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라일요거지만 라일락이 안 나옴
오메가버스 세계관인데(알파 라일락과 오메가 요거트) 플레인이랑 정면 대결에서 요거트가 패배, 라일락이 요거트를 지키다 죽었고, 요거트는 목숨만 부지한 채 도망친 거.... 그런데 요거트는 이미 라일락의 아이를 배고 있는 채로 도망친 거지... 하지만 막 도망쳐 나왔을 때는 살아남기에 급급해서 임신한 줄도 몰랐고...
저잣거리 상인들과 좋은 관계를 형성해 뒀던 요거트라, 요거트 대저택에서 도망쳐 나왔을 때 다행히 다들 막내 도련님을 숨겨주었음. 요거트 가문에서 나온 호위 무사들이 거리를 샅샅이 뒤졌지만 요거트는 찾을 수 없었음. 다들 가련한 도련님을 꽁꽁 숨겨주어서.
요거트는 라일락이 자기를 지키려다 죽은 걸 눈앞에서 봤기 때문에 자기도 따라서 죽고만 싶었는데, 그럴 수가 없었던게... 히트가 돌아와야 하는 시점에 히트가 오지 않았기 때문이었음...
처음엔 너무 충격을 받아서 호르몬 불균형이 온 줄 알았지만, 그건 아니었던 거지. 설마설마 싶어서 몰래 의사를 찾아가보니 임신이라는 거. 라일락의 아이... 그걸 알게 된 요거트는 그날 정말 하루종일 울었고, 어떻게든 라일락의 아이와 살아남겠다고, 그리고 꼭 자기를 내쫓고 라일락을 죽인 형에게 복수하겠다고 굳게 다짐하는 거.
플레인은 요거트를 몰아내고 상단 후계자가 되어 아버지의 뒤를 이은 뒤부터 본격적으로 야욕을 드러내기 시작했는데, 요구르카의 무역을 꽉 쥐고 있었던 요거트 가문의 영향력을 이젠 요구르카 내수까지 뻗치려고 하는 거였음. 즉, 저잣거리 상인들을 꽉 쥐어 짜기 시작한 것임; 시내에서 장사를 하는 상인들은 각자 소속된 상단이 있거나 혹은 자영업자들이었는데, 요거트 가문에서 일을 저렇게 추진하기 시작하자 모든 거래가 다 요거트 상단을 거쳐야만 진행되게 바뀐거지... 일단 요거트 상단에 등록이 안 되어 있으면 개인적인 거래도 못하게 막힌 데다가, 등록비도 무지하게 비싸고, 거래 수수료도 장난 아닌거. 그래서 저잣거리 상인들은 고통받기 시작했음.
게다가 요구르카 경비대와 결탁한 요거트 가문이 저잣거리를 아예 통제하기에 이르러서 상인들은 더욱 숨통이 조여드는 것이었음. 이런 세태를 요거트도 당연히 알고 있었지. 상인들이 숨겨주고 있었으니까. 요거트는 형이 정말 악랄한 수를 쓰는구나 하고 치를 떨었음... 이렇게까지 요구르카를 쥐어 짜 가면서 부를 축적하려고 자기를 내쫓고 라일락을 죽인 거냐며 말이지...
요거트는 겉보기 형질과 유전 형질이 달라 아이를 뱃속에 오래 품을 수가 없었음... 체질적으로 임신하기도 어려운데, 열달 간 품고 있기도 어려운 몸이었던거. 결국 아이는 여덟달 만에 세상에 나왔고, 놀랍게도 라일락과 같은 짙은 보라색 머리에 자주색 눈을 가진 작은 아이였음... 억지로 분만 유도제까지 먹어가며 겨우 아이를 낳은 요거트는 자기 품에 안긴 조그맣고 허약한 아이를 바라보며 또다시 울었고...
여덟달 만에 억지로 세상에 나온 아이여서 몸집도 너무 작고 몸도 허약한 아이... 잔병치레를 해도 너무 자주 하는데다가 한번 앓기 시작하면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것처럼 열이 오르고 너무 괴로워해서, 요거트는 아픈 아이를 간호하면서 손을 꼭 잡고 매번 기도했음... 라일락... 제발 도와줘..., 네 아이, 너와 내 아이가 너무 아파해... 오늘밤이라도 넘길 수 있게 해줘... 하고. 그렇게 밤새 기도하며 아이를 간호하고 나면, 아이는 겨우 위기를 넘기고 편안한 숨을 내쉬고 자는거지. 요거트 역시 그제야 한시름 놓고, 다시 라일락에게 감사의 기도를 올리는 거. 이번에도 네가 아이를 지켜줬구나, 고마워... 하고.
서너살 먹기 전까지 계속 그렇게 아프고 숨이 넘어갈 듯한 위기를 넘기기를 몇 차례나 겪고 나서야 아이는 조금씩 건강해지지 않을까... 요거트가 정말 자기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아이를 돌봐서 가능한 일이었겠지... 물론 요거트를 숨겨주고 있는 상인들도 많이 도와주었고.
요거트는 상인 조합 건물 지하에 숨어서 지냈음. 누군가가 아예 맡아서 보호해 주고 있으면 부담이 너무 크니까, 상인 조합 건물 지하에 창고로 쓰던 방을 비우고 거기에 자리를 내준거지. 그곳에서 아이를 키우면서 요거트는 상인들이 주는 먹을 것이나 입을 옷으로 생활하고, 대신 상인들에게 이런저런 장사 조언을 해 주는 거. 그러면서 바깥쪽, 그러니까 현재 요구르카 저잣거리 상황 같은 것도 파악하고. 날이 갈수록 플레인이 이끄는 요거트 가문의 횡포가 극심해져서, 요거트에게 소식을 전하러 오거나 조언을 들으러 오는 상인들의 얼굴이 점차 어두워지겠지.
요거트는 자기가 무언가 해 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거리에 나가기만 해도 요구르카 경비대에 붙잡혀 형 앞에 끌려갈 지도 모르는 상황이라 아무 것도 해줄 수가 없었음. 대신 마음 속으로는 역시 이 아이를 잘 키워서 아이와 함께 꼭 형에게 복수하겠다고 마음을 다잡는 거지.
아이는 자랄수록 라일락을 더 많이 닮아가겠지. 외모부터 라일락을 많이 닮았는데, 그나마 요거트의 아이인걸 알 수 있는 건 눈매는 요거트를 쏙 빼닮았다는 것 정도? 요거트는 귀족 가문에서 자라 기본 교양 교육을 다 받았던 터라, 아이에게 말이라든지 글 같은 걸 가르치는 데엔 무리가 없었을 거 같음. 다만 라일락이 늘 강조했던 것... 스스로 몸을 지킬 방도를 찾아야 하는데, 요거트는 무술을 배운 적이 없어서 그점은 매우 곤란했지.
아이가 일곱살 쯤 되었을 때, 그러니까 요거트가 저택에서 쫓겨난지 7년이 좀 넘는 해였을 때지. 이제 요구르카 저잣거리는 완전히 요거트 가문에 의해 장악되었고, 요거트 가문은 요구르카 안팎으로 경제를 좌지우지 하며 큰 돈을 벌어들이고 있었음. 반면에 거리의 소상공인들은 이제 먹고 살 길 거의 끊어지다시피 해서, 억지로 요거트 상단에 가입해서 부려먹힘 당하거나 장사를 그만 두거나 하게 됨... 그러다보니 상인 조합도 기반이 약해지고, 더는 상인들이 요거트를 숨겨주기도 어려워지고.
결국 요거트는 상인 조합 건물에서 나와 아이와 함께 지낼 새로운 거처를 구해야만 했는데... 최대한 얼굴을 가리고 조용히 거리를 걷던 중에 누군가와 부딪히고 말았고, 상대방은 단번에 요거트를 알아봤음... 그 순간 요거트는 본능적으로 아이부터 감싸서 얼굴이 보이지 않게 가렸겠지. 상대방은 요거트가 숨긴 아이의 얼굴을 보고 놀랐을 거고... 왜냐면, 부딪힌 사람이 전갈이었으니까.
전갈은 저잣거리 앞쪽이 아닌 뒤쪽 거리에서 요거트를 만난 것도 너무 놀라운데, 요거트가 숨긴 아이가 얼핏 봐도 라일락이랑 너무 닮아있어서 깜짝 놀란거... 아주 오래 전에 나가의 심장을 가지러 갔을 때 이후로는 전갈도 먼 곳으로 떠돌아 다녀서 요구르카 사정을 잘 모르고 있었는데, 돌아오자마자 들은 소식은 플레인이 요거트 가문의 새 주인이 되었고 요구르카 경제를 꽉 잡고 있다는 이야기였거든. 이로 미루어 보아 라일락이 지키던 도련님은 쫓겨나거나 죽었을테고, 라일락 역시 목숨을 부지하지 못했겠구나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갑자기 요거트를 만나게 될줄 몰랐던 거지.
서로를 알아본 둘은 우선 으슥한 골목으로 숨어서 요구르카 경비대의 눈길을 피했음. 요거트는 전갈에게 그간 있었던 일을 모두 이야기 했고, 자기가 데리고 있는 아이가 라일락과 자기 사이에 생긴 아이라고 소개했지... 한 눈에 봐도 라일락이랑 꼭 닮은 아이여서 그건 이미 간파하고 있었던 전갈인데... 무엇보다 라일락이 그렇게 허무하게 죽어버린 걸 알게 된 전갈은 무척 분해함.
요거트는 전갈에게 자기는 무슨 일이 있어도 형에게 복수를 할 계획이라고 말하겠지. 전갈 역시 거기에 동의하고, 혹시 아이를 훈련시킬 생각이라면 자기가 맡아서 해주겠다고 하고. 그때부터 요거트는 전갈이 이전에 쓰던 아지트에서 전갈과 함께 지내게 되고, 아이는 전갈이 맡아서 전투 훈련을 시킬거 같음. 아직 어린 나이이지만, 딱 라일락과 전갈이 이 나이때부터 암살자가 되기 위한 훈련을 받았던 걸 생각하면... 그런 운명인 거겠지.
아이는 역시 라일락을 더 많이 닮아서 전갈이 가르쳐 주는 걸 금방 익히겠지. 전갈은 마치 라일락의 어린 시절을 보는 거 같다고 칭찬해 주는데, 요거트는 사실 마음이 좀 안쓰러움... 원래라면 편안하고 안전한 저택에서 라일락과 자신의 사랑을 듬뿍 받으면서 자랐어야 할 아이... 하지만 라일락은 죽어버렸으니 아이는 제 아비의 얼굴을 평생 알지 못할 것이고, 어린 나이부터 하지 않아도 될 힘든 훈련까지 받고 있으니까... 전갈과의 훈련이 다 끝나고 아이가 돌아오면, 요거트는 가만히 아이 손을 꼭 잡아주고 라일락이 늘 자신에게 해 주었던 것처럼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춰줄듯...
그렇게 세월이 흘러 아이는 15살이 되었고, 이때부턴 본격적으로 요거트랑 전갈도 플레인에게 복수할 계획을 세우겠지... 요구르카는 이제 요거트 가문의 왕국이나 다름 없는 도시가 되었을테지. 그 권력의 정점엔 플레인이 있을 거고. 거기까지 어떻게 갈 것인가? 여러 가지 방도를 생각해 보았지만 역시 전갈의 전공인 암살이 가장 유리한 방법이겠지. 저택에 침투하는 방법도 여러 모로 고민하는 중이었는데, 마침 요구르카 저잣거리의 사람들이 더는 요거트 가문의 폭정을 못 견디겠다며 항의 시위를 할 계획이라는 소식을 들었음. 그럼 저 소란을 틈타 저택에 침투하자고 말이지.
아이에게 많은 부담이 될 것이었기 때문에 요거트는 아이와 아주 긴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누었음... 사실 복수를 하고 싶은 건 요거트의 개인적인 마음일뿐이지, 아이는 아무 것도 몰라도 되는 거잖음... 자기 복수에 죄 없는 아이를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던 거. 그래서 솔직하게 말하겠지. 너는 내가 사랑했던 사람과의 사이에서 생긴 아이고, 그는 지금 내가 복수하러 가려는 대상에게서 나를 지키려다 죽었다고. 그래서 나는 그자에게 똑같이 복수를 하려고 한다. 나는 너를 키울 때, 언젠가 그자 앞에 너를 보여주며 복수를 하겠다고 마음을 먹고 키웠지만, 사실 너는 아직 이런 일을 짊어지기에 너무 어린 나이다... 너를 훈련시킨 것은 너 스스로를 지킬 힘을 주기 위해서였지, 네가 복수의 주축이 되기를 바라서 한 일이 아니었다고 말이야.
아이는 요거트의 이야기를 차분히 들었고, 나름대로 고민하겠지... 이름만 알고 얼굴도 모르는 아버지... 그리고 죽은 아버지를 위해 복수하겠다고 15년 넘게 버틴 요거트... 전갈이라는 스승으로부터 전투 훈련을 받긴 했지만, 훈련과 진짜 사람을 죽이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잖음... 그래서 아이는 자기도 아버지의 원수를 직접 보고 싶다고, 요거트와 함께하겠다고는 했지만, 복수의 대상을 죽이는 건 자신이 없다고 솔직하게 대답함. 요거트는 당연히 그런 아이를 꼭 안아주면서 그건 네가 할 일은 아니라고 하고...
계획은 얼추 완성되었고, 이제 실행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 그 날이 다가오니 요거트는 가슴이 다른 의미로 뛰는 걸 느꼈지. 15년 만에 드디어 라일락의 복수를 할 수 있게 된 거니까.
예정대로 요구르카 저잣거리에서 큰 항의 시위가 열렸음. 당연히 요구르카 경비대의 시선이 그쪽으로 죄다 쏠렸겠지. 상인들은 일부러 무기는 하나도 갖추지 않고 요거트 대저택을 향해 행진했지. 경비대가 먼저 공격할 명분을 주지 않기 위해서 말이야. 거기에 요거트와 전갈, 아이가 함께 숨어있다가, 시위대가 요거트 대저택 앞에 죽치고 앉아 항의 구호를 큰 소리로 외칠때를 틈타 저택의 담장을 넘었음.
15년만에 돌아온 저택은 내부 구조도 그렇고 분위기도 많이 바뀌어 있었음. 하루하루가 먹고 살기 힘든 바깥 세상과는 전혀 다른 별세계... 이런 풍경을 태어나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아이는 잠시 넋을 잃었겠지. 요거트는 아이가 원래 자랐어야 할 환경을 둘러보며 다시 안쓰러운 생각이 들었고... 전갈은 그런 둘에게 적진 한 가운데에 있으니 정신 똑바로 차리라고 하는 거. 최대한 빠르게 플레인을 찾아야 하니까...
한편 플레인은 시위대의 움직임에 크게 신경을 안 쓰려고 했지만, 저택 앞까지 와서 항의 구호를 외치는 덕에 일이 귀찮아졌다고 생각하겠지. 그래서 호위 무사 몇을 불러, 시위대로 위장한 뒤 고의로 요구르카 경비대를 공격하라고 지시했음. 시위대가 먼저 경비대를 공격한 것처럼 꾸며서, 경비대가 시위대를 무력으로 진압할 빌미를 만들려고... 호위 무사들은 지시대로 일을 처리했고, 평화적으로 시작했던 시위는 금세 무자비한 무력 진압으로 엉망진창이 되고 말겠지.
저택 내부를 한참 헤매다가 플레인이 바깥 상황을 살피기 위해 정원 외곽까지 나갔다는 걸 알게 된 요거트와 전갈은 급히 그쪽으로 향했고, 이윽고 거만한 눈길로 경비대가 시위대를 진압하는 모습을 내려다 보고 있는 플레인을 발견함. 아래에서는 난장판이 벌어져서 도망치는 사람, 비명을 지르는 사람,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사람들 투성이임... 설마 시위를 저렇게 무자비하게 진압할 줄은 예상도 못했던 요거트와 전갈은 플레인의 잔혹함에 치를 떨었지. 개인적인 복수 때문에 찾아왔지만, 사람들에게 저런 나쁜 짓을 하다니 더 용서할 수 없는 일 아니겠어?
요거트는 형 앞에서 뒤집어 쓰고 있던 망토를 내던지고 모습을 드러냈지. 플레인은 자기 뒤에 누군가가 다가온 건 알았지만, 그게 요거트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해 크게 놀랐음. 요거트가 부상을 당한 채 저택에서 도망치고 나서 요구르카를 이잡듯이 뒤졌으나 발견하지 못해서, 어딘가에 처박혀서 죽었겠거니 하고 있었거든. 그런데 모습이 많이 꾀죄죄하고 지저분하긴 해도 자기 앞에 서 있는 건 분명 요거트크림이니까 당황할 수밖에... 하지만 요거트가 홀로 온 걸 보고 곧 코웃음을 치고 말지.
"아주 오랜만에 보는 구나, 동생아. 그간 고생을 좀 한 모양이군." 플레인이 크게 웃으며 두 팔 벌려 요거트를 맞이하는 체 하지. "그래, 15년 만에 나를 다시 찾아온 이유가 무엇이냐? 설마하니 형에게 복수라도 하러 온 참이냐?" 요거트는 거기에 대답하지 않고 플레인을 노려보기만 하고. 요거트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자 어차피 상대할 가치도 없다 판단한 플레인은 주변에 서 있는 호위 무사에게 요거트를 공격하라고 명령할텐데, 그 순간 라일락의 아이가 요거트 앞을 가로막아 보호하겠지.
망토가 펄럭이며 흘러내리면서 드러난 아이의 얼굴을 보고 플레인은 순간 등골이 오싹해지고... 아주 오래전에 죽었던 그놈의 얼굴이거든. 그런데 몸집이 훨씬 작고 아이의 모습이야. 그리고 눈매가 제 동생을 꼭 닮았지. 그걸 보자마자 플레인은 이 아이가 요거트가 낳은 라일락의 아이인 걸 알아챘음. "어디에 숨어서 지내는가 했더니, 그놈의 아이까지 뱄던 게냐?" 플레인이 혀를 쯧 차며 손짓하자 다른 호위 무사들이 나타나고... "그놈과 붙어먹을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지. 사실 그놈은 내가 널 죽이기 위해 고용한 자식이었는데, 너와 배까지 맞을 줄은. 내 예상보다 훨씬 쓰레기 같은 놈이었군." 이미 한참 전에 라일락이 정체를 고백해 두었기에 그 사실은 알고 있었으나, 이런식으로 라일락을 모욕하는 걸 참을 수 없었던 요거트는 주먹을 꾹 쥐었지. 아이 역시 손에 힘을 주어 무기를 굳게 쥐었고.
"여기까지 그놈의 자식을 직접 보여주러 온 것이냐? 그렇다면 이제 되었으니, 내 친히 너와 그 녀석을 함께 그놈 곁으로 보내주마." 플레인은 곧장 요거트와 아이를 공격하라고 명령했고, 그와 동시에 난전이 벌어졌지. 몸집이 작은 아이를 얕보았던 호위 무사들은 예상외로 잘 다져진 솜씨에 당황해서 속수무책으로 쓰러짐... 아이는 침착하게 요거트에게 달려드는 호위 무사들을 쓰러뜨렸고. 그 모습이 이전의 라일락과 놀랍도록 겹쳐보여 요거트는 또 눈물이 날 것 같았지만 꾹 참았음. 그리고 플레인은 스멀스멀 올라오는 공포에 질려가고 있었고. 왜냐면 라일락의 아이가 너무나도 죽은 라일락과 똑같이 생겼으니까!
라일락이 죽기 직전까지 섬뜩하게 자기를 노려봤던 것이 생각난 플레인은 호위 무사들을 더 불렀고, 이제는 아이가 혼자 감당하기엔 너무 많은 호위 무사들이 그들을 둘러쌌지... 훈련은 꾸준히 받았으나 실전은 처음이었던 아이는 체력이 금세 떨어져 벅찬 숨을 몰아쉬었고... 호위 무사 하나가 칼을 던지며 달려들었을 때, 숨어있던 전갈이 뛰어들어 그놈을 밀쳐내고 주변에 있는 호위 무사들에게 독침을 던져 쓰러뜨려버림. 전갈까지 나타나자 플레인은 요거트가 자기를 죽이러 온 것임을 직감했지. 그래서 호위 무사들에게 무슨 일이 있어도 저 셋을 죽여버리라고 명령할 테고.
플레인을 지키려는 호위 무사들과의 치열한 전투 끝에 아이는 이미 체력이 완전히 방전되었고, 전갈도 거의 탈진한 상태... 전갈과 맞붙었던,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호위 무사는 온몸에 상처를 입은 채 요거트의 멱살을 틀어쥐고 목을 꺾을 기세였는데... 요거트가 발버둥치며 괴로워하는 걸 본 아이가 정말 마지막 힘을 짜내어 호위 무사를 찔렀음. 호위 무사는 요거트를 놓치고 무너져 내렸는데, 그 찰나에 플레인이 칼을 뽑아들고 요거트에게 달려들었지. 하지만 요거트도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음. 품 안에 숨겼던 단검을 플레인의 가슴을 향해 들이댔고, 동시에 전갈이 마지막까지 숨기고 있었던 단 하나의 독침을 플레인에게 던졌지. 요거트에게는 가슴을 찔리고, 뒷목에 전갈의 독침을 맞은 플레인은 그 자리에 쓰러져 죽었음...
플레인이 죽고 나자 요거트도 전갈도 그대로 모두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음... 그리고 피투성이인 바닥에서 아득하게 들리는 시위대와 경비대가 요란하게 대치하는 소리를 들으며 눈을 감았지. 나중에 정신을 차리고 보니 차디찬 감옥일 거라고 예상한 것과는 달리 저택의 침실 중 한 곳이었는데, 시종들 중에 요거트를 알아본 이가 있어 사태를 수습하며 그를 안전한 곳으로 데려온 것이었음... 그들은 요거트를 도련님이라고 부르며 그간 어떻게 지냈냐며 울고, 라일락을 꼭 닮은 아이를 알아보았지...
요거트는 정신을 차리자마자 바로 아이의 상태부터 살폈는데, 탈진해서 깊은 잠에 빠진 것일뿐 크게 다친 곳은 없었음. 요거트는 다시 아이의 손을 꼭 잡고 라일락에게 감사를 전했지... 또 네가 아이를 지켜주었구나 하고. 그리고 아이 곁에 꼭 붙어서 아이가 정신을 차릴 때까지 간호를 했음. 마치 오래전에 그랬던 것처럼 말이야. 요거트의 정성어린 간호 덕에 아이는 곧 정신을 차렸고.
플레인이 죽고 난 뒤에 정해진 후계자는 없었음. 다른 형제들은 이미 플레인에 의해 축출된지 오래고, 그의 자식들은 아직 어려서 상단을 이을만한 재목이 없었으니까... 남은 건 반란에 성공한 요거트뿐이었지. 요거트는 자기가 이 자리를 이어 받는 게 내키지 않았지만, 거리의 상인들이 요거트 가문에 의해 고통받던 것이 생각나서, 적어도 그것만큼은 원래대로 돌려놔야 겠다는 생각으로 상단을 이어 받았음. 요거트 가문의 새 주인이 요거트크림이 되었다는 소식에 저잣거리 상인들은 환영 의사를 밝혔고 말이야.
15년만에 요거트는 라일락의 장례를 제대로 치러주었음... 플레인이 라일락의 시신을 불태워버렸기 때문에 아무것도 남은 것이 없었지만, 그래도... 아이는 장례식에서야 아버지의 얼굴을 초상화로나마 볼 수 있었지. 이 사람이 내 아버지구나. 아이는 멍하니 초상화를 바라보며 자기 얼굴을 가만히 쓸어볼테고.
장례식이 끝난 뒤에 전갈은 미련 없이 요구르카를 떠났음. 여기에 더 있을 이유가 없으니까 말이지. 다만 요거트와 라일락의 아이에게 언제든 도움이 필요할 때 소식을 전하면 도와주러 오겠다는 말만 남기고.
요거트가 요구르카 상권을 다시 원래대로 돌려놓는데엔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음... 십수년간 엉망으로 운영되고 있었던 것이기도 하고, 예전 자료를 참고해서 원래 상태로 돌려놓되 기존에 불편했던 점은 보완해서 새로운 정책을 짜야 하니까... 요거트가 그 일에 매진하며 많은 시간이 흐르는 동안, 아이는 잘 자라서 라일락과 거의 비슷한 모습이 되겠지... 이제는 라일락 대신 라일락의 아이가 요거트 곁에서 그를 보호하겠지. 요거트는 아이가 대견하게 느껴졌지만, 역시 어린 시절에 사랑을 온전히 받지 못하고 자란 것 같아 늘 안쓰럽게 여겼음...
요구르카를 원래 모습으로 되돌려 놓은 뒤엔 요거트는 미련 없이 요거트 상단 주인 자리를 장성한 조카에게 넘겨주었음. 그리고 자기는... 라일락의 아이와 함께 먼 곳에서 편하게 지낼거라고 하고는 요구르카를 떠날듯... 그리고 머나먼 곳에서 구한 집에 아이와 함께 살면서 정원에 라일락 꽃나무를 기르지 않을까. 그리고 봄이 되면 피어나는 라일락 꽃향기를 맡으면서, 아이에게 네 아버지가 나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이야기 해주고 라일락을 추억하며 지낼듯.
2022.1116 카테고리 및 제목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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