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일락과 전갈의 과거도 정말 궁금함... 쿠오븐 관계도나 메인 스토리 5장 보면 엄청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는 사이였을 거 같은데... 대충 어렸을 때부터 요구르카 뒷골목에서 같이 지내던 사이 아니었을까? 이렇게 해석하는 분들도 많고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ㅇㅇ... 요구르카가 아무리 화려한 대도시여도 이면에는 불우한 삶을 사는 이들이 분명 있겠지... 그중엔 갈 곳이 없는 어린 쿠키들도 있을테고. 라일락과 전갈이 이렇게 만난 사이이지 않을까 하고 상상해 봄ㅎㅎ... 갈 곳도 없고, 찾는 이도 없고, 가족도 없고... 저들 둘이 의지하며 뒷골목에서 나름대로 살아남는 방법을 익혀나가도 좋고, 누군가에게 주워져서 생존 전략을 배우는 것도 좋고... 어느쪽이든 둘다 암살 스킬을 저 스스로 익히진 않았을 거 같긴 함. 누군가가 스카웃해서 무기 잡는 법이나 독 제조하는 법 같은 걸 알려주었겠지? 약간 작정하고 가르쳐서 엄청 빡세게 훈련 시켰을거 같음...
암살자로서 지금 둘의 실력은 엇비슷한데, 어릴적 암살 스킬을 배우고 체력 훈련 같은 거 할 때는 라일락이 좀 더 잘했을 거 같음. 전갈이 하는 말이나 뉘앙스를 보면 딱 그래... 네가 나보다 더 뛰어났었는데, 왜 이렇게 된 거야? 하는 그런 거... 어쨌든 어렸을 땐 서로 의지하는 사이였으니, 전갈이 훈련을 잘 못했거나 다쳤으면 라일락이 묵묵히 옆에 와서 도와주고 상처 봐주고 하지 않았을까? 그럼 전갈은 속으로 얘는 나보다 잘 하기도 하지만 이렇게 잘 도와주네... 하고 막연한 동경과 신뢰를 품고 자랐다거나ㅋㅋㅋ
그렇게 요구르카 뒷골목의 실력자로서 암암리에 알려지게 된 라일락과 전갈... 평소엔 그냥 정체를 숨기고 지냈겠지. 라일락은 거리의 무도가로, 전갈은 정보 상인 노릇을 하며 지내는데, 그들의 정체를 알고 누군가가 의뢰를 하러 오면 그때부턴 한 명의 '고객'으로서 대우해 줬을듯ㅋㅋㅋ 그러던 어느 날, 동생을 죽이려 마음 먹은 플레인이 정보통을 통해 뒷골목으로 찾아왔을 때, 라일락과 전갈의 앞길이 완전히 갈라지게 되었음. 플레인은 요거트 암살 의뢰를 맡길 쿠키로 라일락을 골랐는데, 이쪽이 좀 더 요거트를 속이기 쉬울 거 같아서였겠지? 전갈은 "그깟 도련님 암살이야 먹는 음식에 독 조금만 타도 금방 끝날텐데," 하는데 플레인이 원하는 건 그런게 아니었음. 독살이면 너무 티가 나잖아... 상대방을 재운 뒤 쥐도새도 모르게 죽이고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라일락의 방식이 좀 더 그럴듯 해 보였고, 무엇보다 라일락의 무도가 요거트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한 플레인은 암살 의뢰를 라일락에게 맡김. 뭐... 이 의뢰를 맡았을 시점엔 라일락도 전갈도, '고상한 척 하는 부자라는 놈들도 추악하기 짝이 없네. 자기 앞날을 위해 가족을 죽이려 들다니.' 라고 속으로 비웃고 있었을듯.
그렇게 의뢰를 맡은 라일락은 요구르카 대저택으로 가게 되었고, 졸지에 파트너(실질적으로 둘이 같은 일을 맡아서 한 적은 손에 꼽을 정도로 거의 없었음에도)가 잠시 부재중이 된 전갈은 이 도시의 일이 재미가 없어짐.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라일락을 만나러 갈 수도 있었지만, 플레인의 요구 사항은 절대 비밀을 지키라는 것이었고, 라일락 역시 일을 하는 중에는 전갈과 특별히 교류를 갖지 않기 때문에 찾아가봐야 방해만 될 뿐이라고 생각해서, 라일락의 안부나 일의 진행 여부가 궁금해도 굳이 알아보지 않은 것이지. 간간히 자기 앞으로 들어오는 의뢰를 처리하며 지내고 있지만 이 도시에서의 생활이 무료해진 전갈은, 플레인이 운영하는 요거트 상단이 먼 나라로 떠난다는 이야기를 듣고 거기에 슬쩍 끼어들어 멀리 여행을 다녀옴.
시간이 흘러흘러, 전갈은 다시 요구르카로 돌아왔음. 그런데 웬걸. 당연히 일을 마치고 돌아왔으리라 생각한 라일락이 여전히 요구르카 대저택에 머무르고 있다는 소식이? 누구보다 일처리가 빨랐던 라일락이 이렇게 오랜 시간 미적거리리라 상상도 하지 못한 전갈은 의아함을 갖게 되었음. 그리고 그건 플레인도 마찬가지였음. 어쩐지 먼 나라에서도 요거트의 죽음에 관한 소문이 들려오지 않기에 수상하다고 생각은 했는데, 라일락이 이정도로 일을 미적거리고 있을 줄은? 그래서 플레인은 전갈을 추가로 고용하고, 요거트에게 나가의 심장에 관한 소문을 슬쩍 흘린 것이지...
겉으로는 길잡이처럼 행동하고 있지만 전갈은 사실 의뢰 받은 것도 있고, 무엇보다 라일락의 이상한 행동을 관찰하는 데 더 관심이 있었음. 요거트야 뭐, 겉보기에도 그렇고 조금만 옆에 있으면 이 녀석 완전 막무가내 쿠키구나^^ 싶을 정도로 행동 패턴이 단순하니까, 플레인처럼 딱히 누군가에게 악의를 품을 만한 뭐도 없고 어벙한 녀석이네 생각했을 거 같고, 그래서 죽이는 것 쯤이야 얼마든지 쉬운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옆에 있는 라일락이 암살자는 무슨, 완전히 페이크 역할인 호위 무사에 심취해서 정신을 못 차리는 것임... 전갈은 겉으로는 생글생글 웃고 있지만, 속으로는 '너 지금 뭐하는 거야? 왜 너 답지 않게 구는 거야? 설마 계속 이런식으로 일을 미뤄온 거야?' 이 미련한 쿠키! 하고 자기가 아는 라일락에 대한 부정과 의혹, 당황스러움을 숨기고 있었을듯.
나가의 신전에 도착하기 직전날 밤, 그러니까 흔들다리 위에서 있었던 일련의 사건이 지나가고 난 뒤의 밤이지. 요거트네 일행은 사막의 작은 오아시스에 머물러 야숙을 하게 됨. 사막에서 걷는 일은 무척 피곤한 일이었기 때문에 요거트를 비롯한 용감한 쿠키 일행은 금방 잠이 들어버림. 잠시 자리를 비우겠다고 했던 전갈은 그들이 잠들기를 기다리며 오아시스 근처에 숨어있다가, 이윽고 깨어 있는 쿠키가 라일락만 남게 되었을 때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냄. 라일락은 전갈이 나타날 줄 알았다는 것처럼 무심하게 모닥불만 바라보고 있고. 모닥불이 탁탁 소리내며 타오를 즈음에 전갈이 입을 엶. "너, 이렇게 미련한 녀석이었어?" 여전히 표정은 생글생글 웃고 있지만, 목소리에 날이 서 있음. 라일락도 이를 모를 리가 없지. 당연히 라일락은 거기에 대해 대답하지 않았고.
전갈은 부아가 치밀어 감았던 눈을 슬그머니 뜸. 살짝 독기가 차오른 초록색 눈동자가 라일락을 원망스레 바라보지. "너는 내가 아는 누구보다도 일처리가 빠른 녀석이었어.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이야? 몇 년 째 멍청한 쿠키 하나 해치우지 못하고 있다니." 이 즈음 라일락 역시 자기도 왜 요거트를 쉽게 죽이지 못했는지 스스로에게 의문을 가진 채 혼란스러운 상황이었기 때문에, "... 기회를 노리고 있는 거야." 라고 대답함. 전갈은 기가 차서 헛웃음을 치지. "기회를 노려? 기회라면 얼마든지 있었잖아. 내가 아는 너는 그 정도 기회도 못 만들 쿠키는 아닌데?" 전갈이 재차 쏘아붙이자 라일락은 다시 입을 다물어 버림. 대답하지 않겠다는 거지...
슬슬 속이 부글부글 끓기 시작하는 전갈이 긴 소매 안으로 주먹을 꾹 쥠. 그리고 입으로 일그러진 미소를 띄워올리지. "네가 못하면 내가 할까? 지금 저렇게 무방비하게 자고 있잖아. 다른 것도 필요 없어. 딱 이 정도 독침이면 충분해. 고통도 없고, 흔적도 없이 깔끔하게 죽일 수 있어." 전갈이 소매 안에서 예리한 독침을 슥 꺼내 라일락 옆에 세상 모르고 쿨쿨 잠든 요거트를 가리키는데, 라일락이 내리 깔아서 일부러 전갈과 마주치지 않고 있던 시선을 들어 전갈을 마주봄. 그리고 팔을 뻗어 요거트를 가리지. 심지어 그 손에 차크람을 들고 있음. 라일락의 행동이 어이가 없고 머리 끝까지 열이 치미는 전갈이었지만, 소매를 들어 입가를 가림. "하! 그건 좀 어이 없는 행동이네. 네가 진짜 호위 무사라도 됐다고 생각하는 거야? 정신 차려, 라일락." 라일락을 자극하기 위해 일부러 더욱 비아냥대는 말투로 말하는데도, 라일락은 꿈쩍도 않는거야. 자길 바라보는 눈빛이 동료가 아닌 적을 바라보는 눈빛임을 읽어낸 전갈은 이 상황을 믿을 수가 없었음. "... 그 멍청한 쿠키에게 홀리기라도 한 거야?" 전갈이 품에 다시 독침을 숨겨 넣으며 기저에 원망이 섞인 목소리로 묻는데, 역시 라일락은 대답하지 않음... 전갈은 소매로 가린 입술을 질끈 깨물고, 몸을 돌려 다시 어둠 속으로 사라짐...
어린 시절을 서로 의지하며 보냈고,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같은 동료로서 믿고 지냈던 사이인데 일이 이렇게 되었을 줄이야! 그때 차라리 요거트 상단을 따라가지 않고 계속 요구르카에 머물러서 라일락을 찾아갔더라면, 라일락이 이렇게 변하는 일도 없었을까? 전갈은 어둠 속에서 여러 가지 생각을 되뇌임. 저 멍청한 쿠키가 라일락에게 무슨 수작이라도 부린 걸까? 그렇다기엔 라일락의 눈빛엔 한치의 흔들림이 없었다는 점이 너무나도 거슬림. 그렇다는 건 라일락이 스스로 '진짜 호위 무사'가 되기로 했다는 뜻인데, 도대체 어떻게? 아무리 생각해봐도 답이 나오질 않으니, 전갈은 결국 자기만의 방식으로 행동하기로 함. 나가의 신전에서 요거트를 죽여버리자. 그러면 라일락의 임무도, 자기 의뢰도 깔끔하게 끝난다. 그리고 라일락도 정신을 차리겠지...
하지만 메인 스토리 내용대로, 전갈이 요거트의 목숨을 노리려고 할때마다 라일락이 막아 내거나, 요거트의 운빨 MAX가 발동되어 계속 실패하고 말았음. 게다가 몇 번이나 라일락과 맞부딪히게 되었을 때, 그때마다 전갈은 라일락이 요거트를 지키려 하는 것이 진심이라는 것만 알 수 있었음... 결국 요거트네 일행은 나가의 심장을 얻게 되었고, 이제 요구르카로 돌아갈 일만 남았지. 전갈은 쓰라리지만 더 이상 라일락이 자기의 동료가 아님을 인정해야 했음. 그래서 전갈은 요구르카로 돌아가지 않고 사막 어딘가로 숨어버렸지.
시간이 꽤 흐른 뒤에, 요거트 상단이 사막을 가로질러 옆 나라 도시로 향하고 있었음. 그런데 사막에서 약탈을 일삼던 도적떼가 상단을 노리고 습격을 한 거야. 이때 상단에 요거트와 라일락이 같이 있었는데, 순전히 요거트가 옆 나라 구경을 가고 싶다고 해서 같이 따라가는 중이었음. 갑작스러운 습격에 상단 대열이 흐트러지고, 짧은 시간에 격렬한 전투가 벌어졌지. 상단 호위대는 짐꾼을 노리는 도적떼에 맞서 싸우고, 라일락은 요거트를 보호하기 위해 주변에 달려드는 도적들을 처치하고. 다행히 도적떼는 그리 강한 놈들이 아니어서 웬만큼 제압이 되었다 싶었는데, 도적 무리 중 누군가가 요거트를 노리고 독침을 날림. 라일락이 재빨리 차크람을 던져 막아냈지만, 단 하나의 독침이 날아가 요거트 어깨에 꽂혀버림. 독침을 날린 그 도적은 라일락에게 걷어 차이고는 반쯤 기절해서 쓰러져 버렸고. 전투가 끝나자마자 라일락은 황급히 요거트를 돌아보았지.
요거트는 제 어깨에 박힌 독침을 뽑아 라일락에 주고는, 다행히 멀쩡하다며 걱정 말라는 말을 하려는데, 갑자기 시야가 흐려지며 앞으로 고꾸라짐. 라일락은 가슴이 철렁 내려 앉으며 요거트를 받쳐 안고 상태를 살피는데, 독침이 박혔던 자리가 독이 스며들어서 푸르스름하게 변했고, 엄청나게 화끈거리는 거야. 급히 그 부분을 째서 사혈하며 독을 빼내긴 했지만 얼마간 스며든 독 때문에 요거트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끙끙 앓기 시작함... 금세 온몸이 불덩이처럼 뜨거워지고 가쁜 숨을 내쉬는 요거트... 라일락은 해독제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여기는 사막 한가운데 잖아. 당장 요구르카로 돌아가기에도 시간이 촉박할 거 같은 거임. 이를 어찌해야하지 혼란스러운 와중에, 손에 무언가 잡혀서 보니 아까 요거트가 건네준 독침임. 그런데 이 독침, 어디서 봤던 형태인 거임. 자세히 보니 그건 전갈이 가지고 다니는 것과 동일한 모양이었음. 이 독을 제조하고 독침을 건네준 것이 전갈이구나 직감한 라일락은, 기절해 쓰러진 도적을 억지로 깨워서 추궁하기 시작함. 기절했다가 겨우 정신이 들어 머리가 어질어질한 도적놈은 정신 없는 와중에 라일락이 묻는 말에 죄다 대답을 해주었지. 동쪽 방향의 거대한 요거트 절벽 너머에 동굴이 있는데, 거기에 이 독을 제조한 쿠키가 살고 있다고. 원하는 대답을 듣자마자 라일락은 도적놈을 상단 호위대에 넘겨버리고, 가쁜 숨을 내쉬며 괴로워하는 요거트를 안아올려 도적이 말한 그 장소로 급히 달려감.
요구르카로 돌아가지 않고 사막에 숨은 전갈은 사막에 자신의 아지트를 만들고, 직접 의뢰를 뛰는 대신 독을 제조해서 건네주는 식으로 지내고 있었음. 그래서 이 곳에 직접 찾아오는 쿠키들은 주로 독 제조를 의뢰하는 쿠키들이거나, 재료를 가져다 주는 뒷골목 상인 정도가 전부였는데... 동굴에 익숙하면서도 이질적인 향기가 흘러 들어오네? 바로 라일락이었음. 축 늘어진 요거트를 등에 업은 채 전갈을 찾아온 것이었음... 전갈은 우선 라일락이 이곳을 찾아낸 것에 놀라고, 라일락에게 업힌 요거트가 파리한 안색으로 독에 중독되어 있는 걸 보고 두번 놀람. 하지만 침착하게 소매로 입을 가린 채 라일락에게 묻지. "오랜만이야, 라일락. 근데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 보네?" 라일락은 대답 대신 요거트를 바닥에 조심스레 내려놓음. 전갈이 가까이 다가가서 요거트를 살펴보니 생각보다 상태가 썩 좋지 않았음. 몇 시간 뒤면 목숨을 잃을 정도로. 라일락이 전갈에게 독침을 내밀며 말하지. "이 독, 네가 만든 거지? 해독제가 필요해." 독침을 보아하니 얼마 전에 사막의 도적단이 의뢰해서 만들어준 것이었음. 그제야 요거트네 상단이 도적단의 습격을 받았고, 그 와중에 요거트가 공격을 당해 이렇게 된 것임을 파악하게 된 전갈...
물론 얼마 전에 만든 독이기 때문에 레시피도 그대로 남아있고, 해독제도 바로 제조할 수 있을 정도로 재료도 충분히 있었음. 하지만 왜 자기가 저 둘을 도와야하지?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든 것임. 도와줄 의무도 이유도 없는데, 그냥 요거트가 죽게 내버려둬도 되잖아? 오히려 이대로 요거트를 살려주지 않으면, 이거야말로 드디어 라일락이 임무를 마친 셈이고, 더는 요거트에게 묶여서 지내지 않아도 되잖아? 이런 생각이 든 전갈은 자리에서 일어나 라일락을 등지고 섬.
"내가 왜 그 쿠키를 살려줘야 해?" 전갈이 묻자 라일락은 다시 침묵으로 대답을 대신했지. 나가의 심장을 찾으러 갔던 그때 그 밤의 기억이 되살아나며, 전갈은 부아가 치밀어 오름. "대답해 봐. 내가 왜 그 쿠키를 살려줘야 하냐구. 나한테 그 쿠키를 살릴 이유가 없는데?" "......" "그 쿠키가 소중한 건 너겠지, 내가 아냐. 나는 내 할 일을 한 거 뿐이야." "전갈맛 쿠키." 라일락이 전갈을 부르며 자리에서 일어남. "네 도움이 필요해. 해독제를 만들어 줘." "그러니까 나는 그 쿠키를 도울 생각이 없는데?" 전갈이 몸을 홱 돌려서 생글생글 웃는 눈으로 라일락을 마주 바라봄. "왜, 내가 여기서 해독제를 만들어 주지 않으면 나를 베기라도 할거야? 아니면..." 라일락은 정말 간절한 도움이 필요한 눈빛으로 전갈을 바라보고 있고.
"아니면, 이 쿠키를 살려주는 대신 네 목숨을 내놓으라고 하면, 내놓고 갈거야?" 라일락의 그 눈빛이 짜증나기도 하고, 억하심정이 치밀어 올라 내뱉은 말이었음. 그런데 라일락은 기꺼이 그러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 차크람을 제 목에 가져다 대는 거야. "네가 원하는 게 내 목숨이라면, 얼마든지. 대신 요거트크림을 위해 해독제를 만들어 줘." 이게 대체 무슨 소리야! 이 다 죽어가는 쿠키를 위해 제 목숨을 내놓겠다니, 예전의 라일락이었다면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대답을 듣고는, 전갈은 어이가 없다기보다는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다가, 밀려드는 허무함에 헛웃음을 지음.
"뭐야..., 말도 안 되는 소리 하네." 전갈은 다시 소매로 입을 가리며 눈을 질끈 감았다가 다시 떠서, 날카로운 시선으로 라일락을 노려봄. "이 멍청한 쿠키를 위해 네 목숨을 바치겠다고? 웃기는 소리 하지 마. 너, 미련해도 정도가 있지." 라일락은 여전히 제 목에 차크람을 들이댄 채 전갈을 바라보고 있음. 그 눈빛에 한점 흔들림이 없는데, 전갈은 도저히 그걸 마주할 수가 없는 거야.... "어떻게 쿠키가 이렇게 변할 수 있어? 너는 멍청한 쿠키가 아니잖아." 전갈이 추궁하듯 묻는데 라일락은 여전히 대답이 없지...
"설마 이 쿠키를 사랑하기라도 한단 말이야!?" 끝까지 대답 없는 라일락을 향해 아무말이랍시고 쏘아붙였는데, 그 잠깐의 찰나에 라일락의 눈빛이 흔들림. 그 찰나를 읽은 전갈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함. 설마, 설마. 전갈은 사실을 부정하듯 고개를 저으며 뒤로 두어걸음 물러 서는데, 라일락은 아까보다 좀 더 가라앉은 눈으로 전갈을 바라보기만 하고.... 결국 전갈은 몸을 돌려 제 작업대 앞으로 걸어가버림.
도저히 믿을 수가 없는 사실이었지... 전갈은 자기가 무슨 정신으로 손을 움직이는지 알지도 못하고 마구잡이로 재료를 섞어 해독제를 만듦. 저 멀리에서 밀려오는 허무함과 배신감에 손끝이 파르르 떨리는데, 아무 생각이 안 나는 거야. 진짜, 진짜로 저 멍청한 쿠키를 사랑하게 되어서, 그래서 나를 배신한 거야? 끝없이 이런 생각을 하며 해독제를 완성한 전갈은 해독제가 담긴 병을 라일락에게 던져버림.
해독제를 받아든 라일락은 잠시 전갈을 바라보는데, 전갈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이야기 함. "왜, 진짜 해독제가 아닐까봐? 먹여봐. 그럼 그 쿠키가 죽든 살든 둘 중 하나는 하겠지." 요거트의 상태가 점점 나빠지고 있었기 때문에 달리 선택지가 없었으므로, 라일락은 조심스레 병을 열어 파랗게 물든 요거트의 입술 사이로 해독제를 흘려서 먹여줌. 해독제가 입 안으로 들어가자 요거트가 순간적으로 진저리를 치며 숨을 삼키는데, 잠시 안색이 더 나빠지는 듯 하다가 숨을 크게 내쉬면서 표정이 편안하게 풀어짐. 해독제가 맞았던 거지!
요거트가 편안한 숨을 내쉴 수 있게 되자 라일락은 그제야 긴장한 표정이 풀어졌고, 아주 소중한 물건을 다루듯이 조심스레 요거트를 안아올림. 그리고 여전히 뒤돌아 서서 자기를 마주하지 않고 있는 전갈에게 "... 고맙다." 하고 짧은 인사를 남긴 뒤, 동굴에서 떠남. 전갈은 라일락이 사라지자 그 자리에 주저 앉아버림. 동굴 안에는 라일락이 남기고 간 지독한 라일락 향만 남아있고...
전갈은 분명 해독제 대신 다른 재료를 섞어서 혀에 닿자마자 죽어버리는 맹독을 만들 수도 있었음. 하지만 라일락에 대한 배신감 이면에는 그와 함께 지냈던 어린 시절의 추억과, 서로 믿고 지냈던 나날이 있었기 때문에, 라일락의 눈빛도 부탁도 거절할 수 없었던 것임... 이러니 저러니 해도 결국 라일락은 자기의 소중한 친구인걸. 비록 그 친구가 자기 곁을 떠나 아주 먼 곳으로 가버렸다고 해도.
한편 사막에 남겨진 요거트 상단은 독에 중독된 요거트를 데리고 사라진 라일락이 다시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음. 해가 뉘엿뉘엿 져 갈 즈음에 겨우 상단이 있는 곳으로 돌아온 라일락... 상단 쿠키들이 도련님은 어떻게 되었냐며 온갖 걱정을 하는데, 다행히 요거트는 해독제가 잘 들어서 완전히 평온을 되찾았음. 라일락 등에 업혀서 고이 잠든 요거트를 보며 상단 쿠키들은 가슴을 쓸어내리고, 라일락 역시 안도의 한숨을 내쉼. 결국 예정한 거리보다 훨씬 못 가서, 근처의 작은 오아시스에서 야숙을 하게 된 상단... 다른 무엇보다도 요거트의 건강과 안전이 최우선이어서 일부러 그렇게 결정하기도 했고.
요거트는 꽤 오랫동안 깊이 잠들어 있다가, 온 사막에 깜깜한 밤이 물들었을 때에야 정신을 차림. 곁에 있던 라일락이 요거트가 깬 기척을 느끼고 얼른 돌아보지. 요거트는 느릿느릿 눈을 깜박이며 라일락을 알아봄. "여기가 어디야? 벌써 목적지에 다 도착했어?" 라일락은 고개를 가로젓고, 그 사이 요거트에게 있었던 일을 설명해 줌. 요거트는 자기가 죽을뻔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깜짝 놀라는데, 아직 회복이 완전히 되지 않아 몸을 일으키지는 못함. "와, 나 진짜 죽을뻔 했네! 라일락, 네가 아니었으면 꼼짝 없이 죽었을 거야." 요거트가 진저리를 치며 라일락에게 연신 고맙다는 인사를 계속 하고, 라일락은 아니라고 고개를 가로저으며 요거트의 손을 꼭 잡아줌. 요거트는 라일락에게 진짜 고맙다며 헤헤 웃고는 아직 몸이 덜 풀린거 같다며 조금 더 자야겠다고 눈을 감음. 라일락은 그런 요거트 몸 위로 담요를 끌어다 덮어주고, 금세 잠들어버린 요거트의 손등 위에 입을 맞춰줌. 네가 무사해서 정말 다행이라고 끊임없이 되뇌이며, 그리고 어렴풋이 제 오랜 친구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며...
2022.1116 카테고리 및 제목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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