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깨졌다가 다시 재결합하는 바람구름 보고 싶다ㅋㅋㅋ 왜 깨졌냐면 박바람이 헤어지자고 해서ㅋ....
물론 솨리링 유니버스의 바람구름은 서로가 서로의 유일한 상대... 원 앤 온리이지만ㅋㅋㅋ 이건 그러니까 2차의 3차쯤 되는 뇌절임ㅋ
그냥 여러모로 오구름이랑 차이 나는 게 너무 많으니까... 집안도 그렇고 재산도 오구름이 훨씬 좋고 많은데다가, 오구름 주변에 자기보다 조건이 더 좋은 사람도 수두룩하니 있고... 박바람은 솔직히 오구름이 왜 자기를 좋아하고 매달리는지 이해 못할 거 같음ㅋㅋ;;
그리고 ㄷㅅㅇㅈ인 것도 마음에 걸리고... 오구름이 맨날 자기 문제로 가족(특히 오평범씨)이랑 싸우는 것도 아는 박바람... 오평범씨는 오구름이 중학생 때부터 웬 서민 친구 하나를 사귀어서는 걔한테 정말 온갖 것을 다 퍼주는 걸 알아서,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만 어린애라 그렇겠거니 하고 적당히 눈 감아 줬단 말이지... 그런데 고등학생 되어서도 정신을 못차리더니, 대학 가서도 계속 그놈이랑 붙어다니는 데다가, 이제는 아예 동거까지 하겠다고 선언해서 몹시 못마땅한 상황임. 그래서 맨날 오구름한테 잔소리하고 화내고. 오구름 성깔도 만만찮게 대단해서 맨날 큰형한테 대들고.
그날도 오구름은 박바람이랑 데이트를 하다가 전화가 와서 받으러 나갔고... 대충 상황 보아하니 또 오구름네 형이 전화해서 뭐라고 하는 거 같았지. 오구름은 "제발 내가 알아서 할테니까 형은 참견하지 말고 가만히 있어라" 고 꽥 소리친 뒤에 식식대며 돌아왔는데... 박바람은 이때 느꼈지. 이대로면 오구름은 맨날 가족들과 싸우다 못해 의절까지 할지도 모른다고... 가진 것도 많고 주변에서 사랑만 받고 자란 애가 자기 때문에 늘 화나 있고 싸우고 하는 모습을 보는 건 썩 즐거운 일은 아니지...
박바람은 그날 오구름과의 데이트가 그리 즐겁지 않았음. 아무리 생각해도 이 관계는 격이 안 맞아도 너무 안 맞는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어서... 그날 박바람은 집에 가서도 한참동안 고민함...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오구름이 다른 사람을 찾을 수 있도록 헤어져 주는 게 좋지 않을까...?
한번 그렇게 고민을 시작하니까 아무래도 며칠동안 계속 같은 생각에서 벗어나질 못하는 박바람... 오구름은 당연히 같이 있는데도 박바람이 계속 딴생각을 하는게 보이니까 콕콕 찔러도 보고, 말도 걸고 하는데 반응이 영 시원찮지. 얘 대체 왜 이러는 거지? 몸이 안 좋은가? 아님 무슨 걱정거리가 생겼나?? 이제 오구름도 슬슬 박바람이 걱정이 되어 갈 참이었는데...
어느날 데이트에서, 박바람은 오구름을 마주보고 앉아서 이 말을 할까 말까 한참 고민하다가 기어이 "헤어지자" 고 말했지.
오구름은 그저 커피를 마시며 박바람을 마주보고 있었을뿐인데, 너무 뜬금없는 상황에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여서 들고 있던 커피잔을 떨어뜨릴뻔 했음. "뭐? 너 지금 뭐라고 했어?" 오구름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침착하게 커피잔을 테이블에 내려놨지. 박바람은 잠시 뜸을 들였다가 다시 말했음. "헤어지자고." "?????" 두번이나 들었는데도 너무 당황스러운 말이어서, 오구름은 어안이 벙벙한 채로 박바람을 쳐다만 봄...
"... 너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한참 뒤에 오구름이 눈썹을 찡그리며 또다시 물었지. 박바람은 더는 대답하지 않았음. 오구름은 어이가 없어 눈을 깜박이며 주변을 한번 돌아보고, 앞머리를 쓸어넘겼다가, 덜덜 떨리는 손으로 커피잔을 꽉 쥐었음. "헤어지자고? 갑자기? 아니, 왜?" 손이 떨리는만큼이나 떨리는 목소리로 오구름이 물었지만 박바람은 여기에도 대답하지 않았음... "말을 해, 박바람. 왜 헤어지자는 건데?" 오구름이 이를 악 무는 소리를 내며 재차 물었지만... 박바람은 끝내 말을 안 함...
"아니, 야, 상식적으로 이게 말이 돼? 데이트 중에 뜬금없이 헤어지자는게? 아니, 아니... 야, 진짜 뭔데? 뭐가 문젠데? 나 뭐 잘못한 거 있어?" 박바람이 말을 안 하니까 답답한 나머지 오구름은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는 얼굴로 그를 추궁하는데, 박바람은 입을 굳게 다문 채, 이제는 오구름을 쳐다보지도 않는 것임; "야, 박바람. 나 좀 봐봐. 나 뭐 잘못한 거 있냐니까? 어?" 오구름이 기어이 박바람에게 손을 뻗어 그의 얼굴을 붙잡으려고 했는데, 박바람은 몸을 뒤로 빼며 손길을 피하는 거. 뻗은 손이 민망해질 정도로 당황스러운 오구름은 테이블 위를 짚으며 벌떡 일어났지.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니까? 헤어지자니, 왜? 왜 아무 말도 안 해? 어? 왜 아무 말도 안 하냐고!" 오구름이 큰 소리로 외치니까 카페 안 사람들도 그들의 낌새를 눈치채고 곁눈질을 하며 수군대기 시작하고... 박바람은 대답 대신 자리에서 일어났고, "이만 갈게." 하고는 그대로 카페에서 나갔지. 뭐? 헤어지자는 말만 하고 이렇게 그냥 가버린다고? 오구름은 너무 충격받아서 카페에서 나가는 박바람을 붙잡을 생각도 못 하고 그 자리에 굳은 채로 서 있다가, 한참 뒤에 정신이 번쩍 들어 부랴부랴 짐을 챙겨들고 박바람을 따라 자리를 박차고 나감.
그리고 길거리 한 가운데에서 박바람을 붙잡았지. 박바람은 천천히 걷고 있어서 멀리가진 않았거든. 오구름은 거리 한복판에서 박바람을 붙잡고, "기다려, 나 도저히 이해가 안 돼. 헤어지자니 무슨 소리야? 이렇게 갑자기?? 왜???" 하고 물었는데, 박바람은 오구름한테 붙잡혔는데도 쳐다도 안 봐. 슬그머니 붙잡힌 팔만 빼고는, "말 그대로야. 헤어지자." 는 말만 해...
오구름은 이제 어이가 없다 못해 화가 나서 폭발하기 일보 직전임; "이유를 말 하라고. 너 이렇게 아무 이유 없이 행동하는 사람 아니잖아. 이유가 있을 거 아냐. 어?? 대체 왜 갑자기 헤어지자는 건데??" 오구름이 점점 소리를 높여가며 따져 물었지. 박바람은... 고개만 슬쩍 돌려 의도를 알 수 없는 눈으로 오구름을 쳐다봤다가,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그냥 걸어가는 거야! 끝까지 대답을 안 해주는 박바람에게 화가 치솟은 오구름은 기어이 거리 한 가운데에서 있는대로 소리치고 말았지. "박바람 이 나쁜 자식아!!!!!!"
둘은 그렇게 헤어졌음. 박바람의 일방적인 통보로... 오구름은 그날 집에 와서도 분이 풀리질 않아서, 발을 쿵쿵 구르며 있는대로 소리도 질러보고 애꿎은 베개와 쿠션을 던져대며 화를 냈는데, 그런다고 현실이 달라지지 않잖아. 오구름은 폰을 붙잡고 박바람에게 미친듯이 전화를 걸었지.
그런데 이자식, 전화를 안 받잖아!! 나중에 가서는 신호음이 채 가기도 전에 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 없어~ 라는 멘트가 나오기까지 함. 그렇게 나오시겠다?? 머리 끝까지 빡친 오구름은 이제 톡으로 박바람에게 메시지를 잔뜩 보내놨지. 너 진짜 제정신이냐, 어떻게 이렇게 일방적으로 헤어지자고 하냐, 대체 내가 뭘 어쨌길래 헤어지자고 하냐, 설마 바람피냐? 딴 사람 생겼냐?? 하고 톡을 있는대로 보냈는데, 답장은 단 하나도 오지 않는거.
와 이자식 봐라, 이렇게 그냥 잠적해 버린다고??? 오구름은 벌떡 일어나서 당장 차를 끌고 박바람네 옛날 집까지 찾아감. 그리고 초인종을 누르고 문을 쾅쾅 두드리며 박바람을 찾았는데, 죽어도 안 나오지. 급기야 오구름은 현관문을 발로 쾅 차버렸는데, 그바람에 이웃들까지 나와서 기웃거림; 대체 무슨 일인가 하고. 오구름은 차오른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고 식식대다가 "이 나쁜 자식아!!!! 너 가만 안 둬, 두고보자!!!!!" 하고 소리치고는 쿵쾅대며 박바람네 집 앞에서 나와버림... 그리고 이를 부드득 갈았지. 몇 년을 같이 지냈는데, 어떻게 이렇게 이유도 없이 관계가 끝나버리는 거냐고!!!
박바람은 분명 꽤 오랫동안 이 고민을 했고, 그래서 한 말이긴 했는데... 막상 내뱉고 나니까 오구름의 반응도 그렇고, 상황도 너무 이상해서 자기가 생각해도 도무지 어떻게 수습해야 좋을지 모르겠는 것임; 하지만 이미 해버린 말이잖음... 그리고 분명 필요한 과정이기도 하고. 그래서 오구름에게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헤어져야만 하는 당위성을 이해시킬 것인지, 아니면 대답해 주지 않고 그냥 다짜고짜 이별을 통보하는 나쁜놈이 될 것인지 고민했음.
하지만 전자는... 구구절절 말해봐야 변명같기만 하고, 무슨 이유를 대든 오구름이 절대 자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 같아서, 그래서 천하에 제일가는 쓰레기가 되어 욕을 먹고 말지 싶은 마음에 후자를 택한 거. 당연히 오구름이 미친듯이 화를 내고 끈질기게 달라붙을 걸 알지만... 거기에 냉정하게 반응하면 오구름이 자기에게 정이 뚝 떨어져서 마음을 접어버리지 않을까 싶었단 말이야.
하지만 오구름은 박바람 예상보다 훨씬 지독하게 끈질겼음. 전화도 문자도 톡도 차단당해서 박바람한테 답장이 안 오니까, 오구름은 박바람을 물리적으로 쫓아다니기 시작한 것임; 몇 년을 같이 지냈으니 오구름은 박바람의 일과를 완전 꿰고 있단 말야. 그러니 박바람이 가는 데마다 귀신같이 나타나서는, 부리부리한 눈으로 그를 째려보며 매번 의미심장한 소리를 해대는데... 어떻게든 그에게서 헤어진 이유를 캐내려는 몸부림인듯 했지.
박바람은 오구름이 자기를 쫓아다니는 걸 적당히 무시하거나 슬쩍 시간을 옮기는 등 계속 피해다녔는데, 오구름은 그걸 또 어떻게 알았는지 옮긴 시간에 마저도 박바람 앞에 나타남; 그래놓고 늘 그랬던 것처럼 가까이 와서 말을 걸거나 팔짱을 끼거나 하는데, 말에는 뼈가 들어있고, 팔짱을 끼는 팔에는 힘이 잔뜩 들어가있어... 친구들은 이 둘이 비밀 연애를 했던 사이인 걸 전혀 알지 못하니까, 어색한 티를 내면 더 이상하겠다 싶어 박바람은 그냥 늘 하는 것처럼 오구름을 대해줬는데...
문제는 이전의 다정한 분위기랑은 확 달라진 걸 친구들도 슬쩍 눈치를 챈거지. 근데 둘 앞에서는 차마 말을 못하니까, 다들 각자 박바람이랑 오구름한테 물어봄. 니네 싸웠느냐고... 박바람은 대충 그렇다고 대답했는데, 오구름은 아니라고, 우리가 왜 싸우겠냐고 이를 갈며 대답했단 말이야. 그러니 친구들은... 쟤네 사이에 무슨 큰 일이 있구나 싶어 적당히 빠져줘야겠다 싶었지. 덕분에 친구들이랑 다 모이면, 다들 박바람이랑 오구름 눈치를 보느라고 분위기가 어색해지고... 하나 둘 자리를 뜨는가 싶더니 어느새 보면 늘 둘만 남음... 그러면 오구름은 그 틈을 타서 그래서 왜 헤어지자고 했느냐 끊임없이 물었는데, 그때도 박바람은 대답을 안 함...
그렇게 몇 주가 그냥 지나감... 몇주째 박바람을 쫓아다니고 있는데 끝까지 헤어진 이유를 듣지 못한 오구름... 이쯤되니 아무리 오구름이어도 이제는 지쳐버림... 처음엔 박바람한테 화가 나서, 이유가 궁금해서 쫓아다닌 거였고, 이후에는 그래도 계속 매달리다 보면 박바람이 조금이라도 마음을 돌리지 않을까, 절박한 마음으로 쫓아다닌 거였는데... 몇주를 내리 완전히 무시당하니까, 이제는 오구름도 버티기가 힘들어진 거지. 결국 오구름은 박바람을 쫓아다니는 걸 그만두기로 했음... 그러고 나니까 갑자기 마음 한 구석이 뻥 뚫린 것처럼 허해지는 것이... 그제야 박바람과의 연인 관계가 완전 끝났다는 게 실감나는 거.
박바람을 따라다니는 걸 포기하자고 마음먹고 난 뒤에, 오구름은 그날 밤 정말 밤새도록 펑펑 울었음. 대체 왜 이런식으로 헤어져야 하는 건지, 뭐를 잘못해서 관계가 끝나버린 건지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것임... 그런 중에 자기는 아직도 박바람이 너무 좋아서 보고 싶어 미치겠는데, 박바람은 이제 연락도 안 되고, 찾아가도 만나주지도 않아... 오구름은 주저앉아서 있는대로 울다가, 지쳐서 잠깐 잠이 들었다가, 깨면 다시 또 울고, 그러다 또 쓰러져서 자고... 를 거의 이틀 내내 해댐... 내리 이틀을 울고 난 오구름은 매우 수척한 모습으로 본가로 돌아갔지.
박바람은 오구름이 매번 쫓아올 때마다 마음이 크게 흔들려서 견디기가 어려웠음... 오구름이 뭘 원하는지 아니까. 하지만 이대로 마음이 물러지면 안된다고 생각해서, 마음을 굳게 다잡고 오구름을 안 받아줬단 말이야... 그렇게 몇주만에 오구름이 자길 따라오는 걸 그만 둔 걸 알고, 박바람은 그날 밤에 이루 말할 수 없는 허전함을 느낌... 각오는 했던 일이지만... 이젠 정말로 오구름이랑 완전히 끝났다는 게 실감이 나니까, 목이 메어서 도저히 물 한 모금조차 마실 수가 없는 것임...
그렇게 둘은... 이제는 연인이 아닌 완전히 다른 길을 걷게 된 거. 하지만 둘이 공유한 시간이 워낙 길다보니 일상에서 자꾸만 마주치게 되는 것임. 대학도 같고, 강의 시간도 비슷하고, 친구들도 공유, 자주 가는 단골 가게도 똑같고... 불쑥불쑥 자꾸 서로 마주치니까, 둘은 슬그머니 서로를 피해다님... 친구들이랑 다같이 만날 때를 제외하고는, 최대한 동선이 안 겹치도록. 이러니 친구들은 진짜 얘네 크게 싸웠나보다 싶은 것임; 특히 중학생 때부터 알고 지낸 애들은 둘 사이를 걱정할 정도임... 너네 진짜 절교라도 한 거냐고; 거기에 둘 다 노코멘트함...
오구름은 박바람 생각을 좀 잊어보려고 소개팅을 몇 번 해봤음. 물론 만난 사람들은 외모적으로나 재력으로나 성격적으로나 모두 좋은 사람들이었지만, 어느 누구도 연인 관계로 발전하지는 못했음... 자꾸 박바람 생각이 나서. 서너번의 소개팅을 연달아 실패하고 난 뒤에, 오구름은 그냥 새 애인을 사귀는 건 당분간 무리라는 결론을 내렸지.
그 즈음 박바람도 다른 데에 신경을 쓰면 오구름을 잊을 수 있을까 싶어서, 소개팅을 해 보았는데... 상대방이 워낙 자기를 좋아하고 들이대다보니 받아주고 말아버림... 오구름은 친구에게 박바람이 여자친구가 생겼다고, 이렇게 오래 친구로 지냈는데 걔가 애인 사귀는 건 처음 본다고 건네 들었지. 오구름은 조용히 입술을 짓씹음. 차기도 자기가 먼저 차 놓고, 새 애인 사귀는 것도 자기가 먼저 하고. 이쯤되니 오구름은 박바람이 그리운 것도 그렇지만, 원망하는 마음이 더 앞서게 됨. 나는 아직 너를 못 잊었는데, 너는 어째서.
박바람이 여자친구가 생겼다는 얘길 들었을 때, 설마 걔가 진짜 여자친구를 만들었겠어? 소개팅 하고 애프터 하는 거겠지... 부터 시작해서, 화가 치밀어 오르고 박바람이 원망스러웠다가, 아니다, 걔도 나를 적당히 잊고 싶어서 한 선택일지도 모른다... 하고 믿었다가, 어떤 때는 무얼 해도 기분이 나아지지 않을 정도로 우울해서 깊이 가라앉았다가... 결국엔 그래 맞다, 우리는 헤어졌다. 각자 갈길 가는 중이니, 걔가 여자친구가 생겨도 이상하지 않은 것이다... 하고 스스로 믿어버림. 하지만 그래도 마음이 편치 않은 것임... 자꾸 마음 한 구석에서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아무리 그래도... 하는 소리가 자꾸 들리는 거 아니겠음..
이러니 오구름은 너무 심란해서, 아예 박바람 소식을 안 듣고만 싶은 것임. 그러던 찰나에 오평범씨가 유학을 다녀오라고 하는 거. 한 1~2년 전부터 권유하던 것이었으나, 오구름은 박바람이랑 같이 있으려고 안 간다고 버티고 있었던 거지. 근데... 마침 상황이 이러니까, 오구름은 알았다고, 가겠다고 했음. 그렇게 오구름은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지...
그 즈음에, 박바람은 여자친구를 사귀기는 했으나 이쪽 역시 마음이 편치 않음. 가슴 깊은 곳에 오구름에 대한 미련이 앙금처럼 남아서 계속 죄책감을 불러 일으키는 것임... 물론 박바람은 여자친구에게 잘 해주기는 했음. 그러나 뭘 해도 오구름처럼 온전히 마음을 다 내줄 수가 없는 거... 게다가 설상가상으로 박바람한테 군대 영장이 날아옴... 연인 관계에서 가장 최악의 모먼트... 군대... 박바람은 입대를 미룰까도 잠시 고민했지만, 그런다고 불편한 마음이 해소될 것도 아니니까, 그리고 차라리 군대에서 구르다 보면 머릿속도 정리가 좀 되고 지금 여친에게 집중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싶어서 입대함... 당연히 여친은 너무나도 서운해 했지...
오구름은 유학을 가고, 박바람은 군대에 간 채로 1년 반이 훌쩍 지나감. 유학 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오구름은 오랜만에 친구들이랑 약속을 잡았지. 귀국 축하 파티라나. 그리고 거기 간 오구름은 정말 엄청나게 오랜만에 박바람이랑 마주침... 박바람은 제대한 기념으로 친구들을 만나러 온 거임...
그러니까 이 친구들은 오구름이랑 박바람이 무슨 상황인지 모르고, 오구름 귀국 환영 파티와 박바람 제대 축하 파티를 한자리에 잡아버린 것이었음; 서로가 나오는 자리였다면 절대 안 나온다고 했을 것인데, 이미 자리 다 나와서, 그것도 축하받는 자리에 나와서 그냥 가겠다고는 차마 말하지 못하고 둘은 매우 떨떠름하니 각자 자리에 앉았음... 친구들은 니네 둘다 너무 오랜만에 얼굴 봐서 다 까먹겠다며 신났는데, 정작 당사자들은 시작부터 기분을 완전 잡친 파티...
오구름은 건너건너 박바람이 군대에 갔다는 얘길 전해 들었었고, 딱 보기에도 군바리의 각진 느낌이 살아있어서 진짜 군대 다녀왔구나 싶지... 반대로 박바람은 오구름이 유학 갔다는 걸 역시 건너서 들은 상태였음. 미국에 다녀왔다더니 분위기가 좀 바뀐 것도 같고... 둘은 각자 다른 친구들이랑 술을 나눠 마시고 얘기를 나누며 괜히 서로를 곁눈질로 흘끔거림... 아무래도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니까.
그러다 누군가가 박바람더러 그러고보니 여친은 고무신 잘 지키고 있었냐 물었는데, 박바람은 무미건조하게 "헤어졌다" 고 대답함... 여친은 1년 정도 그를 기다렸으나, 아무래도 박바람은 군대에서도 마음을 다 정리하지 못한 상황이었고, 원체 애매한 관계로 시작한 연애여서... 여친쪽이 먼저 이별을 통보한 것이었음. 질문을 한 친구는 무지하게 미안해 했으나, 박바람은 덤덤했지. 사실 예상한 결말이긴 했거든... 박바람이 군대에 가 있는 동안 여친과 깨졌다는 이야기를 얼핏 들은 오구름은 그를 슬쩍 돌아봄... 술을 마시는 박바람은 그다지 슬프거나 외로워보이지는 않는데.
이번엔 다른 친구가 오구름더러 미국에서는 예쁜 여자 많이 만나봤냐 물었지. 오구름은 푸하하 웃으며 손을 내저음. 유학 생활이 맨날 그렇게 파티하고 놀러다니지는 않았다고, 오히려 과제에 치여서 죽을뻔 했다는 말로 무마시킨 오구름...
사실 오구름도 미국에서 어지간히 교제 요청을 많이 받았고 그 중에는 진짜 괜찮은 재력가 자제도 몇 있긴 했단 말이야. 하지만 오구름은 다 거절했지. 과제에 치여서, 시험에 밀려서 공부에 매진할 때는 박바람 생각이 안 났지만, 여유가 생겨서 친구들이랑 놀러가거나 파티를 하거나, 혹은 교제 요청이 들어오면 어김없이 박바람 생각이 가장 먼저 나는데 대체 어떻게 다른 사람을 사귈 수 있겠어... 오구름은 친구에게 대신 예쁜 여자애들 연락처는 많이 아니까, 글로벌 연애에 관심 있으면 언제든 얘기 하라고, 대신 영어는 유창해야 한다고 너스레를 떨었지.
소란스러운 와중에도 오구름이 유학 생활에 대해 이야기 하는 건 또 집중해서 들은 박바람... 미국에서는 저렇게 생활했구나, 그래도 별일 없이 씩씩하게 잘 지내고 왔나보네. 하면서 무심코 오구름을 생각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는데, 박바람은 입맛이 썼지. 이러니 저러니 해도 결국 모든 신경이 오구름에게 쏠릴 수밖에 없구나 싶어서... 그러니 박바람은 괜히 마주 앉은 친구랑 술을 더 열심히 마심... 친구는 얘가 군대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나보다, 여친이랑 깨진 것도 적잖이 충격이었겠지 싶어서 열심히 같이 마셔줌ㅋㅋ...
한참 자리가 무르익어 2차를 넘어 3차로 가자고 다들 법석을 떨 즈음에, 박바람도 오구름도 2차까지면 충분하다고 이만 가겠다고 하는 거. 파티 주인공들이 먼저 가겠다니까 모임은 흐지부지 해산됐지. 다들 각자 갈길 가고 나니까, 거리에 덩그러니 남은건 둘 뿐임... 둘은 서로를 흘끔 쳐다보고는 서로 반대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음. 오구름은 운전 기사를 불러서 집에 가려고, 박바람은 택시를 잡으려고. 근데 몇 걸음 못 가고 둘다 멈칫거림... 오랜만에 본 얼굴에 술기운을 타고 마음 속 저 깊은 곳에 묻어둔 미련이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것이었지.
박바람은 그 자리에 서서, 뒤를 돌아볼까 말까 잠시 고민했음. 뒤를 돌았을 때 어떤 상황일까, 오구름은 이미 저 멀리 걸어가고 없을까, 아니면 똑같이 멈춰 서 있을까, 그것도 아니면 뒤를 돌아 자기를 바라보고 있을까... 그랬는데, 뒤에서 다가온 오구름이 먼저 박바람 팔을 덥석 잡았지.
설마하니 오구름이 다가와서 자길 붙잡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박바람은 깜짝 놀라 주춤거림. 오구름은 고개를 푹 숙인 채 박바람 팔을 붙잡고, "잠깐 얘기 좀 하자." 하는 것임. 박바람은... 그러자고 고개를 끄덕였지.
둘은 찬바람이 부는 거리를 따라 걷는 동안 아무 말도 안 했음. 얘기 좀 하자고 한 것 치고는 오구름은 말이 없었음... 둘은 꽤 오랫동안 걷기만 했고, 번화가에서 벗어나 불이 켜진 가게도 드문드문해지고 거리를 걷는 사람도 드물어졌을 즈음이었지. "잘 지냈냐?" 그제야 오구름이 입을 열고 물었음.
박바람은 조용히 고개만 끄덕거림... "너는." 이번엔 박바람이 물었지. 오구름도 그럭저럭 지냈다고 대답했음. 다시 정적이 찾아옴... 둘 사이엔 서늘한 바람이 불고, 그에 뜨끈하게 올랐던 술기운도 차차 가라앉고 있었음. "하나만 묻자." 한참 뒤에 오구름이 다시 입을 열었지.
오구름은 그렇게 운을 뗐지만 곧바로 이어서 질문을 던지지는 않았음. 그러나 박바람은, 오구름이 물어볼 것이 무엇인지 이미 직감했지. 오구름은 점점 느리게 걷다가, 결국 그 자리에 멈춰 섰음. "... 그래서 그때 왜 헤어지자고 했어?"
박바람은... 오구름보다 두어걸음 더 걸어 앞에 섰지. 헤어진지 2년을 훌쩍 넘긴 때에, 부메랑처럼 다시 돌아온 그 질문이... 박바람을 후벼팠기 때문에, 박바람은 이제와서 다시금 고민했음... 구구절절 구차하게 너와 헤어질 수밖에 없는 당위성을 말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이대로 또다시 걸어나가서, 천하에 다시 없는, 두 번이나 네 가슴에 깊은 상처를 남길 쓰레기가 될 것인지. 그것은 짧은 찰나였지만 충분히 긴 시간이었음... 박바람은 뒤에 선 오구름이 자신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 걸 알았지. 이제는 결정해야만 했음.
오구름은 이제와서 이런 구질구질한 질문을 다시 하고 싶지 않았지만, 마음이 시키는 걸 거부할 수 없었음... 가슴 속 깊이 묻어둔 미련이, 박바람 얼굴을 마주 보니까 눈덩이처럼 커져서는 가슴을 마구 짓누르는데 답답해서 도저히 숨을 쉴 수가 없는거. 그래서 정말 구차하고 지저분하지만, 그럼에도 아직까지 이해가 되지 않는 그때 그 질문을 다시 꺼내고 만 것임... 그러나 딱히 대답을 기대하지는 않았음. 2년 전에도 박바람은 대답을 해주지 않았으니까. 이제 와서 대답을 해 줄리가 없잖음. 하지만 오구름은 그래도 마지막으로, 혹시라도 박바람이 이유를 말해주지 않을까, 그러면 딱 그것만 듣고 이제 모든 미련은 털어버리자 싶었지.
그건 찰나였지만 아주 긴 시간이었고, 역시나 곧바로 답이 돌아오지 않으니 오구름은 "아냐 됐어, 괜히 물어봤" 까지 내뱉었는데.
박바람이 뒤돌아 서서 자기를 바라보고 있는 것을 발견함... 그건 아주 오래전에 박바람이 자기를 바라보던 그런 눈빛이었는데, 거기에는 무언가 콕 집어서 말하기 어려운 감정들이 뒤섞여 있었음... 오구름은 할 말을 잃고 입을 다물고 말았지.
"우리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어." 오구름을 내려다보며 박바람이 천천히 말을 꺼냈음. "너에게는 나보다 더 잘 어울리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그렇게 생각했었어." 가난하고, 가족도 없고, 가진 것이라곤 오로지 몸뚱아리 하나뿐인 박바람 그 자신과, 모든 것이 풍족한 상황에서 자랐고 남들에게 사랑받으며 살아온 오구름. 그런 오구름이, 자신을 사랑하는 게 사실은 버거웠던 박바람...
"네가 나에게 쏟아붓는 모든 것들이, 나에게는 너무 과분하다고 느껴졌어. 내가 과연 그정도로 가치가 있는 존재인가 하고..." 그래서 네가 나보다 더 나은 사람을 찾길 바라며 헤어지자고 한 거야. 이유도 말해주지 않고 매몰차게 굴면 네가 나에게서 정을 떼지 않을까. 천하에 다시 없을 나쁜놈이라고 말하며 나 보란듯이 더 잘난 사람을 만나서 떵떵거리며 살지 않을까 하고. 하지만... "... 하지만..." 박바람은 잠시 입을 다물고 말을 골랐지. 다시 짧은 정적이 흐르고.
"... 결국 내가 너를 잊지 못하겠더라." 무거운 침묵 뒤에 박바람은 조용히 뒷말을 이었음... 내뱉어진 말은 진심 그대로였음. 이제껏 애써 외면해왔던, 마음 속 깊은 곳에 꾹 눌러 담아놓고 다시는 꺼낼 일이 없을 것이라고 믿었던.
박바람은 가만히 눈을 들어 오구름을 내려다 봤지. 오구름은 고개를 숙인 채 말없이 박바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데, 무슨 표정인지 알 수가 없어. 하지만 보나마나 굉장히 화난 얼굴이겠지... 박바람은 마지막으로 짧게 덧붙였지. "미안해." 미안해, 구름아. 너한테 너무 큰 상처를 준 것 같아...
"... 나쁜 새끼." 싸늘한 바람이 불어옴과 동시에 오구름이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고, 박바람은 그 말을 똑똑히 들었음. "너는 진짜 나쁜 새끼야." 오구름이 숨을 크게 몰아쉬면서도 또박또박 끊어 말했지. 박바람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지. 내가 나쁜놈 맞다고... 오구름은 눈을 질끈 감은 채 주먹을 꾹 쥐고 부들부들 떨다가, 기어이 주먹을 들어 박바람 가슴을 퍽 소리나게 때려버림. 박바람은 오구름이 휘두른 주먹을 그대로 맞아주었지. 그리고는 오구름은, 박바람을 지나쳐 앞으로 걸어가버림... 박바람은 그 자리에 멈춰 서서, 오구름을 붙잡지도 못했고.
오구름은 그렇게 걸어 가버렸고, 혼자 남은 박바람은 당연히 이렇게 될 것이 맞다 싶었으나... 가슴이 저미듯이 쓰라린 건 어쩔 수 없었지. 그는 혼자 걸어 택시를 잡았고, 그걸 타고 집으로 갔지. 그리고 아주 늦게까지, 새벽까지도 오구름에 대해 생각하다가 잠들어버렸음.
꿈도 꾸지 않고 잠들었건만, 어디선가 희미하게 초인종 소리가 들려서 눈을 떴을 땐 눈가에 눈물이 말라붙어서 뻑뻑할 지경이었음... 박바람은 손을 들어 마른 세수를 하며 몸을 일으켰지. 초인종이 다시 울렸음. 이런 아침에 누가 온 거지 싶어 시계를 보니, 벌써 오후 1시를 훌쩍 넘긴 시간...
박바람은 혀를 쯧 차고 자리에서 일어났음. 초인종이 또다시 울렸지. 이런 시간에 자길 찾아올 사람은 택배뿐이니까, 누가 초인종을 누르는지 확인조차 하지 않고 현관문을 열어버린 박바람... 은 최근에 자기가 택배로 무언가 주문하지 않았다는 걸 불현듯이 깨달았지.
그럼 초인종을 누른 사람은 누구지? 현관문을 열자 거기에 서 있는 건...
"... 참 일찍도 문 열어준다." 오구름었음. 박바람은 오구름을 알아보고 너무 놀라서 눈을 휘둥그레 뜨고 벙찌고 말았는데, 오구름은 "받아." 하며 무언가 내미는 것임. 얼결에 받고 보니, 대충 먹을 거리가 가득 든 비닐봉지가 아니겠음...? 박바람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한 손에 비닐봉지를 든 채 서 있으니, 오구름이 "손님이 왔는데 들어오라고도 안 하냐?" 하며 핀잔을 줬음. 박바람은 어어, 하며 오구름더러 안에 들어오라고 해버렸지.
오구름은 대뜸 집안으로 들어왔지만, 그렇다고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오지는 않았음. 현관에 서서 박바람을 흘기듯 쳐다보고 있었지. 박바람은 아직도 오구름이 자기 집에 왔고, 자기는 한 손에 먹을거리가 가득 든 비닐봉지를 들고 있는 이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아서, 혹시 잠이 덜깬 건 아닌가 싶었는데... 오구름이 혀를 쯧 찼지. "꼴이 그게 뭐냐. 밤 샜어?" 박바람은 머쓱하니 고개를 가로저었음. 오구름은 여전히 싸늘한 눈으로 박바람을 대충 위아래로 훑어보고는, "어제 술 많이 마셨잖아. 해장하라고." 해놓고, "볼일은 다 봤으니 이만 간다." 하면서 몸을 돌려 나가려는 거야.
"잠, 깐만..." 박바람은 오구름이 도어락 버튼을 누르고 현관문 손잡이를 돌려 나가기 직전에 그를 불러 세웠지. 무시하고 그냥 가버릴 줄 알았던 오구름은 의외로 그대로 멈춰섰고, 잡았던 손잡이를 놓고, 고개만 돌려서 박바람을 쳐다봄. "왜?"
"... 아니, 아무 것도 아냐."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차마 입밖으로는 내놓을 수 없어 박바람은 고개를 가로저었음... "고맙다고." 대신 다른 말을 꺼냈지. 오구름은 박바람을 쏘아보고는, 조용히 다시 몸을 돌려 현관문 손잡이를 잡았는데.
"... 정말 할 말이 그것뿐이야?" 손잡이를 굳게 잡은 채 오구름이 물었지. 박바람은... 차마 입을 열지는 못하고, 손에 든 비닐봉지를 부스럭 거렸지. "정말 그게 다야?" 오구름이 다시 물었고, 박바람은 문득, 만약 이대로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면, 오구름은 문을 열고 나갈테고, 그러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음. 이것이 정말 마지막 기회일 것이라는... 헌데 도저히...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도 모르겠고, 용기도 나지 않는 것임. 박바람은 잠시 입술을 깨물었지. 오구름은 짧게 한숨을 내쉬고, 손잡이에 힘을 주어 돌렸는데.
"미안해, 구름아." 박바람은 꽉 막힌 목을 쥐어짜서 겨우 한 마디를 토해냈음. 오구름은 손잡이를 붙잡은 채였지. "내가, 잘못했어..." 목이 어찌나 메이던지, 말이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고 툭툭 끊어지는데, 한 마디 한 마디 내뱉는 게 고통스러울 지경이었음... 그러나 박바람은 이어서 말했지. "정말 미안하다. 너한테 너무 상처를 많이 준 것 같..."
그 순간 오구름은 몸을 돌려 박바람과 마주섰지. 현관 바닥에 툭, 툭 눈물 방울이 떨어지는데... 박바람은 들고 있던 비닐봉지를 툭 놓치고 말았어.
"나는 미안하다는 말이 듣고 싶은 게 아냐." 오구름이 고개를 푹 숙인 채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지. 아, 아... 박바람은 눈앞이 어리어리 해지고, 저를 올려다보는 오구름의 얼굴이 차오르는 물기에 일렁이는 걸 느끼며... 두 팔을 뻗어 그를 끌어안아 버렸지.
조용한 현관에서 둘은 서로를 끌어안고 끝없이 눈물을 흘려보냈음... 2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숨겨왔던 진심이, 후회가, 미안함이 전부 눈물에 녹아 흘러나올 때까지.
한참 뒤에야 둘은 젖은 눈썹을 깜박이고 코를 훌쩍이며 떨어져 서로를 마주 보았는데, 눈이 마주치자마자 또다시 눈물이 솟아나지 뭐야. 결국 둘은 다시금 서로를 껴안고 또 울어버렸지.
그날 오구름은 돌아가지 않고 박바람 집에 머물렀음... 실컷 울고 났지만 상황 자체는 어색하기 그지 없어서, 오구름은 거실 소파에 앉아만 있고, 박바람은 방이며 주방을 오가며 집안일을 하기는 했는데... 아무래도 오구름의 눈치가 보이잖음. 집안일을 다 끝내고서도 차마 오구름에게 다가갈 수가 없어서, 박바람은 괜히 주방에서 머뭇거렸지.
그러다 오구름이 먼저 "이리 좀 와 봐." 하고 불렀을 즈음에, 박바람은 쭈뼛대며 거실로 향함... 오구름은 소파에 몸을 기대고 앉아있는데, 아까 너무 많이 울어서인지 아직도 눈가가 빨간 거 같지... 박바람은 그것마저도 미안해서 몸둘바를 모름;
"그래서 미안하다는 말 말고 나한테 더 할 말 없어?" 오구름이 팔짱을 낀 채 박바람을 쳐다보며 물었지. 박바람은 물론 정말로 하고 싶은 말이 있지만, 그 말을 정말 해도 괜찮은 것인가 확신이 서지 않아서 시선을 이리저리 옮겼음. "또 말 안 해? 나 그냥 간다?" 오구름이 박바람에게 쏘아붙였지. 그러면서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박바람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얼른 손을 내저었음. "그, 러니까." 박바람은 머뭇댔고, 오구름은 참을성 있게 기다렸음.
"... 네가 그리워, 구름아."
한참을 입 안에서 말을 굴리고 굴린 끝에 박바람이 겨우 하고 싶은 말을 밀어냈지. 오구름은... 가만히 그를 바라만 보고 있다가, 손짓으로 박바람을 불렀음. 박바람은 조심스레 오구름에게 가까이 다가갔지.
오구름은 박바람의 팔을 끌어당겨 허리를 숙이게 하더니, 그의 목덜미로 팔을 둘러 꾹 안아주었음... 그리고 말했지.
"... 나도 네가 그리웠어, 바람아..."
... 박바람 또한 오구름에게 팔을 둘러 그를 안아주었지. 아주 오랫동안.
이후 둘은 다시 시작해 보자고 합의를 보았음. 물론 박바람이 오구름에게 석고대죄를 두 번은 더 한 뒤에ㅋㅋㅋ... 오구름은 이렇게 빙빙 돌아 다시 사귈 거였으면 대체 2년이라는 시간은 왜 허비한 거냐고 박바람을 구박했지. 그 시간에 계속 사랑했으면 벌써 결혼하고도 남았겠다고ㅋㅋㅋ 박바람은 정말 미안하다 했는데, 오구름은 이제 미안하다는 말은 그만 듣고 싶댔음ㅋㅋㅋ 그리고 말했지. "그럴 거면 앞으로 더 잘 하든가!" 거기에 박바람은 물론 그렇게 하겠다며, 다시는 널 놓지 않겠다고 속삭이며 키스해 주었다는 거.
2022.1116 카테고리 및 제목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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