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런: 라일요거/긴 썰

[라일요거] 이런 이웃도 괜찮은 거 맞나요

솨리 2024. 4. 27. 22:21

 

 

 

혼자 사는 자취생 라일락네 옆집으로 이사 온 백수 요거트크림이 보고 싶다
정말 뜬금 없다 ㅋㅋㅋㅋㅋ
 
부모님은 일찍 돌아가시고 혼자 살면서 공부도 하고 근근이 아르바이트도 하는 평범한 대학생 라일락... 복도식 낡은 아파트에 사는데, 어느날 보니까 옆집에 누가 이사 왔음. 집앞에 이삿짐이 잔뜩 있어서 누가 이사 오는구나를 알았는데, 누군지는 못 봤음.
 
그러다 알바 나갈 시간에 집을 나섰는데 마침 옆집에서 누가 나와서 그때 딱 옆집에 이사 온 사람이랑 마주친 거ㅋㅋㅋ 연보라색 머리가 길어서 여자인 줄 알았는데, 키도 웬만큼 크고 체형도 여자는 아니어서 남자인 걸 알았음ㅋㅋㅋ 옆집 남자는 반팔티 츄리닝 바지에 슬리퍼를 질질 끌고 어딘가로 가는데 대충 보니까 편의점인 거 같지. 라일락은 대충 보니 자기 또래인 듯 한데, 뭘 하는 사람일까 조금 궁금했지만... 성격상 남의 일에 크게 관여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 터라 그냥 곁눈질로 훑어보기만 하고 지나갔음ㅋㅋㅋ
 
그렇게 오며가며 옆집 남자를 가끔 마주치곤 했는데... 라일락이 학교며 알바며 나름 바쁘게 하루하루를 보내는 와중에 남자는 늘 비슷한 옷차림에(같은 옷은 아니고 비슷한 생활복이 많은 듯) 맨날 편의점에 가거나 배달 음식을 시켜먹는 거 외에는 딱히 뭔가 하는 거 같지 않음ㅋㅋㅋ 학교나 회사를 가는 것 같지도 않고... 그렇다고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도 아닌 거 같고? 생활 패턴도 영 이상한 거 같음ㅋㅋㅋㅋ 라일락은 이 옆집 남자가 백수라는 느낌이 딱 왔다ㅋㅋㅋㅋ
 
근데 어느날부터 아파트 게시판에 분리수거 좀 똑바로 해 달라는 공지사항이 붙고, 주기적으로 방송이 나오는 것임ㅋㅋㅋ 누가 자꾸 분리수거를 안 하고 쓰레기를 버려서 정리하기 힘들다, 관련 민원이 자꾸 들어온다, 제대로 버려달라 하는데ㅋㅋ 한 3주가 지나도록 상황이 개선이 안 되는거ㅋㅋㅋ
 
라일락이야 늘 분리수거 정도는 깔끔하게 해서 내놓으니까 별 문제 없지만서도, 맨날 안내 방송이 나오니까 좀 지겹기도 하잖음ㅋㅋㅋ 그리고 주민들이 또 누가 분리수거를 제대로 안 했냐고 투덜투덜 하는 소리도 듣고 하니까 신경이 좀 쓰이게 됐지ㅋㅋㅋㅋ
 
그러다 며칠 지나지 않아 그 범인을 알게 됐는데, 바로 옆집 남자였음ㅋㅋㅋ 우연히 옆집 남자랑 같은 타이밍에 쓰레기를 버리러 나가게 되었는데ㅋㅋㅋㅋ 아파트 공동 쓰레기장까지 걸어가면서 서로 뭔 얘기를 한 것도 아니다만, 라일락은 남자가 쓰레기를 버릴 때 그 봉투 안에 재활용 가능한 쓰레기는 물론이고 음식물이며 온갖 것이 한꺼번에 들어있는 걸 봤음ㅋㅋㅋㅋ 설마 이 사람이 계속 이렇게 쓰레기를 버려온 건가?? 싶어서 라일락은 그때부터 옆집 남자가 쓰레기를 버리러 나가면 그 봉투 안에 뭐가 들었는지 주시하게 됨ㅋㅋㅋㅋ
 
아니나 다를까 남자가 범인이 맞음ㅋㅋㅋㅋ 한 쓰레기 봉투 안에 온갖 것을 다 넣어서 내다 버리는 건 물론이고, 제대로 묶지도 않아서 쓰레기통에 던질 때 봉투가 터지고 난리도 아니란 말이야ㅋㅋㅋㅋ 이러니 민원이 들어올만 하지... 싶은 라일락은, 어느날 옆집 남자가 또 쓰레기를 버리러 나갈 타이밍에 그 남자를 붙잡았음. 
 
"저기요." 라일락이 남자를 부르자 남자는 느릿느릿 라일락을 돌아보는데, 뭐야? 싶은 눈길임ㅋㅋㅋ 라일락이 "쓰레기 그렇게 버리면 안 돼요. 안내 방송에서 분리수거 해 달라고 했잖아요." 남자 손에 들린 쓰레기 봉투를 가리키며 말하자, 남자는 다른 손으로 머리를 긁적이더니 "그래요?" 하는 거. 그러더니 하는 말: "근데 난 분리수거 같은 거 할 줄 모르는데." 그에 라일락은 황당해서 이건 뭐지 싶음ㅋㅋㅋㅋ 분리수거를 할 줄 몰라? 학교에서도 배우고 TV 방송에서도 나오고 아파트 공지 사항에도 붙어있는데!
 
라일락이 기가 차서 이건 뭐라고 해야하지 하는 사이에 남자는 "뭐 대충 버리기만 하면 됐지..." 하면서 그냥 가려고 함ㅋㅋㅋ 라일락은 얼른 남자를 붙잡고, "아 안된다니까요. 지금 아파트에 이걸로 민원이 얼마나 많이 들어오는데..." 했고, 남자는 이게 뭐라고 민원거리야? 싶은 얼굴임ㅋㅋㅋ
 
"일단 기다려봐요." 라일락은 일단 남자를 복도에 세워둔 뒤에, 집에서 대충 아무 봉투나 들고 나왔음ㅋㅋㅋ 그리고 복도에서 남자의 쓰레기 봉투를 열어서, 당장 재활용을 할 수 있는 것들만 따로 봉투에 담아줬음ㅋㅋㅋㅋ "이렇게 하는 거라고요." 라일락이 남자에게 다시 쓰레기 봉투와 재활용 봉투를 돌려주자, 남자는 오묘한 표정을 짓더니 "어... 뭐... 고마워요." 하고는 그걸 들고 쓰레기장으로 감ㅋㅋㅋㅋ 라일락은 이정도까지 했으니 이제 말귀를 알아듣고 분리수거를 하겠지~ 싶었는데 말이야ㅋㅋㅋㅋ
 
다시 며칠 뒤에 만난 남자는 또 한 쓰레기 봉투에 이것저것 많이 담아왔음ㅋㅋㅋㅋㅋㅋ 그걸 보고 라일락은 "... 분리수거 하라니까..." 했고, 남자는 "거 할 줄 모른다니까?" 하는 거ㅋㅋㅋㅋㅋ 라일락은 어이없고 황당해서 "아니 집에 분리수거 통 같은 거 없어요?" 했더니, 남자는 그런게 왜 있어야 하녜ㅋㅋㅋㅋ 아무튼 쓰레기는 한데 모아서 버리기만 하면 되는 거 아니냐고ㅋㅋㅋㅋ 라일락은 한숨을 푸욱 내쉬고 다시 남자의 분리수거를 도와주었음ㅋㅋㅋㅋㅋ
 
그리고 집에 왔는데ㅋㅋㅋㅋ 아무리 생각해도 저대로 두면 또 아무렇게나 쓰레기를 버릴 거잖아, 저 남자ㅋㅋㅋ 그래서 라일락은 자기 집에 붙어있던 분리수거 표를 들고 옆집 초인종을 눌렀음ㅋㅋㅋㅋ 안에서 느릿느릿 "누구세요~" 하는 소리가 들리고, 라일락이 "옆집 사람인데요." 하니깐 남자가 문을 열어주는데, 뭐 때문에 우리집에 왔냐는 얼굴이야ㅋㅋㅋㅋ 라일락은 남자한테 분리수거 표를 내밀었지ㅋㅋㅋ "분리수거 할 줄 모른다면서요. 이거 보고 해요. 내가 맨날 도와줄 순 없잖아요." 그러니깐 남자는 아니 뭐 이런것까지... 하는 요상한 표정을 짓더니, 대충 고맙다는 말을 웅얼거리고는 집안으로 들어갔음ㅋㅋㅋㅋ 라일락은 진짜 이정도까지 했으니 이제는 분리수거를 제대로 하겠지? 싶어서 더는 신경쓰지 않으려고 했단 말이야ㅋㅋㅋㅋ
 
근데ㅋㅋㅋㅋ 며칠 뒤에 남자가 다시 쓰레기를 버리러 나온 걸 마주친 라일락ㅋㅋㅋㅋ 이번엔 양 손에 쓰레기 봉투를 든 걸 보니 제대로 분리수거를 했나보다 싶었는데, 얼핏 보니까 분리수거를 했다는 꼴이 영 아니야ㅋㅋㅋㅋ 종류별로 구분한 것도 아니고, 깨끗하게 씻어서 버리는 것도 아니고ㅋㅋㅋ 그에 라일락은 "... 그거 그렇게 하는 거 아닌데..." 했고, 남자는 "아니 알려준 대로 구분해 놨잖아!" 하는 거ㅋㅋㅋ 라일락은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그거 아니니까 다시 하라고 하면서 자기가 도와주겠다고 했더니, 남자가 "이런거까지 해야 하냐고!" 하면서 투덜거렸음ㅋㅋㅋㅋ
 
아무튼 가지고 나온 쓰레기는 쓰레기장으로 들고 가서 버리고, 그냥 버리기에 너무 지저분한 건 다시 집으로 가져가서 씻어다 버리라니까 남자가 자기는 그런게 제일 귀찮다고, 쓰레기 버리러 나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거래ㅋㅋㅋ 라일락은 속으로 백수면서 뭐가 대단하다는 건지... 생각했지만, 어쨌든 도와준다고 했으니까 회수한 재활용 쓰레기를 들고 남자의 집에 갔는데...
남자는 백수가 맞았음
맞긴 맞는데...
집에 뭐가 많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세상에 혼자 사는 남자 집에 뭐가 이렇게 많은 건 라일락도 처음 봤음ㅋㅋㅋㅋ 일단 옷이 무지하게 많았음ㅋㅋㅋ 그리고 가구도 많고 전자제품도 많은데, 한눈에 봐도 다 비싼 것들이야ㅋㅋㅋㅋ 라일락이 이건 또 뭐지 싶어서 벙벙하니 사방을 둘러보고만 있으니까, 남자는 집 구경은 나중에 시켜줄 테니까 일단 이 지저분한 것부터 어떻게 좀 해보래ㅋㅋㅋ 그래서 라일락은 싱크대로 가서 플라스틱 용기들을 깨끗하게 씻어주면서, 다음부터는 이것들도 씻어서 내다 버리라고 하는데도 벙벙해ㅋㅋㅋㅋ 식기들도 죄다 비싸보이는 것들만 있었으니깐ㅋㅋㅋㅋㅋㅋ 남자는 라일락이 뭐라고 설명하는지는 별로 관심 없는 거 같았고, 대신 벙한 얼굴로 사방을 둘러보고 있으니까 남자는 조금 흥미가 동한 모양인지, 갑자기 자기 집 구경을 시켜주겠다고 했음ㅋㅋㅋ 그렇게 라일락은 얼결에 옆집 남자의 집을 구경했다ㅋㅋㅋㅋㅋ
 
그러고나니까 말이야, 이 남자가 보통 백수는 아닌 거 같은데 도무지 뭐 하는 사람인지 모르겠단 말이지ㅋㅋㅋㅋ 자기를 "요거트크림" 이라고 소개한 남자는 그거 외에는 신상에 관한 이야기는 하나도 해 주지 않고 자기 집에 뭐가 있는지만 신나게 설명해 줌ㅋㅋㅋㅋㅋ 그리고 요거트의 집안 살림살이는 라일락의 예상대로 비싼 것들 투성이였음ㅋㅋㅋ 라일락이 대충 이름만 아는 고가의 브랜드도 있고,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최고급 명품도 있고, 요거트 말로는 자기 차가 여섯 대나 있는데, 사정이 있어서 지금은 한 대만 가지고 다닌다나 어쩐다나... ㅋㅋㅋㅋㅋ
 
아무튼 그러면서 하는 말이, 자기 분리수거 못하는데 그때마다 도와주면 밥이라도 사주겠다나. 라일락은 그래서 결국 나를 쓰레기 처리반으로 이용하겠다는 거 아냐? 싶어서 알아서 하라고 거절했는데 말이지ㅋㅋㅋ 그 뒤로도 우연인지 뭔지 요거트가 쓰레기를 버리러 나올 때마다 계속 마주쳐서 결국 그의 분리수거를 도와주게 된 라일락이었다ㅋㅋㅋㅋ
 
근데 이거만 이렇게 됐냐?
라일락도 혼자 사는 걸 알게 된 요거트가 "혼자 사는 거 피차 일반인데 같이 밥 먹으면 더 좋지!" 하면서 멋대로 식사 시간에 쳐들어 오기 시작해서는, 나중엔 사사건건 불쑥불쑥 찾아오는 게 아니겠음ㅋㅋㅋㅋ
 
원래도 성향상 남들과 그렇게 깊게 교류하지 않는 스타일인데다가, 특히 집에서 조용한 시간을 보내는 걸 선호하는 라일락으로서는... 정말 성대한 방해꾼(?)이 아닐 수가 없었음ㅋㅋㅋ 요거트가 시도 때도 없이, 정말 시덥잖은 일(TV가 안 켜진다, 심심하다, 배고프다 밥 먹자 등등)로 찾아오는데 대체 이 사람, 일도 안 하고 학교도 안 가고 매일 집에서 탱자탱자 놀기만 하면서 성가시게 하잖아! 그런데도 또 저 많은 돈은 어디서 나서, 집에 있는 물건들은 죄다 명품인 건데!? 라일락은 어쩔 수 없이 요거트와 어울려 지내면서도 반은 귀찮고 반은 그의 신상이 궁금해 죽겠지 뭐ㅋㅋㅋ
 
뭐 주식이라도 하는 건가? 코인이나 부동산을 해서 벼락 부자가 된 사람인가? 그것도 아니면 복권이라도 당첨이 되어서 돈이 많은 건가?? 싶은데... 이상하게 요거트는 자기 신상에 관한 얘기는 단 한 톨도 안 함ㅋㅋㅋ 라일락의 신상은 학교부터 알바처, 가족 관계, 학창시절까지 다 캐놓고ㅋㅋㅋㅋ 라일락이 그에 관해 뭐라도 물어보려고 치면(예: 집에 옷이 많던데 다 어디서 난 거야? 집에 돈이 많아? 등) 교묘하게 대답을 피하는데 말 돌리는 재주가 의외로 상당하지... 이런 걸 보면 요거트가 마냥 평범한 백수는 아닌 거 같은데... 뭘 하는지 알 수가 있어야지...?!
 
그러던 어느날, 학교 갔다가 알바까지 하고 와서 지친 몸을 이끌고 늦은 저녁을 먹어야겠다... 하고 집에 돌아온 라일락ㅋㅋㅋㅋ 그리고 여지없이,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같이 저녁 먹자며 집에 쳐들어 온 요거트크림ㅋㅋㅋ 심지어 얘는 자기가 저녁 먹자고 무단침입 해 놓고 밥도 안 차림ㅋㅋㅋ 라일락이 그래 오늘도 밥 차리는 건 내 몫이지... 하며 영혼 없는 눈으로 저녁 준비를 하는 사이에, 요거트는 식탁에 앉아서 폰만 들여다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전화가 온 것임.
 
라일락은 요거트가 그렇게 빨리 자리에서 일어나 후다닥 현관으로 나가는 건 처음  봤음. 평소의 느릿느릿 느긋한 모습과는 다르게 너무나 기민한 요거트의 행동에 놀란 라일락은 뭐지, 무슨 전화인데 저러는 거지? 싶어서 하던 요리는 대충 마무리 짓고 슬쩍 현관문을 열었음. 요거트는 자기 집에 가지 않고 복도에서 통화를 하고 있었지.
 
근데 라일락이 현관문을 여니까 요거트가 "아 알았으니까 나중에 얘기 해!" 하면서 황급히 전화를 끊어버리는 거야. 얼마나 중요한 전화이길래 저렇게까지 호들갑을 떠는 거지? 라일락은 태연한 척 "아 춥다~" 하면서 집으로 들어오는 요거트를 가만히 쳐다봤지. 저녁을 먹으면서 누구랑 통화했는지 물어볼까도 싶었지만 역시 요거트는 대답을 회피해 버렸음. 그리고는 평소와는 다르게 오늘은 피곤하니까 일찍 자야겠다면서 조금 서두르는 모양새로 자기 집에 가버리지 뭐야.
 
... 라일락은 저 전화가 요거트의 신상과 관련이 있을 거라는 직감을 받았지.
 
그 뒤로 라일락은 요거트가 누군가와 전화를 할 낌새가 보이면 어떻게든 엿들어 보려고 갖은 애를 썼는데, 아무래도 쉽지 않아... 일단 전화가 오면 요거트는 무조건 라일락이 없거나 통화 내용을 듣지 못할 만한 곳으로 가버리고, 또 아주 작은 소리로 통화하니까 무슨 대화를 하는지 들리지도 않음.. 그렇다고 누구랑 무슨 내용으로 통화하는지 캐묻거나 뒤를 쫓아다니면서 감시를 할 수도 없고 말이지...
 
결국 그렇게 며칠을 궁금한 채로 지내고 있었는데
알바 하고 돌아오는 어느날 밤에, 라일락은 요거트가 굉장히 좋아보이는 차를 타고 어딘가로 나가는 걸 봤음.
 
당연히 요거트가 오늘 저녁도 같이 먹겠다고 할 줄 알고 저녁 거리를 사들고 온 참이었는데, 아파트 현관에서 요거트가 처음 보는 사람이랑 얘기를 좀 나누는가 싶더니, 그 사람 차를 타고 어디론가 가버리는 거야.
라일락은 멍하니 아파트 단지 밖으로 나가는 차 뒤꽁무니를 눈으로 좇았지.
 
대체 누굴 따라 나간 거지?
간만에 혼자 조용히 맞는 저녁식사였지만, 라일락은 요거트가 없는 이 공간도 어색하고, 무엇보다 요거트가 누굴 따라 나간 것인지 너무 궁금해서 밥이 넘어가질 않았음.
애초에 요거트가 쓰레기장이랑 편의점 외에 어딜 나가는 걸 본 게 처음인 거 같은데!?
 
다음날 라일락은 강의를 들으러 가기 위해 아침 일찍 집을 나섰고, 문 앞에서 이제 막 집으로 돌아온 요거트와 마주쳤음. 요거트는 어제 나갈 때와 같은, 늘 비슷하게 생긴 생활복을 입고 있었는데, 표정만큼은 어쩐지 무척 피곤해 보여. 뭐지, 이런 시간에 집 밖에 나온 요거트크림을 본 적이 있던가.
라일락이 이런 생각을 하는 동안 요거트가 먼저 "어, 학교 가냐? 잘 다녀와~" 하고 지친 목소리로 인사를 건네더니, 그대로 집 안으로 들어가버렸음.
 
라일락은 학교 가는 길 내내, 강의를 듣는 내내, 그리고 알바를 하는 내내 대체 요거트가 밤새도록 어디를 다녀왔을까 생각했지.
근데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오밤중에 나가서 아침에 돌아올만한 이유가 생각이 안 나는 것임ㅋㅋㅋ 친구랑 약속이 있다고 해도 그렇게 늦은 시간에 만나서 밤을 같이 샐 일이 있을까 싶고? 그렇다면 애인인가? 하기에는 얼핏 봤던 사람이랑 살가운 분위기는 아니었던거 같고.
일 관련으로 나갔다기엔... 요거트가 대체 무슨 일을 해서 돈이 많은 건지 도무지 감이 오지 않음ㅋㅋㅋㅋ
 
그렇다면... 혹시 요거트가 무슨 범죄 조직에 연루되어 있거나, 혹은 조금 안 좋은 쪽의 일을 하고 있는 건 아닌가!? 싶은 생각까지 흘러간 라일락ㅋㅋㅋ
하긴 생각해 보면 직장도 없고, 프리랜서도 아니고, 뭔가 공부하는 것도 아닌 요거트크림이 저런 수많은 명품을 살 수 있었던 건 아무래도 범죄나 그런 쪽 밖에는 없지 않나... 오히려 밤에 일을 하니까 이제껏 일하는 모습을 볼 수 없었던 것도 당연한 걸지도...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라일락은 이 기묘한 이웃과의 관계를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음ㅋㅋㅋ 괜히 엮였다가 나중에 험한 꼴 보게 되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고... 근데 또 이제와서 마냥 모르는 척 하기엔 요 몇달 간 꽤 친해지기도 했는데... 무엇보다 그가 피한다고 해서 요거트가 안 들이댈 거 같지도 않고ㅋㅋㅋㅋ 참으로 이상한 상황이 된 게 아닌가 싶지.
그렇다면 역시 요거트에게 직접 물어보는게 정답일까.
그렇게 생각한 라일락은, 오늘 저녁엔 꼭 요거트에게서 그의 신상에 관한 이야기를 듣겠다고 다짐했지.
 
만! 당연히 요거트는 어젯밤에 어딜 다녀왔는지, 그리고 그 자신의 신상에 관해 대답해 주지 않았다ㅋㅋㅋㅋㅋ 라일락이 각잡고 "어제 어딜 다녀온 거야? 네가 누군가를 따라 나가는 걸 봤어." 하고 물어봤는데도, 요거트는 잠깐 놀라는 거 같더니 "그냥 친구 만나러 갔다왔는데?" 해버렸음. 그래도 라일락이 계속 물어보니까, 요거트는 대놓고 "아니, 그걸 네가 다 알아야 해? 너랑 상관 없는 일이잖아!" 하는 것임... 더 캐물었다가는 괜히 싸울 것 같아서, 라일락은 그만 입을 다물었지만...
저렇게 대답을 회피하니까 더 궁금하잖아!
대체 뭔데 이거!
 
결국 그날도 요거트에 관해 아무 것도 알아내지 못하고 흐지부지 지나가고 말았는데
며칠 뒤에 라일락은 쓰레기를 버리러 나가다가 요거트가 또다시 아파트 현관에서 누군가를 만났고, 그 사람을 따라 차를 타고 나가는 걸 보게 되었음.
그걸 본 순간 무언가 삘이 빡!!! 온 라일락ㅋㅋㅋ
 
일단 저걸 따라가 봐야겠다!!! 싶은 직감이 드니까, 몸이 저절로 아파트 단지 앞까지 뛰어가서는, 마침 그 앞에 대기 중이었던 택시를 잡아 타고, 무슨 영화에서 보던 것처럼 "저기 앞에 가는 검은 차 따라가 주세요!!" 하는 대사까지 하게 됐는데ㅋㅋㅋㅋ 택시 기사님은 어쩐지 신난 거 같지ㅋㅋㅋ
뒤에 탄 라일락은 미행이라니 이런 걸 해도 괜찮을까 하는 걱정보다도 요거트가 탄 차를 놓칠까봐 초조해 죽겠는데ㅋㅋㅋㅋ
다행히 그 차는 어디 이상한 뒷길로 빙빙 돌아가거나 하지는 않고, 그저 대로를 타고 어딘가로 향하는 것 같았음. 멀리멀리, 라일락의 예상보다도 멀리...ㅋㅋㅋ
 
근데 점점 차가 가는 곳이 묘해ㅋㅋ 가면 갈수록 평소 보던 곳과는 확실히 다른 풍경이 펼쳐지는데, 딱 봐도 부자들만 사는 부촌인 듯한 곳으로 가지 않겠음? 택시 기사님도 자기도 이런 동네는 처음 와본대ㅋㅋㅋㅋ 라일락도 이런 고급 주택 단지는 지나가면서도 본 적이 없어서 놀라울 따름임ㅋㅋ
 
대체 어디까지 가는 걸까 싶은 생각이 든 찰나, 택시 기사님이 갑자기 차를 세우는데... 더는 앞서 가던 차를 따라갈 수 없어서였음.
그 차가 어떤 으리으리한 저택 앞에 서더니, 대문이 열리니까 그 안으로 들어가버렸거든...
 
남의 집까지 따라 들어갈 순 없으니(심지어 미행인데!) 대문 앞에서 멈추고 만 라일락... 멍하니 화려한 대문을 올려다 보는데, 그러다 문득 옆에 걸린 명패가 눈에 띄잖아?
대체 여기가 누구네 집이고 요거트는 왜 여기에 들어간 거야 싶은 마음으로 명패에 걸린 이름을 읽으니까 글쎄
거기에
집 주인 이름은 없고 그냥 저택 이름만 써 있었음.
 
그럼 그렇지, 누가 요즘에 집 밖에 이름을 걸어두고 사나... 하다가, 혹시 이 저택 이름을 검색하면 집 주인이 누군지도 알 수 있나? 하는 생각이 든 라일락ㅋㅋㅋㅋ
밑져야 본전이니까 일단 검색을 해 봤더니 단번에 뭔 기사가 좌라라락 떠ㅋㅋㅋ
무슨 부동산 관련 기사였음ㅋㅋㅋㅋ 올해 부동산 최고가로 매겨진 저택 어쩌구, 매입가가 수백억원일 거라는...
그리고 거기에 저택 소유주의 이름이 명시되어 있었는데
그걸 보고 라일락은 이마를 쳤다ㅋㅋㅋ
 
다음날 요거트는 또다시 피곤한 얼굴로 집에 돌아왔고
문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라일락과 마주침ㅋㅋㅋㅋㅋ
라일락은 요거트를 보자마자 바로 낚아채서 자기 집으로 끌고갔음ㅋ
 
"뭐야, 아침부터 왜 이래??" 얼결에 식탁에 앉혀진 요거트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라일락에게 묻자, 라일락은 팔짱을 낀 채 요거트를 빤히 쳐다보더니 말했지. "어제 어디 다녀왔어?"
요거트는 대번 또 그 질문이냐... 하는 표정을 짓더니, "친구 만나고 왔어. 밤새 놀고 왔더니 피곤해 죽겠다. 가서 잘래." 하며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라일락은 요거트를 붙잡고 "거짓말이잖아." 하는 게 아니겠음? 요거트는 어쭈? 싶은 얼굴로 "내가 거짓말하는지 네가 어떻게 알아?" 했지.
 
그랬더니 라일락이 대뜸 하는 말... "너 어제 본가 다녀온 거잖아."
거기에 화들짝 놀란 요거트는 눈을 휘둥그레 뜨고 벙찐 표정을 짓는데, 그걸 어떻게 알았어?!?!! 하는 얼굴이지 뭐ㅋㅋㅋㅋㅋ
 
라일락은 어버버한 얼굴의 요거트에게 자기가 어떻게 요거트의 행선지를 알아냈는지 밝혔음ㅋㅋㅋ "아니, 미행을 했단 말이야?!" 요거트가 화를 내려던 찰나, 라일락이 먼저 말을 가로챘지ㅋㅋㅋ "그래서, 너는 왜 네 신상을 다 숨기고 이런 낡은 아파트에 와서 사는 거야?" 하고. 그에 요거트는 맨날 하던대로 "네가 상관할 일이 아니잖아!" 라고 맞받아치려는 듯 했지만... 라일락이 "... 진짜 궁금해서 그래." 하고 조용히 덧붙이니까, 조금 풀이 죽은 듯이 기세가 누그러져서는 한숨을 푸우우욱 내쉬지 뭐야.
 
그러더니 한참을 우물쭈물, 다소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박박 긁다가, 또다시 한숨을 내쉬었다가, 천장을 좀 쳐다보는 듯 하다가, 마른 세수를 하다가... 라일락은 참을성 있게 요거트의 대답을 기다렸음. 한참 뒤에야 요거트가 입을 열었지.
"가출했어." 하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남부러울 것 없는 유수의 재벌 3세 도련님이 뭐가 부족해서 가출이람! 설마하니 예상한 대답이 나오자 라일락은 눈살을 찌푸렸고, 요거트는 라일락의 눈치를 보더니 "아니 다 사정이 있다고, 이거!" 하며 주절주절 변명을 늘어놓는데ㅋㅋㅋ 사실 라일락은 요거트가 하는 말을 다 알아듣지 못했음. 요거트의 가족 관계와 기업 경영 승계 문제, 재산 분할이니 뭐니 복잡한 이야기 투성이여서ㅋㅋㅋㅋㅋ 그래도 대충 정리해 보면, 어쨌든 지금 현 상황에서 요거트는 매우 불리한 위치에 있는 거고, 자기 나름대로 최후의 보루이자 발악이라고 생각한 게 가출이었다~ 는 게 결론이었음.
 
일종의 회피 행동이기도 하고... 마치 이제껏 라일락의 물었던 것들에 대해 똑바로 대답하지 않고 빙빙 돌려서 도망다니기만 했던 것처럼.
길고도 복잡한 이야기를 마쳤을 때, 요거트는 전에 없이 의기소침해 보였음... 고개를 푹 숙이고 앉아있는 모습이 조금 불쌍해 보일 정도로.
 
사실 라일락은 살면서 이런 문제에 당면해 본 적이 없었음. 부모님이 살아계셨을 때는 나름 화목한 가정이었고, 재산이니 뭐니 복잡한 문제를 논할 다른 형제도 없었고, 무엇보다도 부모님이 너무 갑자기 돌아가셔서, 그는 날벼락처럼 스스로를 책임져야만 했거든... 이러니 침울해진 요거트에게 해 줄 수 있는 조언이랄 게 없는 상황인데... 옆에서 돈 많은 백수짓(ㅋㅋㅋ) 하는게 얄밉기는 했어도 항상 여유롭고 느긋하던 애가 이러고 마주 앉아있으니 괜히 마음이 답답하고 신경이 쓰이지 않겠어.
 
"... 난 너네집 사정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말 얹을 처지는 아닌데..." 라일락이 입을 열었고, 요거트는 숙였던 고개를 빠끔히 들어 눈으로만 라일락을 올려다 보았지.
"... 그래도 계속 이렇게 도망다니는 건 답이 없을 거 같아." 잠시 고민하던 라일락이 말했고, 요거트는 입을 삐쭉 내밀었지.
"그건 나도 알아. 그러니까 답답한 거 아냐." 요거트가 볼멘 소리로 대답했음.
"그러니까 차라리 정면으로 부딪히는 건 어때." 라일락이 말했지.
"... 미쳤냐? 그러다 진짜 박살나면 어떡하라고?" 요거트가 어이가 없어 말이 되냐는 듯이 물었지ㅋㅋㅋ
"... 뭐 그러면... 그때는 우리집에 와서 지내." 라일락이 대답했고, 요거트는 다른 의미로 눈을 휘둥그레 떴음. "그게 무슨 소리야?"
 
"부딪혔다가 박살나면 갈 곳이 없을 거 아냐. 그러면 그땐 우리집에 와서 지내면 되잖아." 라일락은 차분하게 대답해 주었고, 요거트는 말이 없었음. 당황한거 같지.
"그렇게 되면 나 진짜 빈털털이일 텐데...?" 한참동안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혼란스러워하던 요거트가 물었고, 라일락은 "... 지금이나 별반 다를 바 없을 거 같은데." 하고 대답했음ㅋㅋㅋㅋ
"... 아무튼 와서 네 몸 하나 뉘일 곳은 있으니까, 완전히 빈털털이는 아냐." 요거트의 반응에 괜히 머쓱해진 라일락은 시선을 옮기며 중얼거렸고, 거기에 요거트는 "참 나, 진짜 어이없다." 하더니...
"... 고마워."
하는 거야. 고개를 푹 숙이면서, 들릴듯 말듯하게.
 
"... 좀 더 고민해 봐야겠다." 한참 동안 고개를 숙이고 있던 요거트가 자리에서 일어났음. 라일락은 그에게 이왕 왔으니 아침이라도 먹고 가라고 했는데, 요거트는 괜찮다고 손을 설레설레 내젓고는 그대로 자기 집으로 가버렸지.
그리고 며칠 뒤에, 갑자기 옆집으로 이사왔던 것처럼 훌쩍 이사갔음.
 
가겠다 기별도 없이 정말 갑자기 이사 가 버린 옆집을 보고 라일락은 조금은 허한 기분이 들었지만... 요거트 나름대로 무언가 결단을 내렸으니 가버린 거겠지 싶어 따로 연락을 하진 않았음. 아니, 생각해보니까 연락처를 주고 받지 않았던 것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냥 옆집 사이로 지내면서 불쑥불쑥 아무때나 드나들었던 터라 연락처를 주고 받을 생각을 안 했던 거였음ㅋㅋㅋㅋㅋ
 
그렇게 라일락의 다소 귀찮고 성가신 백수 이웃은 어느 날 갑자기 와서, 어느 날 갑자기 떠나버렸다~
 
그로부터 몇 년 지나서 그때 그런 일도 있었지~ 하는 술자리 추억(?) 쯤 될 법한 때에 말이야.
이제 학교는 졸업하고 취준생이 된 라일락이 여느 때처럼 알바하고 돌아오니까 옆집이 떠들썩한 것임.
옆집에 신혼 부부가 이사 온지 얼마 안 된 때여서 그 집에 무슨 경사라도 났나 기웃거렸는데, 문이 열리면서 사람들이 왁자하게 웃는 소리가 들리고 거기서 꽤나 익숙한 목소리가 "그래도 집을 깨끗하게 고치셨네요! 보기 좋아요!" 하는데ㅋㅋㅋㅋㅋ
이게 어디서 들었던 목소리더라 생각하는 사이에, 그보다 더 익숙한 얼굴이 불쑥 등장하는 거ㅋㅋㅋㅋ
"어! 왔냐! 한참 기다렸잖냐!!" 하면서ㅋㅋ
 
목소리의 주인공을 알아본 라일락이 놀라서 벙찐 얼굴이 되니까, 요거트는 한참동안 깔깔 웃지 뭐야ㅋㅋㅋ
그러더니 곧 하는 말이
"빈털털이 되면 너네 집에 와서 살아도 된다며!" 하는데...
순간 라일락은
"... 진짜 빈털털이가 된 거야?" 라고 대답하고 말았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라일락이 한 말에 요거트는 빵 터져서 또 한참을 푸하하 웃더니, "야 그렇다고 내가 진짜 빈털털이가 됐겠냐!" 하는데ㅋㅋㅋㅋ 하긴 요거트가 입고 있는 옷이 번듯한 거 보니까 빈털털이는 아니네 싶어서 라일락은 괜히 부끄러워짐...ㅋㅋㅋㅋㅋ
 
그래서 왜 왔냐고 묻는 라일락에게 요거트는 킬킬 웃으면서 "예전에 신세졌던 게 고마워서 은혜라도 갚으려고!" 하더니, 그 길로 라일락을 자기 차에 태워 새로 구한 자신의 멋드러진 집에 데리고 갔다ㅋㅋㅋ
 
그리고 이제는 내가 널 먹여 살리겠다고 함
라일락은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 지었지만
요거트는 진심이었고
이때부터 시작되는 천방지축 얼렁뚱땅 연애인 것이다!

 

 

 

 
결론:
옆집 사는 백수가 알고보니 재벌 3세 도련님!?
이었습니다.
갑자기 이런 게 보고 싶어서 이렇게 길게 여기까지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