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런: 라일요거/긴 썰

[라일요거] 인어 라일락과 인간 요거트크림

솨리 2022. 11. 28. 20:11

 
 
아버지의 생신 잔치에 올리기 위해 요구르카는 물론이고 전세계 각지에서 온 진귀한 물건들이 가득 쌓여있는 와중에, 단연 신기하고도 눈에 띄는 것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거대한 수조에 들어있는 어린 "인어"였음. 당시에 아주 어린 나이였던 요거트크림과도 비슷한 나이 또래의 어린 인어...
 
요거트크림은 당연히 그 인어를 보자마자 홀린듯이 수조 앞을 떠나지 않았지ㅋㅋㅋ 신기하잖아! 인어도 처음 보거니와 겉보기 나이도 제 또래인 것이... 요거트는 하루종일 수조 앞에 앉아서 그 인어에게 말을 걸어보려고 애를 썼는데, 문제는 그 인어가 대답은커녕 요거트에게 눈길 조차 주지 않고 수조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서 울기만 함...
 
인어의 눈물은 바닷물에 닿으면 진주가 되어서 그 주변에 진주들이 알알이 떨어져 있는데, 수조를 관리하는 어른들은 그놈의 진주에만 관심이 있었음. 근데 요거트는 진주에는 관심이 없고, 구석에 앉아서 울기만 하는 인어한테 어떻게든 말을 걸어보고 싶어서 애를 쓰고 있었지. 하지만 인어는 훌쩍이며 울거나 우울한 얼굴로 수조를 헤엄쳐 다니기만 할 뿐...
 
어린 인어를 잡아온 것은 플레인 요거트인데, 이 인어를 왜 잡아왔느냐면... 어린 인어의 여린 살코기를 먹으면 불로장생한다는 전설이 있기 때문에 아버지께 바치려고 한 것이었음. 어린 인어는 인간에게 잡혔으니 곧 죽겠구나 하여 울고 있었던 거고, 요거트크림은 이런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근데 맨날 얘가 울기만 하니까 마음이 아픈거. 요거트는 다른 건 모르겠고, 인어는 원래 바다에서 살아야 하는데 인간한테 잡혀서 이런 좁은 수조에 갇힌 것이 답답해서 그렇구나 하여, 측은한 마음을 가지고 차근차근 말을 걸어보기로 했음. 그 정성이 통했는지 인어도 요거트크림을 발견했고, 둘은 수조를 넘어 입술 모양으로 어설프게나마 대화를 할 수 있게 됨.
 
거기서 요거트는 이 인어가 바다로 돌아가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어린 마음에, 그리고 자기 또래 "친구"가 너무나도 안타까운 생각에 인어를 남들 몰래 풀어주기로 함...
 
어린 인어는 아버지 생신 잔치 하루 전날에 정원의 거대한 풀장으로 옮겨질 예정이었고, 이 풀장은 바다와 연결된 통로가 있어서 바닷물이 직접 드나들 수 있도록 만들어진 구조였음. 당연히 그 수로엔 무겁고 튼튼한 철창이 쳐져 있어서 인어가 빠져나갈 수 없게 되어 있고. 요거트는 시종을 시켜서 그 철창을 열여주기로 했지.
 
아버지 생신 잔치 바로 전날이라 경비가 삼엄했지만, 경비마저도 꾸벅꾸벅 졸 깊은 새벽에 요거트는 몰래 철창으로 다가가서 시종의 도움을 받아 잠금 장치를 풀어버렸고, 낑낑대며 레버를 잡아당겨 철창을 열었음. 어린 인어는 철창 주변에서 불안한 눈길로 헤엄치며 돌아다니다가, 드디어 요거트가 철창을 여는데 성공하자 재빠르게 바깥으로 빠져나갔지.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먼 바다로 헤엄쳐 사라져버렸음.
 
요거트는 그 인어가 고맙다거나 다시 만나자거나 하는 작별 인사를 하지 않고 사라져버려 조금은 아쉬웠지만, 그래도 걔가 죽지 않고 바다로 돌아갈 수 있어 다행이라 여겼다만... 문제는 다음날, 아버지 생신 잔치에 플요가 가장 자랑스럽게 여기었던 그 생신 선물이 감쪽같이 사라진 걸 발견하게 되어 난리가 났음.
 
인어를 풀어준 당사자인 요거트크림은 형에게 정말 크게 혼났으나, 귀여운 막내를 무척이나 사랑하는 아버지가 막아주었지. 그러나 인어를 지켜야 했던 시종과 경비는 크게 질책당하고, 몇몇은 일자리에서 잘리기까지 했음... 어쨌든 요거트는 아버지 덕에 형에게 혼나는 것은 면하였으나, 이때문에 플요는 요거트크림을 무척이나 미워하게 되었지. 아버지께 점수를 딸 수 있는 최고의 기회였는데 그걸 막내 동생이 완전히 망쳤으니까...
 
세월이 흘러 요거트크림은 나이를 먹어 어른이 되었고, 아버지는 노쇠하여 곧 후계자를 정하고 물러날 때가 되었음. 요거트는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의 뒤를 잇는데 그닥 관심이 없었지만, 그럼에도 아버지는 막내 아들을 사랑하여 후계자 반열에 올려두고 자질을 재고 있었음.
 
한편 플요는 오래전부터 후계자가 되는데 매우 공을 들이고 있었지. 실제로도 그가 요거트 상단에 세운 공적 또한 대단해서, 다들 당연히 플요가 상단을 물려받을 것이라고 여겼음.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아버지가 저리 우물쭈물하고 계시니 플요는 속이 터질 지경이었음... 게다가 거기에 저 얄미운 요거트크림까지 끼어들다니! 플요는 오래전에 요거트가 아버지 생신 선물로 바칠 어린 인어를 풀어주고 난 뒤로 그를 예쁘게 볼 수 없었는데, 이제는 자기 앞길까지 망치려고 드는 모양새라, 그를 미워하다 못해 증오하게 되었음... 어렸을 때부터 자신의 계획을 망치는 버르장머리 없는 놈이라며...
 
그래서 플요는 몰래 요구르카 뒷골목에서 이름 모를 암살자를 고용해서 요거트크림을 죽이려고 했음. 요거트에게는 "호위 무사"를 추천해 준다고 하며 데리고 온 암살자... 요거트는 아무 의심 없이 큰 형이 추천해 주는, 라일락이라는 이름의 호위 무사를 기꺼이 받아들였지.
 
그러나 라일락은 인간이 아니었음... 그는 인어였는데, 일족의 어린 인어가 인간에게 끌려가는 바람에 그를 구하기 위해 인간으로 탈바꿈하여 요구르카 뒷골목에 숨어들었던 것이었음... 주 서식지인 바다도 아닌 육지이고, 저 자신의 정체도 들킬 수 있는 위험한 임무임에도 그가 자원한 이유는...
 
그 역시 어렸을 적에 인간에게 잡혀서 죽을뻔한 위기를 겪었기 때문이었음. 어린 인어를 잡아간 인간놈들을 쫓아 먼 바다에서부터 요구르카까지 왔고, 그놈들이 뒷골목으로 가기에 똑같이 숨어든 것이었는데... 거기에서 플요를 만난 라일락은, 아주 오래전의 공포와 분노를 되새겼지.
 
왜냐면 플요가 바로 어린 라일락을 잡아다 가두었던 그 인간이었으니까! 플요가 요구르카에서도 손꼽히는 부자였던 기억을 떠올린 라일락은, 어쩌면 끌려간 어린 인어에 대한 정보를 모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플요를 향한 복수심이 타올라 정체를 숨기고 요거트크림의 "호위 무사"로써 요거트 가문에 잠입하게 되었음.
 
그리고... 아주 오래전에, 수조에 갇힌 자신에게 말을 걸려고 애썼고, 어린 몸으로 낑낑대며 수문을 열어주었던... 생명의 은인인 요거트크림을 다시 만났지. 그때는 도망치기에 급급하느라 어떤 감사도 인사도 전하지 못했던 그 어린 아이를, 이렇게 다시 재회하게 될 줄이야... 라일락은 요거트크림을 보자마자 그를 바로 알아보았고, 분명 플요에게 "요거트크림의 암살을 위해 호위 무사인 척 위장하여 접근해라" 라는 명령을 받았지만, 당연히 지킬 리 없었음ㅋㅋㅋ 생명의 은인을 벨 수 있겠어?
 
그러나 그렇다고 섣불리 정체를 밝힐 수도 없는 것이... 요거트크림은 플요의 동생이고, 어른이 되었으므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없었던 탓에, 라일락은 조용히 그의 곁을 지키며 동태를 살폈음. 더불어 납치당한 어린 인어에 관한 정보도 모으러 다녔고.
 
요거트크림은 제 옆에 있는 호위 무사가 어떤 존재고 무슨 생각을 하는 지도 전혀 모르는 채로, 마냥 라일락에게 잘 해주기만 함ㅋㅋㅋ 이제껏 저택을 지키는 호위 무사 정도는 있었지만, 이렇게 매일같이 데리고 다니는 호위 무사는 없었거든ㅋㅋㅋ
 
물론 요거트를 죽일 생각은 추호도 없었지만, 거기에 더해 요거트가 워낙 잘해주기까지 하니 라일락은 다른 방향으로 고민을 하게 되었음... 어느새 요거트크림을 사랑하게 되어버린 것이었음... 인어가 인간을 사랑해도 되는 것인가, 라일락은 꽤 오랫동안 고민했지만 답은 나오지 않았지.
 
그러는 사이에 시간이 흐르며 요거트에 대한 마음은 더욱 깊어가고, 동시에 플요로부터 왜 저놈을 암살하지 않느냐며 은근한 압박이 들어오는 시기에, 아버지의 팔순 생신 잔치가 돌아왔음.
 
장수한 아버지를 위한 잔치이면서 동시에 상단을 이을 후계자를 발표할 자리였기에 집안 모두가 이 잔치에 상당히 신경을 많이 썼지. 특히 형제자매들 모두 아버지의 눈에 조금이라도 더 들기 위해 전세계 각지에서 대단한 선물을 모아왔음. 요거트크림도 마찬가지고.
 
그러다보니 다들 자기가 어떤 선물을 준비했는지 숨기고 있는 상황인데, 우연찮게도 요거트크림은 시종들을 통해 플요가 준비한 선물이 뭔지 알게 되었음... 그건 바로 어린 인어였지...!
 
아주 어렸을 때도 큰형이 어린 인어를 잡아다 수조에 가둬두고 아버지 생신 잔치에 선물로 보여드리려고 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요거트는 "큰형은 그때랑 똑같은 선물을 준비했네? 어떻게 한 거지..." 하고 궁금해 하며 어린 시절의 기억을 말미암아 붙잡힌 어린 인어를 불쌍히 여겼는데, 이전처럼 함부로 그것을 풀어줄 수는 없었음. 그때는 자신이 어린아이였기 때문에 친 사고로 넘어갈 수 있었던 일이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을 거거든.
 
또, 그때 이후로 큰형이 자기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것 역시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음. 그저 왜 큰형이 또, 굳이 어린 인어를 잡아다 아버지께 바치려 하는 것인지 의아할 따름... 그러나 옆에서 그 이야기를 들은 라일락은 분노를 차마 숨기지도 못한 채로 부들부들 떨었음. 그 어린 인어는 분명 자기가 찾아다니던 아이일게 틀림 없거든!
 
요거트는 라일락의 심상찮은 반응을 보고 그에게 대체 무슨 일이냐 물었고, 라일락은 애써 침착하게 아무 것도 아니라고 대답했으나... 이제는 할일이 분명해졌지. 붙잡힌 그 아이를 구하고, 두 번이나 어린 인어를 납치한 플요에게 복수하는 것이.
 
그러나 어린 인어를 보관하고 있을 창고는 경비가 매우 삼엄했음. 플요는 이전의 기억을 떠올려, 이제는 어린 아이조차도 접근하지 못하게 하라고 명령을 내렸단 말이야. 인어를 돌보는 관리인만 겨우 드나들 수 있는 와중에...
 
라일락은 몰래 창고에 침투하려 했으나 창고 경비를 뚫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음. 그러는 사이 시간이 흘러 벌써 내일이 아버지의 생신 잔치가 되었고... 이대로라면 어린 인어의 목숨이 어찌될지 모르는 상황이라 라일락은 무척이나 초조해 졌지.
 
한편 요거트크림은... 창고에 있는 것이 어린 인어라는 사실을 알고 난 뒤부터 마음이 무척 불편했음. 어렸을 때의 일이 자꾸만 생각나서... 그때 그 어린 인어, 매일같이 울기만 하고 우울한 얼굴로 수조를 떠다녔었지. 늘 바다로 돌아가고 싶다고 이야기 했었지. 내 나이 또래의 어린아이 같았는데. 그때 풀어준 뒤로 무사히 바다에 돌아갔으려나, 인어도 나이를 먹는다면 나랑 비슷한 나이가 되지 않았을까... 저 인어가 아버지께 바쳐지면 그 뒤는 어떻게 되는 걸까, 저대로 인간에게 관상용으로 길러지는 걸까? 아니면 다른 의도가 있기라도 한 걸까.. 이러던 중에, 우연찮게 사교계 모임에서 어린 인어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말았음.
 
"어린 인어의 여린 살코기를 먹으면 불로장생 할 수 있다면서요? 요구르카 대상단의 어르신은 비록 연세가 무척 많이 들으셨지만, 지금이라도 그걸 드시면 더 장수하실 수도 있겠네요." 하는 이야기들을... 그 이야기를 들은 요거트크림은 당장 처소로 뛰쳐들아와서 라일락을 붙잡았지.
 
"라일락, 큰일이야. 창고에 있는 어린 인어말이야. 이대로라면 아버지께 바쳐져서 잡아먹힐 지도 몰라." 라일락은 요거트가 어디에서 그런 이야기를 듣고 왔는지 놀랄 따름이었지만, 그의 태도를 보아하니 잘 구슬리면 어린 인어를 구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듯 했음.
 
"하지만 그건 네 형님이 아버지께 바칠 선물이니 건드리지 않겠다고 했었잖아?" 라일락은 요거트를 슬쩍 떠봤지. "그거야 이런 사실을 몰랐을 때 얘기고. 그 어린 것을 잡아먹다니, 너무 불쌍하잖아..." 아무래도 요거트는 진심으로 그 인어를 구하고 싶어하는 눈치여서, 라일락은 조심스레 정체를 밝히고, 요거트의 도움을 구하기로 했지. 라일락이 어렸을 적 자신이 구해준 인어이며, 이번에는 납치된 어린 인어를 구하기 위해 여기까지 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요거트는 크게 놀라고도 기뻐하면서도, "그럼 그 어린 인어를 어떻게 구하면 좋을까?" 하고 고민하기 시작함.
 
잔치 전 깊은 새벽에 둘은 창고로 몰래 다가가 보았으나, 이전에 있었던 일 때문인지 그 시간까지도 경비가 매우 철두철미했음... 도저히 둘이서는 경비를 뚫고 지나가기 어려운 정도여서, 둘은 좀 더 머리를 굴려보기로 함...
 
창고 문이 열리기까지 근처에 숨어있다가, 내일 아버지 잔치에 인어를 보여드리기 위해 창고 문이 열리는 순간을 틈타기로. 위험하고도 아슬아슬한 작전이지만 그때밖에 기회가 없었음. 둘은 숨을 죽인 채로 창고 근처에 몸을 숨긴 채 밤을 샜고, 곧 아침 일찍 창고 문이 열리자마자 몰래 그 안으로 들어갔지.
 
창고 안에는 바닷물이 가득 담긴 거대한 수조가 있었고, 그 안에는 아주 불안하게 사방으로 헤엄치는 어린 인어가 들어있었음. 곧 다가올 자신의 운명을 아는 것처럼... 수조 관리인은 주변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아주 두껍고 커다란 천을 가져다 수조를 덮으라고 했음.
 
그리고는 창고를 나가 문을 잠갔지. 무사히 창고 안에 들어온 둘은 우선 천을 제껴서 어린 인어의 상태를 확인했음. 어린 인어는 낯선 사람이 다가오자 굉장히 경계하며 가까이 오지 않으려 했는데, 라일락이 이상한 소리를 내자 그가 같은 종족임을 알아보고 얼른 다가왔지. 둘은 인간이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빠르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았음.
 
대화를 끝낸 뒤, 라일락은 수조를 덮었던 천의 일부분을 잘라 바닷물에 적셔서 어린 인어를 감쌌음. 이 인어는 아직 너무 어려서 물밖에서는 오래 버틸 수 없으니... 둘은 젖은 천으로 감싼 어린 인어를 품에 안은 뒤, 다시 수조 위에 천을 덮었음.
 
그리고 다른 짐 사이에 몸을 숨겼지... 곧 다시 창고 문이 열리고, 일꾼들이 수조를 옮기기 위해 작업을 하는 동안 둘은 어린 인어를 품에 안고 도망치려고 했는데, 창고를 빠져나오자 마자 뒤에서 커다란 고함 소리가 났지. 수조 관리인이 수조를 옮기기 전에 안에 인어가 잘 들어있는지 확인하려고 천을 제낀 것이었음. 인어를 훔쳐간 도둑놈을 찾으라는 고함소리가 들리자마자 둘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정신없이 달리기 시작했음. 그바람에 일꾼들도 창고 경비도 그들을 발견하고 말았지!
 
한편 곧 시작될 아버지의 생신 잔치에 형제자매들이 모두 모였건만, 어째선지 막내 모습이 보이지 않아 플요는 불길한 기운을 느꼈음. 하필이면 다른 녀석도 아닌 요거트크림이 보이지 않는가... 혹시라도 그놈 때문에 또다시 내 일이 틀어지면 어쩌지 걱정하는 중에, 아니나 다를까 시종이 뛰쳐들어와 도둑이 들어 인어를 훔쳐갔다고 하지!
 
플요는 곧바로 이게 요거트크림의 짓임을 직감으로 알았고, 당장 저택 호위를 동원해서 그놈을 찾으라고 지시했음. 그리고 본인도 요거트크림의 뒤를 쫓아가기 위해 자리를 박차고 나섰고. 졸지에 아버지 생신 잔치는 난장판이 되고 말았지.
 
한편 어린 인어를 빼돌린 둘은 미리 알아둔 저택의 지름길을 타고 빠르게 밖으로 나왔고, 이제 시가지를 가로질러 바닷가든 항구든 어디든 간에 바닷물이 있는 곳까지 달려가기만 하면 되었음. 그런데 플요의 명령대로 저택 호위 무사들이 그들의 뒤를 쫓기 시작했지.
 
이제는 이판사판이라, 라일락은 뒤에서 칼을 던지고 화살을 쏘아대는 호위 무사들을 떨쳐내고, 요거트크림은 천으로 둘둘 감싼 어린 인어를 안은 채로 미친듯이 바닷가로 달려가는데... 어린 인어라지만 무게도 상당한데다 물에 젖은 천으로 둘둘 감싼 터라 결코 가볍지 않았지만, 무슨 정신으로 뛰는지도 모르는 채 내달리다보니 무거운 줄도 모르고 무작정 다리가, 본능이 이끄는 대로 계속 달리기만 함...
 
그런 와중에 품에 안은 어린 것은 물이 말라가니 점점 숨 쉬기가 괴로운 듯이 몸을 비틀기 시작하고, 무서운 기세로 쫓아오는 호위 무사들로부터 요거트와 어린 인어를 보호하기 위해 맞서는 라일락도 이제는 거의 한계에 다달았을 때... 골목을 확 틀자마자 눈앞에 기적처럼 항구가 나타났지.
 
훅 끼치는 익숙한 비린내에 기운을 얻은 듯이 라일락은 빠르게 요거트를 앞질렀고, 그에 맞춰 요거트는 라일락을 향해 품에 안은 어린 인어를 있는 힘껏 던졌음. 라일락은 요거트가 던진 인어를 품에 안으면서 동시에 바닷물로 뛰어들었지. 첨벙! 하는 소리와 함께 라일락과 어린 인어는 바다 속으로 가라앉았음. 물에 들어간 순간 라일락은 인어 모습이 되고, 어린 인어는 생기를 되찾아 깊은 물속으로 도망쳤지.
 
그런데... 요거트크림이 던진 어린 인어를 라일락이 낚아채어 바닷물에 뛰어든 그 순간, 그때를 노리고 쏜 화살이 정확히 요거트크림의 등에 맞고 말았음. 등을 꿰뚫는 날카로운 고통에 요거트는 중심을 잃고 비틀거리다, 발을 헛디뎌 그대로 바다에 빠져버렸지...
 
인어 모습이 된 라일락은 물 밖의 상황을 살피려 했는데, 순간 엄청난 물보라와 함께 무언가가 물속에 빠져 얼른 그것을 받쳐 안았음. 그건 등에 화살을 맞은 요거트크림이었음... 깜짝 놀란 라일락은 요거트의 등에 꽂힌 화살을 뽑아내고, 숨을 쉬지 못해 고통스러워하는 요거트에게 입을 맞추어 억지로 숨을 불어 넣어주었음. 그러나 요거트는 여기까지 모든 기력을 다해서 달려온 탓에 도저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라일락의 품 안에서 축 늘어지고 마는데...
 
그 사이에 물밖에선 그들의 뒤를 추격해 온 호위 무사들이 인어가 도망치고 도련님이 물에 빠졌다며 분주히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음. 저들에게 요거트크림을 건네주면 그가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라일락은 물밖으로 뛰쳐나가려 했는데, 웅성웅성 떠드는 소리 중에 들리는 말... 그놈이 화살을 맞고 바다에 빠졌다면 살기 어려울 것이니 찾지 말고 돌아가자는 플요의 목소리였음.
 
그 명령을 듣고 호위 무사들은 당황한듯 했으나, 플요가 이대로 돌아가자고 다그치는 통에 다들 철수하고 말았음... 물 바로 아래에서 그 이야기를 모두 들은 라일락은 치를 떨며 파리하게 질려가는 요거트크림에게 숨을 불어넣고 꾸욱 끌어안았지...
 
라일락은 요거트를 데리고 사람이 없는 한적한 해안가까지 왔음. 그리고 그를 물 밖에 내놓았지만... 요거트는 이미 피를 너무 많이 흘렸고, 체온도 떨어진데다 숨도 가늘어서 곧 죽을듯 했지. 그러나 라일락은 인간을 치료하는 방법 같은 것은 알지 못하여, 이대로 요거트가 죽어가는 것을 지켜보기만 해야 했는데... 그러다 문득 어린 인어의 여린 살코기를 먹으면 불로장생한다는 인간들이 믿는 전설이 떠올라, 라일락은 차크람의 날카로운 칼날로 자신의 팔뚝 살을 도려내었음. 전설과는 전혀 다른 것이지만 조금이라도 효과가 있기를 바라며, 라일락은 요거트에게 억지로 그것을 먹였지.
 
고통스럽게 그것을 삼킨 요거트에게는 별다른 효과가 드러나지 않는 듯 했으나... 곧 요거트는 숨이 막히는 듯한 소리를 내며 몸부림을 치더니 바닷물을 찾아 가서는 거기에 얼굴을 처박았음. 그리고는 아주 편안한 얼굴로 천천히 숨을 내쉬는데... 그 모습을 지켜보던 라일락은 깜짝 놀라고 말았지. 바닷물에 얼굴을 담근 채로 숨을 쉬는 요거트에게 눈으로 보고도 믿기 어려울 정도로 놀라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으니까...!
 
한참 뒤에 요거트는 온전히 변화를 마쳤고, 바닷물 속에서 라일락과 마주보고 나서야 그들은 전설에 나오는 "불로장생"의 의미를 깨달았지. 인어의 살코기를 먹으면 인간으로서 불로장생하는 것이 아니라, 인어로 변하여 불로장생 하게 된다는 것을...
 
조금은 당황스러운 결과를 낳게 되었지만, 어쨌든 그들은 의도대로 어린 인어를 위기에서 구해냈고, 죽을뻔한 요거트크림도 목숨을 건졌음. 요거트는 처음엔 자신이 인어가 된 것에 대해 매우 당황하였고,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했으나... 라일락이 요거트가 화살을 맞고 바다에 빠진 직후에 들었던 이야기를 전하자 크게 충격을 받았고, 이제는 인어가 되어버렸으니 어차피 돌아가지도 못하겠구나 싶어 변화를 인정하기로 했음.
 
요거트는 라일락을 따라 인어 일족이 사는 바다 깊은 곳으로 향했지. 거기서 그들은 그들이 구한 어린 인어를 다시 만났음. 어린 인어는 둘을 알아보고 무척 기뻐하며 감사 인사를 전했음. 그리고 라일락도, 너무 늦었고 이제야지만 요거트에게 감사하다고 했지. 그때 네가 아니었다면, 아마 희생당하는 것은 다름 아닌 자신이었을 것이라고... 요거트크림은 자신의 손등에 입을 맞추는 라일락을 바라보며 참 이상한 운명이라고 생각하면서 조용히 미소지었지. 이 뒤로 둘은 무한히 깊고도 넓은 바다를 함께 누비며 불로장생의 삶을 누리게 되었다는 거.
 

 

 
후일담
요거트크림이 인어가 된 뒤로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바다 위에 거센 폭풍우가 몰아친 적이 있었음. 요구르카에서 출발하는 거대한 상선이 폭풍우를 만나 반파되어 결국 전복되고 말았지. 거기엔 수많은 선원들이 타고 있었고, 그들은 부서진 뱃조각에 겨우 몸을 의지한 채로 목숨만 부지하고 있었음. 그리고 배에 실었던 엄청난 양의 보물들은 그대로 바다 아래에 가라앉았지.
 
그 소문은 인어들 사이에 빠르게 퍼져나갔고, 다들 보물을 줍기 위해 상선이 침몰한 곳에 모여들었단 말이지. 거기에 라일락과 요거트크림도 함께 갔음. 깊은 바닷속 아래에 가라앉은 반짝이는 보물들을 보고 요거트가 무척 기뻐하며 하나하나 줍는 동안, 라일락은 수면으로 향했지. 얼마나 거센 폭풍우였길래 저렇게 거대한 상선이 가라앉았을까 하고...
 
라일락이 수면 위로 올라왔을 때, 거기엔 몇몇 사람들이 떠다니는 뱃조각에 매달려 살려달라고 외치고 있었음. 저들을 도와주는 것이 좋을까 생각하는 라일락의 눈에, 문득 익숙한 사람이 들어오는데... 그건 바로 플요였음. 그 역시 커다란 판자 조각에 몸을 의지한 채로 버둥대며 살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었지.
 
그를 알아본 순간, 라일락은 오랫동안 품어온 분노가 끓어오르는 것을 느꼈음. 오래 전에 어린 자신을 가두고 죽이려 했던 것, 일족의 어린 아이를 납치하여 죽이려고 했던 것, 제 동생을 죽이기 위해 암살자를 고용하고 또 바다에 빠진 동생을 구하지 않고 그대로 돌아가 버린 것까지... 라일락은 소리 없이, 그러나 빠르게 헤엄쳐 플요에게 다가가서, 그를 낚아채어 깊은 물속으로 끌고 들어갔지...
 
한참 뒤에 라일락은 여전히 반짝이는 보물들을 줍고 있는 요거트의 곁으로 돌아왔음. 요거트는 자신이 주운 보물들을 라일락에게 보여주며 아름다운 것을 잔뜩 얻었다고 기뻐했지. 라일락은 그런 요거트를 바라보며 조용히 미소짓고, 그가 주운 보물들을 함께 들고 그들의 근거지로 돌아갔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