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람구름이라고 보는게 좋겠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바람이 구름이라는 이름이 너무 찰떡이라서요...
라일락=박바람
요거트크림=오구름 입니다...
탐라 여러분의 로컬라이징이 너무 찰떡이라 요대로 갑니다ㅎㅎㅎㅎ
웃긴데 샤워하면서 이 썰 제목도 생각함... 바람도사 구름 걸렸네임... (이 무슨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 급의 갬성)
미리 말씀드리는데 이사람은 오컬트쪽 지식이 별로 없습니다... 그냥 생각나는대로 아무거나 갖다 붙여 쓰니까요, 고증이 이상해도 그러려니 해 주십시오...
※주: 요거트가 영혼임
※주2: 사망 표현 있음
박바람... 그는 낭랑 18세 고딩이고, 귀신을 봄ㅋㅋ 어렸을 때부터 봤음ㅋㅋㅋ 집안 유전임... 할머니도 무당, 어머니도 무당임... 원래는 바람이도 무당이 될 팔자였는데, 너무 일찍 신내림을 받으면 안 좋다고 해서 아직 안 받았음... 그래서인지 잡귀들이 자꾸 주변에서 어슬렁거림... 본인은 하도 어렸을 적부터 귀신을 봐서 좀 익숙함ㅋㅋㅋ 어렸을 땐 사람인줄 알고 멀쩡하게 대화하다가 다른 친구들이 너 허공에 대고 누구랑 말해? 해서 그때부터 귀신 보는 줄 알았다고 함...
바람이가 보는 귀신들은 대체로 온순한(?) 애들이긴 한데, 가끔 무시무시하고 흉악한 자태로 나타나는 애들이 있음ㅋㅋ.. 근데 사연을 알고 보면 그냥 좀 운이 안 좋게 죽어서 자태가 그렇게 된거지 나쁜 의도를 가진 애들은 아님... 그런 꼴을 좀 자주 봐서 바람이도 그럭저럭 익숙함... 바람이 곁에 질이 나쁜 악귀는 잘 안 오는데, 그건 할머니와 어머니로부터 이어져 오는 수호신이 기가 쎄서 막아주고 있는 거임ㅋㅋㅋㅋ
여튼 귀신 보는 거 외에는 특별할 것도 없는 박바람의 인생에 어느날 갑자기 요상한 영이 하나 뿅 나타났는데, 어디서 왔는지도 모르고 언제부터 거기 있었는지도 모르겠지만 다짜고짜 바람이에게 와서 하는 말이 "날 좀 도와줘!" 인 것임... 귀신들은 그냥 자기 옆에 어슬렁 어슬렁 돌아다니기만 하지, 뭔가를 요구하는 애는 처음이라 바람이는 좀 당황함ㅋㅋㅋㅋ 그래서 처음엔 무시하려고 했음ㅋㅋㅋㅋㅋ 할머니랑 어머니도 니가 아무리 무당 핏줄이라지만 귀신들이랑 자꾸 얘기해봐야 좋을 것도 없다고 해서 웬만하면 무시하니까, 얘도 걍 똑같이 무시했는데ㅋㅋㅋㅋ
문제는 좀 끈질긴 영이었다는 것이ㅋㅋㅋㅋㅋㅋ 공부하고 있으면 갑자기 책상 밑에서 불쑥 나온다거나, 학교에 있으면 천장에 거꾸로 매달려서 쳐다보고 있다거나 길 가는데 자꾸 등 뒤가 오싹하게시리 졸졸 따라온다거나 하는 것임... 생긴건 그리 흉악하지도 않고 오히려 멀끔하게 생긴 영이고, 기운도 맑은 것이 아무래도 죽은지 얼마 안 된 애인거 같은데, 왜 자꾸 이리 귀찮게 구는 것인지... 며칠을 무시하고 다니던 바람이는 그 영이 자는데 자기 위에 올라 앉아서 "야 자냐? 자냐구? 자지 말고 나 좀 도와달라니까?" 노래노래를 불러서 결국 버럭 화내면서 깸ㅋㅋㅋㅋㅋㅋㅋ "잠 좀 자자!!" 하고ㅋㅋㅋㅋㅋ
그러니까 그 영이 "우와, 이제야 나를 돌아보네!" 하면서 방실방실 웃고 있는 것이.... 바람이는 매우 짜증이 났음... 그래서 다시 이불을 뒤집어 쓰고 누웠지... 그랬더니 이놈의 영이 그래도 어디 가질 않고는 "다시 눕는게 어딨어!!" 하면서 이불 위를 밍기적거리면서 돌아다니다가, 아예 이불 속에 쏙 들어와서 얼굴을 들이대는 것임ㅋㅋㅋㅋㅋ 딥빡친 박바람은 이불을 걷어내고 벌떡 일어났다... "아 좀!!"
"그래서 뭐를 도와달라고, 뭐를!! 사람을 적당히 괴롭혀야지, 너무한 거 아냐!?" 바람이가 피곤함에 짜증이 잔뜩 묻은 채로 물으니까, 그제야 그 영이 얌전히 바람이 앞에 앉아서는 빤히 쳐다보는 것임ㅋㅋㅋㅋ "아니 나는 딱히 괴롭힐 생각은 없었는데~ 말이 통하는 게 너밖에 없으니깐..." 영이 쪼끔은 시무룩하게 바람이 눈치를 봄ㅋㅋㅋㅋ 바람이는 한숨을 푹 내쉬고 조금은 진정한 뒤에 다시 영에게 물었음. "그래서 뭐를 도와주면 되는데." 하고ㅋㅋㅋㅋㅋ
영의 요구는 다른게 아니라 "내가 왜 죽었는지 알고 싶어!"임... 가끔 이런 애들이 있음... 너무나 갑작스럽게 비명횡사 하면 자기가 죽었는지 인지도 못하고 구천을 그냥 떠돌다가 저승사자가 찾아서 데려가거나 혹은 그 자리에 묶여서 지박령이나 악령이 되는 애들이... 그래서 바람이는 얘도 그런 종류인가보다 하고 고개를 절레절레 가로젓지...
근데 좀 이상함. 보통 이런 애들은 자기가 죽었다는 인지조차 없고, 죽은 이유를 알아도 절망하거나 부정하다가 악귀가 되는 애들인데, 얘는 너무 당당하게 자기가 왜 죽었는지 알고 싶다고 하잖아? 뭔가 보통 애들이랑 좀 다른 케이스인거 같았음. 게다가 며칠동안 바람이를 쫓아다닌 거 치고는 영이 아직도 깨끗한게, 진짜 그게 궁금해서 구천을 떠도는 애인가 보다 싶음...
바람이는 이런 케이스는 처음봐서, 어머니나 할머니께 도움을 요청하는게 낫겠다 싶었지. 그래서 그 얘기를 하니까, 그 영이 그건 싫대ㅋㅋㅋㅋ 거기 할머니랑 아줌마는 너무 무서운 신이 붙어있어서 다가가질 못하겠다나ㅋㅋㅋㅋㅋ 아 그래서 나한테 온거냐.... 박바람은 이마를 짚었다.... 근데 어쨌든 자기는 귀신만 볼줄 알지 뭐 이런 사건을 해결해 주는 해결사가 아니란 말임? 그래서 영한테 "일단 사정은 알겠으니 지금은 좀 자고 내일 어머니와 할머니께 상담해 보겠다" 고 하고는 자러 갔지.
다음날 아침에 식사하면서 어머니께 어젯밤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니까, 어머니는 묵묵부답임... 이건 무슨 뜻이냐, 바람이와 그 영의 관계에 대해 아무 관여도 하지 않겠다는 의미인 것임... 도와줄 수 없다, 알아서 해야 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바람이는 살짝 골치가 아파짐... 할머니께 말씀드려도 할머니 반응도 마찬가지임; 그 영이 나쁜 애는 아니지만, 그 일을 해결하는 건 온전히 네가 할 일이다 딱 이 얘기만 해주시고 마는 것이야....
바람이는 한숨을 아주 깊게 내쉬었음... 대체 어디서 이런 귀찮은 영이 붙어서 말이야! 근데 얘 하는 꼴을 보니 아무래도 진짜 자기가 죽은 이유를 알지 못하면 절대 바람이한테서 떨어질 것 같지가 않아... 결국 바람이는 이 영의 일을 도와주기로 함ㅋㅋㅋㅋㅋㅋㅋ
우선 이름부터 물어봤지. 근데 이 영, 이상하게도 자기 이름을 기억을 다 못함... "음~~ 음~~ 내 이름... 내 이름이 뭐더라? 음... 기억이 안 나.... 뭐였지?" 이러는데 여기서부터 바람이는 이게 보통 일이 아니겠구나 직감함ㅋㅋㅋㅋ 죽은 원인을 알려면 기본 신상부터 알아야 역으로 추리를 하든 말든 할텐데 가장 중요한 자기 이름부터 기억을 못 하다니! 최악이다... 하고 이마를 짚는 바람이 앞에서, 영은 고개를 갸웃갸웃 하다가 하늘을 보고 한참 고민하더니, "아, 생각났어! 구름이야. 오구름!" 하고 대답해 줌. 바람이는 지금 하늘에 떠 있는 구름 보고 대충 이름 지어낸 거 아닌가 의심했지만, 영은 이게 자기 이름이 맞다고, 기억해 냈다고 좋아하고 있음ㅋㅋㅋㅋ
그리고 나이를 물어봤음... 근데 구름이는 자기 나이도 기억을 못 함... 한참동안 앉아서 손가락을 하나씩 세는가 싶더니, 아주 한참 뒤에야 "왠지 18살인 거 같아!" 하는데... 이게 진짜인가 아닌가 알 수 없어 아주 곤란하지.... 일단 바람이는 알겠다고는 했음ㅇㅇ
그래 그럼 오구름이란 말이지... 나이는 18살 정도 되고... 그럼 바람이랑 동갑인 고등학생이란 이야기임. 그래서 바람이는 일단 자기가 아는 사람 중에 "오구름" 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있었는가부터 찾아보기 시작함... 우선 학교 선생님께 물어보니 학교에 그런 이름을 가진 학생은 없다고 함... 그럼 바람이가 다니는 학교에 다니는 학생은 아니었다는 소리임. 다른 학교를 알아봐야 하나... 싶어 바람이는 반 친구들에게 수소문을 해서 혹시 다른 학교에 다니는 "오구름" 이라는 애를 아냐고 묻지. 하지만 애석하게도 이 이름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음...
이렇게 되면 주변 학교가 아니라 더 범위를 넓혀야 하는 상황인거지; 바람이는 자기한테 수호신도 없고, 할머니나 어머니처럼 뭔가 할 수 있는 주술도 없는지라 좀 난감해 하고 있었음. 그래서 구름이에게 다시 묻지. 혹시 다녔던 학교가 어디인지 기억하느냐? 하고... 역시 구름이는 이것도 기억을 못함... 자기가 학교를 다녔는지부터 한참 생각하더니, 학교는 제대로 다닌거 같다고 이야기 하지. 그리고 자기가 지금 입고 있는건 교복인거 같다고 해ㅋㅋㅋ 그제야 바람이가 구름이를 자세히 보니까, 교복 하복같은 걸 입고 있기는 함. 근데 너무 빛이 바래서 자세히 보이지가 않음;
이제보니 구름이는 자기가 죽은 이유뿐만 아니라 자기 신상에 관한 모든 것을 통째로 잊어버린듯 했음... 하지만 시간을 들여서 곰곰이 생각하면 어떻게든 답을 찾아나는 거 같으니까, 바람이는 일단 알겠다고, 혹시라도 어느 학교를 다녔는지 기억이 나면 꼭 얘기해 달라고 하지. 구름이는 알겠다고 열심히 생각해 보겠다고 하고ㅋㅋㅋㅋ
이러는 중에 바람이는 일상 생활을 해야되잖아ㅋㅋㅋㅋ 학교도 가야하고 학원도 가야하고 친구들이랑 놀러도 가야한다고ㅋㅋㅋㅋㅋㅋ 그런데 어딜가든 구름이가 따라온다고ㅋㅋㅋㅋㅋㅋ 학교에서 수업 듣고 있으면 이놈의 오구름은 가만히 있지를 못하고 자꾸 여기저기 기웃거리면서, 다른 학생들 앞에 가서 쳐다보고 있다거나(이 학생은 갑자기 쎄한 시선을 느껴서 눈을 비볐다), 뜬금없이 후! 하고 바람을 불어넣는다거나(이 학생은 갑자기 어디선가 불어온 한기에 몸을 떨었다), 혹은 천장에 매달려서 긴 머리를 늘어뜨리고 있는다거나(그 머리털이 닿은 학생은 이상하게 목이랑 등이 가려워서 벅벅 긁었다) 이러고 있는 거임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게 바람이 눈에는 다 보이니까 아주 환장할 노릇이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쉬는 시간에 화장실 구석에 오구름을 끌고 간 박바람은 "제발 얌전히 좀 있어라" 하고 훈계를 하는데, 구름이는 가뜩이나 심심한데 나쁜짓도 아니고 그냥 쳐다만 보는 거라고 툴툴거림ㅋㅋㅋㅋㅋ "아니 그게 내가 신경이 쓰인다니까??" 하고 얘기해도 오구름은 들은체 만체임; 도대체가 제멋대로인 영을 쥐어박을 수도 없고! 바람이는 답답한 마음에 제 가슴을 탕탕 두드렸지ㅋㅋㅋㅋ
학원 갈때도 마찬가지임... 버스를 타고 학원에 가는데 여기에 오구름이 안 따라오겠음? 따라와서는 차라리 바람이 옆에 앉아있으면 상관이 없겠는데, 이상하게 또 버스 천장에 매달려 있거나 모르는 사람 어깨에 가서 앉는거임ㅋㅋㅋㅋ;; 그럼 이제 이 사람은 이상하게 어깨가 뻐근하고 너무 무겁고 아픈거지; 바람이가 그러지 말라고 입모양이며 표정으로 신호를 보내는데, 오구름은 신기하고 재밌다고 제멋대로임... 이쯤되면 그냥 자기가 귀신이 된 걸 즐기는 거 아니냐, 안 도와줘도 되는거 아니냐 싶음ㅋㅋㅋㅋㅋㅋㅋ
겨우 버스에서 내려서 학원가를 걷는데 사람도 많고 학생들도 많잖아. 그런데 거기서 구름이가 뭔가 생각난듯 허공에 딱 멈춰 섬. "나, 풍경을 어디서 본 거 같아!" 하지. 바람이는 확실하냐고 묻는데, 구름이가 고개를 끄덕끄덕 하고는, 저 멀리 걸어가는 학생 무리의 뒤를 가리킴. "저 교복, 어디서 많이 봤어." 하고. 그래서 바람이는 실례를 무릅쓰고 그 학생들을 따라가서, 미안한데 혹시 어느 학교에 다니냐고 물어봄ㅋㅋㅋ 그들은 여학생이었는데, 갑자기 잘생긴 남학생이 와서 어디 다니냐고 물으니까 좋아서 꺅 했다가 침착하게 다니는 학교 이름을 말해줬지.
들어보니 바람이네 집과는 정 반대 방향이고, 여기서 꽤 멀리 떨어진 명문고임. 이래서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다들 오구름이라는 이름을 몰랐구나 싶지... 바람이는 실례를 한번 더 무릅쓰고, 혹시 "오구름" 이라는 이름을 아냐고 물어봄. 근데 아쉽게도 그 여학생들 중에는 그 이름을 아는 사람이 없었음... 바람이는 알겠다고 하고, 알려줘서 고맙다고 정중히 인사했지.
이 대화를 구름이가 옆에서 듣고 있었는데, 구름이는 바람이 옆에 동동 떠서는 여학생들 머리에 손 한번씩 슥슥 얹어보고 있었단 말야ㅋㅋㅋㅋㅋ 그게 자꾸 보여서 바람이는 슬쩍 화가 났지만 모르는 사람들 앞이라서 최대한 침착함을 유지함ㅋㅋㅋㅋㅋㅋ 그리고 필요한 정보를 얻은 뒤에 오구름을 끌고 골목 안으로 왔지ㅋㅋㅋㅋ 너 자꾸 그런식으로 사람들을 만지작 거리고 다니면 안된다고, 그건 네 영에게도 안 좋은 영향을 준다고 말이야ㅋㅋ... 구름이는 그닥 진지하지 않은 태도로 알겠다고 대답하고는 다시 바람이 옆에 동동 떠서 학원까지 따라감ㅋㅋㅋㅋㅋ
학원 끝나고 집에 가는 길에, 반대편에 있는 버스를 타야해서 신호등을 기다리는데 거기서 구름이가 이 풍경도 어디서 본 적이 있다고 함... 약간 자기가 길에 서 있었던 거 같다고 말이야. 거기서 바람이는 혹시 얘가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다가 사고를 당해서 죽은 건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하게 되지. 근데 그 외에는 다시 구름이가 아무것도 생각해 내지 못해서, 일단은 좀 더 고민해 보는 것으로...
이렇게 일상이 흘러감... 구름이는 뭔가를 보면 한 장 짜리 사진처럼 단편적으로 기억을 떠올렸는데, 그 이상으로 뭔가를 기억해내는 건 매우 어려워 보였음. 지금까지 떠올린건 자기 이름, 나이, 고등학생이다, 학원을 다녔다, 가족이 있었다, 형이랑 누나들, 좋은 집... 이정도였음. 이것만 가지고는 구름이가 어디에서 어떻게 죽었는지 전혀 알 수가 없잖아... 그래서 바람이는 좀 더 인내해 보기로 함...
처음엔 좀 이것저것 장난을 많이 치던 구름이는 그것마저 식상해진 모양인지, 이제 바람이가 하는 일에 참견하기 시작함ㅋㅋㅋㅋ 바람이가 수업을 듣거나 숙제를 하고 있으면 자기도 이거 다 배운 내용인 거 같대ㅋㅋㅋㅋㅋ 자기 신상도 기억을 못하면서 공부한 건 기억한다니, 바람이는 말도 안된다고 어이없어 했는데, 생각보다 구름이가 진짜 답을 잘 맞춤ㅋㅋㅋㅋㅋㅋㅋㅋ "... 다른 애들 거 슬쩍 보고 답 말하는 거 아냐?" 바람이가 미심쩍어하니까 "아니거든!! 내가 머리로 계산한 거거든??" 하고 자존심 상해하는 오구름ㅋㅋㅋㅋㅋ 그러면서 맘만 먹으면 자기가 문제 다 풀어주고 답도 말해줄 수 있다고 하는데, 박바람은 그건 거절함ㅋㅋㅋㅋ 치사하잖아ㅋㅋㅋ 귀신의 힘을 빌려서 공부하는 거ㅋㅋㅋㅋㅋㅋ
그거 말고도 구름이는 바람이 사생활에 관심이 많아갖고ㅋㅋㅋㅋ 바람이가 여학생들이랑 좀 대화하고 있으면 옆에서 "올~ 여친? 여친??" 이러고 있음ㅋㅋㅋㅋㅋ 바람이는 아니라고 이 악물고 대답함... 틈만 나면 자꾸 쟤가 니 여친이냐, 아님 쟤냐, 아니면 쟤?? 라고 콕콕 찍어 물어보는데, 바람이는 결국 "나 여친 없어." 하고 화냄ㅋㅋㅋㅋㅋ 그럼 구름이는 "헐~ 잘생겨서 인기 많은 줄 알았는데 의외네." 이럼ㅋㅋㅋㅋㅋㅋ 물론 바람이가 인기 많은 건 맞지... 근데 바람이는 여친을 사귈 생각이 없다 이말이야... 왜냐? 자기는 무당 핏줄이잖아. 남친이 곧 신내림 받고 무당 된다고 하면 누가 좋아하겠냐고ㅋㅋㅋㅋ 그래서 고백도 종종 받곤 했지만 거절했던 거임... 그리고 별로 여자애들한테 관심이 없기도 하고 말이야.
"야야 그럼 내가 찍어줄게. 쟤 어때??" 이런 걸 아는지 모르는지 오구름은 신나서 바람이한테 쟤랑 사귀어 봐라, 쟤는 어떠냐 막 쫑알쫑알 함ㅋㅋㅋㅋㅋㅋ 바람이는 진지하게 귀신도 입을 다물게 하는 방법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ㅋㅋㅋㅋㅋㅋ 하지만 그런 방법 같은건 모르니 결국 오구름 손아귀에서 놀아나는 박바람이었다....
구름이는 이제 그냥 바람이 옆에 붙어서는 어딜가든 따라가는 존재가 되어버렸음ㅋㅋㅋㅋㅋ 이런 꼴을 분명 어머니도 할머니도 알고 계실테고, 두분이 모시는 수호신님도 알텐데 어느 누구도 터치를 안 함... 그만큼 얘가 자기한테 의미가 있는 존재인 건지, 혹은 손을 댈 필요도 없을 정도로 하찮은 애 인건지... 바람이는 이러다가 혹시 얘가 자기한테 신내림 오는 건 아닌지 불안함ㅋㅋㅋㅋㅋ 근데 오구름은? 그런거 관심 없고 그냥 박바람 따라다니면서 이 얘기 저 얘기 하는게 재미있음ㅋㅋㅋㅋㅋ
어느 순간부터는 구름이는 자기가 죽은 이유를 찾는 게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니게 된 것처럼 느껴졌지... 바람이도 얘랑 하도 부대끼고 지내다보니(심지어 가끔은 화장실에도 따라 들어와서 오 너 몸매 쫌 좋다? 올ㅋ 대물ㅋ 이딴 소리나 하고 감ㅋㅋㅋㅋ 박바람은 그때 진심으로 수치스러웠다 저놈의 귀신을 퇴마해버려야지) 그냥 그게 일상처럼 되어버렸는데....
늘 그렇듯 학원에서 집에 가려고 버스를 기다리는 날이었음. 그날은 보충 수업이 있어서 학원이 늦게 끝났고, 막차를 기다리느라 거리엔 사람도 별로 없었지. 오구름은 하던대로 박바람 옆에 동동 떠서는 바람이가 보는 폰을 같이 보면서 ㅋㅋㅋ 꿀잼이다 이러고 있는데... 어디선가 쎄한 바람이 불어서 바람이도 구름이도 고개를 들었음.
거기에는 좀... 흉측한 몰골의 귀신이 바닥을 기어가고 있었지... 바람이는 참담한 마음에 모르는 척 고개를 돌렸고, 구름이는 그 몰골을 뚫어져라 바라봄... 바람이는 "쳐다보지마. 눈이 마주치면 안 좋아." 하고 얘기해 줌. 그러고보니 이 거리에 얼마전에 교통사고가 있었고, 사고를 당한 사람이 그자리에서 즉사했다는 얘기를 들었던 기억이 났지. 아마 그 고통이 너무 심해서 원령이 남은게 틀림 없었음. 저런 종류는 아는체를 해 봐야 대화도 안 되고, 괜히 원한만 더 살 수 있으니 무시하는게 답인데....
문제는 구름이가 마치 붙박이라도 된듯 그 원령에게서 시선을 거두질 못하는 것임... 바람이는 구름이가 계속 저걸 쳐다보는 걸 알고, "그만 봐, 오구름" 하고 제지하는데.... 그 순간 원령이 기괴하게 몸을 일으키면서 구슬프게 울어대기 시작하고... 거기에 오싹한 기분이 든 바람이는 눈을 질끈 감았음. 그런데 구름이가 마치 뭐에 홀린듯이 그쪽으로 가려는 거야; 당황한 바람이는 구름이를 어떻게 저지 하려는데, 귀신이다보니 잡을 수도 없고 말이야;
그러다가 그 흉측한 것이 고개를 돌려 구름이랑 바람이를 발견했음; 바람이는 그 순간 온몸이 싸늘하게 굳어버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음; 그것이 공격적으로 다가오진 않았지만 너무나도 기괴한 모습에 심장이 오그라드는 것만 같고.... 바람이도 구름이도 그 자리에 얼어붙어서 꼼짝도 못 하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서늘한 바람이 불더니 검은 옷자락 같은 것이 허공에 나부끼는듯 하다가, 원령이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버림... 그제야 사방을 둘러싼 한기가 가시고, 바람이는 저도 모르게 참았던 숨을 내뱉었지.
"... 방금 그건 뭐였어?" 한참 뒤에야 구름이가 물어봄. "... 보면 알잖아. 원령이야." "아니, 그거 말고. 검은 옷자락 말이야." 바람이는 그것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았지만 차마 구름이 앞에서 말하기가 어려웠음... "그건... 저승사자야. 죽은 자들을 저승으로 데려가는." 그 말에 구름이가 조용히 입을 다물지. 저승사자와 마주치면 아마 구천을 떠도는 영인 구름이도 당장 저승으로 데려가려고 할테니까 말이야... 구름이는 바람이가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음. 바람이도 그런 장면을 목격한게 썩 기분이 좋지 않아 하고 싶은 말도 없었고.
집에 돌아와 씻고 침대에 누우려니, 구름이가 어쩐일로 침대에 걸터앉아서 뭔가 생각하고 있는 걸 발견한 바람이는 구름이 옆에 앉았음. "나, 뭔가 기억나는 거 같아." 구름이가 입을 열었지. "나도 차에 치였어. 그곳이 어딘지는 잘 모르겠어. 학원 끝나고 집에 가려고 누구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차에 치였어." 바람이는 그 이야기를 심각하게 들어주고, 그럼 내일 한번 다시 거기에 가보자고 하지.
다음날은 휴일이라 둘은 한낮부터 어제 원령을 봤던 자리로 갔음. 근데 구름이가 고개를 가로저어. 여기가 아닌 거 같대. 비슷한 풍경이긴 한데, 느낌이 아니라는 것임... 그래서 바람이는 구름이를 데리고 그 거리 전체를 쭉 걸었지.
그런데 어느 가로수 사이에서 구름이가 뚝 멈춰 섰음. 학원가에서 조금 거리가 떨어진 곳이었는데, 구름이가 뭔가 생각난 것처럼 그 자리에 선거야. 바람이가 "뭔가 기억이 나는 거 같아?" 하고 물으니 구름이가 고개를 끄덕였음. 자기는 이 자리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다가, 갑자기 급 브레이크를 밟으며 핸들을 크게 꺾은 차에 치여서 허공을 날았대. 그리고 바닥에 떨어지면서 정신을 잃었다... 거기까지 기억을 해 낸 것임. 그럼 그게 분명 죽은 원인이겠지? 바람이는 드디어 구름이가 원하던 것을 찾았구나 했지.
그럼 이제 구름이는 자기가 궁금해 하던 것을 다 찾았잖아. 어디서 어떻게 죽었는지 말이야. 남은건 이제 성불하는 것 뿐인데, 이상하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음... 보통 원한이 풀리면 그 자리에서 알아서 사라지기 마련인데 구름이는 멀쩡하단 말이야. 뭔가 이상했지. 혹시 저승사자가 데리러 와야만 가능한 걸까? 하지만 바람이도 구름이도 저승사자를 불러내는 방법 같은 건 모르니까 말이지...
일단 둘은 다시 집으로 가기로 했음. 왜 원한을 풀었는데도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것인가 생각하며 말이지. 그러다 바람이는 거리를 걷던 다른 학생들과 부딪혔어. 지난번에 구름이가 안다고 했던 교복을 입은 여학생들과 비슷하게 생긴 교복을 입은 남학생들이었지. 서로 미안하다고 인사한 뒤에 각자 갈길을 가려는데, 구름이가 뭔가 기억났다는 듯이 그들을 가리키는 거야! "저 교복!! 저 교복이야!!" 하고.
그래서 바람이는 얼른 뒤를 돌아 그들을 붙잡았어. 남학생들은 방금 전에 부딪힌 사람이 다시 돌아와서 말을 거니 좀 이상하게 쳐다봤지만, 바람이가 정중하게 어느 학교에 다니냐고 물으니 순순히 대답해 주었지. 그때 그 여학생들과 비슷한 이름의 학교인데 남고야. 그러니까, 그때 그 학교는 남고와 여고가 나눠져 있는 학교였던 거지. 그 생각은 못했던 바람이는 잠시 머리를 얻어맞은 듯 해서, 혹시 "오구름"이라는 이름을 아느냐 물었어. 그랬더니 그들이 단번에 표정이 어두워지면서....
"그 애는 두달 전쯤에 교통사고를 당해서, 병원에 입원한 상태다. 듣기로는 아직 의식을 차리지 못했고, 식물인간인지 뇌사상태인지 그렇다더라." 하는 이야기를 해주는 것임.... 그제야 왜 구름이가 원한을 풀고도 성불하지 못했는지 이유를 알게 된 바람이... 그들에게 너무 고맙다고, 혹시 그 애가 입원한 병원이 어디인지 아느냐고 물었지. 그랬더니 다행히 병문안까지 다녀왔던 친구들인지 병원 이름까지 알려주었어.
그동안 구름이는 얼음처럼 굳어서 자기의 기억들을 하나씩 더듬어 감... 맞다... 그랬지... 학원 끝나고 집에 돌아가려고 그랬고... 운전기사 아저씨가 데리러 오는 걸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 사이에 과속하던 차량이 와서 자기를 쳤고... 공중에 떴다가 바닥에 떨어지면서 머리를 세게 부딪혔음을... 그러면서 뇌사 상태가 된거고, 몸에서 영혼이 빠져나오게 된 것이며, 머리를 크게 다쳤기 때문에 처음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던 거구나 하는.... 모든 것들을 말이야.
바람이는 바짝 굳어버린 구름이가 천천히 생각할 시간을 주고, 구름이가 생각을 마치고는 "그 병원에 가봐야겠어." 하고 말할 때까지 기다려 주었음. 그래서 그자리에서 버스를 타고 구름이가 입원한 병원으로 간 둘... 하지만 바람이는 구름이의 가족도 뭣도 아니었기 때문에, 구름이의 병실에 가볼 수 없었어. 1인 중환자실이었거든...
병원 로비에 망연자실하게 앉은 바람이와 그 곁의 구름이... 사방에 CCTV가 깔린 병원이라 몰래 병실에 갈 수도 없고, 어쩌지 싶은데... 구름이가 누군가를 발견한듯 고개를 반짝 들었음. 그리고는 누군가를 가리켜. 자기 가족이래! 그래서 바람이는 얼른 그들에게 다가갔지.
그들은 구름이의 상태가 어떤지 확인차 병문안을 온 거 같았어. 그래서 바람이는 그들에게 자기가 "구름이의 친구"라고 소개했지. 하지만 그들은 처음보는 얼굴이라며 미심쩍어했는데, 바람이가 학교 친구는 아니고 학원 친구라고, 구름이가 하도 학원에 안 와서 소식이 궁금해서 물어보니 사고를 당해서 병원에 입원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왔다고 거짓말을 했지. 뭐 어느정도는 틀린 말도 아니고 말이야. 그랬더니 다행히 구름이네 가족들이 그랬느냐며, 자기들이랑 같이 구름이한테 가자고 하는 거야.
바람이는 그렇게 구름이가 있는 1인 중환자실 앞으로 왔어. 병실 안으로는 들어갈 수 없고, 대신 유리창 너머로 온갖 생명 유지 장치를 주렁주렁 달고 침대에 누워있는 구름이의 몸을 볼 수 있었지... 구름이는 머리에 붕대를 감은 채 죽은듯이 잠들어 있었어. 아니, 죽은 건가? 바람이 옆에 있는 구름이 영혼이 너무나도 참담한 얼굴로 서 있으니까 말이야...
가족들은 한 30분 정도 거기에 있다가 가보겠다고 해. 바람이는 친구가 이렇게 누워있는 걸 보니 도저히 발이 안 떨어진다고, 여기에 좀 더 있다가 가겠다고 했지... 가족들이 모두 사라진 뒤에, 바람이는 그제야 방문객용 벤치에 주저앉았어. 구름이는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자신의 몸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가, 유리창을 스으윽 통과해서 몸으로 다가갔지...
몸으로 들어가면 정신을 차릴 수 있지 않을까? 바람이도 구름이도 그런 생각을 했지만, 어째서인지 구름이는 자기 몸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었어. 마치 결계라도 쳐져 있는 듯이 계속 튕겨나가기만 해. 육체가 완전히 죽어버리기라도 한걸까? 하지만 그렇다기엔 생명 유지 장치에 호흡과 맥박이 체크되고 있었는걸.... 구름이는 여러번 자기 몸에 들어가려고 시도했지만, 면회 시간이 끝날 때까지 그 시도는 성공하지 못했어. 결국 바람이와 함께 돌아가야 했지.
그 뒤로 그들은 틈만 나면 구름이의 병실로 와서 어떻게든 구름이의 영혼을 몸 안에 집어넣으려는 시도를 해 봤어. 하지만 한번도 성공하 못했어... 대체 뭐가 문제인 걸까? 구름이는 초조해지기 시작했지. 원래 자기 몸이고, 저기 들어가기만 하면 될거 같은데....
그러는 사이에 바람이는 구름이네 가족과 안면을 트게 됐어. 하도 자주 오니까 그랬겠지? 알고보니 구름이네 가족은 엄청난 부자였어... 큰 형이 하나 있고, 중간에 누나 셋, 그리고 막내가 구름이였어. 구름이의 병문안은 주로 큰 형이 자주 왔는데, 바람이가 보기엔 꽤 좋은 사람인거 같았어. 구름이의 영혼이 자기 육체에 들어가려고 낑낑 애를 쓰는 동안 그 형과 대화를 좀 나누어 봤거든. 그는 구름이가 참 똑똑하고 영리한 애였는데 갑자기 사고를 당해서 이런 상태가 된 걸 무척 아쉬워 했어... 아버지가 무척 아끼는 아이이고, 아마 경영권도 일부 물려 받을 수 있었을텐데 하고 말이야.
그날도 구름이는 자기 몸에 들어가는데 실패했어. 축 처진 채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바람이는 구름이에게 가족들에 대해 물었지. 근데 구름이는 자기 가족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아버지가 나이가 무척 많으신데, 다들 아버지가 언제 돌아가실지 그 얘기만 하고 경영권을 어떻게 쪼갤지에만 관심이 있다고 말이야. 구름이네 큰형한테 들은 이야기랑은 많이 달라서 바람이는 고개를 갸웃했지.
"그래도 네 큰형은 사람이 좋아 보이던데?" 그러자 구름이가 그 자리에서 펄쩍 뛰지 뭐야! "큰형은 날 무지하게 싫어하는데!?" 하고 말이야... 알고보니 구름이네 큰형과 누나 셋은, 구름이랑 배다른 형제였지 뭐야! 그래서 구름이가 다른 형제들에 비해 나이가 한참 어렸던 거구나 싶은 바람이... 구름이는 지금 아버지 곁에 있는 어머니는 자기의 친엄마가 맞다, 하지만 다른 형제들의 어머니는 아니다 얘기해 주면서, 그쪽 어머니가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자기는 하나도 모르는데, 다들 자기를 엄청 미워했다고 하는 거야. 어렸을 때부터 자기들끼리 어울려 놀고, 자기는 늘 혼자 지내고. 나이 차이도 많이 나서 어울리기도 쉽지 않았는데 늘 배척하는 분위기이다보니, 형제들이랑은 친해질 수가 없었다고 말이야...
그런데 아버지는 나이가 많아서 곧 은퇴할 거고, 그럼 형제들이 경영권을 나눠 가지게 될텐데, 거기에 자기 지분도 있대. 자기는 사실 회사 운영에는 관심이 하나도 없고 그냥 돈만 좀 있으면 되는데, 굳이 또 경영권을 나눠준다고 하니까 그것도 썩 맘에 안 들었는데, 그 이후로는 형제들이 자기를 바라보는 눈이 더 고까워져서 너무 싫었다고 말이야.
이쯤되니 좀 이상한 낌새를 느낀 바람이... 설마 구름이가 사고를 당한 이유가 가족 내 권력 싸움에 밀려서? 하지만 의심일 뿐이고, 남의 가족에 대해 험담할 순 없으니 바람이는 조용히 입을 다물었지. 구름이는 우울한 가정사에 대해 이야기 하고는 무겁게 한숨을 내쉬었지...
"그냥 이대로 죽는게 더 마음이 편할까?" 구름이가 우울하게 물었지. 바람이는 무엇도 대답할 수가 없었어. 늘 귀찮을 정도로 밝았던 구름이에게 이런 사정이 있는줄 몰랐으니까... 구름이는 살고 싶어하는 눈치인데, 살아나도 사실 즐거운 상황은 아니잖아. 어쩌면 형제들이 바라는대로 그냥 죽어버리는게 속이 편할지도 모르지...
"... 방법이 있을 거야." 바람이는 그렇게 말하고 내일 또 가보자고 하지. 구름이는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말이야.
그렇게 며칠을 더 구름이의 병실에 왔다갔다 했지만 성과는 없었어... 이젠 구름이도 지쳐서, 자기 몸이 자기를 안 받아주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화를 내다가 포기할까 하는 참이었지... 바람이도 방법을 모르겠어서 한숨을 쉬었어. 어머니나 할머니께 조언을 받아봤지만, 여전히 두분은 이 문제에 관해서는 묵묵 부답이셔. 어떤것도 개입할 수 없다고 말이야.
그날도 바람이는 구름이의 병실 앞에서 유리창을 통해 구름이가 자기 몸에 들어가려고 애를 쓰는 장면을 바라보고 있었지. 그때 구름이네 큰형이 다가왔어. 그가 오늘도 병문안을 와 주었냐고, 정말 꾸준히 구름이를 걱정해주는 친구구나 하고 칭찬해 주는데, 바람이는 좀 떨떠름 했어. 구름이랑 그사람의 관계를 잘 알고 있으니까... 바람이는 어색한 미소를 짓고 그럼 자기는 이만 가보겠다고 인사한 뒤에, 유리창 너머의 구름이에게 이만 가자고 슬쩍 손짓했어. 구름이는 분한듯이 발을 한번 구르고는 유리창을 통과해서, 큰형을 스쳐지나 바람이에게 다가왔는데...
"차라리 그 자리에서 죽어버리면 좋았을 것을, 질질 끌기는." 바람이는 듣지 못했지만 구름이는 그 소리를 똑똑히 들었어. 구름이는 그 자리에 우뚝 멈춰 섰지. 구름이가 따라오지 않자 바람이도 뒤를 돌았어. 바람이는 구름이가 마치 못 볼 것을 본듯한 얼굴로 큰형을 노려보고 있는 걸 발견했지. 근데 대놓고 구름이를 부를 수는 없잖아. 그래서 아주 살짝 "오구름, 뭐해?" 하고 불렀는데...
"형이었구나? 나를 죽이려고 한게." 구름이가 부들부들 떨면서 외쳤지. 물론, 그 소리는 바람이에게만 들리고 구름이의 큰형에게는 들리지 않았겠지. 바람이는 구름이의 말을 듣고 너무 놀랐어. "형이 그 차를 운전했어? 아니면 누군가를 시킨거야? 왜 나를 죽이려고 했어??!!" 구름이는 큰형에게 한발짝씩 다가가 마구 소리쳤지. 하지만 역시 그는 아무 소리도 듣지 못했어... 당황한 바람이만 어쩔 줄 모르는 상황이었지. 주먹을 불끈 쥔 구름이는 형의 얼굴을 향해 주먹질을 했지만, 영혼인지라 한 대도 때리지 못하고 모두 통과해 버렸어. 다만 형은 얼굴에 뭔가 쎄한 느낌이 들어 고개를 휘휘 가로젓고 뒤를 돌았지. 그런데 뒤에, 파랗게 질린 얼굴의 바람이가 서 있잖아...?
"... 설마 너, 내가 한 말 들었니?" 그가 바람이에게 물었어.... 바람이는 그가 한 말을 한 마디도 듣지 못했지만, 구름이가 말하는 건 들었잖아. 이 사람이, 구름이를 죽이려고 했다는 그 이야기를.... 바람이는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로 한발씩 물러나며 아무 것도 듣지 못했다고 고개를 가로저었어. 하지만, 그는 직감적으로 알았지. 이 꼬맹이가 진실을 알아버렸다는 걸 말이야!
"여기서 들은 말을 평생 모르는 체 한다면 많은 보상을 주겠다." 그가 아주 나쁜 사람과도 같은 미소를 띄워올리며 바람이에게 제안했어. "어차피 너는 우리 집안 사정 같은건 모를테니... 적당히 모르는 체 해 다오. 네 친구... 그러니까 구름이 저 녀석은 좀 안됐지만, 어차피 뇌사 상태라 더는 가망이 없거든." 바람이는 그에 대해 어떤 대답도 할 수 없었어. 모든 상황이 패닉이었어. 구름이를 죽이려고 했던게 구름이네 형이었다니.... 그 사실도 무척 충격적이지만, 그보다도 더 큰 문제가 있었어. 이제까지 깨끗한 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던 구름이가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악의 때문에 악령이 되어가려 하는 거야! 구름이네 형 바로 뒤에서 말이지!!
바람이는 악령을 제대로 상대해 본 적이 없었어. 아직 신내림을 받은 무당도 아니고, 바람이에게 다가오는 악령은 할머니와 어머니로부터 내려온 수호신님이 막아주셨으니까... 그런데 눈앞에서 자기 친구와도 다름 없는 영이 악령이 되어가는데, 그걸 어떻게 막을 수 있겠어? 당황한 바람이는 "안돼, 오구름!!" 하고 구름이를 크게 불렀어. 할 수 있는게 그것뿐이었어. 하지만 구름이는 듣고 있는거 같지 않아....
오히려 구름이네 큰형을 자극하는 꼴이 되고 말았지. 그는 등 뒤에 오싹한 기운이 느껴지는 걸 알았고, 구름이가 지닌 악의- 그것의 영향을 받아서, 바람이가 모든 것을 알고 있으니 살려둬선 안된다는 생각을 하고 말지. 그래서 그는 바람이에게 달려들었어. 구름이가 폭주할 줄만 알았던 바람이는 구름이네 큰형이 자기에게 달려드는 것은 생각지도 못해서 방어할 수가 없었어. 그들은 우당탕 소리를 내며 복도를 굴렀지.
그런데 아무래도 그는 덩치도 있고 힘도 센 어른인지라, 바람이는 그자에게서 벗어날 수가 없었어. 이제 그는 바람이의 목을 조르려고 손을 뻗었어. 바람이는 엎치락 뒤치락하며 그 손길을 피하려고 애썼지만 결국 목덜미를 붙잡히고 말았지. 커다란 손이 목을 짓누르자 바람이는 숨을 쉴수가 없었어. 바람이는 두 팔을 허우적대며 구름이를 찾았어. 생각나는게 구름이밖에 없었으니까.
악의에 차서 악령이 되기 직전이었던 구름이는 바람이가 숨이 끊어질듯한 목소리로 자기를 부르는 걸 듣고 뚝 멈췄지. 정신을 차려보니 바람이가 큰형 밑에 깔려서 목이 졸려 죽기 직전이야! 구름이는 정신없이 달려가서 큰형을 마구 때렸는데, 역시 영혼이라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 다급해진 구름이는 어쩌지 사방을 둘러보다가 불현듯이 좋은 생각이 났어. 사람을 부르자. 그런데 사람을 어떻게 부르지? 여기는 중환자실이니까, 환자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이머전시 벨이 울릴거야. 그렇게 생각한 구름이는 자기 몸 옆으로 가서 생명 유지 장치를 어떻게든 해보려고 했어. 그런데 역시 영혼이라 아무것도 못 하잖아...!!
구름이는 이를 악물고, 뭐든 좋으니 제발 움직이기라도 해라 싶었는데, 그 순간 정말 기적처럼 자기 팔에 손이 쑥 들어간거야! 팔을 움직일 수 있게 된거지! 그래서 구름이는 그 팔로, 옆에 있는 생명 유지 장치 기계를 밀어버렸어. 기계가 쓰러지면서 구름이 몸에 붙어있던 장치들이 다 떨어져 나갔지. 그와 동시에 환자의 호흡과 맥박을 감지하지 못한 기계가 요란하게 이머전시를 울려대기 시작했어!
요란한 벨이 울리자 퍼뜩 정신이 든 구름이네 큰형은 자기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았어. 목이 졸렸던 바람이가 정신을 잃고 축 늘어져 있었지. 그와 동시에 의사와 간호사가 복도를 달려왔고, 그 장면을 바로 눈앞에서 목격하고 말았어... 구름이네 큰형은 도망치려고 했지만, 얼마 가지 못하고 병원 경비에게 붙잡히고 말았지. 간호사 중에 하나가 정신을 잃은 바람이를 일으켰어. 바람이는 괴로운듯 얼굴을 찌푸렸다가 숨을 토해내며 겨우 정신을 차렸지...
바람이가 정신을 차렸을 땐 구름이가 자기 옆에서 펑펑 울고 있고.... 구름이 병실에선 요란하게 이머전시가 울리고 있고... 의사와 간호사들은 비상을 외치면서 구름이 몸에 뭔가 하고 있어... 무슨 일이지...? 하지만 머리가 어질어질했던 바람이는 다시 눈을 감아버렸지....
바람이가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땐 병실이었어. 그리고 옆에 경찰이 와 있었지. 경찰은 바람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었어. 바람이는 어디까지 이야기를 해야 좋을지 몰라 머뭇대다 결국 자기가 알게된 모든 걸 다 말해버렸어. 구름이네 큰형은 경찰에 끌려갔지. 구름이에게 저지른 짓에 대한 것은 더 조사가 필요한 일이긴 하지만, 어쨌든 바람이를 죽이려고 했다가 그 자리에서 현행범으로 붙잡힌 거잖아.
그리고 구름이는... 바람이 옆에 있었어. 좀 씁쓸한 얼굴로 말이야. 바람이는 구름이가 왜 그런 표정을 짓는지 그 이유를 곧 알게 되었어. 자기를 구하려고 구름이가 제 몸에서 생명 유지 장치를 뽑아버린 걸 말이야. "그러면... 네 몸은 어떻게 된거야?" 바람이가 설마 하고 물으니, 구름이가 고개를 가로저었어. 그러니까, 육체가 영영 죽어버린 거였지...
"왜 그런 짓을 했어? 계속 시도하다보면 언젠가는 네 몸으로 들어갈 수 있었을 거야!" 바람이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말했지. 하지만 구름이는... 구름이는 아무 말 없이 그저 쓰린 미소만 지었어. "... 나는 살아나도 앞으로 더 힘든 일만 있겠지만... 너는 아니잖아... 그리고 괜히 여기 휘말린거고... 너마저 나처럼 귀신이 되면 안되니깐." 구름이는 그렇게 말하고는, 바람이에게 자기 장례식에 와달래. 너는 친구니까 꼭 그래야만 한다고 말이야.
구름이의 장례식은 같은 병원에서 치러졌어. 갑자기 풍비박산 나버린 집안은 꼴이 말이 아니었지. 하지만 바람이는 그걸 신경쓸 새가 없었어. 어차피 잘 알지도 못하는 가족이고, 이 가족의 문제는 자기가 관여할 일도 아니었으니까. 바람이는 그저 구름이의 영정 사진 앞에서 말없이 침묵을 지켰지...
바람이는 가족은 아니지만 구름이가 장례식장을 떠날 때까지 자리를 지켰어. 옆에 있는 구름이의 영혼과 함께 말이야. 이윽고 발인이 시작되어 구름이를 태운 운구차가 떠날때, 구름이가 바람이에게 작별을 고했어. "야, 그래도 네 덕에 내 원한은 풀고 간다." 구름이가 바람이를 툭 치며 말했지. 물론 통과해버렸지만... 바람이는 거기에 웃지도 울지도 못했어. 그냥 구름이를 쳐다만 봤지.
"뭐 그냥... 적당히 영혼 하나 성불 시켰다고 생각해, 박바람." 구름이가 바람이를 보고 씩 웃었어. 그리고는 진심으로 고맙다고, 덕분에 미련 없이 간다고 얘기하고는, 검은 옷자락과 함께 사라져버렸지. 바람이는 구름이가 서 있었던 자리를 하염없이 바라보다가, 겨우 "잘 가, 오구름." 하고 인사한 뒤에야 자리를 뜰 수 있었지.
그 뒤 바람이는 구름이를 위해 49재를 지냈어.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그냥 혼자서 기린거지. 7일에 한번씩 구름이를 위해 기도를 올리는데 그걸 일곱 번 반복 하는거야. 그러면 죽은 자가 저승길을 건널 때 안전하게 건너가서, 복을 받은 뒤에 더 나은 생으로 환생할 수 일다고 하니까 말이야. 바람이가 구름이를 위해 제사를 지낸다고 했을 때, 어머니도 할머니도 말리지 않았어.
마지막 7번째 재를 올리는 날이었지. 이제 구름이는 저승길을 안전하게 건너갔을 거야. 바람이는 마지막 기도를 올리고, 재를 올릴때 사용했던 부적을 태워 허공으로 날렸어. 부적에 붙은 불꽃들이 허공에서 재가 되어 사그라 들었지. 바람이는 이제 구름이가 더 좋은 곳에서 환생하기를 빌며 기도를 마무리 지었는데....
"야, 박바람!!" 어디선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어. 바람이는 화들짝 놀라 주변을 돌아봤지! 근데 아무도 없는 거 같은데...? 라고 생각한 순간, 눈앞에 누군가의 얼굴이 거꾸로 들어왔어! 깜짝 놀란 바람이는 뒤로 넘어질뻔 했지ㅋㅋㅋㅋㅋㅋ
"나 다시 돌아왔다!! 대단하지??" 그건 바로 구름이였어ㅋㅋㅋㅋ 바람이는 눈을 휘둥그레 뜨고,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어버버 하고 있었지. 그 사이에 구름이는 거꾸로 서 있던 몸을 가뿐하게 뒤집어서 바르게 섰어. 구름이는 옷차림도 희한한 걸 입고 있어. "뭐, 뭐야, 어떻게 된거야?" 바람이가 묻자 구름이가 씩 웃었지. "염라대왕님이 나 하고 싶은대로 하게 해줬어!"
바람이가 그건 또 무슨 소리냐고 재차 묻자, 구름이가 저승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 해 주었어ㅋㅋㅋ 장례식이 끝나고 구름이는 저승사자를 따라 저승을 건너갔대. 그런데 바람이가 구름이를 위해 49재를 해 주었잖아? 그래서 큰 위험 없이 아주 안전하게 염라대왕 앞까지 갔다는 거야. 염라대왕은 저승 명부를 보더니, 너무 어린 나이에 저승에 흘러들어 왔다며, 아까운 목숨이니 원하는 소원을 한 가지 들어주겠다고 했대. 원하는 인생으로 다시 환생할 수도 있고, 혹은 환생의 굴레와 윤회에서 벗어나서 영원한 극락으로 떠날 수도 있고. 헌데 구름이는 그 어느것도 아니고, 다시 바람이 곁으로 가게 해달라고 빈거야ㅋㅋㅋㅋ 그래서 염라대왕은 구름이 소원대로 다시 구름이를 이승으로 보내주었는데, 장례식이 끝났으니 육체가 소멸되고 말았잖아...?
"그래서 이렇게 되었단 말씀~" 구름이가 허공에 손짓하니 푸른 불꽃이 피어올랐다가 사라졌어. "나 이제 네 수호신이야! 대단하지? 그치?" 그 말에 바람이는 너무 놀라워서 입을 벌리고 있다가......
"네가 내 수호신이라고?" 다시 구름이에게 물었지. "응. 내가 그렇게 해달라고 염라대왕님한테 빌었거든." 구름이가 아주 자랑스럽게 대답했지. 바람이는.... 바람이는 머리를 부여잡음......... 아이고 두야!
"어어, 뭐야, 지금 이몸이 수호신인게 불만이다 이거야? 어? 너 어떻게 그럴 수 있어?" 구름이가 허공에서 화를 내기 시작했지ㅋㅋㅋㅋ 바람이는... 구름이와 함께 보냈던 그 많은 시간들... 끊임없이 참견하던 구름이, 말도 드럽게 안 듣던 구름이, 지 하고 싶은대로 아무한테나 가서 건드려보던 구름이를 떠올리고는,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다..." 하지ㅋㅋㅋㅋㅋㅋㅋㅋ
하지만 말은 그렇게 해도, 사실 바람이는 구름이가 다시 자기 곁으로 돌아온 게 좋았어. 그리고 그제야 어머니도 할머니도, 이 일에 자기들은 관여할 수 없다고 말했던 이유를 깨달았지. 구름이를 수호신으로 받아들이기 위한 과정이었기 때문에 아무도 이 운명에 손댈 수 없었음을 말이야.
바람이는 이제 제대로 된 신내림을 받고 구름이를 자기 수호신으로 모시게 됐어ㅋㅋㅋ 구름이는 좀 미덥잖은 수호신처럼 보였지만, 그래도 염라대왕이 보증하는(?) 능력을 받아서 그런지 꽤 그럴듯하게 일을 잘 했다는~ 하지만 여전히 바람이가 하는 일에 꾸준히 참견하고 말을 얹었다는.... 그런 이야기!
바람구름 긴 썰의 시초가 된...
지금 보니 오구름을 살렸어도 괜찮지 않았을까~ 하는 감상이 소소하게 있네요.
2022.1116 카테고리 및 제목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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