음.
그는 결국 요거트크림의 손등에 깊은 키스를 남기고, "그간 즐거웠다" 고 말해주었지. 요거트 또한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음.
2022.1117 카테고리 및 제목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