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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런: 라일요거/긴 썰

[라일요거] 기억이 초기화 된 라일락

by 솨리 2021. 12. 5.

 

 

요거트를 향한 갑작스러운 습격에서 도련님을 방어하다 큰 부상을 당하고 만 라일락... 라일락이 이렇게 크게 다친 건, 특히 머리를 다친 건 처음이어서 너무 놀란 요거트는 당장 그를 데려다 응급 처치를 하고 몇날 며칠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라일락을 돌보았는데...

 

잠시 요거트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정신이 든 라일락은 난생 처음보는 풍경에 화들짝 놀라며 사방을 둘러봄. 늘 자기가 지내는 어둡고 쿰쿰한 암살자 길드 건물이 아니라, 사방에 보석이 가득한 화려하고 따뜻한 공간은 처음이어서.

 

그렇다... 라일락은 머리에 가해진 충격으로 기억을 잃었는데, 정확히 플요가 요거트 암살을 의뢰한 그 시점부터의 기억이 사라진 것임... 자기가 알던 그 풍경과는 너무나 다른 주변 환경에 잔뜩 날을 세우고 경계하던 라일락은, 결국 창문을 타고 밖으로 빠져나가 원래 지내던 암살자 길드로 돌아가버림; 그 이전까지의 기억은 그대로 남아있으니까 거기 가는 길은 하나도 잊어버리지 않았지ㅋㅋㅋ

 

한편 잠깐 볼일이 있어 나갔다가 돌아온 요거트는 라일락이 사라졌다는 얘길 듣고 급히 그의 침실로 달려왔는데... 없음...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사라진 라일락... 시종들을 붙잡고 라일락이 어디 갔느냐 물어도 아무도 모른다고 하지... 정말 흔적도 없이, 증발한 것처럼 사라져버린 라일락이었다...

 

요거트는 아직 그가 몸 상태가 다 회복되지 않은 걸 아니까, 그것부터 걱정이 되어서, 당장 저택 호위 무사들을 시켜 저택 주변 수색을 명령함. 하지만... 당연히 저택 밖으로 빠져나간 라일락을 찾을 수 없었음... 심지어 밖으로 빠져나간 흔적조차 안 남김... 당연함... 암살자 길드 실적 1위의 암살자니까ㅋ... 초조해진 요거트는 요구르카 경비대에 라일락의 수색을 의뢰했으나... 요구르카 경비대도 그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음.

 

한편 암살자 길드로 돌아온 라일락을 보고 놀란 건 길드 동료들도 마찬가지임ㅋㅋㅋ. 몇년 전에 요거트 가문에서 나온 누군가의 의뢰를 받고 요구르카로 떠나서는 완전히 감감 무소식이었던 라일락임... 그런데 이렇게 갑자기 돌아왔다고? 다들 의뢰는 성공한 거냐 하고 물었겠지. 그런데 라일락은... "의뢰? 무슨 의뢰를 말하는 거지?" 하면서 플요가 넣었던 의뢰를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것임; 다들 당황해서 "아니 그때... 요거트 가문에서... 막내 도련님을 암살하라고... 우리 중에 가장 뛰어난 실력자를..." 하면서 설명을 해 주는데, 라일락은 전혀 모르겠다는 얼굴로 그들을 쳐다보기만 함;

 

이쯤되니 길드 동료들도 라일락이 뭔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챘지. "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냐?" 하니까, 라일락은 자기도 모르겠다고, 잠을 자다 일어났는데 전혀 모르는 곳에 있었다... 혹시 그곳이 너네들이 말한 요거트 대저택인지도 모르겠다 하는데... 그러다 누군가가 라일락더러 팔에 왜 붕대를 감았냐고 묻겠지. 그제야 제몸을 돌아보니 팔이며 가슴팍에 정성스레 붕대가 감겨져 있고, 붕대 아래로 소소하게 통증이 느껴짐. 라일락은 그걸 내려다보며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하고 있고. 그러는 사이에 우당탕 소리가 들리더니, 누군가가 아지트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오는데... 전갈이었음.

 

전갈은 동료들에게 둘러싸인 라일락을 발견했고... 너무나 놀란 나머지 자기를 바라보는 라일락을 위아래로 훑어보다 그에게 달려가 그를 와락 껴안았음. 라일락은 갑자기 전갈이 자기한테 달려와 껴안으니 다소 당황해서, 무슨 일이냐고 묻는데... 전갈은 말없이 라일락을 꽉 끌어안고 있다가, 이제 '집'으로 돌아온 거냐고 말하겠지. 라일락은 지금 이 상황이 전혀 이해가 되지 않지만... 자기를 꽉 안은 전갈을 도닥이며 "그렇다"고 대답함...

 

한편 요구르카 경비대를 시켜 요구르카 전체를 샅샅이 뒤졌는데도 라일락을 찾지 못한 요거트... 이제는 초조하다 못해 불안해서 미칠 지경임; 아직 몸도 성치 않은데, 쪽지를 남긴 것도 아니고 이렇게 아무런 말도 없이 훅 사라져 버렸다고? 라일락은 절대 그런 행동을 할 인물이 아닌 걸 아는 요거트는 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싶음... 혹시 머리를 얻어맞은 것이 영향을 준 건 아닌가 싶은데... 그걸 따지기 전에 일단 라일락을 찾아야 검사를 해보든 말든 할 것 아님...

 

며칠을 라일락을 찾아 헤매느라 밥도 못 먹고 잠도 못 잔 요거트는 심각한 불안 증세- 라일락이 자기 호위 무사가 된 이래로 단 한번도 이렇게 오랫동안 자리를 비운 적이 없어서, 누가 나를 지켜주지 하는 그 불안감- 에 시달리며 하루하루 초췌해져감...

 

그러다 갑자기 들려온 소식. 저잣거리 상인이 경비대에다, 도련님의 호위 무사를 본 거 같다고 신고한 것이었음. 그날은 라일락은 전갈과 함께 요구르카 저잣거리에 들러서 필요한 물건을 사러 간 날이었음. 당연히 생필품을 사는 것도 주로 뒷골목 시장에서 하는 일이었지만... 라일락은 저도 모르게 왠지 익숙한 거리를 따라 걷다가 저잣거리 메인로드까지 가버린 것이었음. 같이 온 전갈이 그를 붙잡지 않았다면 멍하니 그 길을 따라 요거트 대저택으로 가버릴 뻔한 거ㅋㅋㅋ 몸에 익은 습관과 무의식 속에 가라앉은 기억이 그를 이끈 것이었지.

 

어쨌든 전갈은 그쪽 길이 아니라며 그를 잡아 끌고 다시 뒷골목으로 들어갔고, 그 모습을 요거트가 자주 거래하는 상인이 본 것임. 저 사람은 요거트크림 도련님의 호위 무사가 확실한데, 옆에 있는 붉은 머리의 여자는 누구지 싶고... 게다가 벌써 열흘 넘게 도련님이 호위 무사가 사라졌다며 찾아 헤매고 있는데 이게 어찌된 일일까 싶어 경비대에 신고한 것이었음.

 

그 이야기를 듣고 요거트는 라일락을 데려간 사람이 전갈이라는 걸 알았고, 당장 그들을 찾아 뒷골목을 수색하라고 명령을 내렸지. 경비대는 넓고 깊은 요구르카 뒷골목 전체를 뒤지며 라일락과 전갈의 행방을 수색하고 다님. 다행히 뒷골목에는 그들에 대해 아는 이가 꽤 있어서, 경비대는 그들이 머무는 아지트가 어디인지 대충 특정할 수 있었음.

 

물론 암살자 길드의 아지트는 한 군데가 아니고 여러 군데이고, 다들 그 아지트들을 옮겨다니며 생활하고 있지만... 그 소식을 접한 요거트는 자기가 직접 라일락을 만나러 가야겠다고 하며, 나갈 채비를 함. 시종들은 당연히 말렸지. 도련님은 지금 며칠째 밥도 안 먹고 잠도 안 자서 몸이 너무 쇠약해진 상태인데다, 요구르카 뒷골목 같은 위험한 곳에 직접 가겠다니... 그러나 요거트는 반드시 가야만 했음. 그래서 라일락을 만나서... 갑자기 자기를 떠난 이유를 물어봐야만 했으니까...! 시종들은 도련님의 의지를 꺾을 수 없었고, 결국 호위 무사 여럿이 도련님과 함께 가기로 했음.

 

한편 라일락과 전갈도 누군가가 자기를 찾아다니는 걸 당연히 눈치챘지. 뒷골목에 갑자기 요구르카 경비대가 나타났으니까. 자세한 내막은 모르겠으나 뭔가 문제가 생겼음을 직감한 둘은 요구르카에 계속 머무르는 건 위험하다고 판단해서, 아예 요구르카를 떠날 채비를 함... 특히 전갈은 하루라도 빨리 여기를 뜨자고 재촉하는데... 그런데 라일락은 떠날 채비를 하면서도 뭔가 마음이 이상하게 싱숭생숭함을 느낌. 무언가... 이것 말고도 더 중요한 할 일이 있었다는 느낌. 그리고 자기를 찾아다닌다는 '누군가'와 강한 인연이 있는듯한 예감...

 

이대로 여기를 뜨는 게 분명 맞는 일인데, 어쩐지 '그 사람'을 만나야 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 라일락은, 전갈에게 자기를 찾는다는 그 사람을 한번 만나서 사정을 들어봐야 하지 않겠느냐 의견을 내비쳤지. 그랬더니 전갈은 왜 평소의 너 답지 않게 그런걸 신경쓰냐고 대답함. 거기에 라일락은 멈칫했음. 전갈의 말이 틀린 게 아니었거든.

 

평소 자기 스타일대로라면, 임무와 관련 없는 행동은 절대 하지 않았고, 그외의 인물들에게 신경도 쓰지 않았을 것임... 그런데 이 알지도 못하는 누군가를 신경쓰고 있다는 게... 자기가 생각하기에도 스스로가 너무나 이상한 라일락은 전갈에게 "네 말이 맞다, 내가 이런 걸 신경 쓸 여유는 없지." 하며 다시 요구르카를 떠날 채비를 했고...

 

드디어 준비를 다 마친 둘은 옆 도시로 건너가기 전 마지막 밤을 요구르카에서 보내게 되었는데... 전갈은 이런 밤에 떠나야 몸을 숨길 수 있지 않냐며 당장 떠나자고 했지만, 라일락은 이런 한밤중에 사막을 건너는 건 매우 위험한 행위라고, 대신 새벽에 일찍 뜨자고 했지. 전갈은 내키지 않았지만 라일락의 말도 일리가 있어 그렇게 하기로 했고...

 

라일락은 보잘 것 없는 허름한 침대에 걸터앉아 팔과 가슴에 두르고 있던 붕대를 풀었음. 이제 상처가 거의 다 나았으니까... 근데 그걸 푸는데, 이상하게 마음 한 구석이 답답하고 저미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임... 이 상처는 어쩌다 생긴 것이고, 누가 이렇게 정성스레 붕대를 감아놓은 걸까 싶은 생각...

 

라일락은 풀어낸 붕대를 손에 쥔 채로 가만히 내려다 보다가 그걸 쓰레기통에 넣었는데..., 그와 동시에 아래층에서 우당탕하는 요란한 소리가 들리는 걸 알았음. 당장 자리에서 일어난 라일락은 급히 방에서 나와 1층의 아지트 로비로 향했는데... 거기엔 요구르카 경비대는 물론이고, 처음 보는 옷을 입은 호위 무사들과... 푸른색 망토를 두른 한 눈에 봐도 귀해 보이는 사람이... 요거트였음.

 

라일락은 요거트를 쳐다본 순간 머리가 찡하게 아파서 관자놀이를 짚었음. 평소 두통이 있던 것도 아닌데 누군가를 본 것만으로도 머리가 이렇게 아프다고? 라일락이 비틀거리며 머리를 부여잡고 서 있는 동안, 전갈은 급히 그의 모습을 숨기려는 듯이 앞을 가로막았지.

 

요거트는 아직 라일락을 발견하지 못한 상황인데, 전갈이 거기에 있으니... 그녀를 똑바로 쳐다봄. 그리고 물었지. "여기에 라일락이 있지?" 하고... 전갈은 바짝 긴장하며, 그러나 표정만큼은 여유를 부리며 웃는 얼굴로 "아니? 라일락은 여기에 없어." 라고 대답함. 거기에 요거트는 "거짓말 하지 마. 다 알고 있어." 라고 말했고.

 

전갈은 눈웃음을 지었던 눈을 슬그머니 뜨고 도련님을 똑바로 마주보았지... "있으면 어쩔 건데?" ... 요거트는 한 손으로 자기가 입은 망토를 꾹 붙잡았는데 그 손이 바르르 떨려왔지. "갑자기 나를 왜 떠났는지 묻고 싶어서." 요거트의 대답에 전갈은 아직도 머리를 부여잡은 채 고통스러워하는 라일락을 더욱 뒤로 숨기면서, "그거야 그의 마음 아닐까? 이제 너같은 철부지 도련님이랑 같이 지내는 데에 질린 모양이지." 하고 비웃듯이 말했음. 요거트는 망토를 잡은 손에 더욱 힘을 주어 꾹 쥐고... "내가 질려서 떠난 거라면 이렇게 아무 말도 없이 사라지진 않았을거야." 요거트가 말했지...

 

전갈은 요거트를 향해 비틀린 미소를 짓고, "어쨌든 그는 너를 떠났잖아. 그럼 그냥 놓아주는 게 어때? 이유야 어쨌든, 널 버리고 떠날 인물이 아닌데 그런 행동을 했다면... 이제 너네 관계는 끝난 거 아닐까?" 하는 이야기를 함... 그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가슴을 찌르는 듯 해서 요거트는 입술을 굳게 다물고 있다가... "네 말이 맞아. 하지만... 역시 이유만큼은 듣고 싶어." 라며 고집을 부렸지... 전갈은 속으로 '진짜 끈질긴 도련님이네. 그냥 깔끔하게 여기서 죽여버릴까...' 생각했고, 소맷자락 안에서 슬그머니 독침을 손에 쥐었음.

 

그리고 그걸 요거트에게 들이대려는 찰나... 라일락이 전갈의 팔을 붙잡았지. 그리고 그녀를 옆으로 살짝 밀어내고, 자기가 앞으로 나섰음. 전갈이 말릴 새도 없이 말이지... 라일락은 여전히 한 손으로 머리를 붙잡은 채 요거트 앞에 섰음. 요거트는 그를 마주하자마자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라일락...!!" 하며 당장 그를 끌어안을 듯이 다가왔으나... 라일락은 요거트가 다가오기 전에 한껏 뒤로 물러났지. 거기에 당황한 요거트는 그 자리에 우뚝 멈춰서고 말았음. "왜, 왜 그래...?" 요거트가 그에게 묻자, 라일락은 얼굴을 찌푸린 채 가늘게 뜬 눈으로 그를 쳐다보며... "넌 누구지?" 함.

 

라일락이 그렇게 묻자 충격을 받은 요거트는 "누구냐니? 나잖아, 요거트크림! 네... 주인이잖아!" 하는데, 라일락은 전혀 모르겠다는 얼굴로 요거트를 쳐다보기만 함... 라일락은 아까보다 더욱 지끈거리는 머리를 한 손으로 꾸욱 누르며 다시 말했지... "나는 네가 누군지 몰라. 그런데 넌 어떻게 날 알고, 나를 찾으러 다닌 거지?" 라일락이 그렇게 묻자, 요거트는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무슨...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라일락, 나를... 잊어버렸어? 내가 누군지 모른다고...? 그런... 그런게 어디있어..." 하며 두 손으로 제 얼굴을 감싸버림... 너무나 충격적인 상황에 눈물조차 나오지 않고... 거기에 전갈은 "라일락, 네가 나설 일이 아냐." 하고 그를 다시 뒤로 물리려고 했는데, 라일락은 외려 그녀를 밀어내며 "저 사람이 찾는 건 나잖아. 나는 이유를 알고 싶어." 했지... 전갈은 입술을 짓씹고 뒤로 물러났음...

 

공간 전체에 무거운 침묵이 감돌았지... 거기에 있는 사람은 못해도 10명은 되었는데, 어느 누구도 숨소리 하나 내지 못하고 침묵 속에 가라앉았음... 한참 뒤에야 요거트가 숙였던 고개를 들고 라일락을 바라봄... "정말 나를 완전히 잊어버린 거야...? 라일락..." 요거트가 속삭이자 라일락도 머리를 붙잡았던 손을 내리고 그의 눈동자를 마주보았는데, 마음이 심하게 요동치듯 울렁이고 가슴이 답답하니 숨 쉬기가 힘든 지경인데도 도무지 이 사람이 누구인지 모르겠는 것임...

 

라일락은 결국 고개를 가로젓고 말았음. "나는 당신이 누군지 모르겠어." 라일락이 중얼거리자 요거트는 가늘게 떨리는 눈으로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다시 고개를 떨어뜨리고 말았음... 마주하고 있는 라일락의 눈동자가 진짜로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으니까...

 

더는 할 말이 없어진 요거트는 "그래..." 하고 기운없이 중얼거리고는 몸을 돌렸음... 같이 따라온 호위 무사 중에 하나가 도련님에게 다가와 이대로 돌아가실 거냐고, 저자를 데리러 온 것이 아니냐고 물었는데... 요거트는 망연자실한 얼굴로 "라일락이 나를 기억하지 못하면 데려가도 소용이 없잖아..." 하고는 몸을 돌려 아지트 건물 밖으로 걸어나감... 라일락은 그 자리에 서서 밖으로 나가는 요거트의 뒷모습을 바라보는데... 머리가 다시 깨질듯이 아파오고, 견딜 수 없는 고통에 그 자리에 주저앉았지. 전갈은 얼른 라일락에게 다가와 그의 상태를 살폈고. 얼굴을 잔뜩 찌푸린 채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싼 라일락은 저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음... 아무리 아파도 눈물이 나올 정도는 아닌데, 그냥 눈물이 저절로 나와 앞이 흐린데...

 

그런데 밖에서 갑자기 철제 무기들이 부딪히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리고, 고함 소리와 물건이 부서지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는 것임; 전갈도 라일락도 고개를 번쩍 들었지. 전갈이 먼저 밖으로 튀어나가 이게 무슨 일인가 하고 보니, 어둠 속에서 나타난 자객들이 도련님을 둘러싼 경비대와 호위 무사들과 싸우고 있는 것이 아니겠음!? 시커먼 옷을 입은 자객들은 암살자 길드 동료들이 아닌 전혀 다른 놈들이었고, 그들은 어둠을 이용해 날렵하게 경비대와 호위 무사들을 하나 둘 쓰러뜨림.

 

갑작스러운 습격에 안 그래도 몸 상태가 말이 아니었던 요거트는 겁을 잔뜩 먹어 어디 도망치지도 못하고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이 서 있기만 하는데... 자객 중 하나가 요거트 앞을 가로막은 호위 무사를 찔러 쓰러뜨리고 그대로 요거트를 베어버릴 찰나에, 날카로운 차크람이 그 앞에 날아들어 그놈은 뒤로 멀찍이 물러났음. 갑자기 날아든 차크람에 놀란 요거트와 전갈은 차크람이 날아온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고, 거기엔 라일락이 여전히 한 손으로 머리를 붙잡은 채, 다른 손으로는 차크람을 들고... 요거트에게 달려드려는 다른 놈에게 차크람을 던져 쓰러뜨렸음. "라일락!!" 요거트와 전갈이 동시에 그의 이름을 외쳤고, 라일락은 그들과는 정 반대로 방심한 요거트 뒤로 다가오는 자객을 발견했지.

 

"요거트크림!!!!" 라일락은 자기가 기억하지도 못하는 이의 이름을 무심코 외치면서 빠르게 달려나가 요거트를 감싸 안았고, 그와 동시에 자객이 휘두른 묵직한 무기에 머리를 얻어맞고 말았음... 퍽 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라일락이 저를 감싼 채 쓰러지자 너무나 놀란 요거트는 그대로 숨이 멎을 듯 해서, 자기를 노리며 다시 무기를 휘두르는 자객을 공포 어린 눈으로 올려다 보았는데... 그보다 먼저 전갈이 자객을 향해 독침을 날렸고, 그건 정확히 자객의 목을 꿰뚫었음.

 

자객이 무기를 떨어뜨리며 쓰러져 숨을 거두자, 요거트는 정신을 잃고 자기 위에 쓰러진 라일락을 급히 감싸 안으며 그의 이름을 부르짖었는데... 머리를 얻어맞은 탓에 라일락은 완전히 기절한데다 충격으로 인해 입가에 피를 흘렸음... 전갈과 경비대, 호위 무사 몇몇이 자객을 처리하는 동안 요거트는 패닉 상태로 라일락을 끌어안고 울다가, 상황이 정리되자마자 곧바로 그를 데리고 요거트 대저택으로 향했지... 전갈은 내키지 않았지만 머리를 얻어맞은 라일락이 죽을 수도 있으니, 최고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요거트 대저택에 보낼 수 밖에 없었음...

 

라일락을 데리고 저택에 돌아온 요거트는 당장 의사를 불렀고, 시종들은 드디어 호위 무사님을 찾은 거냐고 반겼으나 곧 그가 입가에 피를 흘린 채 기절한 상태인걸 알고 너무나 놀랐음. 얼른 라일락을 간호하기 위한 자리를 마련한 시종들... 요거트는 의사가 라일락을 진찰하고 치료를 하는 동안에 그의 손을 꽉 잡은 채... 이대로 영영 자기를 잊어버려도 좋으니까, 제발 죽지 말고 살아달라고 끊임없이 기도함... 의사의 응급처치는 빠르고 적확했으나, 머리를 너무 세게 얻어맞아 과연 정신을 차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하지...

 

그렇게 며칠동안 라일락은 전혀 정신을 차리지 못했고... 요거트는 반은 울고 반은 침울한 얼굴로 밤낮없이 그의 곁을 지켰음... 혹시라도 자리를 비운 사이에 정신이 든 라일락이 지난번처럼 훌쩍 도망가 버릴까봐... 자신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여기에 남지 않고 떠난다고 하더라도 인사는 하고 보내주고 싶어서... 갑자기 행방불명된 그를 찾아다니는 동안 요거트는 너무 힘들고 괴로웠거든. 그래서 이번 만큼은 그렇게 보내지는 않겠다고, 요거트는 라일락의 손을 꼭 잡으며 생각했지.

 

그러다 겨우 닷새만에 정신을 차린 라일락... 라일락은 눈을 떴는데 눈앞이 어리어리하고 선명하게 보이질 않아 끙 소리를 내며 여러번 눈을 깜박이고 몸을 일으켰는데, 부스럭 거리는 기척에 잠시 눈을 감고 졸고 있던 요거트가 번쩍 눈을 떴음. 라일락이 몸을 일으키려는 걸 발견하자마자 너무 기뻐서 그를 와락 껴안아버린 요거트... 라일락은 앞이 아직 잘 보이지 않는데 누군가가 자기를 와락 껴안는 걸 느꼈고, 피부에 맞닿는 살결과 풍겨오는 체취를 말미암아... "요거트크림?" 하고 그를 불렀지.

 

라일락이 자기 이름을 부르자 너무 놀란 요거트는 그를 끌어안은 채 몸을 바짝 굳혔고... 곧 눈물을 잔뜩 쏟아내며 엉엉 울기 시작했음. 라일락은 영문도 모른 채 요거트에게 꽉 끌어안긴 상태로, 통곡하듯 엉엉 우는 요거트를 달랠 방도도 찾지 못했음... 요거트가 왜이리 서럽게 우는지 이유를 모르니까; 어정쩡하게 두 팔을 들었던 라일락은 요거트를 마주 안아주며 "무슨 일이야, 왜 그래..." 하고 그를 도닥여 주었고, 그토록 듣고 싶었던 다정한 목소리에 요거트는 그간 쌓였던 고생과 서러움이 복받쳐 더 크게 엉엉 울었음ㅋㅋㅋ... 그 소리를 듣고 시종들이 몰려왔고 말이지... 한참동안 라일락을 끌어안은 채 울던 요거트는 기어이 탈진해 쓰러져 버렸고, 라일락은 너무 당황해서 어쩔 줄을 모름;

 

시종들은 이럴 줄 알았다고, 얼른 요거트를 데려다가 침실에 편히 뉘여두고 간호를 했지... 라일락은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요거트가 이 지경까지 된 거냐 시종에게 물었고, 시종은 그간 있었던 일을 자세히 설명해 주었음... 라일락은 그런 일이 있었냐며 큰 충격을 받았고... 여전히 얻어맞은 자리가 지끈거리며 아팠으나, 그보다 중요한 건 쓰러진 요거트였기에, 그의 곁에 무릎을 꿇고 주저앉았음. 그리고 기운 없이 늘어진 요거트의 손을 두 손으로 꽉 맞잡았지. 자기가 기억을 잃고 떠나버린 상황에도 끝까지 자기를 찾아 온 요거트... 라일락은 요거트의 손을 힘주어 잡으며, 내가 어떻게 너를 잊을 수 있겠느냐고, 어떻게 너를 내버려두고 어디론가 갈 수 있겠느냐고 되뇌임... 그리고 미안하다는 말도 함께.

 

다행히 요거트는 하루 뒤에 정신을 다시 차렸고, 정신이 들자마자 라일락을 찾았음ㅋㅋ 라일락은 내내 그의 곁에 있다가, 요거트가 정신을 차리자마자 두 팔로 요거트를 꽉 안아주었지. 요거트는 저를 안는 익숙한 감각에 아주 오랜만에 마음을 편안히 내려놓을 수 있었고, 라일락의 품에 몸을 기대며 "돌아와서 다행이야, 라일락... 이제 다시는 나만 두고 가지 마..." 라고 함. 라일락은 요거트를 강하게 끌어안은 채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을 거라고, 죽더라도 네 곁에서 죽을 거라고 굳게 맹세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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