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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런: 라일요거/긴 썰

[라일요거] 정략 결혼한 라일요거

by 솨리 2021. 8. 13.

 

이번에도 AU 모음입니다ㅎㅎ 정략 결혼 한 라일요거 시리즈예요.

동양풍으로 생각해도 좋고, 인도~중동풍의 요구르카 그대로 생각해도 좋습니다.

둘다 남자이지만, 여기서는 성별에 개의치 않고 결혼할 수 있다는 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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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요로운 상업 도시 국가 요구르카에는 두 가문이 있는데, 한쪽은 무인 가문이고 다른쪽은 대상인 가문임. 무인 가문은 대대로 요구르카의 지도자를 보좌하고 요구르카를 적의 침략으로부터 방어하는 군대의 지휘권을 가지고 있고, 대상인 가문은 요구르카의 내수와 무역, 즉 경제를 아우르고 있음. 근데 문제가 있었지... 이 두 가문은 언젠가부터 사이가 안 좋아지기 시작해서 지금은 서로의 이름만 들어도 질색하는 관계가 되었다는 것임ㅋㅋㅋㅋ

요구르카의 지도자는 이게 너무 고민거리였음ㅋㅋㅋ... 도시 국가인 요구르카는 위치적으로도 그렇고, 대륙 경제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것도 그렇고 해서 정말 대륙의 황금알을 낳는 거위나 다름 없는 위치인데, 그러다보니 아무래도 주변 대국이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건 당연지사... 이러니 늘 대국 사이에 껴서 줄타기를 잘 해야 하는 입장인지라 외교적으로 굉장히 피곤한데, 나라를 지탱하고 있는 두 가문이 서로 사이가 안 좋으니 이것도 너무 힘든 것이었음ㅋㅋㅋㅋ 둘 중 어느 한쪽만 무너져도 요구르카 전체의 위기가 될 건 뻔한 일이었거든... 그래서 지금 이렇게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좋기는 한데, 제발 둘이 화해해서 사이좋게 지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었음ㅋㅋㅋㅋ

그래서 두 가문의 수장을 데려다 놓고 몇 번이나 타일렀단 말이지ㅋㅋㅋ 하지만 그때마다 서로 헐뜯기에 바빠서 늘 화합 추구의 장으로 시작해서 싸움의 장으로 끝났단 말이지ㅋㅋㅋ 보다못한 요구르카의 지도자는 두 가문에 강제로 명령을 내림ㅋㅋㅋㅋ '각 가문의 자제를 결혼시켜라' 였음ㅋㅋㅋㅋㅋㅋ

이게 무슨 청천벽력인가~~ 어찌 가문의 귀한 자제를 저 원수같은 놈의 집안에 보낼 수 있단 말인가?? 당연히 각 가문에서는 들고 일어났지ㅋㅋㅋ 하지만 요구르카의 지도자의 뜻은 바뀌지 않았음. 봐라. 니네 이렇게 맨날 서로 으르렁대기만 하는데, 특단의 조치라도 취해야 할 것 아니냐, 이러다가 진짜 니네끼리 싸움이라도 벌어지면 요구르카가 거꾸러지는 건 시간 문제다. 그러니 빨리 하라는 대로 해라! 이거임ㅋㅋㅋㅋ 두 가문은 진짜 싫은데, 요구르카의 명운이 걸린 문제라고 하니 어쩔 수 없이 이 정략결혼에 찬성하고 맒ㅋㅋㅋㅋ

그래서 약혼식이 진행이 되기는 했음... 무인 가문에서는 장남이, 대상인 가문에서는 장녀가 약혼식에 나왔지. 그리고 실제로 식도 진행됐고 말이야. 결혼식은 약혼 1년 뒤에 올리기로 했지. 그런데 그 사이에 문제가 생김... 무인 가문의 장남에겐 이미 다른 연인이 있었고, 대상인 가문의 장녀는 죽어도 저쪽 인간이랑은 결혼 못 하겠다 난리임... 결혼식 날짜는 점점 다가오는데, 파혼을 하자니 서로 체면도 있어 차마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음...

이러다보니 서로 결혼식에 나갈 대체자를 찾게 되었지ㅋㅋㅋㅋ 무인 가문에서는 장남이 아닌 삼남을 결혼식에 보내기로 했음. 차남은 먼 곳에 원정을 나간 상황이라 돌아올 수 없었고, 그나마 이 상황을 이해하고 있는 삼남이, 자기는 어차피 가문의 후계자가 되기에도 어려운 상황이고 하니 형님 대신 희생하겠다 하지... 무인 가문에서는 무엇보다도 절도와 명예를 중시했기 때문에, 삼남의 희생을 아주 고귀하게 여겼음... 삼남은 이것또한 자기의 운명이겠거니 하고 받아들였고.

한편 대상인 가문은 다섯 남매였는데, 장남과 차남은 이미 결혼하여 자녀가 각각 셋에 둘임... 셋째인 장녀가 원래 결혼을 해야 했지만 자기는 그쪽 인간이랑 결혼할 바에야 혀를 깨물고 죽겠다고, 이대로 저택 발코니에서 뛰어내려 죽을 거라고 난리임... 넷째인 삼남은 기가 약해서 빌빌 거리기만 하고, 그나마 막내인 사남이 장녀랑 얼굴도 비슷하게 예쁘장하고 성격도 아주 그냥 막무가내야ㅋㅋㅋㅋ 그래서 가문 사람들이 얘를 대신 내보낼 생각을 함ㅋㅋㅋㅋ 아주 얼토당토 않은 생각이라 막내는 당연히 제 누나처럼 발광을 해 댔는데, 얘는 또 누나랑은 달리 꼬드기기가 쉬웠음ㅋㅋ 집안 어른들이 나서서 어차피 이건 형식적인 식일뿐 진짜 무엇도 아니다, 그 자리에 대신 나가기만 하면 가문에 들어오는 귀한 보물들을 고를 권한을 네게 가장 먼저 주겠다 하니 또 거기에 홀라당 넘어간거야ㅋㅋㅋㅋ

두 가문이 이 정략 결혼에 대해 각자 꿍꿍이를 숨기고 있잖아? 그러다보니 어느 쪽도 결혼식 전까지 자기네 자식들 얼굴을 보여주질 않았음ㅋㅋㅋㅋㅋㅋㅋ 심지어 당일에 나온 신랑 신부도 얼굴에 베일을 쓰고 나왔음ㅋㅋㅋㅋ 진짜 이상한 결혼식이 아닐 수가 없었지ㅋㅋㅋㅋ 아무래도 요구르카의 유명한 두 가문이 이어지는 식이다보니 결혼식 자체가 전에없이 아주 화려하고, 온 나라가 축제 분위기인데, 정작 신랑 신부는 서로 얼굴도 모름ㅋㅋㅋㅋㅋ 어차피 서로 사랑을 맹세할 사이도 아니고, 결혼 서약이라고 해봐야 그냥 반지 나눠끼고 성혼 선언문 읽은게 전부임ㅋㅋㅋ 맹세의 키스? 그런거 안 했음ㅋㅋㅋㅋ

그렇게 식을 마치고 각 가문이 반반씩 비용을 부담하여 지은 신혼집에 도착한 신랑 신부... 는 오자마자 서로 각방으로 들어갔음ㅋㅋㅋㅋ 시종들도 일부러 각 가문에서 반반씩 채워넣었는데, 이건 서로가 서로의 동향을 살피라고 일부러 이렇게 한 거임ㅋㅋㅋ 당연히 시종들이 각 가문에 연락해서, 둘 다 아예 각방으로 들어갔다, 한 방을 쓸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보고하지ㅋㅋㅋㅋㅋ 이러니 또 체면이 안 살잖아ㅋㅋㅋ 그래서 집안 어른들이 그래도 첫날은 합방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 시종들에게 명령을 했고, 시종들은 이걸 신랑 신부에게 전달했고.... 억지로 결혼한 것도 짜증나 죽겠는데 합방까지 해야 하다니! 둘 다 매우 신경질이 났지만, 싫다고 해봐야 시종들이 이런 얘기를 다 전달해서 집은 어르신들이 계속 압박할게 뻔하지...

결국 그날밤 둘은 각자 쓰기로 한 방으로부터 정 중앙에 위치한 커다란 안방에서 첫날밤을 치르기로 함ㅋㅋㅋㅋ 당연히 방에 들어가는 그 순간까지도 서로 베일을 쓰고 있어 얼굴이 안 보임ㅋㅋㅋㅋ 이제 시종들이 방 안에 어슴푸레한 불을 밝혀두고 문을 닫고 나갔음. 방 안에 오롯이 둘만 남게 된 거지ㅋㅋㅋㅋ 둘은 침대 위에 마주보고 앉아서 단 한 마디의 말도 안 함ㅋㅋㅋㅋㅋ 이대로 날밤을 샐 기세였음ㅋㅋㅋㅋ

근데 아무리 그래도 상대방이 누구인지 궁금은 하잖아... 어쨌든 결혼을 했고 부부가 되었으니까 말야... 그래서 동시에 서로 베일을 벗자 하고 합의를 봤음ㅋㅋㅋㅋ 하나, 둘, 셋 하는 순간 둘 다 동시에 베일을 벗었지. 그리고 깜짝 놀랐음ㅋㅋㅋㅋㅋㅋㅋㅋ

무인 가문에서 온 삼남은 진한 보랏빛 곱슬머리에 속눈썹이 짙고, 영롱한 자줏빛 눈을 가진 그야말로 미남이고, 대상인 가문에서 온 막내는 연보랏빛 긴 머리에 속눈썹이 길고 탁한 푸른 눈동자가 예쁜 미인이었거든. 둘은 상대방의 외모에 대해 단 한치의 기대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속으로 살짝 놀라게 되는데ㅋㅋㅋㅋㅋ 생각보다 엄청난 미인인데!? 인 것임ㅋㅋㅋㅋㅋㅋ 서로 한참동안 얼굴을 들여다 보다가 머쓱해진 둘은 각자 다른 방향으로 시선을 옮겼는데.....

가만 보니까, 약혼식에 나온 사람이랑 전혀 다른 사람이잖아 둘다! 그 사실을 깨닫고 둘은 다시 서로를 마주봤음ㅋㅋㅋㅋ 아무리 봐도 무인 가문의 장남이 아니고, 대상인 가문의 장녀가 아니잖아!! 둘은 서로를 알아보고 다른 의미로 경악하게 됨ㅋㅋㅋㅋ 저쪽 가문에서 우리 가문을 엿먹이려고 다른 사람을 보냈구나!! 하고ㅋㅋㅋㅋ 어쩜이렇게 악독할 수가 있나! 둘은 배신감에 치를 떨며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어떻게 이런 거짓말을 할 수 있어!" 라고 외침ㅋㅋㅋㅋㅋ

"그쪽 집안은 장사치인 만큼 아주 치사한 술수를 쓰는군. 장삿속이 사람 일에도 먹힌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지?" 무인 가문의 삼남이 비난해. "그쪽이야말로 늘 청렴결백한 척 하더니, 뒤로는 아주 굉장한 꿍꿍이를 숨기고 있으셨네. 얼마나 속이 구린 걸까!" 대상인 가문의 막내가 맞받아치지. 둘은 서로에게 으르렁대며 상대방과 상대방의 가문을 깎아내리려고 온갖 험담을 해 대다가.... 이미 속은 상할대로 상했고, 자기들은 두 가문의 정치적인 계략에 속아 결혼까지 해버린 몸이라는 걸 깨닫고 말았지....

독기가 빠지자 남은 건 허무함 뿐이었음... 이건 그냥 정말 가문을 위해 희생당한 거나 마찬가지인 상황이잖아... 양쪽 모두 치사한 술수를 부렸기 때문에 파혼을 한다 해도 똑같이 위신만 깎여나가는 타격을 입을 뿐이었지... 둘은 허탈해져서 각자 다른 곳을 보며 한숨을 내쉬다가, 서로 이름도 나이도 아무것도 모른다는 걸 알았음.

"... 나는 요거트크림이야. 너는?" 대상인 가문의 막내가 먼저 제 이름을 밝혔지. "라일락." 무인 가문의 삼남이 짧게 대답해 줘. "나이는 몇 살인데? 나는 올해로 스물 둘이야. 아직 생일은 안 지났어." "동갑이네." "우리집은 다섯 남매야. 나는 그중에 막내고..." "우리집은 삼형제야. 나도 막내고." ..... 아주 짧은 대화를 통해 대충 신변을 파악한 둘이었음ㅋㅋ... 이제보니 나이도 동갑에 집안에서 처지도 비슷한 것임... 어떻게 보면 참 웃기는 상황이지...

"... 앞으로 우린 어떡해야 될까?" 짧은 침묵이 지나고 요거트가 먼저 라일락에게 물었음. 라일락 역시 그에 대한 명확한 답이 없어, 무겁게 한숨만 내쉬었지. 이 기묘한 상황을 타개할 방법이 어느 누구도 쉬이 떠오르지 않아.... 그러다보니 밤이 깊어갔지... 결혼식을 올리느라 피곤했던 둘은 일단 어려운 생각은 내일 하기로 하고, 각자 커다란 침대 끄트머리에 누워 잠을 청했음ㅋㅋㅋ

다음날 간절하게 이게 꿈이었으면 하고 눈을 뜬 라일락과 요거트는 침대 양쪽 끝에 있는 상대방을 알아보고 뭐됐다고 생각하며 일어남ㅋㅋㅋㅋㅋㅋ 아침 인사 조차 나누지 않고 둘은 각자 몸을 돌려 어제 쓰기로 한 자기 방으로 들어갔음ㅋㅋㅋ... 당연히 식사도 각자 했고, 하루 일정도 각자 소화함ㅋㅋㅋㅋㅋㅋㅋ

신혼 여행(?) 떠날 때에도 둘은 각자 짐을 준비해서 나와선, 마차에 오르기 직전에 많은 사람들이 지켜볼 때에만 마치 합의한 듯이 사이좋은 부부인 척 하고, 마차에 안에선 서로 양 끝에 앉아 쳐다도 안 봤음ㅋㅋㅋㅋ 신혼 여행지에서도 마찬가지였지ㅋㅋㅋㅋ 아예 그냥 각자 관광함ㅋㅋㅋㅋ 서로 붙어 있는 시간? 숙소에 들어와서 침대 양 끝에 앉아있는게 전부일 정도로ㅋㅋㅋㅋㅋ

일주일 간의 신혼 여행을 마치고 이제 각 가문으로 인사를 드리러 갈 차례였지.... 둘은 첫날밤 이후 두 번째로 마주보고 앉아 대화를 하게 되었는데, 어느쪽 집안에 먼저 인사를 하러 갈 것인가 그게 문제였음ㅋㅋㅋ 당연히 서로 자기네 집에 먼저 가야한다고 하지ㅋㅋㅋ 하지만 서로 주장이 너무 강해서 하루종일 입씨름만 하고 답이 안 나왔단 말이야ㅋㅋㅋ 그러다 보다못한 시종이 그러지 말고 주사위라도 던져봐라 했지ㅋㅋㅋㅋ 그래서 홀수면 무인 가문에, 짝수면 대상인 가문에 먼저 가기로 겨우 합의하고 주사위를 던졌음.

주사위 결과는 짝수였어ㅋㅋㅋㅋ 그래서 대상인 가문에 먼저 인사를 드리러 가게 되었지ㅋㅋㅋ 신혼부부가 온다니 온 가족들이 나와 맞이? 구경?을 하는데ㅋㅋㅋㅋ 워낙 대가족인데다가 온 가족들이 죄다 연보라색 머리야ㅋㅋㅋㅋ 라일락은 여기서 위압감을 느낌; 게다가 가족들이 친절한 척 웃고는 있는데, 그 미소 뒤로 라일락이 뭘 하든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듯 다 쳐다보고 있는거야... 그야말로 숨이 턱턱 막힘; 요거트는 라일락이 그러거나 말거나 안중에도 없고, 라일락이 잠시 화장실에 간 사이 가족들에게 속아서 결혼했다고 이건 미친짓이라고 불만을 터뜨리지ㅋㅋㅋㅋ

하지만 가족들은 마치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이 어쩔 수 없다, 그렇다고 일주일만에 파혼할 순 없지 않느냐, 적어도 2~3년은 버텨야 파혼의 명목이라도 찾지 이러고 있음ㅋㅋㅋㅋ 요거트는 가족들이 이미 그럴거라고 예상하고 자기를 내보냈다는 점에서 배신감을 쎄게 느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가족들은 라일락의 첫인상부터 태도를 보고, 보통 딱딱한 녀석이 아니다, 꼭 네가 먼저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고 두번 세번 강조해서 말함ㅋㅋㅋㅋㅋ

다음날은 무인 가문에 인사를 드리러 갈 차례였음ㅋㅋㅋ 역시 여기도 신혼부부가 온다니 온 가문 사람들이 다 나와서 맞이하는데, 여기는 또 왜 이렇게 칙칙하고 딱딱한 분위기 인거야? 자기네 집안과는 너무나도 다른, 무서울 정도로 규칙적이고 모든 것이 통제된 분위기의 집안에 이번엔 요거트가 질린 표정을 지음... 역시 여기도 요거트가 뭘 하는지 일거수 일투족을 날카로운 눈으로 다 지켜보고 있는데, 뭔가 하나라도 실수하면 바로 지적할 거 같은 분위기야... 요거트 역시 숨이 막혀옴....

역시 요거트가 잠시 화장실을 간 사이에, 라일락은 이 결혼은 뭔가 잘못됐다고 한숨을 깊게 내쉼ㅋㅋㅋ 근데 이쪽 가족들도 당연히 이럴 거라고 예상했다며, 너의 희생에 감사하다 통탄스럽다 함ㅋㅋㅋㅋㅋ 라일락은 아주 착잡한 기분을 느끼지.... 요거트의 태도를 지켜본 가족들은 역시 버르장머리 없고 예의를 반도 못 배운 거 같다며, 확실하게 주도권을 잡고 제대로 된 예절이 뭔지 가르쳐 주라고 함ㅋㅋㅋㅋㅋㅋㅋㅋㅋ

둘은 그렇게 매우 떨떠름한 기분으로 양쪽 가문에 인사를 드렸고, 마지막으로 요구르카의 지도자에게 인사를 드리러 갔음ㅋㅋㅋ 당연히 손도 안 잡고 둘 사이에 한 사람은 설 수 있을만큼 멀찍이 떨어져서 말이야ㅋㅋㅋㅋㅋ 요구르카의 지도자 역시 예상한대로 두 가문의 자제가 약혼식이랑은 전혀 다른 애들인걸 보고 속으로 '이 망할 놈들이...' 싶었지만, 신혼부부 앞에서 내색을 하진 않았어ㅋㅋㅋ 대신 둘에게 부드럽게 말하지. "신혼부부가 손도 안 잡으니 무척 어색해 보이는구려~" 하고ㅋㅋㅋㅋㅋ

이 말 뜻이 뭔지 둘다 알잖아... 손 잡아라 이거지... 둘은 진짜 정말 너무너무 내키지 않지만, 요구르카의 지도자가 빨리 손 안 잡냐고 눈치를 무지하게 주고 있었기 때문에 마지못해 손을 뻗어 아주 살짝 잡음... 서로의 손끝이 닿는 순간 양쪽 다 무슨 징그러운 걸 만지기라도 한 것 처럼 진저리를 쳤는데, 거기서 손을 떼어 버리면 체면이 안 사니까 정말 손만 대고 있고 절대 잡지는 않음ㅋㅋㅋㅋㅋㅋ 요구르카의 지도자는 그래 저정도면 어디냐 하고 흡족한 미소를 지었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다음날부터는 공식 일정이 있는 날 외에는 둘은 집에 각자 틀어박혀 절대 서로를 마주하질 않았음ㅋㅋㅋㅋㅋ 서로가 뭘 하거나 말거나 관심도 없고 알아볼 생각도 안 함ㅋㅋㅋㅋㅋ 시종들도 둘로 갈라져서 복도에서 상대방 측 시종과 마주치면 무시하고 지나가기에 바빴을 정도로....

그렇게 한달의 시간이 훌쩍 지나감... 근데 사람이ㅋㅋㅋㅋ 어떻게 말 한 마디 안 하고 지내냐... 특히 요거트는 원래 사람 많은 복작복작한 집안에서 지내다보니 이런 생활이 미치도록 지루한 것이었다... 아무리 좋은 집에서 좋은 대접을 받아도 가족들이랑 떨어져 있는 데다가, 시종들이 말동무를 할 수 있는 수준도 아니고... 예전처럼 요구르카 거리를 쏘다니며 놀러다니고 싶은데, 이젠 집 밖으로 나가려면 라일락이랑 같이 가야한대ㅋㅋㅋㅋ 신혼부부라서ㅋㅋㅋㅋㅋ

근데 암만 봐도 저쪽이 자기랑 같이 나가줄 거 같지가 않음... 몰래 시종들에게 물어보니, 라일락은 매일 똑같은 하루 일과를 철저히 수행하고 있다나 뭐라나? 아침 일찍 정확한 시간에 일어나 식사 전 수련, 식사 후 독서 시간, 독서 후 점심 전에 수련, 점심 먹고 정원 산책, 산책 후 수련, 저녁 먹고 독서 이후 취침... 진짜 판에 박힌듯이 똑같은 생활을 한다는 거야ㅋㅋㅋㅋ 듣기만 해도 숨이 막히는 일정표에 요거트는 질색을 함ㅋㅋㅋㅋㅋㅋ

"아아~~ 요구르카 항구에 벌써 엄청난 보석들이 들어왔을 거야!" 마침 무역선이 항구에 돌아오는 날이었기 때문에 요거트는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탄식함ㅋㅋㅋㅋ "늘 내가 제일 먼저 달려가서 보석들을 맞이했는데... 이럴수가! 이건 형들의 음모야... 내가 보석을 차지하는게 싫어서 날 여기에 가둬둔 거라고!" 요거트는 분한듯이 허공을 향해 발길질을 하고는, 결혼 전에 가족들이 했던 말... <그 자리에 대신 나가기만 하면 가문에 들어오는 귀한 보물들을 고를 권한을 네게 가장 먼저 주겠다>를 기억해 냈지. 요거트는 누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남. 그래 내가 이정도 희생했으니 가족들이 약속은 지켜야지!! 싶은 거ㅋㅋㅋㅋㅋ

요거트는 결혼 이후 처음으로 저택 중앙의 안방을 가로질러 라일락의 영역으로 넘어갔지ㅋㅋㅋㅋ 그쪽에서 일하던 시종들은 요거트가 이쪽 구역에 나타나니 너무 놀라 라일락에게 달려가서 저쪽 양반이 온다고 전달함ㅋㅋㅋㅋㅋ 정원 한편의 수련장에서 점심 식사 전 수련을 하고 있던 라일락은 이마의 땀을 닦으며 황당해하지ㅋㅋㅋㅋㅋ

이윽고 요거트가 라일락 앞에 당도함ㅋㅋㅋㅋ 요거트는 뭐 이리 먼 곳에 틀어박혀 있냐며 가볍게 투덜거리는 소리를 하고는, 다짜고짜 오늘 오후에 외출을 하자고 함ㅋㅋㅋㅋ 라일락은 오늘은 공식적인 일정이 전혀 없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눈썹을 치켜세우지. 요거트는 라일락이 언짢은 기색인 걸 알았지만, 그거보단 보석을 구경하러 가는게 급선무였기 때문에 이 외출이 필요한 이유를 장황하게 설명함ㅋㅋㅋㅋㅋ

"... 그래서 결론은, 요구르카 항구에 보석을 구경하러 가고 싶다는 이야기로군." 라일락이 허리에 한손을 짚으며 다소 한심하다는 투로 요거트를 바라보지. 요거트는 아랑곳 않고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임. "이몸은 보석을 감정하는데 굉장한 일가견이 있어서 말이야. 아마 내가 안 가면 우리 가문이 큰 손해를 보게 될거야!" 요거트가 손에 든 부채를 펼쳐서 가볍게 살살 부쳐. "어때? 너로서도 손해 보는 건 아냐. 우린 공식적으로는 부부니까, 내가 고른 보석은 네 것도 되는 거라고." "난 보석에는 관심 없어." 라일락은 요거트의 제안을 마치 무를 썰듯 단칼에 거절해 버림ㅋㅋㅋㅋㅋㅋㅋ

"보석이 가지고 싶으면 혼자 나가든지." "... 그쪽이랑 같이 안 나가면 아예 집에서 내보내질 않겠다잖아. 그래서 옆에 붙어있기만 해달라고 하는 거야. 넌 거기서 아무 것도 안 해도 돼." "그러니까 나는 관심 없어. 어차피 공식적인 일정이 아니니 굳이 우리가 부부 행세를 하지 않아도 되잖아." "아니이~" 요거트가 답답하다는 듯이 가슴을 팡팡 침ㅋㅋㅋㅋㅋ "애초에 여기서 내보내 주질 않는다고! 나랑, 네가, 같이, 나가는 거 아니면! 저택 문을 아예 열어주질 않는다니까??" 라일락이 곁에 선 시종에게 눈치를 주니 시종이 슬그머니 고개를 끄덕임... 그걸 보고 라일락은 한숨을 푹 내쉬지.

"그렇다면 적어도 하루 전에는 미리 와서 뭘 하고 싶다고 이야기 했어야지." 라일락은 몸을 돌려 요거트를 등져 섰지. "이렇게 갑자기 뭔가를 요구하는 건 일정상 차질이야. 불쾌하군." "아니, 사람이 꼭 일정대로만 움직이냐고? 한치 앞도 모르는게 인생인데 매번 계획을 세워야 해??" 요거트가 그게 말이 되냐는 투로 따지는데 라일락은 들은체 만체야.... 요거트는 이제 답답해서 미쳐버릴 것만 같았음ㅋㅋㅋㅋ 사람이 이렇게 목석 같아도 되는 것임? 어떻게 이렇게 대화가 안 통하고 답답할 수가 있지!?!?!? 요거트가 거의 폭발하기 직전인 상태인 걸 알아챈 시종이, 요거트를 등지고 서서 표정이 안 보이는 라일락에게 슬쩍 신호를 보냈지. 라일락은 정말 마음에 안 든 다는 투로 다시 한숨을 쉼.

"... 오늘은 처음이니 같이 나가주겠어. 하지만, 다음에도 이런식으로 나오면 곤란해. 나갈 계획이 있다면 적어도 하루 전에는 미리 통보하도록 해." 라일락이 이번만큼은 봐준다는 투로 이야기 하지ㅋㅋㅋ 요거트는 예이 예이 알겠습니다~ 하고 비아냥대며 대답하고는, 가차없이 몸을 돌려 정원을 나섰음ㅋㅋㅋㅋㅋ

"우와, 진짜 미친 거 아니야!?!!??" 저택이 울리도록 쿵쾅대며 자기 방으로 돌아온 요거트는 분함을 이기지 못하고 베개를 던져댔지ㅋㅋㅋㅋㅋ 시종들이 진정하시라고, 점심 드시고 나갈 준비를 하셔야 한다고 하니 그제야 좀 진정한 요거트ㅋㅋㅋㅋㅋㅋ

오후에 시간을 맞춰 각자 치장을 마친 뒤 저택 중앙에서 만난 둘ㅋㅋㅋ 요거트는 늘 그렇듯 빡세게 치장하고 나왔는데, 라일락은 평소 하던대로 검소하고 깔끔하게 입고 나왔어ㅋㅋㅋㅋ 둘은 서로를 보며 보이지 않게 혀를 참ㅋㅋㅋ 라일락은 요거트의 옷차림을 보고 '사치스럽다' 생각하고 요거트는 라일락의 옷차림을 '촌스러워!' 생각하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쨌든 둘은 함께 요구르카 항구로 향했음ㅋㅋㅋㅋㅋ 항구엔 이미 오전에 들어온 무역선에서 내린 짐을 정리하느라 다들 분주해ㅋㅋ 거기엔 요거트네 형님들이 지휘하고 있다가, 요거트네 부부(ㅋㅋㅋ)가 오자 깜짝 놀라지ㅋㅋㅋㅋ 전혀 기별이 없었으니까ㅋㅋㅋㅋㅋㅋㅋ

"형~ 오늘 무역선이 오는 날이라는 걸 하마터면 까먹을 뻔 했지 뭐야! 이런 날에 내가 빠지면 섭섭하지~" 요거트는 어색한 얼굴로 맞이하는 큰형을 향해 사람 좋은 말투로 말했지만 시선은 그를 째려보고 있지ㅋㅋㅋㅋ 큰형인 플레인은 요거트가 여기 올 줄 몰랐고, 저쪽 가문 사람(라일락)까지 데려올 줄도 몰랐고, 요거트의 눈빛이 '형 그때 약속한 거 기억하지?' 하는 눈빛이라 살짝 식은 땀을 흘림... 하지만 역시 선천적인 장사꾼 집안인지라, 플레인은 두 팔 벌려 요거트와 라일락을 환영하는 척 해줌ㅋㅋㅋㅋㅋ

요거트는 형식적인 인사는 되었으니 자기는 귀한 것들을 보고 싶다고 해ㅋㅋㅋ 형들은 요거트의 보물에 대한 욕심을 알고 있었기에 한발 물러섬... 어차피 가문에서 요거트에게 저지른 짓(?)이 있어 말릴 처지도 아니었음ㅋㅋㅋㅋ 이제 요거트는 무역선에서 내린 커다란 금고 여러 개 앞을 기웃거리며 보물들을 구경하기 시작했음ㅋㅋㅋ 데리고 온 라일락은 안중에도 없이ㅋㅋㅋㅋ

라일락은 대상인 가문이 요구르카 경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엄청난 무역상을 운영하는 건 알았지만, 이정도로 대규모 상단을 운영하는 건 처음 알아서 조금 신기했음. 그런데 그것도 누가 소개를 해 주고 설명해줘야 흥미가 이어지지, 아무도 신경을 안 쓰는데 재미가 있겠음? 당연히 금방 지루해졌지. 차라리 이 시간에 수련 한번 더, 독서 한 권 더 하는게 낫겠다 싶은 라일락은 한편에 서서 분주히 일하는 사람들을 영혼 없는 눈으로 바라봄...

그러다 일꾼 중 한 명이 무거운 짐을 나르다가 라일락 앞에서 넘어졌단 말이야; 당연히 등에 지고 있던 짐을 와르르 쏟아버렸지. 라일락도 당황하고, 주변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깜짝 놀라고, 멀리에서 보석을 감정하던 요거트도, 일꾼들을 지휘하던 형들도 모두 놀라 시선이 한 곳으로 쏠렸음. 라일락은 우선 사람이 넘어졌으니 얼른 그에게 다가가 부축해 줘. 일꾼은 넙죽거리며 연신 감사하다고 하지.

그런데 등에 진 짐이 다 쏟아졌잖아. 산더미 같은 금화들이 쏟아져서 사방에 굴러다니는데, 그 사이에 못 보던 보석이 하나가 끼어있네? 햇빛에 비춰 영롱하고도 투명한 비취색으로 반짝이는, 주먹만큼 커다란 보석 덩어리인데, 금으로 둘러 가장자리를 장식한 거야. 딱 보기에도 귀한 것 같았음. 라일락은 무심코 그걸 집어 들었지.

"어, 그거 뭐야??" 멀리서도 귀한 보석 덩어리를 단숨에 알아본 요거트가 후다닥 달려와서는 그걸 보여달라고 해ㅋㅋㅋ 라일락은 별 생각 없이 손에 든 그것을 요거트에게 내보였음. 그걸 보자마자 요거트는 너무나도 놀란 얼굴로 감탄을 마지 않지! 이렇게 대단한 보물이 있었다니 하고 말야ㅋㅋㅋㅋㅋ 대체 뭐길래 하고 멀리 있던 형들도 가까이 다가와 기웃 거리는데, 그 보물의 정체를 알아본 형들은 얼굴이 파랗게 질려버림....

"이렇게 굉장한 건 처음 보는 걸!" 보석을 감정하던 요거트가 너무나도 만족스러운 듯이 말하지ㅋㅋㅋ "이런 걸 왜 금고에 넣지 않고 금화 상자에 숨겨서 가져왔어? 금화에 긁혀 상처라도 나면 어쩌려고." 요거트가 아주 섬세한 손길로 보석을 어루만지며 형들에게 묻지. 헌데 형들 중 어느 누구도 뭔가 숨기는 듯이 헛기침만 할 뿐, 제대로 대답을 안 해주네? 요거트는 여기서 뭔가 수상한 낌새를 눈치 챘음.

"아하~ 엄청나게 귀한 거구나? 그러니까 내 눈에 띄지 않게 숨기려고 한 거고?" 요거트가 부채로 입을 가리며 눈으로만 형들을 빤히 응시하지. 형들은 머쓱하니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이 없다가, 플레인이 먼저 입을 열었지. "그보다 더 귀한 보석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말이다, 요거트크림. 너도 보았지 않느냐?" "아아니~ 저쪽에 있는 보석들도 이것보다 좋은 건 없었어." 요거트가 눈을 접어 활짝 웃지ㅋㅋㅋㅋ "그러니 이번엔 이걸 가질래."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다른 형들은 이마를 짚었고, 플레인은 다소 곤란한 미소를 짓지ㅋㅋㅋ "왜? 혹시 형들, 나한테 한 약속을 벌써 잊은 거야?" 요거트는 여전히 웃는 얼굴로 탁 소리나게 부채를 접었음. 곁에 선 라일락은 약속이라는 말에 잠시 고개를 갸웃 했지. "하지만 요거트크림, 그건..." "잊었느냐고." 다른 형이 말리기도 전에 요거트가 먼저 말을 끊어버렸음... 분위기는 싸하게 가라앉아 버렸지... 이 형제들 간에 무언가 부조리한 일이 있었구나 짐작한 라일락은 끼어들지 않는게 좋겠다 판단하여 잠시 멀리 있으려는데...

"아아, 먼저 발견한 건 라일락이잖아, 그렇지? 라일락, 어때? 이 정도면 우리 신혼 선물로 괜찮은 거 같은데." 하고 요거트가 라일락을 불러 세움ㅋㅋㅋㅋ 라일락은 한 걸음도 떼지 못하고 그 자리에 멈춰 섰음ㅋㅋㅋㅋㅋ 하필이면 다른 사람도 아니고 자길 지목하다니, 아주 불편한 상황이 아닐 수 없었지... 이런 상황에 어떤 대답을 해야 하는가? 라일락은 빠르게 주변 눈치를 살폈는데, 다른 누구도 아닌 요거트가 눈으로 '너 빨리 그거 가지고 싶다고 해라 알겠냐?' 하고 있음ㅋㅋㅋㅋㅋㅋㅋㅋ 다른 이들은 제발 그거 말고 다른 거로 해 달라 간절한 눈빛인데 말이야ㅋㅋㅋㅋㅋ

근데... 라일락으로서는 각방 쓰고 하루에 한 번도 안 마주치는 얼굴이지만, 어쨌든 한 집 사는 요거트에게 그나마 덜 책 잡히는 게 낫잖아ㅋㅋㅋㅋ 저쪽 가문의 누구든 자주 볼 일도 없고 말이지... 만약 여기서 요거트 말대로 안 했다가는 분명 요거트가 자길 끈질기게 괴롭힐 것이 뻔했단 말임? 그래서 라일락은 저쪽의 간절한 눈빛은 무시해 버리고, 요거트의 의견에 따르기로 함. "... 반려가 마음에 든다고 하니, 이걸로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하고 말이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라일락의 대답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는 듯이 요거트가 가볍게 눈을 찡긋하고는, 다시 형들을 돌아봄ㅋㅋㅋㅋ 형들은 '역시 저쪽 가문 인간을 믿는게 아니었는데' 하고 있음ㅋㅋㅋㅋㅋㅋㅋ "그럼 이거, 내가 가져간다?" 요거트는 아주 여유 있게 손에 든 보석을 들어 보이고는, 여기에 더 이상 미련은 없다는 듯이 라일락더러 이젠 돌아가자고 하지.

그 보석이 '나가의 심장'이고 이 때문에 앞으로 무슨 일을 겪게 될지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채 말이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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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모브 등장 있습니다.

마음에 드는 보석을 구한 요거트는 기분이 좋아져서, 자기 방 유리 장식장의 가장 잘 보이는 자리에 그 보석을 가져다 놓았음ㅋㅋㅋ 그 보석이 무엇인지는 꿈에도 생각지 못하고 말이지ㅋㅋㅋ

사실 그 보석은 '나가의 심장'이었고, 이를 가지고 있는 자는 불로장생을 한다는 전설이 있는 보석이었음ㅋㅋㅋ 그래서 요거트네 집안이 이를 외국에서 사 들여서 가지고 온 거였음ㅋㅋㅋㅋ 아버지를 위해서 말이지...

그런데 얼결에 요거트가 끼어들어서 보석을 가로챈 셈이 되었잖아? 그래서 형제들이 요거트가 지내는 저택으로 와서 그 보석을 돌려달라 여러 번 간청했지만, 요거트는 들은 체도 안 함ㅋㅋㅋㅋ 그렇다고 차마 그 보석이 나가의 심장이고 불로장생의~ 어쩌구를 요거트한테 말할 수는 없잖아ㅋㅋㅋㅋ 그걸 알면 요거트가 더 안 줄 거 아냐ㅋㅋㅋㅋㅋ 그래서 형제들은 아주 애가 탈 지경이었음ㅋㅋㅋㅋㅋ 요거트는 단순히 이게 그렇게 귀한 보석인가? 형님들이 어지간히 안달복달하네 이정도만 생각하고 있었음ㅋㅋㅋㅋㅋ

그로부터 얼마 뒤, 이번엔 라일락네 집안에서 전갈이 왔음. 바로 차남인 작은 형이 원정을 마치고 요구르카로 귀환한다는 소식이었지. 집안에서 환영 잔치를 열테니, 라일락네 부부도 꼭 참여해 달라는 이야기였음ㅋㅋㅋㅋ 라일락은 오랜만에 작은 형의 얼굴을 보게 되었으니 기쁜 마음으로 집에 갈 준비를 했지만, 요거트는 그 집안의 숨막히는 분위기를 떠올리고 벌써부터 죽을맛임....

게다가 이번엔 라일락이 "집안 분위기에 맞게 격식을 차려달라"며 옷을 검소하게 입으라는 거야; 요거트는 심히 마음에 들지 않았음... 자기 스타일은 진짜 머리부터 발끝까지 할 수 있는 모든 치장을 곁들여서 빡세게 꾸미는 건데!! 하지만 그쪽 집안 행사라는데 가서 초 치고 싶지도 않고, 잔소리 듣기도 싫어서 요거트는 이번만큼은 라일락 말대로 하기로 함... 라일락이 입는 옷 스타일에 맞춰서 목 끝까지 꽉 채워 입는 옷에 색도 차분한 걸로 하고 말이지...

둘째 아들이 귀환한다는데 집안 문화 자체가 워낙 절도와 명예를 중시하는 문화이다보니, 왁자지껄한 분위기도 아니고 정말 차분하고 진지한 환영식이었음... 그쪽 아버지가 차남에게 다가가 "정말 수고했다" 하고 한번 안아준게 끝이야ㅋㅋㅋ... 라일락도 작은 형에게 짧게 박수를 쳐 주고, 굳게 악수하며 "고생 많았어, 형." 하고 말한게 끝이고... 라일락 옆에 선 요거트가 보기에는 진짜 이 집안 사람들은 이렇게 답답하게 살아서 뭘 어찌하나 싶을 정도였음ㅋㅋㅋㅋㅋ

둘째 아들은 라일락 옆에 선 요거트를 알아 보고 먼저 악수를 청했지. 편지로 전해 들어서 알고 있다고, 동생의 반려냐며 묻는데, 요거트는 그렇다고 짧게 대답하고 손을 내밀어 악수를 했음ㅋㅋㅋㅋ 그리고 그걸로 인사는 끝이었어ㅋㅋㅋㅋ 이렇게 어색할 수가....

환영 잔치인데 식사도 너무 진지하게 진행되고 말이야ㅋㅋㅋㅋ 이쪽 가족들은 식사하며 담소를 나누는 문화 같은 건 없는 모양인지, 식사하는 동안 정말 식기구 달그락 거리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음ㅋㅋㅋㅋ 요거트는 여기저기 눈치를 살폈지만 정말 아무도 입을 안 열어ㅋㅋㅋㅋ 게다가 다들 얼마나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있는지, 덩달아 요거트도 칼같이 바른 자세로 앉아 식사를 하는 바람에 허리가 아플 지경이었음ㅋㅋㅋㅋㅋ

식사가 끝난 뒤 다과가 차려지자 그제야 하나 둘 입을 열어 대화가 오고가기 시작함ㅋㅋㅋㅋ 하지만 대화도 그리 길지 않았음... 그저 필요한 말만 딱딱 하고는 대화가 더 이상 이어지질 않음... 이러니 라일락도 이모양이지. 요거트는 차를 마시며 라일락의 옆모습을 흘겨봄ㅋㅋㅋㅋㅋㅋㅋ

"그래, 바다 건너 다른 나라는 어떻더냐?" 그쪽 집안 아버지가 둘째 아들에게 묻자, 그가 자기가 보고 온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지. 그래도 둘째 아들은 그나마 좀 활발한 편인 모양인지, 나름의 재치를 섞어 경험담을 말하는데 이건 좀 들을만 했음ㅋㅋ 요거트도 나름 흥미롭게 이야기를 들었지ㅋㅋㅋㅋ

"그 중에 '나가'라고 하는 뱀 형상의 신을 숭배하는 나라가 있었습니다. 그 나라엔 황금으로 만든 신전이 있었는데, 신전 가장 깊은 곳에 나가 신의 심장이라고 하는 보석이 모셔져 있다는군요. 축제 기간이 아니어서 신전을 개방하지 않아 실물을 보지는 못했지만요." 요거트는 이야기를 들으며 자기 나름대로 그 '나가의 심장'을 상상해 봄ㅋㅋㅋ 신전에 모셔져 있을 정도면 엄청나게 커다랗고 아름다운 보석이겠지! 한번이라도 그걸 보러 갔으면 좋겠다~ 하고 말이지ㅋㅋㅋㅋ

다과 시간까지 끝난 뒤에 라일락과 요거트는 신혼 저택으로 돌아왔음ㅋㅋㅋ 보통은 이정도면 집에서 자고 가라고 하지 않나? 싶지만ㅋㅋㅋㅋㅋㅋ 결혼한 자제는 본가에서 안 자는게 맞다나 뭐라나... 하여간 정이라곤 한 톨도 없는 집안이구만 하고 투덜거린 요거트는 자기 방에 돌아오자마자 목까지 옥죄어 입은 옷을 풀어헤치고 침대에 편하게 누워버렸음ㅋㅋㅋㅋ

그 뒤로 둘은 딱히 이렇다 할 교류 없이 너무나도 건조한 신혼 생활을 보냈음ㅋㅋㅋㅋ 달라진 게 하나 있다면, 일주일에 두 번은 요거트가 요구르카 시내에 쇼핑을 하러 가야했기 때문에, 무조건 둘이 함께 외출을 하게 되었다는 것ㅋㅋㅋㅋㅋ 라일락은 쇼핑이 취미도 아니고, 요거트가 돈을 무지하게 많이 써대는 것도 탐탁치 않았는데, 요거트가 이렇게라도 밖에 나가지 않으면 자기는 우울증에 걸려 죽을거래ㅋㅋㅋㅋ 그래서 무척 성가시지만 거기에 어울려 주기로 한 것임...

밖에서 그들은 사이가 그리 나쁘지 않은 부부처럼 포장해야만 했음... 물론 대부분의 연기는 요거트가 주로 했지ㅋㅋㅋ 라일락은 이런 연기가 능숙하지도 않을 뿐더러, 억지로 거짓말을 했다간 대번 얼굴에 티가 나서ㅋㅋㅋㅋㅋ 그래서 요거트는 라일락에게 "어정쩡하게 굴 바에야 그냥 단답만 해라" 하고 단단히 엄포를 놓았음ㅋㅋㅋㅋ 라일락은 그게 차라리 편해서 그러겠다고 했지.

그들의 생활은 나쁘지 않았음. 밖으로 나갈 때만 다정하지만 조금 부끄러움을 타는 부부인척 하면 되고, 저택에 돌아와서는 마치 모르는 사람처럼 각자 영역에 틀어박혀 지내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으니까. 외려 상대방에게 이것저것 요구하는 것도, 신경쓸 것도 없어 아주 편했음.

이런 둘의 사이를 각자 집안에서도 알고 있지만 더는 터치하지 않았음ㅋㅋ... 어차피 명목상 부부로 만든 것이고, 가문의 정치적 계략으로 막내들을 희생시킨 걸 다 알고 있으니까 말이지... 약간 서로 볼모를 잡은 느낌으로? 그래서 두 가문은 이전처럼 대놓고 상대방을 하대하지는 못했음...

그런 나날이 흘러가는 중에 요구르카의 대명절 시즌이 왔지. 사흘 동안 성대한 축제가 열리는 시즌이었음. 요구르카의 모든 이들이 매우 고대한 이 축제에 아주 즐겁게 참여했지만, 단 두 사람, 라일락과 요거트만큼은 그리 즐겁지 않았음... 작년까지 각자 가족들과 지낼 땐 즐거웠지... 하지만 지금은 부부라는 이름으로 묶여서 하고 싶은 것도 못 하고, 또 각자 집에 인사를 드리러 가야하는 거야ㅋㅋㅋㅋㅋㅋ 정말 짜증나는 상황이 아닐 수가 없었지ㅋㅋㅋㅋ

어쨌든 각자 집안에 부지런히 인사를 드린 뒤, 둘은 축제에 참여하긴 했는데... 주변 시선을 너무 신경쓰는 바람에 축제는 별로 즐기지도 못했음... 게다가 축제를 즐기는 스타일마저 라일락과 요거트는 정 반대였기 때문에 어느 쪽도 만족하지 못한 것임...

축제 마지막 날에는 요구르카의 상위 계급만 참여할 수 있는 연회가 요구르카 성에서 열렸음. 라일락과 요거트 역시 그 자리에 참여했지. 거기 모인 많은 사람들이 둘에게 굉장한 관심을 가졌음. 두 가문이 절대 화해도 화합도 이루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은, 이들 부부가 결혼할 때부터 시작해서 아직까지 이혼하지 않고 같이 지내는 걸 무척 신기하게 여김ㅋㅋㅋㅋㅋ 그러다보니 다들 관심이 있을 수밖에ㅋㅋㅋㅋ 이에 응대하는 건 역시 요거트 몫이었음ㅋㅋㅋㅋ 위에도 언급했듯 라일락은 거짓말을 하면 너무 티가 나니까ㅋㅋㅋㅋ...

그러는 바람에 요거트는 스트레스가 극에 달한 상태였음... 도저히 사람 많은 곳에 못 있겠다 하니, 라일락이 "... 반려가 좀 피곤한듯 하니, 잠시 산책이라도 다녀오겠습니다." 하고 요거트를 데리고 밖으로 나왔지. 밖으로 나오니 정원인데, 다들 연회장에 몰려 있어서인지 정원은 아주 한가했음. 시원한 밤 공기를 마시니 요거트는 좀 마음이 트이는 듯 했지. 그리고 라일락에게 이런 센스가 있는 줄은? 하고 쪼끔 점수를 줬음ㅋㅋㅋㅋㅋㅋㅋㅋ

둘은 말 없이 정원을 천천히 거닐었음. 여전히 사이에 사람 하나는 낄 수 있을 거 같은 거리를 유지하면서 말이지... 딱히 이렇다 할 말도 없잖아? 충분히 바깥 바람을 쐬었다 싶었을 때, 다시 연회장으로 돌아가려니 누군가가 라일락을 알아보고 다가왔음. 요거트도 아는 가문의, 요구르카의 귀족 계급 아가씨였지. 보아하니 라일락도 좀 아는 눈치여서, 요거트는 둘이 편하게 대화를 나누라고 해 놓고 이때다 싶어 먼저 발걸음을 옮김ㅋㅋㅋㅋㅋㅋ 드디어 혼자 있을 수 있게 됐어! 하고ㅋㅋㅋㅋㅋㅋ

이 아가씨는 라일락에게 무척 반갑다는 듯이 인사를 했지. 라일락 역시 이 아가씨를 잘 알고 있었음. 라일락네 가문과 종종 교류했던 가문의 여식이었으니 말이야. 어렸을 땐 라일락네 가문의 수련장에 와서 같이 수련도 했던 사이였고. 오랜만에 아는 이를 만나 라일락은 조금은 편한 마음으로 대화를 나누게 되었지.

근데 이 아가씨는 꽤 오래 전부터 라일락을 좋아했거든. 아마 어렸을 때부터 였을 것임... 그래서 내심 나중에 자라면 라일락과 꼭 결혼하겠다고 자기 스스로 세운 목표가 있었단 말이야. 그런데 우연찮은 일이 벌어져 라일락은 요거트와 결혼해 버렸잖아? 그날 진짜 엄청나게 울었단 말이야... 부모가 이미 떠난 사람이나 마찬가지다 포기해라 해도 자기는 절대 포기 못 한다고 했고...

그래서 이 아가씨는 다소 집착적으로 라일락과 요거트 부부의 행적을 캐내고 다녔음... 처음엔 둘다 너무나 다정한 모습으로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니까 매우 절망스러웠지... 그러나 아무래도 위장은들통이 나는법... 계속 뒤를 캐다보니, 둘은 상상 이상으로 사이가 안 좋고, 밖에 나올 때만 사이가 좋은 척 한다는 걸 알게 된거야. 속으로 쾌재를 부른 이 아가씨는 라일락에게 말 한번이라도 걸 기회를 노렸지. 라일락에게 진심을 물어보려고 말이야!

그게 바로 오늘, 이 순간이었던 거지. 처음 이 아가씨는 라일락에게 자기를 기억하냐며 다가왔고, 요거트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둘은 예전의 수련생 시절에 대해 가볍게 이야기를 나누지. 물론 라일락은 말이 길지 않았지만ㅋㅋㅋㅋ 어쨌든 라일락은 옛 친구를 만난 기분으로 대화를 하고 있었지만, 이 아가씨는 목적이 완전히 다르잖아? 조금씩 자기 속내를 내비치기 시작하지...

"그때부터 사실은 도련님을 좋아했어요." 아가씨가 수줍게 입을 가리며 웃었음. 이때부터 라일락은 조금 불편한 기분이 들지. 그때는 둘 다 어린 시절이었고, 라일락은 그때 당시에도 이 아가씨에 대해 열심히 노력하는 수련생이구나, 노력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이런 정도로만 생각했지 특별히 호감이 있지는 않았거든. 게다가 지금 라일락은 유부남이잖아! 아무리 요거트와 겉보기만 부부여도 그는 분명 라일락의 반려거든. 그런데 이 아가씨가 대뜸 이런 이야기를 하니 속이 불편했지.

"그래서... 그래서 사실, 조금 오래전부터 목표는 도련님과 결혼하는 것이었답니다... 하지만 도련님께서는 저쪽 가문의 요거트크림 도련님과 결혼하고 마셨지요... 아마 도련님께서 의도하신 바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렇죠?" 물론 요거트와 결혼한 것은 라일락이 바라던 바도 아니고 정말 타의로 이루어진 일이긴 했지만, 시간을 되돌릴 수도 없는 일이잖아. 라일락은 이 물음에 대답하지 않았지. 하지만 이 아가씨는 라일락의 무대답에도 아랑곳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이어나갔지.

"하지만 저는 알아요. 라일락 도련님께서 그분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요! 아무도 모를 거예요. 겉으로 보기에 두 분은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한쌍이니까요... 그래도 저는 알아요... 그분과 함께 있는 라일락 도련님의 눈은 예전처럼 빛나지 않으시니까...! 그렇지요, 도련님? 그분을 사랑하지 않으시지요...?" 적잖이 당황스러운 말에 라일락은 잠시 멈칫했음... 이 여자,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라일락은 뒤로 한 발 물러섰지. 아무래도 이상한 생각에 심취해서 헛소리를 하는 듯 한데, 더는 상대하지 않는게 좋을 거 같았어... 그런데 이 여자는 완전히 자기 말에 넋이 나가서는, 자꾸 라일락에게 가까이 다가오는 거야...!

"그래서 어쩌라고?" 익숙한 목소리가 라일락 귓가에 싸늘하게 날아들었지. 라일락도 그 여자도 동시에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어. 거기엔 부채로 입을 가린 요거트가 서 있었지. 부채 때문에 얼굴 표정이 다 보이지는 않았지만, 차갑게 가라앉은 두 눈이 완전히 경멸하는 빛으로 여자를 쏘아보고 있지... 그 눈빛에 놀란 여자가 움찔하자, 요거트가 성큼성큼 걸어 여자의 앞, 그러니까 라일락의 옆에 섰지.

"아주 말에 논리도 없고, 개념도 없네. 어찌 감히 그런 추잡한 소리를 입에 담을 수 있지? 누구 앞이라고." 요거트가 더럽고 하찮은 것을 바라보는 눈으로 여자를 내려보다가, 부채를 탁 소리나게 접고는 그걸로 여자의 어깨를 툭 밀어버려. 여자는 그 힘에 밀려 뒤로 두어걸음 물러나게 됐지. 여자는 부드득 소리가 나도록 이를 갈더니, 완전히 이성을 잃은 눈으로 요거트를 노려봐. 그리고 악을 쓰듯 소리치지. "당신이 뭘 알아!! 당신 따위가 라일락 도련님에 대해 뭘 아느냐고!!! 너야말로 더러운 자식이야.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어떻게 이ㄹ..."

그 순간 귓가가 짜릿하도록 쫙 소리가 들리고, 요거트의 부채가 여자의 뺨을 있는 힘껏 후려쳤음. 얼마나 세게 갈겼는지 여자가 충격을 받아 비틀거리며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어. 라일락도 갑자기 요거트가 사람을 칠 줄 몰라 당황해 요거트의 팔을 붙잡았지. 요거트는 라일락의 손길마저 밀어내 버리고는, 쓰러진 여자의 옷자락을 지그시 밟아버림.

"다시 한 번 지껄여봐. 다음에는 그 입을 찢어줄테니." 뺨을 감싼 채 요거트를 올려다보는 여자에게, 요거트가 하찮은 벌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을 바라보는 눈으로 경고해. 그리고는 더는 상대할 가치도 없다는 듯 몸을 돌려 가버렸지. 라일락은 곁눈질로 여자를 슬쩍 바라보기만 하고, 요거트를 따라갔고 말이야.

정원을 한 바퀴 더 돌고 오면 기분 전환이 될 줄 알았는데, 돌아온 찰나에 라일락과 그 여자의 대화를 정확히 듣게 될 줄은 요거트도 몰랐어. 그리고 그것 때문에 이렇게까지 기분이 상할 줄도 몰랐지... 여전히 화가 풀리지 않은 요거트는 연회가 다 마무리 되지도 않았는데 먼저 돌아가겠다고 하지. 요거트를 혼자 보낼 순 없으니 라일락도 따라 저택으로 돌아왔고 말이야.

저택으로 돌아오자마자 요거트는 아주 신경질적으로 부채를 내던지고 머리 장식을 풀어버렸어. 예쁘게 치장했던 머리가 우수수 풀려서는 긴 머리 산발이 되었지. 요거트는 눈을 질끈 감고 분을 삭히려고 숨을 크게 내쉬었어. 그 뒤로 라일락이 따라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지....

"... 그 여자, 뭐야?" 요거트는 라일락을 쳐다보지도 않고 물었음. 라일락은 짧게 "어렸을 때부터 알던 여자." 라고만 답하지... 근데 이게 뉘앙스가 묘하잖아. 어렸을 때부터 알던 여자? 정확히 언제부터 알던 여자인데? 무슨 사이인건데? 대체 뭘 하던 여자면 우리 뒤를 캐고 다녔던 건데? 요거트는 따지고 싶은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지만, 생각할 수록 머리가 지끈거리는 데다가, 라일락의 성격상 뭔가 자세히 말할 거 같지도 않아.... 요거트는 잠시 이마를 짚었음.

그리고 짧게 심호흡하고 다시 입을 열었지. "그게 다야? 어렸을 때부터 알던 여자? 말 하는 거 보니까 보통 여자는 아니던데." "... 나도 그 여자가 그렇게 변할 줄은 몰랐어." 라일락이 씁쓸한 어투로 중얼거리는데, 요거트는 이마저 짜증이 났음. 뭐야 저 말투는? 마치 그 여자를 동정하는 거 같잖아! 요거트는 슬그머니 입술을 깨물었지.

"아아, 그렇구나. 원래 그런 여자는 아니구나?" 일부러 비아냥대는 소리로 요거트가 말했지. "원래는 그렇게 무례하게, 이미 반려가 있는 사람한테 헛소리를 지껄이는 미친 여자는 아니다?" "... 표현이 과해, 요거트크림." 요거트의 어투에서 느껴지는 의도를 읽고 라일락이 짧게 말했지...

"표현이 과해? 내가 뭐 틀린 말이라도 한 건가? 나는 본 그대로, 들은 그대로 말 하는 거야, 라일락." 요거트가 몸을 돌려 라일락을 마주보고 섰음. "너는 네가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아직도 그쪽 가문의 자제라고 생각해? 하!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너는 내 반려야. 네 반려도 나고. 알잖아. 우리는 좋든 싫든 한 배를 탄 몸이라는 거. 그러면 너도 알아서 선을 그어야지. 어디서 감히 나한테 그런 더러운 소리를 듣게 해?" 요거트가 속사포를 쏘듯 라일락에게 쏘아붙였지.

"내가 그정도 인식도 없다고 생각하다니, 아주 불쾌한데." 라일락도 지지 않고 눈썹을 찌푸렸음. "그러는 너야말로 나를 완전히 무시하고 있지 않나? 나는 그 여자와 어떤 관계도 없어. 과거에 잠시 연줄이 있었을 뿐이야. 방금 그 여자는 제정신이 아닌 상태였어. 그리고 내가 뭔가 손을 쓰기도 전에 끼어들어 뺨을 때린 건 너잖아. 아주 무례한 방법이었지."

"무례해? 지금 그게 나한테 하는 소리야? 무례하다고?" 라일락의 말에 요거트가 기가 찬듯 헛웃음을 터뜨렸지... "지금 어느 쪽이 무례한지 사리 분별이 전~혀 안 되는 모양이네? 아, 하긴. 그정도 분별력이 있었다면 이런 일이 생기기 전에 먼저 알아서 잘 처신했겠지." 요거트가 이를 악물고 라일락을 노려보았지. 라일락도 똑같이 요거트를 바라보며 눈빛을 맞받아쳤어. 둘 사이에 금방이라도 불꽃이 튈 거 같은 날카로운 시선이 오고갔지...

"그럼 이혼해. 그리고 그 여자한테 가면 되겠네." 요거트가 먼저 질렸다는 듯이 라일락의 시선을 튕겨내버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라일락이 손을 뻗어 요거트의 팔을 붙잡았지. 요거트는 아주 신경질적으로 그 손을 치워버렸음. "말 그대로야. 나는 무례하다며? 그쪽 집안은 예절을 중시하는 집안이잖아. 거기서 나고 자란 '라일락 도련님'이 이렇게 무례한 나를 어떻게 더 견딜 수 있겠어? 그러니 깔끔하게 끝내자. 그리고 너는 그 여자에게 가면 되지." 요거트가 더는 상대하기도 싫다는 듯이, 말을 고르지 않고 아무렇게나 말하지.

"... 지금 너야말로 너무 흥분해서 제정신이 아닌 거 같다." 라일락은 앞머리를 쓸어넘기며 침착하게 대답함... "방금 네 말대로 우린 좋든 싫든 한 배를 탔어. 이혼은 지금 이 자리에서 결정할 일은 아닌거 같은데." 라일락이 너무 침착하게 반응하니, 오히려 요거트는 머리가 더 지끈거리고 아파서 더는 말 하기가 싫어졌어... "아 그래ㅡ 그래, 좋아. 이제 더는 이딴 대화, 넌더리가 나서 못 하겠어. 정말 짜증나네. 머리가 터질 거 같으니까, 난 이만 가서 자야겠어." 그렇게 말한 요거트는 라일락에게서 시선을 싹 거둬버리고 자기 방 쪽으로 가버렸지.

머리가 아픈 건 라일락도 마찬가지야... 아까 정원에서 그 여자가 들이댔던 일도 당황스럽고 화가 나는데, 요거트가 멋대로 끼어들어서 아주 무례하게 대처해 버린 것도, 지금 이렇게 화를 내는 것도 전부 다 골치 아픈 일이거든... 하지만 일단 요거트가 가버려서 할 말도 더는 할 수가 없으니, 라일락도 몸을 돌려 자기 방으로 가버렸지.

안 그래도 싸늘한 저택이 오늘밤은 더욱 차갑게 얼어붙어 버렸고 말이야.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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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싸우고 난 뒤, 둘은 며칠간 서로 쳐다도 보지 않았음. 원래 저택 안에서는 서로 마주칠 일도 없긴 했지만... 일주일에 두 번, 둘이 함께 나가는 외출도 가지 않았지. 요거트가 아직 화가 안 풀린 상태였거든. 정기 외출하는 날, 준비를 마친 라일락은 한참을 기다리고 나서야 요거트가 나가지 않을 거라는 걸 알았고, 제멋대로에 자기 기분대로 행동하는 요거트의 태도에 라일락도 화가 났어. 전에도 일정을 변경할 거라면 미리 알려달라고 이야기 했는데, 또 무시한 거잖아!

이러니 화해할 기미도 보이지 않고... 서로가 상처만 주고 받은 셈이었지. 차라리 지금이라도 이혼하는 게 정말 좋을지도 몰라... 결혼 이후에 몇 개월을 이렇게 버텨왔고, 남들 말대로 생각보다 오래 견뎠어. 서로가 얼굴 붉히고 더 크게 싸우는 일이 생기기 전에, 깔끔하게 끝내는 게 낫지 않을까? 각자의 방에 틀어박힌 둘이 진지하게 이런 고민을 하고 있을 즈음이었지.

요거트의 생활 패턴은 그야말로 중구난방이었음ㅋㅋㅋ 자고 싶을 때 자고,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고. 그러다보니 밤낮이 바뀌어 있을 때가 잦았음ㅋㅋㅋㅋ 그래서 그날 밤도 늦게까지 깨어 있었음... 달이 조금 기울어 요거트 방 쪽의 정원을 비추고 있었지. 멍하니 발코니 창가에 앉아 달빛에 비친 정원을 바라보며 내일은 정원을 좀 갈아엎어야겠다 생각하는 요거트는, 어둠 속에서 뭔가 시커먼 것이 움직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어.

처음엔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 그림자인 줄 알았는데... 그렇다기엔 뭔가 좀 더 인간의 그림자 같은 것이 얼핏 비치는 거야... 괜히 뒷목이 오싹하니 기분이 나빠진 요거트는 방 안으로 들어가야겠다고 생각하고 발코니에서 일어났지. 그리고 안으로 들어와서, 시종을 시켜 창문을 닫고 커튼을 치려는데, 시종이 깜짝놀라 외치지! "도둑이야!" 하고;

다른 시종을 시켜 옷을 갈아입으려던 요거트도, 옷 갈아입는 걸 도와주던 시종도 깜짝 놀라 소리를 친 사람을 돌아봤어. 커튼을 닫으려던 시종이 두 손으로 커튼을 붙잡은 채, "정원에 누가 있어요!! 도둑인 거 같아요!!" 하고 손가락으로 어둠 속을 가리켜. 얼핏 봐서는 아무도 없는 거 같은데, 아까 요거트도 분명 꽤 기분 나쁜 느낌이 있었거든. 그래서 요거트는 진짜 도둑이 들었는지 살펴야겠다며, 자기 시종들을 죄다 동원해서 정원 수색은 물론이고 저택 내부 수색까지 시킴.

그날따라 라일락도 새벽까지 깊이 잠들지 못했어. 고민거리가 있다보니 눈을 감아도 잠이 쉬이 들지 못하고, 잠들어도 조금 뒤척이다 금방 깨버렸고 말이야. 밤바람을 쐬면 좀 마음이 가라앉을까 싶어 라일락 방 쪽의 정원으로 내려갔지. 그런데 저 멀리 반대편, 그러니까 요거트 방 쪽의 정원에 불이 밝혀지며 어수선한 소리가 들리는 거야. 처음엔 불이 난 줄 알고 놀란 라일락은 얼른 시종을 시켜서 반대편에 다녀오게 했지.

금방 반대편에 다녀온 시종은, 저쪽 주인이 정원을 통해 도둑이 든 거 같다며 오밤중에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음. 불이 난 건 아니라 다행이긴 한데, 도둑도 걱정거리이긴 마찬가지잖아. 그래서 라일락은 이 저택에 발을 들인 이후 처음으로 요거트의 영역으로 넘어감...

이쪽은 수색 작업을 하겠다고 정원이며 온 저택에 불을 다 밝혀놨지. 시종들은 분주하게 사방팔방 돌아다니는 중에, 라일락이 나타나자 다들 놀라 어쩔 줄을 모르고 있다가, 당장 요거트에게 저쪽 주인이 여기로 왔다고 알리러 옴; 며칠 전 크게 싸운 뒤로는 서로가 머무는 쪽으로는 쳐다도 보지 않았는데 여기까지 직접 오다니? 요거트는 코웃음을 쳤지만 그래도 라일락을 맞이하러 감ㅋㅋㅋ

"이 늦은 밤중에 무슨 일로 여기까지 직접 행차하셨대?" 팔짱을 낀 요거트가 비아냥 거리듯 먼저 말을 걸었지. "도둑이 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 라일락은 요거트의 태도는 무시하고, 있었던 일에 대해서만 묻지. 밤중에 시비가 붙어 싸우고 싶진 않았으니까. 라일락의 어투로 그 의사를 읽은 요거트도 그건 맞다 싶어 시비조는 그만 두었음. "창문을 닫으려는데, 시종이 정원에서 수상한 그림자를 봤다고 해서. 아무래도 보석을 많이 가지고 있으니 도둑이 꼬이기 마련이지."

"야간 경비를 더 고용하는 것은?" "그건 내일 생각해 봐야겠어. 우선은 숨어든 놈이 있는지 찾는 것부터." 요거트가 골치아픈 듯이 혀를 쯧 찼지. "이쪽에서 벗어나 다른 쪽으로 숨었을지도 모르니, 협조하도록 하지." 라일락이 따라온 시종에게 자기 방 쪽 정원과 저택도 같이 수색하도록 지시하지. 요거트는 살짝 의외라고 생각했어. 이 밤중에 직접 여기까지 온 것도 놀라운데, 수색 작업을 같이 해 줄 거라곤 생각 못했거든.

"그밖에 다른 문제는 없나?" 라일락이 주변을 한번 훑어보고 다시 물어봐. 요거트는 딱히 없다고 대답하고 어깨를 으쓱했지. 라일락은 알겠다고 고개만 가볍게 까딱이고, 몸을 돌려 다시 자기 영역으로 돌아갔어. 요거트는 다시 팔짱을 낀 채 돌아가는 라일락의 뒷모습을 눈으로만 좇았지... 진짜 어쩐 일이지? 오밤중에 너무 유난을 떨었나? 헌데 평소 하는 꼴을 보면 그런다고 신경을 쓸 거 같지 않은데 말이야...

두 시간에 걸친 정원과 저택의 수색 작업이 끝났어. 누군가 정원의 담장을 타고 넘어온 흔적이 있는 걸로 봐선, 시종이 본 건 진짜 도둑이긴 했던 모양이었음. 다행히 놈은 정원 근처만 어슬렁대다가 금방 다시 도망간듯 했음. 저택 근처로는 오지 못하고 정원에만 흔적이 남아있었고, 나간 흔적은 반대편에 있었거든. 그제야 요거트는 가슴을 쓸어내렸지... 그리고 라일락의 말대로 야간 경비를 더 고용해야겠다고 생각했고 말이야.

다음날, 요거트는 어쨌든 라일락에게 수색 작업을 같이 해 주어 고맙다는 인사도 하고, 야간 경비를 더 고용하는 건에 대해 이야기를 해 보려고 라일락의 영역으로 넘어갔어. 이때 라일락은 아침 식사 후 독서 시간이었지. 시종이 독서 중인 라일락에게 다가와, 저쪽 주인이 와서 주인님을 뵙고자 한다고 전했어. 라일락은 읽던 책을 덮고 자리에서 일어났지.

"어젯밤엔 고마웠어." 요거트가 고맙다는 말은 했지만 태도는 딱히 이것도 저것도 아닌, 그저 의무적으로 하는 겉치레의 말이야. 어차피 이런 대화가 익숙한 라일락은 고개만 짧게 끄덕임. "그리고 어제 말했던 대로, 야간 경비를 더 고용하려고 해. 내 쪽에만 놓긴 좀 그렇고, 이쪽에도 좀 더 배치할까 하는데." "내 쪽은 크게 상관 없어. 내 시종들은 이미 전투 훈련을 받은 자들이야." 라일락이 대답하자 요거트가 흥미롭게 라일락을 바라보지. "... 확실히 무인 가문은 다른가 보네. 시종들에게 전투 훈련도 시키고." 요거트가 부채를 펼쳐 입을 가렸지.

"그럼 이쪽에는 더 이상 야간 경비가 필요하지 않다는 이야기네?" 다시 묻는 말에 라일락이 고개를 끄덕임. "혹시 원한다면 내 시종들을 빌려주지. 꽤 오래 훈련을 받은 자들이라, 웬만한 경비보단 실력이 나을테니까." 라일락의 제안에 요거트는 얼굴을 가렸던 부채를 내림. 이건 또 의외네. 어쩐일로 이렇게 적극적으로 지원을 해 주지?

"... 아냐. 그 정도 도움까지 필요하지는 않아." 요거트는 다시 부채를 올려 얼굴을 가렸음. "할 이야기는 여기까지야. 어쨌든, 도와줘서 고마워." 다시 한 번 형식적인 감사를 전한 요거트는 볼일이 끝났으니 자기 방으로 돌아갔어. 라일락 또한 요거트가 감사 인사를 하러 여기까지 오리라곤 생각지 못했기 때문에 조금 놀라웠던 터라, 요거트의 뒷모습이 복도 너머로 사라질 때까지 눈으로 뒤를 좇았지. 그리고 요거트가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지자, 라일락은 다시 읽던 책을 펼쳤고 말야.

하지만 불안한 느낌이 쉬이 가시진 않았음. 큰 형님이 전담하고 있는 요구르카 경비대와 자주 교류가 있었던 라일락은, 이런 류의 도둑들이 보통은 원하는 물건을 얻지 못한 경우에는 같은 현장을 왔다갔다 하는 습성이 있는 걸 알고 있었지. 그래서 요거트에게는 말하지 않았지만, 자기 휘하의 시종 중에 실력이 뛰어난 자 둘을 골라 밤에 저쪽을 순찰하라고 명령해 두었어. 그리고 혹시 무슨 일이 생기거든 바로 신호를 보내라고 지시해 두었고 말이야.

며칠은 큰 일 없이 조용한 밤이 지나갔음. 아주 놀라울 정도로 평화로운 날이었지. 하지만 그 평화 뒤에 무엇이 숨어있는지 불안해서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되는 나날이 나흘째 되던 날, 유독 달도 뜨지 않아 어두컴컴한 밤이 찾아왔어. 라일락은 오늘도 잠이 오지 않아 등을 켜고 독서를 하는 중이었지... 그런데 책 한 권을 읽는데 유난히 집중도 안 되고, 어딘가 쎄한 느낌이 자꾸 드는 거야. 결국 라일락은 자리에서 일어났어. 그와 동시에 침실 문이 벌컥 열렸지. 시종 하나가 숨을 헐떡이며, 무례하게 굴어 죄송하지만 반대쪽에 무슨 일이 벌어진 거 같다고 이야기 해.

라일락은 바로 허리에 검을 차고, 몇몇 시종을 데리고 급히 저택의 반대쪽으로 걸음을 옮겼음. 그런데 복도를 지나는데 이상한 향기가 나는 거야. 요거트에게서 느낄 수 있는 향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지. 라일락은 얼른 옷 소매로 코와 입을 가렸어. 요거트의 침실에 가까워질 수록 향기가 점점 짙어져... 그리고 복도에 쓰러진 요거트의 시종들은 정신을 잃은 듯 했지.

이건 위험한 징조다 싶은 라일락은 발걸음을 더욱 빨리해서 요거트의 침실에 도착했고, 무례한 걸 알지만 노크도 없이 문을 열기 위해 손잡이를 잡았지. 그런데 문이 열리지 않는 것임; 안에서 잠가버린 듯 했어. 시종들이 이건 문을 부수는 것이 좋겠다고 하고, 라일락이 뒤로 물러서자, 힘으로 밀어붙여 문을 부숴버렸지.

방 문이 부서지면서 안으로 들어온 라일락은 방 가득 이상한 향기가 가득 차 있고, 요거트는 침대에 마치 죽은 듯이 정신을 잃은 상태이며, 요거트 위에 누군가가 날카로운 단검을 든 채 그의 목을 노리고 있는 걸 발견했음. 라일락은 빠르게 검을 빼 들고 그자를 베어버렸어. 검을 피하려다 상처를 입은 자객은 손에 들고 있던 단검을 놓쳤는데, 그것이 정말 아슬아슬하게 요거트의 목 옆에 꽂혀버렸지. 자객은 라일락에게 베인 상처를 부여잡고, 발코니 쪽으로 빠지더니 정원을 가로질러 도망갔어. 라일락은 시종 둘에게 저자를 추격하라고 하고, 자기는 정신을 잃은 요거트를 안아 올렸어.

요거트는 다행히 어디 다친 곳은 없는 듯 했는데, 이상한 향기에 취해서 완전히 잠에 곯아 떨어진 상태였어... 그래도 혹시 모르니 라일락은 요거트를 흔들어 그를 깨웠지. 요거트가 끄으응 하고 앓는 소리를 내더니 부스스 눈을 떴음... 눈 앞에 누군가 있는 거 같은데 아직 잠이 다 깨지 않아 흐릿해... 근데 익숙한 얼굴이야... 천천히 잘생긴 이목구비가 시야에 들어오자 요거트는 "히이익!" 하며 라일락을 밀어내버림; 라일락은 그에 밀려 요거트에게서 약간 떨어졌지만, 그래도 요거트를 꽉 붙잡고 있었지ㅋㅋㅋ

"뭐, 뭐야, 네가 왜 여기 있어!?" 당황한 요거트가 허둥대며 묻는데 라일락은 그에 아랑곳 않고 요거트의 얼굴을 붙잡고 여기저기 살펴봐. "내가 누군지 알겠어?" "그걸 말이라고 해?! 라일락이잖아! 너 왜 여기에 있냐니까??" 요거트가 꽥 소리치자 라일락이 그제야 요거트를 놓아주고, 뒤로 두어걸음 물러났지. 너무 놀란 요거트는 아직도 벌렁대는 가슴을 부여잡고 흐트러진 옷자락을 여밂ㅋㅋㅋㅋ

라일락은 아까 자객이 흘리고 간, 그러니까 요거트의 목 바로 옆에 꽂힌 단검을 뽑아 들어 요거트에게 보여주었어. 그리고 침대 주변에 떨어진 자객의 혈흔을 가리켰지. 그걸 본 요거트는 너무 놀라서 숨을 삼킴; "아무래도 그자는 단순한 도둑은 아니었던 거 같아." 라일락이 예리한 단검을 살피며 말했지. 그건 보통 장식용이나 호신용으로 사용하는 단검이 아닌, 확실하게 사람을 죽이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었어. 그리고 손잡이에 어떤 문양이 새겨진 것을 보아, 이는 전문 암살자의 것인게 확실했지.

"뭐, 뭐야...." 요거트는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덜덜 떨기만 하고 더는 말을 잇지 못했어... 살면서 이런 위협을 받은 적이 단 한번도 없었거든. 눈에 띄게 두려움에 떠는 요거트를 발견한 라일락은, 시종을 시켜 얇은 이불을 가져오게 했어. 그리고 요거트의 어깨를 덮어주었지. 요거트는 말없이 이불을 끌어당겨 자기를 감쌌고.

다음날, 날이 밝고 나서 시종들을 부려 침입자의 흔적을 샅샅이 뒤져보니, 역시 지난번에 도둑이라고 생각했던 자는 단순한 도둑이 아니었어. 정원에 침입한 흔적이 지난번과 같았거든. 시종들의 보고를 듣고 요거트는 이젠 파랗다 못해 새하얗게 얼굴이 탈색되어 버렸고, 라일락은 심각한 표정이 되지. 도둑을 넘어 암살이라니, 이건 보통 일이 아니니까 말야.

라일락은 당장 큰 형님에게 연락해서 요구르카 경비대에 도움을 청했어. 저택 주변에 경비를 깔아달라고 말이야. 큰 형님은 소식을 듣자마자 바로 경비대를 보내주었음. 라일락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본가에 연락해 잘 훈련된 시종을 더 보내달라고 요청했지. 역시 본가에서도 즉시 훈련된 시종들을 많이 보내주었고 말이야.

하지만 한번 암살 위협을 당한 요거트는 여전히 충격이 가시지 않았고, 트라우마가 생겨 도저히 혼자 있을 수가 없는 거야... 요거트의 시종들이 하루종일 붙어 주인을 보좌했지만 충분하지 않았어. 결국 이틀내리 밤잠을 꼬박 설친 요거트가 퀭한 얼굴로 나타나자, 라일락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특단의 조치를 취하기로 하지...

바로 암살 위협이 사라질 때까지 같은 방을 쓰기로 한 것이었음; 라일락이 먼저 제안했을때, 요거트는 그 자리에서 펄쩍 뛰었음ㅋㅋ;; 첫날밤과 신혼 여행 이후 같은 방을 써 본 적이 없는 사이잖아!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지! 요거트가 절대 그렇게는 못 한다 했더니, 라일락이 그럼 밤에 혼자 있을 수 있겠느냐 하는 거야ㅋㅋㅋ... 요거트는 그럴 바에야 본가로 돌아가겠다고 빽 화를 냈는데, 라일락이 그러면 그렇게 하래...

근데 또 막상 순순히 그렇게 하라고 하니까 괜히 머쓱해진 요거트... 가만 보면 라일락은 지금 요거트가 암살 위협을 받은 것에 대해 굉장히 진지하게 사태를 분석하고 있고, 자기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해 보호해 주겠다고 하고 있는 거거든... 그래서 요거트는 성의를 봐서라도 그냥 여기 있겠다고 함...

결혼 첫날밤 이후 단 한번도 사용하지 않은 안방을 청소하고, 각자 짐은 다 옮겨 놓지는 못했지만 중요한 것들을 가져왔지. 라일락은 암살에 실패했으니 요 며칠 내에 자객이 한 번 쯤은 더 시도를 하러 올 텐데 그때 그자를 사로잡고 누가 사주했는지 추궁하면 범인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함... 그러니 며칠만 같이 지내자고 하는데, 자객이 다시 올 수도 있다는 말에 바짝 쫄아버린 요거트는 이제 라일락이랑 한 방을 쓰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게 되었음;;

물론 한 방에 한 침대를 쓴다고는 하지만 첫날밤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았음ㅋㅋㅋ... 여전히 둘은 커다란 침대의 양 끄트머리에 누웠고, 상대방 쪽으로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지... 낮에도 둘은 각자 할 일을 했음ㅋㅋㅋ 요거트는 여전히 자기 하고 싶은대로 불규칙한 생활을 하고, 라일락은 같이 생활하는 공간에서조차 철저히 일정에 맞추어 움직임ㅋㅋㅋㅋ 다만 라일락이 수련을 하는 시간에는 요거트를 혼자 방에 두고 가야 하잖아. 그 시간도 혼자 있기 싫었던 요거트는 라일락을 따라 수련장으로 나갔지.

처음엔 그냥 혼자 있기 싫어서 따라 나온 거고, 라일락이 뭘 하든 별로 관심이 없었던 요거트... 하지만 수련장에서 요거트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어서, 심심한 나머지 어느 날부터는 그늘자리에 앉아 라일락이 수련하는 모습을 지켜봄ㅋㅋㅋ 사실 처음 봤지... 라일락이 검을 들고 무언가 하는 걸 말이야ㅋㅋㅋㅋㅋ

듣기로는 무인 가문의 자제들은 기본적으로 검이든 창이든 다양한 무기를 가리지 않고 다룰 수 있게 훈련을 받는다고 했음. 그러다 제 손에 익은 무기를 골라 집중적으로 수련한다고 했던가... 그럼 쟤는 검에 재능이 있었나보네. 요거트는 라일락이 깔끔하게 허수아비를 베고 반듯한 자세로 검을 집어넣는 자세를 보며 내심 감탄하지. 검을 쥐는 자세부터 집어 넣는 것까지 절도가 있는 것이, 정말 오랜 시간 수련 해 온 티가 나서 좀 신기하기도 했음. 요거트는 무술이라고는 한번도 배워본 적이 없는데 말이지ㅋㅋㅋㅋ

라일락은 종종 시종들과 대련하기도 하는데, 대련하는 시종조차 정말 잘 훈련된 몸짓을 가지고 있다는 게 보일 정도로 실력자였어. 헌데 늘 라일락이 대련에서 승리했지. 시종이 봐주고 있는 거 아닌가 의심을 하기엔, 무술에 일가견이 없는 요거트가 봐도 라일락이 정말 검술 실력만큼은 월등히 우세했으니... 새삼 정말 대단한 녀석이구나 깨닫는 요거트였다ㅋㅋㅋ 저런 인재인데, 가문의 정치적 계략에 희생당한게 좀 아까운 거 같기도 하고 말야.

라일락은 요거트가 할 일이 없어 자기가 하는 일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 솔직히 조금 부담스러웠음ㅋㅋㅋㅋ 원래 본가에서도 가족들은 라일락이 뭘 하든 크게 신경을 쓰는 스타일이 아니었거든. 워낙 어렸을 때부터 규칙적인 생활을 해 왔고, 그건 다른 가족들도 마찬가지였으니, 각자 알아서 자기 할 일을 열심히 하겠거니 하며 서로 크게 신경을 안 썼단 말이야ㅋㅋㅋ 근데 상황이 이렇게 되어 요거트가 제 옆에 계속 붙어있는 데다가, 이제는 수련하는 것까지 구경하고 있으니 참... 부담스러울 수밖에ㅋㅋㅋㅋ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밤에 침대에 누우면 어색한 침묵이 흐르다 잠들기 일쑤인 나날이 흘러감... 그 사이 자객은 다시 습격을 감행하지 않았어. 저택 주변을 철통같이 방어하고 있는 요구르카 경비대를 뚫을 방도가 없었던 탓이었지. 2주가 지나도록 자객이 나타날 낌새가 보이지 않자 요거트는 이제 한 방 쓰는 건 그만 둬도 되지 않을까 했지만, 라일락은 방심하는 순간이 가장 위험한 거라며 반대했지.

아니나 다를까, 그날 밤에 요구르카 경비대가 서로 교대하는 타이밍을 노려 자객이 다시 저택에 숨어들었고, 이번엔 좀 더 격렬한 전투가 벌어졌어. 막 잠이 들려던 찰나에 침실 밖에서 시종들이 누군가와 치열하게 싸우는 소리를 듣고 라일락은 벌떡 일어났고, 요거트는 황급히 이불을 뒤집어 썼지. 당장 침실 밖으로 나가 검을 뽑아 든 라일락은 자객의 다리를 노려 공격했지. 도망치지 못하게 해서 사로잡으려고 말이야. 자객은 날렵하게 라일락의 공격을 피했지만 오래 버티지는 못했지.

다리에 크게 상처를 입은 자객은 도망치지 못하고 라일락에게 잡히고 말았어. 라일락은 자객의 목에 검을 들이댄 채 누가 암살을 사주했는지 물으려 했는데, 그 순간 자객이 입에서 피를 토하며 쓰러졌음. 입 안에 숨기고 있던 독을 깨물어서 자결하고 만 거지... 라일락은 혀를 차고 피 묻은 검을 닦은 뒤에, 자객의 시신을 요구르카 경비대에 넘겼음.

뒷수습은 시종들에게 맡겨두고, 일단은 요거트를 안심시키는 게 먼저였기 때문에 라일락은 다시 방으로 들어갔어. 요거트는 여전히 이불을 뒤집어 쓴 채 덜덜 떨고 있었지. 라일락은 요거트가 놀라지 않게 조심스레 다가가 이름을 불렀어. "요거트크림." 라일락 목소리에 요거트가 이불 속에서 고개만 살짝 내밀었지...

"자, 객은 어떻게 됐어?" 요거트가 여전히 불안한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물었지. 라일락은 처리했다고 대답하니 그제야 마음이 놓이는 듯 한숨을 크게 내쉰 요거트가 이불 밖으로 나왔음ㅋㅋㅋㅋ "고마워..." 들릴듯 말듯 아주 작은 목소리로 감사 인사를 전한 요거트는 곁눈질로 라일락을 훑어보지... 라일락은 이제 막 전투를 끝내고 들어온 듯 옷도 머리도 엉망이야... 요거트의 시선을 느낀 라일락은 잠시 정리하고 오겠다며 자리를 비웠지.

라일락이 욕실에서 다시 씻고 나왔을 때, 요거트는 어느새 잠들어 있었어. 바짝 신경을 썼다가 긴장이 풀려서 그대로 잠든 거 같았음. 그냥 둘까 하다가 라일락은 이불을 끌어당겨 요거트에게 덮어주었어. 그리고 자기도 침대의 반대편 끝에 누워 눈을 감았지.

그런데 새벽녘 즈음에 방에서 끙끙대는 소리가 나는 거야. 그 소리에 잠이 깬 라일락이 주변을 둘러보니, 요거트가 이불은 떨어뜨려 놓고, 라일락을 등지고 몸을 웅크린 채 앓는 소리를 하며 자고 있었음... 두 팔로 제 몸을 감싼 채 잇새로 끙끙 앓는데, 혹시 병이라도 난 걸까 조금 걱정이 된 라일락은, 잠시 머뭇거리다 침대를 가로질러 요거트에게 팔을 뻗었지. 긴 머리 사이로 드러난 뒷목에 살짝 손을 대보니 열이 나는 건 아냐. 그럼 무엇 때문이지, 라일락은 몸을 일으켜 요거트에게 슬그머니 다가갔어.

보아하니 아까 있었던 일 때문에 악몽이라도 꾸는듯 했지... 라일락은 이를 어쩌나 혀를 쯧 찼어. 우선 이불을 끌어다가 제대로 덮어주고, 등을 살살 쓸어주니 끙끙대던 숨소리가 조금 편해졌어... 라일락은 요거트 옆에 팔을 괴고 누워 그대로 등을 도닥이고 천천히 쓸어주었지. 그러다 깜박 다시 잠들고 말았지 뭐야.

요거트는 라일락의 짐작대로 악몽을 꿨어. 얼굴도 모르는 시커먼 자객이 자기가 손에 든 커다란 보석- 나가의 심장(여전히 요거트는 이게 나가의 심장인지 모른다)을 빼앗으러 왔다며 목에 칼을 들이대는데, 아무리 빨리 달려도 자객이 끈질기게 쫓아와. 숨이 턱끝까지 차올라 더는 못 뛰고 주저앉았는데, 그 순간 누가 요거트 앞을 가로막았어. 검을 든 라일락이었지... 라일락이 자기를 지키러 왔다는 걸 안 순간 요거트는 크게 안심했어. 그리고....

그리고 눈을 떠보니, 뭔가 크고 따뜻한게 등에 닿아있는 거야. 흠칫 놀란 요거트가 뭐지 하고 뒤를 돌아보니, 라일락이 아주 가까운 자리에 누워있지 뭐야! 깜짝 놀란 요거트는 허둥대다 침대에서 떨어질 뻔 했는데, 다행히 그러진 않았음ㅋㅋㅋㅋ 이제보니 라일락이 자기 등에 손을 대고 있었던 모양이야... 요거트는 머쓱해져 라일락의 손을 조심스레 옮겨두고, 다시 자기 자리에 누웠어.

근데 라일락이 바로 등 뒤에서 자고 있으니 다시 잠이 안 오잖아ㅋㅋㅋㅋ 깨워서 저쪽으로 가라고 하기에도 좀 미안한 거 같고... 그렇다고 굴리자니 굴리는 동안에 깰 거 같고. 요거트는 좀 뻘쭘하지만 그냥 두기로 했어... 어차피 깨면 알아서 저쪽으로 가겠거니 싶어서 말이지... 잠이 달아난 요거트는 슬그머니 고개를 돌려 라일락을 힐끔 봤다가, 몸을 돌려 라일락을 마주보고 누웠어.

아직 동이 트기 전 어슴푸레한 새벽이라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확실히 선이 진하고 뚜렷한 미남이야. 이목구비 각각의 조형 자체도 미형이지만, 전체적으로 밸런스도 잘 갖춰져 그야말로 완벽한 조화를 이뤄냈지. 이러니 그때 그 여자가 포기를 못하고 달려들었구나. 요거트는 새삼 그때 그 여자를 떠올렸다가, 뭐 그딴 여자를 다시 생각하고 있담. 하고는 지워버렸지. 그리고는 라일락의 얼굴을 몰래 감상하다가... 그대로 잠들었음.

라일락의 생체 시계가 정확히 일어날 시간을 알렸지ㅋㅋㅋ 간밤은 무척 피곤했지만 습관 덕에 라일락은 똑같은 시간에 눈을 떴어. 근데 늘 보던 방향의 풍경이 아냐. 잠시 생각하던 라일락은 어제 새벽에 요거트가 앓는 소리를 해서 그 옆에서 잠시 달래주었던 걸 기억해 냈지. 그대로 잠들었나보네. 하고 몸을 일으키려던 라일락은 자기 턱 밑에 뭔가 부드러운게 닿는 걸 느꼈음. 뭔가 하고 시선을 내려보니, 익숙한 연보라색 머리카락이야. 이렇게까지 가까이 누워있지 않았는데, 살짝 당황한 라일락은 얼른 요거트에게서 떨어졌어. 잠들기 전에 봤던 요거트는 분명 자기를 등지고 누워있었는데, 어느새 몸을 돌렸는지 자기를 마주 보는 자세로 자고 있는 거야.

아무 일도 없었지만 괜히 민망해진 라일락은 요거트가 깨지 않도록 슬그머니 뒤로 물러나서 몸을 일으켰음ㅋㅋㅋ 옆에 있던 사람이 사라지니 허전했는지 요거트가 끙 소리를 내며 몸을 뒤척였어. 그리고는 몸을 돌려 다시 라일락을 등진채 누웠지... 라일락은 그런 요거트의 등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시선을 거두었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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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며칠 뒤에, 요구르카 경비대가 자객의 시신을 검시한 결과를 알리러 라일락에게 찾아왔지. 그자는 요구르카 뒷골목의 암살자인데, 특별히 어느 조직에 소속된 이는 아닌 거 같다. 배후에 있는 것은 큰 조직이나 단체는 아니고, 개인 의뢰인 거 같다. 혹시 요거트가 어떤 원한 관계를 가지고 있지는 않은지 확인해 봐라... 라는 내용으로 큰 형님이 쓴 편지를 읽은 라일락은 요구르카 경비대에게 감사를 표하고, 그것을 요거트에게 전달했지.

"원한??" 요거트가 말도 안된다는 듯이 얼굴을 잔뜩 찌푸림ㅋㅋㅋ "내가 얼마나 착하게 살았는데, 원한은 무슨!" 요거트는 이제 억울한 마음이 들어 손에 든 부채를 팍팍 흔들고는, 앉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지ㅋㅋㅋㅋㅋ "나 진짜 착하게 살았다니까?? 세상에 날 미워 하는 사람 같은게 어디있다고!" 라일락은 평소 요거트의 행실을 떠올려 보고는 과연 정말 원한 관계가 안 생겼을까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여기서 말해봐야 또 싸우기만 할 거 같아 입을 다물었음ㅋ...

"... 어쨌든, 큰 형님 의견도 그렇고 나도 마찬가지야. 다른 자객이 또 습격하러 올 가능성이 커." 라일락이 편지를 고이 접어 다시 편지 봉투에 넣으며 말했지. 그 말에 요거트는 이젠 지긋지긋하다는 표정으로 다시 소파에 풀썩 주저앉았지. "결론만 말 해, 결론만." "... 당분간은 계속 같이 지내는 게 낫겠다는 게 내 의견이야." 라일락은 별 감정을 싣지 않고 말하려고 했지만, 영 내키지 않는게 사실인지라 말투에 그게 좀 티가 나고 말았지.

"그ㅡ래, 알았어." 요거트가 손에 든 부채를 탁자에 툭 떨어뜨리듯이 놓아버리고는, 소파에 있는대로 몸을 눕혀서 기댔음. "아주 좋네. 이런식으로 누리지도 못했던 신혼 생활을 팍팍 누리게 해주고 말야." 어지간히 마음에 안 든다는 듯이 중얼거린 요거트는, 더는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는 듯 눈을 질끈 감아버렸음.

물론... 라일락이랑 계속 같이 지내다보니 생각만큼 엄청 불편한 것도 아니고, 그냥저냥 지낼만 했던 것이 사실은 사실인데... 아무래도 역시 생활 습관이라거나 살아온 환경 자체가 너무 다른 나머지, 별것도 아닌 것들이 자꾸 눈에 거슬리는게 싫었던 것임 요거트는ㅋㅋㅋ 그건 라일락도 마찬가지였음. 같이 지내보니 요거트는 생각보다 꽤 좋은 사람이었거든. 하지만 역시 라일락이 생각하는 예절의 범주와는 한참 벗어난 태도 때문에 쉬이 정이 들지 못했던 것임... 차라리 말이라도 못하면 예뻐보이기라도 할까. 라일락은 보이지 않게 한숨을 쉬었음.

어찌됐든 당분간은 계속 같이 지내기로 합의 아닌 합의를 보았으니, 생활하기 편하게 저택을 좀 정리하기로 한 둘... 그렇게 하고보니 이제야 좀 더 신혼 부부의 집 같은 느낌이 되었음ㅋㅋㅋㅋ 요거트 말대로 누리지도 못했던 신혼 생활을 이제야 하게 된 느낌이랄까? 그런 머쓱한 분위기에 라일락도 요거트도 좀 더 상대방을 신경쓰게 되었지....

그리고 사실 말은 저렇게 했지만, 요거트는 여전히 밤에 잠을 잘 자지 못하고 있었음. 두 번이나 제 목숨을 노리는 자객이 찾아왔었잖아. 처음은 쥐도새도 모르게 자다가 죽을뻔 했고, 두번째는 자객이 대놓고 찾아와선 침실 앞에서 전투까지 벌어질 정도였으니... 낮에는 괜찮았지만 밤만 되면 자꾸만 무서운 생각이 들고, 잠깐 잠이 들어도 자꾸 악몽을 꾸고 새벽에 깨다보니 요거트는 심신이 매우 피곤한 상태였음.

한 걸음 떨어져 있다곤 해도 바로 옆에 있는 라일락은 이걸 알고 있었지. 그래서 종종 새벽에, 지난번에 했던 것처럼 조용히 요거트의 등을 다독이고 쓸어주곤 했음. 그럼 요거트는 다행히도 편안한 숨을 쉬며 깊은 잠에 빠지는 거야... 그제서야 라일락도 마음이 놓여 잠을 잘 수 있었고 말야.

그러다보니 어느 때부터인가 라일락은 침대 반대편 끝자리에 돌아가서 자는 게 아니라 그냥 요거트 옆에서 잠드는 날이 많아졌지. 처음엔 어색해 하던 요거트도 어느새 그게 익숙해져서, 라일락이 옆에서 자는 날이 더 편안하게 느껴지기 시작했어. 이제 둘은 어느 누구도 먼저 옆에서 자라고 하지 않았지만,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이 서로의 곁에서 잠들게 되었지ㅋㅋㅋ

이러니 서로의 생활 패턴도 조금씩 달라질 수밖에... 늘 같은 시간에 칼같이 기상하던 라일락은 옆에서 자는 요거트를 깨우지 않으려고 가만히 있다가 요거트랑 같이 일어날 때도 있었고, 반대로 아주 한낮까지 자던 요거트도 라일락의 기척에 따라 일찍 일어나기도 했고. 일어나는 시간이 달라 각자 챙겨 먹던 식사도 이제는 어색하지만 마주보고 앉아서 먹을 수 있게 됐어ㅋㅋㅋㅋ 물론 여전히 밥 먹으면서 긴 대화는 안 함ㅋㅋㅋㅋㅋ

요거트는 라일락이 수련 하러 갈 때마다 따라갔고, 독서를 할 땐 곁에 앉아 자기도 같이 책을 뒤적거리든지, 혹은 시종들에게 마사지나 피부 관리 같은 걸 받았음ㅋㅋㅋㅋ 라일락은 요거트가 보석이나 귀중품을 감별하고, 컬렉션을 정리할 때마다 옆에서 다소 흥미로운 눈길로 바라보곤 했지. 서로한테 관심이 조금 생기니 자연스레 대화도 늘었음. 주고 받는 게 굉장히 짧긴 했지만 말이야ㅋㅋㅋㅋ 그리고 싸운 뒤로 그만 두었던 정기 외출도 다시 같이 나가게 되었고. 

이제는 서로에게 익숙해지고, 조금은 호감도 생길까... 한 그런 시점이었음.

한동안 계속 요거트를 향한 암살 위협이 없어 저택 주변을 지키는 요구르카 경비대의 수도 줄었고, 저택 내의 시종들도 경계를 좀 느슨하게 풀었지. 하지만 전에 라일락이 말했듯, 방심할 때가 가장 위험한 때 아니겠어?

정원을 정리하던 시종이 뱀을 발견했어. 요구르카 도심 한복판은 아니지만 그래도 도시에 있는 저택인데, 정원에서 뱀이 나오니 좀 이상한 일이긴 했지. 그런데 뱀이 한 마리가 아니었어. 처음 정원에서 뱀이 발견된 이후, 날마다 뱀이 한두 마리씩 나타나는데 낌새가 좀 이상한 거야. 요거트는 질색하며 정원을 갈아 엎어 뱀의 둥지를 찾으라고 했지. 하지만 정원 어디에서도 뱀이 머물만한 공간은 발견되지 않았어.

그렇다는 건 외부에서 뱀이 들어왔다는 이야기인데. 라일락은 시종들을 시켜 이번엔 저택 외부에서 뱀의 둥지를 찾으라고 했지. 하지만 역시 저택 근처에 그런 건 없었어... 그럼 혹시 누군가 뱀을 밀수하려다가 관리하지 못해서 대량으로 풀려난 걸까? 요거트는 요구르카 세관에 이와 관련한 걸 물어봤지만, 세관에서는 그런 걸 적발한 일이 없다는 대답만 해 주었지.

뱀은 이제 정원뿐만 아니라 집안에서도 출몰하기 시작했어. 그때마다 시종들이 나서서 치워댔지만 그것도 그때 뿐이었지... 게다가 처음 정원에서 나온 뱀들은 독이 없는 뱀이었지만, 어째선지 집 안에 나타나는 뱀들은 전부 독사뿐이야. 무언가 잘못된 것이 틀림 없었지. 라일락은 이 역시 요거트를 노리는 암살 시도의 일종이라고 생각했고, 요거트는 목숨의 위협은 둘째치고 집안에서 자꾸 징그러운 뱀들이 돌아다니는 게 너무 싫은 나머지, 당장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자고 해ㅋㅋㅋ

갑작스러운 이사 결정이었지만 라일락도 거기에 동의했어. 그래서 둘은 각자 본가에 이사를 가겠다고 통보한 뒤, 이사 갈 새 저택을 정했고, 이삿짐을 싸기 시작했음. 워낙 물건이 많아서 짐을 다 싸는데 며칠이나 걸렸어. 아주 어수선한 상황이었지.

그래도 시종들이 부지런히 일한 덕에 웬만한 짐은 다 정리가 되었고, 이제 내일이면 새 저택으로 짐을 옮기기 시작할 거야. 그러니 오늘 밤이 이 신혼 저택에서의 마지막 밤이 되는 셈이었지. 거의 1년에 가까운 시간을 이곳에서 지냈는데 말이야.

그렇게 보니, 라일락과 요거트가 결혼을 한 지도 벌써 1년이 다 되어 가는 것이었어. 처음에는 죽어도 같이 못 살 줄 알았는데, 그 사이에 여러 가지 일이 있었고 지금은 그럭저럭 잘 지내고 있잖아? 사람이라는 게 정말 적응의 동물이구나 싶어 라일락도 요거트도 감회가 다소 새롭지. 그래서 요거트는 새 저택으로 이사를 가게 되면, 거기에서 결혼 1주년을 맞이할 테니 집들이 겸 1주년 기념 파티라도 열자고 해ㅋㅋㅋ 원래는 그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라일락도 이번만큼은 나쁘지 않은 결정이라고 생각하고 동의해 주었지.

"... 고마워, 라일락." 이사도 그렇고, 파티도 그렇고 죄다 자기가 먼저 하자는 것만 있는데, 그에 대해 순순히 그러자고 대답해 준 라일락에게 요거트가 짧게 감사 인사를 전함. 아니, 사실 이거뿐만 아니라 다른 것들- 정기 외출이라거나 암살 위협에 대해 보호해 주는 것도 모두, 다 라일락에게 고마워할 일 투성이잖아. 새삼 그 생각이 든 요거트는 조금 쑥스러운 미소를 띄워올렸지. 라일락은 갑자기 요거트가 고맙다는 이야기를 하자 조금 놀랐는데, 요거트가 자기를 보고 미소를 지으니까 더 놀랐어ㅋㅋㅋ 저런 표정을 짓는 요거트는 처음 봤거든...

"...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야." 라일락 역시 쑥스러운 건 마찬가지라, 머뭇거리다가 겨우 살짝 풀어진 미소를 지었지. 요거트도 라일락이 저렇게 웃는 건 처음 봐서, 아, 웃는 얼굴이 더 잘생겼네 하고 무심코 엉뚱한 생각을 했음ㅋㅋㅋㅋ 결국 둘다 어쩐지 목덜미가 간질간질하고 부끄러운 기분이 들어 마주했던 시선을 피해버렸는데...

"잠깐만." 라일락이 무언가 발견한듯 재빨리 요거트 뒤로 손을 뻗었어. 흠칫 놀란 요거트는 얼른 옆으로 비켜섰지. 라일락이 잡은 건 창문 틈새로 들어온 뱀이야... 집안 곳곳에 뱀이 나타나긴 했지만 침실에 뱀이 들어온 건 처음이었지. 라일락은 품에 가지고 있던 단검으로 뱀의 머리를 잘랐어. 그런데 뱀이 죽지 않고 마치 잿가루처럼 흩어져 버렸어!

그걸 눈앞에서 본 라일락과 요거트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듯한 기분으로 사방을 둘러보았지. 그 순간 밖에서 와장창 하며 유리창이 깨지는 소리가 나고, 시종들이 고함을 지르며 무언가와 대치하며 싸우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음. 라일락은 얼른 이불을 가져다 요거트를 덮어서 감싸주고, 자기는 급히 검을 챙겨들었지. 그 사이 창문으로 두세마리의 뱀이 더 들어왔어. 라일락은 빠르게 뱀들의 머리를 베었고, 그것들도 머리가 잘리는 순간 잿가루로 사라져 버렸어.

"대체 뭐가 어떻게 되는 거야!?" 요거트가 매우 불안한 눈으로 사방을 둘러보며 이불을 질끈 잡았어. 라일락은 요거트에게 "일단 침착해. 곧 방으로 몰려들거야." 하고 미리 마음의 준비를 시켜두었지. 아니나 다를까 곧 침실 문이 세차게 열리며 검이며 창을 든 시종들이 들어왔고, 그들은 라일락과 요거트를 보호하듯 빙 둘러 쌌지. 그리고 그들을 따라 두 명의 수상한 인물이 들어왔고, 그와 동시에 반대쪽 침실 창문이 깨지며 또 한 명의 시커먼 인물이 뛰쳐 들어왔어.

그들 셋은 검은 두건으로 눈만 내놓은채 얼굴을 전부 가렸고, 민소매 상의를 입고 있었는데 드러난 팔에 정교한 뱀 문신이 새겨져 있었어. 한눈에 봐도 이자들이 뱀을 부려 저택을 위협했던 자들인 것을 알 수 있었지. 유일하게 보이는 눈동자는 어두운 밤인데도 샛노랗게 빛나는 듯한 착각이 들었는데, 마치 먹잇감을 노리는 뱀의 눈동자 같았어. 그 눈빛이 향하는 곳은 요거트였고, 그 시선을 느낀 요거트는 너무 무서워서 숨이 멎어버릴듯 했지. 라일락은 침착하게 요거트를 제 등 뒤에 숨겼어.

"나가의 심장을 내놔라." 셋 다 두건으로 입까지 가리고 있어 누가 말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누군가가 뱀처럼 쉿쉿대는 소리로 말했어. 라일락은 검을 바르게 잡았지. "나가의 심장? 그런 건 여기에 없어." "거짓말 하지 마라! 네놈들이 나가의 심장을 훔쳐 이곳에 숨겨둔 것을 이미 알고 왔다." 이번엔 다른 자가 좀 더 새되지만 역시 쉿쉿대는 소리로 쏘아붙였지. "원하는 게 있다면 대화로 해결하도록 하지." 라일락이 다시 말했지. "도둑은 벌을 받아야 해. 나가 신의 심판을 받아라!" 아주 굵은 목소리를 가진 자가 그렇게 말한 뒤, 손에 든 구불구불한 칼을 요거트를 향해 던졌어. 라일락이 빠르게 검으로 그것을 쳐내어 방향이 빗나가 다른 벽에 꽂혔고, 그와 동시에 침실 안에서 난전이 벌어졌지.

사방이 날카로운 쇳소리와 고함 소리, 물건이 부서지는 소리에 요거트는 어쩔 줄을 모르고 몸을 웅크렸어. 라일락은 그런 요거트에게 공격이 닿지 않도록 사방에서 날아드는 위협을 막아내느라 정신이 없었지. 시커먼 옷의 암살자 셋은 지난번에 왔던 암살자와는 차원이 다른 실력자였어. 그들은 아주 노련한 솜씨로 시종들을 하나 둘 쓰러뜨려갔지. 하지만 라일락도 만만치 않았어. 라일락의 검이 암살자 중 하나의 어깨를 꿰뚫고, 동시에 시종 하나가 그자의 머리를 내리쳐 기절 시켰고, 다시 검을 뽑아든 라일락은 다른 암살자의 팔을 베었어. 팔을 크게 다친 암살자는 빠르게 뒤로 물러나 이상한 주문을 외더니, 바닥에 네 마리나 되는 뱀을 불러냈지.

뱀들은 바닥을 기어 빠르게 요거트에게 향했어. 라일락이 재빨리 몸을 틀어 두 마리의 뱀을 베었지만, 나머지 두 마리는 틈을 빠져나갔지. 뱀들이 날카로운 독니를 치켜들고 요거트에게 달려들었을 때, 시종 하나가 제 팔을 내밀어 대신 물리고 말았어. 그 시종은 단검으로 뱀들의 머리를 베어 없애버렸지만, 물린 자국은 그대로 남았지. 그는 물린 자리를 부여잡고 고통스러운 얼굴로 주저앉았어. 그걸 보고 당황할 새도 없이 또 다른 자가 날카로운 쌍검을 들고 라일락과 요거트 사이를 파고 들었어. 라일락이 그자를 따라 붙으려 했는데, 어디선가 나타난 커다란 뱀이 한쪽 다리를 감았어. 다른 암살자가 또 뱀을 소환한 거였지. 쌍검을 든 암살자가 요거트를 노리고 검을 던졌는데, 뱀에 물린 시종이 요거트를 감싸고 대신 공격을 맞았어...

자기 대신 공격을 맞은 시종이 피를 흘리며 쓰러지자 요거트는 패닉 상태가 되었지. 라일락 역시 침착함을 잃었고 말이야. 하나를 쓰러뜨려 둘만 남았지만 암살자들의 기세는 여전히 맹렬했어. 이제 그에 대항할 수 있는 건 라일락과, 상당히 부상을 입은 시종 둘뿐이었지. 게다가 이쪽엔 전투를 전혀 할 수 없는 보호 대상이 끼어있잖아. 그러니 쉽게 반격도 할 수 없고, 오로지 방어에만 치중하다보니 체력 소모가 너무 컸지.

암살자들도 라일락이 이렇게 오래 버틸 줄 몰랐던 탓에 체력적으로 한계가 오고 있었음. 양쪽 모두 앞으로 몇 합 안에 이 싸움이 끝날 걸 알았어. 다만 누가 먼저 흐름을 잡느냐의 문제였을 뿐... 뱀을 소환하는 암살자가 또다시 수상한 주문을 외우려는 찰나, 라일락이 바닥에 꽂힌 단검 하나를 뽑아들어 그자의 손을 노리고 던졌어. 자세가 흐트러지는 바람에 뱀을 소환하지 못한 그는 빙글 뒹굴었고, 그 사이에 다른자가 라일락에게 달려들어 둘은 검을 맞댔지.

아무래도 쌍검을 든 쪽이 완력이 더 강했던 탓에, 라일락은 버티기 어려워 그대로 맞대고 있던 검에서 힘을 빼고, 공격을 물 흐르듯 흘려서 빠져나온 뒤에 그자의 옆구리에 발길질을 가했어. 미처 방어하지 못한 암살자는 라일락의 공격을 맞고 부서진 탁자 위에 처박혔어. 그는 정신을 잃고 말았지.

그런데 마지막 암살자를 향해 검을 치켜든 순간, 라일락은 발목에 날카로운 통증을 느꼈어. 그 암살자가 소환한 뱀이 발목을 문 것이었지. 순식간에 그쪽 다리가 마비된 듯 움직이지 않았어. 라일락은 빠르게 검으로 그 뱀의 머리를 베었고, 다시 또다른 뱀이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걸 베어버리기 전에 암살자의 어깨를 먼저 찔러버렸어. 그와 동시에 다른 뱀이 라일락의 팔을 물었고 말야.

어깨를 찔린 암살자가 박힌 검을 빼내려 했지만 라일락은 검을 비틀어 뽑아내지 못하게 했어. 암살자가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았지. 라일락은 제 팔을 문 뱀을 뽑아내듯 내던졌고, 그것 역시 잿가루가 되어 허공에서 사라졌어... 곧이어 밖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렸지. 아마 숨어있던 다른 시종이 요구르카 경비대에 도움을 요청했을 거야. 그들이 온 것이었지...

사방이 어느정도 조용해지자 요거트는 겨우 패닉 상태에서 벗어나 고개를 들었는데, 라일락이 시커먼 옷을 입은 누군가의 어깨를 찌르고 있는 검을 굳게 잡은 채 다른 손으로 팔을 감싸고 있는 거야... 그리고 그 주변엔 기절한 암살자 둘과, 쓰러진 시종들이 널부러져 있었지. 너무 놀란 요거트는 벌떡 일어나 라일락에게 다가갔어. 라일락은 뱀에게 물린 상처를 부여잡은 채 식은 땀을 흘리고 있었지...

"라일락!! 다쳤어!?" 요거트가 라일락이 가린 상처를 보려고 하자, 라일락은 얼른 고개를 가로저었지만, 순식간에 눈앞이 어질어질해지면서 그대로 정신을 잃고 말았어. 요거트는 쓰러지려는 라일락을 온몸으로 받아 안았는데, 이미 라일락은 거친 숨을 헐떡이며 온몸이 불덩이 같은 거야...! 요거트는 어쩔 줄을 모르고 라일락을 끌어안은 채 도움을 요청할 만한 누군가가 있는지 사방을 둘러봤어. 다행히 그 때에 맞춰 요구르카 경비대가 당도했지.

요구르카 경비대는 재빠르게 암살자 셋을 연행했고, 라일락이 뱀에 물려 독에 중독된 걸 확인하자, 뱀을 소환했던 암살자의 품을 뒤져 해독제를 찾아냈어. 요거트가 얼른 그것을 받아 라일락에게 먹이기는 했지만, 해독제 효과가 천천히 도는 모양인지 열이 쉽게 내리지 않았어... 집안에 숨어있던 다른 시종들(비전투원)이 전투가 끝난 걸 알고 나와봤다가, 라일락의 상태를 알아보고 얼른 다른 침실에 병실을 마련했어. 요거트는 라일락을 데리고 그곳으로 갔지.

라일락은 꼬박 사흘간 심한 열을 앓았고, 다리를 문 뱀의 독 때문에 한쪽 다리의 마비가 풀리는 건 더 오래 걸렸어. 문제는 그 와중에도 라일락이 정신을 차리지 못한 것이었지... 요거트는 초조하게 라일락 곁에서 그를 간호했어... 이러다가 라일락이 깨어나지 못하면 어쩌나 너무나도 걱정이 됐지... 그러던 중에 요구르카 경비대가 연행한 암살자들을 심문할 거라는 소식을 전해 들은 요거트는, 다른 건 모르겠지만 왜 자기를 죽이려고 들었는지 그 이유만큼은 직접 듣고 싶어서 그 자리에 가겠다고 했지.

요거트가 요구르카 경비대 본부에 가니 라일락의 큰 형님이 걱정 가득한 얼굴로 라일락의 상태를 물었어. 요거트는 라일락이 다행히 열도 내리고 마비 증상도 사라졌지만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고 대답했어... 큰 형님은 침착하게 알았다고 대답한 뒤, 요거트를 심문 장소로 안내했지.

세 암살자는 사슬에 묶인 채 무릎을 꿇고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어. 위험하니 다가가지 말라고 했지만 요거트는 성큼성큼 걸어서 그들 앞에 섰지. 셋 중 하나가 요거트가 다가온 기척을 느끼고 고개를 들자, 요거트는 그자의 뺨을 부채로 있는 힘껏 갈겼어. 얼마나 세게 때렸는지 부채는 부러져 버렸고, 부채를 들고 있던 요거트의 손도 징징 울릴 정도였지.

"대체 왜 나를 죽이려고 했어?" 요거트가 악을 쓰듯 소리쳤지. "대체 내가 뭐를 잘못했는데?? 내가 무슨 잘못을 했는데!!" 경비대가 달려와 요거트를 진정시키고 암살자들에게서 떨어뜨려 놓으려고 했는데, 뺨을 맞아 잠시 정신마저 얼얼했던 암살자가 입을 열었지. "나가의 심장을 가져갔잖느냐, 네놈들이. 그건 우리 나라의 가장 귀한 보물이다. 네놈들이 그걸 가져간 순간부터 우리 나라는 저주를 받았어." 하고 말이야....

나가의 심장이라니. 요거트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어. 그 보물에 대해 아는 건, 라일락의 작은 형이 원정에서 돌아와 해주었던 이야기를 들은 게 전부야. 요거트는 그걸 본 적도 없는데, 그런 보물을 훔쳐갔다니... "그런 건 없어. 있다면 얼마든지 돌려줄 수 있어! 하지만 가지고 있지 않..." "장식장에 있던 그 푸른 보석. 그게 나가의 심장이다." 암살자가 요거트를 노려보며 대답하자, 요거트는 불현듯이, 아주 오래 전에 요구르카 항구에서 가져온 커다란 보석을 떠올렸어...

"... 설마 그게 진짜 나가의 심장이야?" 요거트는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바닥에 주저앉았어. 굉장한 보물이라고는 생각했지만, 그게 나가의 심장일 거라고는 단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으니까... 암살자는 짧게 고개를 끄덕였지. 그리고 그들이 여기까지 나가의 심장을 찾아 오게 된 경위를 설명하기 시작함...

그들의 나라는 뱀의 신인 나가를 숭배하는 나라이고, 그 보물은 나가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것으로, 나라를 수호하는 아주 귀하고 중요한 것이었음. 평소 나가의 심장이 있는 황금 신전은 문을 닫아두고 제사장을 비롯해 몇몇 고위급 사제들만 드나들 수 있는데, 1년에 딱 한번, 축제일에만 개방한다고 했지. 그런데 그 축제일에 도둑이 들어, 나가 신의 석상 가슴에 박혀있던 나가의 심장을 훔쳐간거야. 그 도둑은 금방 잡혔지만, 대담하게도 보석을 외국의 상인들에게 팔아버렸다고 했지. 도둑은 즉시 처형당했고, 정예 부대가 보석을 사간 상인을 쫓아갔는데, 아뿔싸 그 상인들도 다른 큰 상단에 그걸 팔아버렸다는 거야... 그렇게 몇 다리를 걸쳐 그들은 나가의 심장이 요구르카까지 넘어간 걸 알게 되었지.

그래서 그 먼 나라에서부터 여기까지 왔는데, 여기에 도착하니 귀신같이 보석의 행방이 끊겨버렸다는 것이었음... 항구에서 요거트가 그걸 가로채서 저택으로 가져왔으니 당연한 일이었지. 그때 그 보석을 가져간 것이 요거트라는 건 그 자리에 있었던 극소수의 사람들만 아는 이야기였으니까 말이야. 그래서 이 암살자들은 요구르카의 뒷골목에 숨어 보석의 행방을 찾고 있었는데....

뒷골목에 어떤 여자가 와서 그들에게 자기가 그 보석의 행방을 안다고 이야기 해준 것이었음... 그 여자는 보석의 행방을 알려주는 대신, 요거트를 죽여달라는 의뢰를 했다고 했어. 이전에 암살자를 보냈는데 그자는 실패해버렸다고, 그러니 이번에는 확실하게 요거트를 죽여달라고 말이야. 이 이야기를 듣자 요거트는 등골이 오싹해지며 어떤 여자의 얼굴을 떠올렸지. 그래, 정원에서 뺨을 때렸던 그 여자였지.

그 여자에게 보석의 행방을 전해 들었지만 확실한 정보가 아니었기 때문에 이 암살자들은 뱀을 부려 저택 안을 탐사하게 했던 거고, 거기서 진짜 나가의 심장을 발견했어. 그래서 이들은 나가의 심장을 되찾고, 의뢰를 수행하기 위해 습격을 감행한 거였어...

자기를 둘러싸고 이런 엄청난 일들이 벌어질 거라고는 꿈에도 상상을 못한 요거트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음... 그리고 거기에 휘말려 목숨을 잃을 뻔한 라일락을 떠올렸지... 요거트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대성통곡하고 말았어... 한참을 엉엉 운 요거트는 겨우 눈물을 닦고 다시 암살자들을 마주 보았지.

"... 돌려줄게. 그 '나가의 심장' 말야. 그까짓 보석 하나 때문에 목숨까지 내놓아야 한다면, 더는 필요 없어. 다시 가져가." 요거트가 말했지. 하지만 암살자들은 고개를 가로저었어. 이미 보석이 피를 보고 부정을 타버렸기 때문에, 요거트가 직접 되돌려 놓고 정화 의식을 거치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이야. 그 말에 요거트는 눈을 질끈 감았어...

심문이 끝난 뒤 요구르카 경비대는 암살자들을 다시 감옥에 가두었고, 요거트는 기운 없이 저택으로 돌아왔지. 저택에 돌아와 장식장에 넣어둔 나가의 심장을 꺼내보니, 보석은 여전히 아름답고 영롱하게 빛나고 있는데 그걸 쳐다보고 싶지도 않은 거야. 요거트는 그걸 다시 장식장에 넣어두고, 비틀거리며 라일락의 곁으로 왔어. 라일락도 여전히 의식이 없는 상태였지.

"... 라일락, 미안해..." 요거트는 두 손으로 라일락의 손을 꼭 잡았어. "내가 너무 욕심을 부렸어... 내 욕심 때문에 모두가 죽고 다친거야... 내가, 욕심부리지 않았다면 너도 이런 일에 휘말리지 않았을 거야..." 그렇게 말하는데 눈에서 눈물이 저절로 솟아 주르르 흘러내렸어. 요거트는 그걸 닦을 생각도 못하고 줄줄 흘리며 끊임없이 라일락에게 사과했지. 그러다 결국 라일락 옆에 엎드린 채 엉엉 울어버렸어.

한참을 그렇게 울던 요거트는.... 따스한 손길이 머리에 닿자 고개를 들었지. 그리고 겨우 눈을 뜬 라일락과 눈이 마주쳤어. 라일락이 힘없이 웃으며, 소리는 없이 입모양으로만 "울지 마." 라고 말하는 걸 알아본 요거트는 그대로 라일락을 끌어안은 채 더 큰 소리로 울었어.

겨우 정신을 차린 라일락은 빠른 속도로 체력을 회복해 갔지. 요거트는 라일락의 간호만큼은 시종을 부리지 않고 자기가 직접 했어. 무척 서툴렀지만, 자기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했지. 라일락한테 너무 미안했거든... 요거트의 지극 정성 덕에 라일락은 정신을 차린지 이틀만에 병상에서 일어날 수 있게 됐어.

요거트는 라일락에게 자기가 들은 것들을 모두 이야기 해 주었어. 자기를 향한 세 번의 암살 시도 중에 두 번은 그때 그 여자가 개인적으로 사주한 일이었고, 마지막은 그것과 동시에 나가의 심장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말이야. 그리고 그걸 되돌려 주려면, 어느 누구도 아닌 요거트 자신이 직접 가서 그 신전에 죄를 사하고 정화 의식을 거쳐야만 한다고도 이야기했어.

"... 그래서 상단을 따라 그 나라에 갈 생각이야." 요거트가 천천히 이야기를 덧붙였지. "아주 오래 걸릴거야, 라일락. 어쩌면 그 나라 사람들이 나를 용서하지 않고 죽이려고 할지도 몰라... 그러니까..." 그러니까 이혼하자. 그리고 너는 이곳에 남아서 나와의 일은 잊어버리고 행복하게 지내. 라는 말까지 생각했지만, 요거트는 차마 말을 더 이을 수가 없었지...

"먼 곳까지 가려면 아무래도 체력을 더 보충해 둬야겠네." 라일락이 아무렇지도 않게, 아니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요거트의 말을 이었지. "작은 형이 아직 그 나라 지리를 기억하고 있길 바라야겠네. 형은 기억력이 좋으니까 잘 기억하고 있을지도." "잠깐, 잠깐만." 라일락의 말을 듣고 있던 요거트가 얼른 가로막았어. "설마 같이 갈 생각이야?"

"당연하지. 반려를 그렇게 먼 곳에 혼자 보낼 수는 없잖아." 라일락이 오히려 요거트의 반응을 이상하게 바라봐. "설마 혼자 갈 생각이었어? 요거트크림." "당연하지! 죄를 지은 건 나잖아. 너는 아무 잘못도 없는데... 게다가 죽다 살아나서 몸도 좋지 않으면서...!" "체력이야 꾸준히 회복하는 중이고, 시간만 있으면 금방 원래대로 돌아갈거야. 그리고 죄는 네가 지었을지 몰라도, 거기까지 가는 건 나도 함께야." 라일락이 손을 뻗어 요거트의 머리를 쓰다듬었지... "우리는 반려잖아. 좋든 싫든 한 배를 탄."

"......." 요거트는 더 이상 할 말을 찾지 못했어. 대신 말없이 시선을 떨어뜨리고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지. 사실 라일락과 이혼하고, 혼자 거기까지 갈 마음을 먹기는 했지만 너무 두려웠거든... 그래서 내심 라일락이 자기를 붙잡아 주길 바랐고, 함께 가주길 바랐는데, 라일락은 이런걸 묻기도 전에 이미 그럴 생각이었던 거야... "고마워...." 요거트가 목이 메어 겨우 감사를 전하자 라일락이 그렇게 울다간 또 눈이 퉁퉁 붓겠다며 눈물을 닦아주었지.

다음날부터 그들은 부지런히 그 나라로 떠날 준비를 했고, 다음 상단 출발일에 맞추어 함께 떠났음. 나가의 심장은 금고나 짐에 넣지 않고 요거트가 소중히 가지고 말이야. 배로는 한 달을 넘게 항해하고, 기나긴 사막을 건너갔지. 아주 길고 힘든 여행이었어.

가는 길이 험난하다보니 아무래도 요거트 취향에는 전혀 맞지 않았지ㅋㅋㅋ 요거트는 상단 무역선을 처음 타봐서, 처음 사흘간은 정말 심하게 배멀미를 했음ㅋㅋㅋ 음식을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먹는 족족 토해버리고, 속이 너무 심하게 울렁거려서 서 있지도 못하고 말이야ㅋㅋ... 그때마다 라일락이 잘 달래어 도와주지 않았다면 요거트는 여행의 시작부터 나몰라라 하고 포기해 버렸을지도 몰라ㅋㅋㅋ

배에서 내리고 나서 사막을 횡단할 때는 요거트도 라일락도 죽을맛이었지... 사막의 낮은 그야말로 피부가 타들어갈듯이 더웠고, 밤은 너무나도 서늘해서 얼어 죽을것만 같았거든... 그래도 그때마다 곁에 서로가 있어서, 서로에게 부채를 부쳐주며 열을 식히거나 꼭 껴안고 붙어 자며 추위를 피하곤 했지.

석달에 걸친 긴 여행 끝에 드디어 나가 신을 숭배하는 나라에 도착했어. 마침 그 나라는 축제 기간이 와서 국민들은 축제 준비를 하고 있는 거 같았는데, 아무래도 나가의 심장이 없어져서인지 다들 기운이 하나도 없어보였어. 요거트는 용기를 내어 그 나라의 수장인 제사장을 찾아갔어. 제사장은 이런 심란한 시기에 이방인을 맞이하고 싶지 않아했지만, 요거트가 많은 돈을 들여 간청한 끝에 겨우 만남을 허락했지. 제사장 앞에서야 요거트는 품 안에 고이 넣어 왔던 나가의 심장을 꺼내보였어. 보석이 제 나라에 돌아와 영롱한 빛을 발하는 순간,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엎드려 보석을 향해 경배를 드렸어. 보석을 손에 든 요거트도, 마치 보석이 살아있는 것처럼 고동치는 것을 느꼈지.

요거트에게서 나가의 심장을 받아든 제사장은 요거트를 매우 미심쩍게 여겼어. 요거트는 침착하게 자기가 어쩌다 이 보석을 얻게 되었는지, 그리고 무슨 일을 겪었는지 다 이야기했지. 그제야 의심을 푼 제사장이 요거트에게 다가와 보석을 되돌려주어 고맙다고 두 손을 잡아주고, 요거트와 라일락을 국경일 축제에 정식으로 초대했어.

나가의 심장이 되돌아왔다는 소식은 빠른 속도로 온 나라에 퍼졌지. 그제야 국민들은 활력을 되찾았고, 이제 축제다운 축제 준비를 할 수 있게 됐어ㅋㅋㅋ 며칠 뒤인 축제 첫날, 나가 신의 신전 문이 열리는 그 날에, 제사장은 요거트에게 나가의 심장을 직접 바치라고 했어. 그래서 요거트는 그 자리에 모인 모든 이들의 시선을 받으며 경건하게 나가의 심장을 다시 원래 자리에 끼워놓았지. 제자리를 찾은 보석이 찬란한 빛을 내뿜었고, 모두가 경배하며 탄성을 냈지.

요거트와 라일락은 거의 국빈 대접을 받으며 축제를 신나게 즐겼어. 특히 요거트는 이제껏 지고 있던 마음의 짐을 다 털어버렸잖아. 그야말로 자유의 몸이었지! 그러니 얼마나 신이 났겠어ㅋㅋㅋㅋㅋ 라일락도 원래는 이런 왁자지껄한 축제 분위기를 즐기는 스타일이 아니었지만, 오랜 고생 끝에 모든 일을 끝냈으니 마음이 풀어져서 요거트와 함께 아주 즐거운 시간을 보냈어.

축제 마지막 날이었지. 저녁까지 신나게 놀고 들어온 둘은 씻고 나서 숙소 발코니에 마주보고 앉았어. 저 멀리서 화려한 불꽃이 터지는 걸 감상하려고 말이야. 곧이어 불꽃 하나가 터지면서 아름다운 불꽃들이 밤하늘을 수놓듯 화려하게 펼쳐졌지. 요거트도 라일락도 턱을 괴고 그 모습을 바라보며 감탄하다, 문득 서로를 돌아봤어.

예전같았으면 이렇게 눈이 마주쳤을 때 질색하고 피해버렸을 거야. 하지만 지금은 아니야. 둘은 서로를 가만히 응시하며, 상대방의 얼굴을 꼭꼭 기억하듯 눈에 담았지. 그간 정말 많은 일이 있었고, 싸우기도 많이 싸우고 죽을뻔한 고비도 있었지만 여기까지 왔잖아. 정말 기분이 이상했지...

"... 생각해보니 결혼 1주년 파티는 하지도 못하고 지나가 버렸네." 요거트가 먼저 눈을 접어 웃으며 말했어. "1주년이 아니라 이젠 2주년을 준비해야겠는데." 거기에 라일락도 맞장구를 쳐주며 웃었지. "요구르카에 돌아가면 얼추 맞을 것도 같은데?" 가만히 날짜를 셈해보던 요거트가 놀라운듯 웃었어. "그럼 돌아가는 길에 계획을 세우면 되겠네. 요구르카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파티를 열자." "이번엔 너도 도와줄거지?" "물론이지." 라일락이 가만히 손을 뻗어 요거트의 손을 잡았어. 그리고 조용히 끌어당겨 손등에 입을 맞춰주었지.

가만히 그 모습을 바라보던 요거트는 무언가 결심한듯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어. 라일락의 시선이 일어난 요거트를 따라 움직였지. 요거트는 테이블을 짚고 허리를 숙여서 라일락 이마에 입을 맞추었어. 갑작스런 스킨십에 놀란 라일락이 움찔했지.

"고마워, 라일락." 요거트가 두 손으로 라일락의 얼굴을 감싸듯이 잡고 속삭이며 다시 한 번 감사 인사를 전했어. "네가 없었으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거야... 아니, 벌써 한참 전에 죽었을지도 몰라. 나, 너한테 너무 많은 빚을 지고 말았네... 이걸 어쩌면 좋지?" 그렇게 말한 요거트는 부끄러운듯이 웃어버렸어. 라일락은 가만히 요거트의 눈을 응시하며 그 이야기를 듣고 있다가...

"그럼 앞으로 더 잘해주면 되지." 하고 짧게 대답하고는 요거트를 끌어당겨 입을 맞추었지. 이번엔 요거트가 놀라 잠시 움찔했지만, 라일락이 파고드는 걸 밀어내지 않고 그대로 라일락을 끌어 안았어.

"... 와, 뭐야. 나 처음 해 봐, 이런거." 긴 입맞춤이 끝나고 나서 요거트가 놀랍다는 듯이 소감을 말했어. 라일락은 픽 웃어버렸지. "뭐야, 너는 해본 적 있어?" 라일락이 웃는 걸 보고 요거트가 가볍게 핀잔을 줬어. "아니. 나도 처음이야." "그러면서 뭘... 한번 더 해." 이번엔 요거트가 라일락을 끌어당겼지. 라일락은 순순히 끌려가서 다시 요거트와 입을 맞추었어. 진한 입맞춤을 나누는 동안 불꽃놀이는 계속 진행 되었지.

이윽고 마지막 불꽃이 사그라들자, 여러 번의 입맞춤 끝에 떨어진 둘은 그제야 조금 부끄러움이 몰려와 서로 다른 곳으로 시선을 옮겼어ㅋㅋㅋㅋ 무슨 말을 하면 좋을지 몰라 잠시 어색한 시간이 흐르고, 요거트가 먼저 "이제 가서 자자!" 라고 말하기도 전에, 라일락이 갑자기 요거트를 번쩍 안아 올렸어. 얼결에 라일락 품에 번쩍 안겨버린 요거트는 너무 놀라서 라일락을 있는 힘껏 껴안았지ㅋㅋㅋㅋ

"이제 그만 자자." 라일락이 안아올린 요거트의 이마 위에 살짝 입술을 댔어. 근데 그 입술이... 여전히 뜨거운 거 같아. 요거트는 슬그머니 고개를 들어 라일락을 올려다 봤지. "... 진짜 잘 거야?" 의미심장한 말에 라일락은 대답하지 않았어. 대신 요거트를 침대 위에 고이 올려두고 다시 입을 맞추었고, 요거트는 자연스레 라일락을 끌어당겨 두팔 가득 안았지.

그들은 상단이 요구르카로 떠나는 날까지 같이 그 나라에 머물다가, 상단과 함께 집으로 돌아가는 긴 여행을 시작했어. 온 나라 사람들이 보물을 되찾아준 은인들에게 감사 인사를 보내고, 여행의 안전을 빌어주었지. 요구르카로 돌아가는 길은 여전히 길고 험했지만, 축제날 정했던 대로 결혼 2주년 파티 계획을 세우며 가다보니 또 금방 배를 타게 된거야ㅋㅋㅋㅋ 이번에는 요거트도 멀미가 그리 심하지 않았어ㅋㅋㅋㅋㅋ

그들이 요구르카로 귀환했을 때, 맞이하러 온 모든 사람이 놀랐어. 둘의 결혼식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그들이 얼굴조차 내보이지 않고 결혼했던 걸 기억하고 있었거든. 그런데 배에서 내려오는 둘은 정말 그때와는 너무 다르게, 진짜 다정한 부부가 되어 있는 거야ㅋㅋㅋㅋㅋ 이건 두 집안 사람들도 너무나도 놀랄 일이었지ㅋㅋㅋㅋ 맨날 싸우기만 하고 말도 안 하고 지낸다고 들은게 엊그제 같은데, 기나긴 여행 한 번 다녀오더니 세상 사랑하는 부부가 되어 돌아올 줄은ㅋㅋㅋㅋ 그러다보니 양쪽 집안 사람들도 머쓱해져서 더는 싸우지 못했지 뭐ㅋㅋㅋㅋ

라일락과 요거트는 약속했던 대로 결혼 2주년 파티를 열었어. 치열한 전투가 있었던 신혼 저택을 수리해서 말이야. 예정대로 다른 저택으로 이사갈까 했는데, 아무래도 이곳이 더 의미가 있지 않겠어? 그래서 이사는 가지 않았지. 둘이 여행을 다녀온 사이에 누군가 저택을 말끔히 고쳐 두었고, 부상을 크게 당했던 시종들도 완치되어 다시 저택으로 돌아왔어. 그들은 라일락과 요거트가 '진짜 부부'가 된 걸 누구보다 환영했고, 아주 열심히 결혼 2주년 축하 파티 준비를 해 주었지.

2주년 파티는 아주 성대하게 열렸어. 양쪽 집안 사람들, 각자 아는 지인들을 초대해서 말이야. 혹시라도 파티 중에 집안끼리 싸움이 나면 어쩌나 싶었는데 그런 일은 없었어. 막내들끼리 저렇게 사이가 좋은데 어른들이 싸우면 체면이 안 산다나 뭐라나... 어찌됐건 경사날에 싸우지 않으면 되었지 뭐!

그 뒤로 라일락과 요거트는, 요구르카에서도 손에 꼽히는 금슬 좋은 부부로 엄청 행복하게 살았대. 이웃 나라에서 놀러온 사람들도 알고 있을 정도로 각별했다나 뭐라나. 둘 사이에 자식은 없었지만, 둘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행복하니까, 그걸로 됐지!

 

 

벌써 라일요거로 다섯번째 AU를 풀었네요ㅎㅎㅎ

AU는 늘 해피엔딩으로 씁니다.

새드/배드/메리배드 엔딩은 너무 슬퍼요 흑흑...

 

AU가 재미있는 이유는 캐릭터를 두고 그들의 관계나 성격을 살짝 비틀어 볼 수 있다는 점인거 같아요.

혹은 원작에서 나올 수 없는 상황을 상정해두고 그들이 어떻게 헤쳐나가는지 지켜볼 수 있다는 점!

 

참!! 그리고 이걸로 라일요거 썰 타래의 30번째 썰을 올렸어요ㅋㅋㅋ

저도 제가 이렇게 단 기간에 많은 썰들을 풀어낼 수 있으리라곤 생각 못했는데요.

아마 꾸준히 재미있게 읽어주시는 분들이 있으셔서 가능했던게 아닌가 싶습니다.

늘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앞으로도 계속 생각나는대로 열심히 썰을 풀어볼게요!! #라일요거 #가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