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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런: 라일요거/긴 썰

[라일요거/바람구름] 친구 연애 상담

by 솨리 2022. 11. 16.

 

 

박바람이 오구름 n년째 짝사랑하면서 오구름 연애 사정 들어주는 거 리퀘로 넣어주신 분이 있었는데욥... 사실 솨리링 유니버스의 바람구름은 중학교 1학년 때 같은반 한 번 하고 찐친 된 이후에 정말 원 앤 온리의 쌍방향이어서 저럴 일은 없지만서도... 생각해보니까 또 맛있자나요(막이러기)

그러니 한번 슬슬 풀어보려고요ㅋㅋㅋ 그러니까... 일종의 라일요거의 현대물인 바람구름(2차)의 if 버전(3차)이랄까... 뇌절인거 같은데!? 싶지만 늘 그렇듯이 그냥 가볍게 읽어주세요ㅋㅋㅋ



박바람과 오구름은 중학교 1학년 때 딱 한번 같은 반이 됐고, 그때 정말 친한 사이가 되어서 둘도 없는 찐친이 됐음ㅋㅋㅋ 그런데 이 찐친 모먼트에서... 박바람은 슬그머니 오구름을 좋아하게 됐지ㅋㅋㅋ 근데 아무래도 여러 가지 제약이 있잖음ㅋㅋㅋ... 일단 오구름이랑 가정 환경도 차이가 너무 많이 나고, 무엇보다 한국에서는 ㄷㅅㅇ가 허용이 안 되니까... 이걸로 박바람은 정말 고민을 많이 했음... 내가 정말 오구름을 좋아하는 게 맞는가? 나의 성 정체성은 대체 무엇인가?? 하고... 몇날 며칠을 고민하며 밤을 지새운 박바람은 결론을 내렸지.

자신은 ㄷㅅㅇㅈ이며 오구름을 좋아하는 게 맞다는 거. 스스로 마음을 인정하고 나니까 그 마음이 정말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데, 차마 고백은 못하겠는거... 오구름이 뭐라고 반응할지 모르잖아... 찐친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 친구가, 그것도 동성인 남자가 좋아한다고 덜컥 고백해 버리면 얼마나 당황스러울까... 어쩌면 혐오스럽게 쳐다볼 지도 모르지... 다른 사람이 저더러 ㄷㅅㅇㅈ라며 그런 눈길을 보내면 적절히 무시하고 넘길 수 있지만, 오구름이 그런 눈빛으로 자기를 쳐다보면 도저히 견딜 수 없을 거 같아서, 박바람은 오구름에게 고백할 생각은 추호도 하지 않음ㅋㅋㅋ....

박바람이 이런 고민을 하는 중에, 오구름은 당연히 연애하고 싶다, 여자친구 사귀고 싶다 노래를 부르고 있었지ㅋㅋㅋ 그러면서 맨날 하는 얘기가 자기 이상형 얘기임ㅋㅋㅋ 당연히 예쁘고 착한 애가 취향이라고 하는 오구름ㅋㅋㅋ 박바람은 그래그래 그렇냐 하고 적당히 받아줌ㅋㅋㅋㅋ

그러다 오구름은 진짜 어떤 여학생에게 고백을 받았음ㅋㅋㅋ 생전 처음 받는 고백이라 오구름은 과흥분한 상태로 박바람한테 와서 쫑알쫑알 다 얘기했지 뭐ㅋㅋㅋ 박바람은 오구름이 고백을 받았다는 말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듯 했지만... 겉으로는 축하한다고 해줬음... 그리고 그걸 받아들였냐 물었더니만, 의외로 받아주지는 않았다는 오구름ㅋㅋㅋ 왜 안 받아줬냐니까, 오구름이 막상 고백을 받으니까 생각보다 너무 부끄러워서 대답이 바로 안 나왔다는 것임ㅋㅋㅋ...

그럼 거절했냐니까, 그건 또 아니래ㅋㅋㅋ 그냥 좀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했고, 사흘 뒤에 대답해 주겠다고 했다나? 박바람은 고백한 사람한테 희망고문 하는 거 아닌가 싶지만... 지금 오구름이 말하는 기세를 보니 웬만하면 받아줄 거 같음ㅋㅋㅋ...

아니나 다를까 오구름은 박바람한테, "걔랑 한번 사귀어볼까?? 어떨거 같아?? 걔랑 나랑 잘 어울려??" 하고 계속 물어봄ㅋㅋㅋ 박바람은 이런걸 물어보는 오구름이 처음엔 귀엽다고 생각했지만ㅋㅋㅋ 계속 같은 질문을 하니까 나중엔 좀 귀찮고 짜증도 나서, "너 하고 싶은 대로 해..." 하고 지친 대답을 해줌ㅋㅋㅋ 오구름은 "음~~~~ 좋아! 그럼 역시 사귀어보는 게 좋겠어!" 하고는, 사흘 뒤에 그 여자애랑 사귀게 됐다는 소식을 전했지...

오구름의 첫 연애는 서투르기 그지없었음ㅋㅋ 여자친구 사귀는 게 처음이어서, 뭘 해야 걔가 좋아할지 모르니까 오구름은 걍 자기가 하면 좋은 걸로 죄다 밀어붙여버림ㅋㅋㅋ 뭔가를 막 사준다든지... 데이트 장소도 자기가 갔을 때 좋았던 데로 간다든지 뭐 이런거ㅋㅋㅋ 물론 처음엔 그 여자애도 좋아하긴 했는데, 날이 갈수록 다 오구름 멋대로 정해버리고 딱히 애정 어린 스킨십이 있거나 하지 않으니까 여자애는 거기에 좀 지쳐서, 결국 그쪽에서 먼저 오구름한테 이별을 통보함...

당연히 오구름은 엄청 충격을 받았고, 여자애한테 매달려 보기도 했건만... 마음이 떠난 관계는 회복되지 않았고, 그대로 깨지고 말았음... 오구름은 박바람한테 와서 펑펑 울었지ㅋㅋ... 첫 연애가 이렇게 끝날 줄도 몰랐고, 실연 자체가 처음이니까... 박바람은 자기 앞에서 펑펑 우는 오구름이 안쓰러워서 달래주었음...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 뭐... 박바람이 잘 달래준 덕에 오구름은 다행히 금방 멘탈을 회복했음... 며칠은 좀 침울하게 지내긴 했다만ㅋㅋㅋ 그래도 얼마 뒤에 오구름은 다시 원래 텐션을 되찾았고, 평소 모습으로 돌아와 즐거운 일상을 보내게 되었지.

그로부터 얼마 뒤, 오구름은 다른 사람에게 또 고백을 받게 됐음ㅋㅋㅋ 실연의 아픔이 채 지나가지 않은 터라 오구름은 두번째 고백은 거절했지. 물론 이것도 다 박바람한테 말함ㅋㅋㅋ 나 또 고백받았어. 하고... 박바람은 그랬구나 하고 말았지만, 입맛이 썼음. 다만 오구름이 거절했다니까 내심 안도해버린 박바람ㅋㅋㅋ... 하지만 오구름한테 고백하는 사람은 계속 있었지. 오구름은 몇 명은 그대로 거절했지만, 그러다 좀 관심이 가는 여자애를 받아주고, 다시 새로운 연애를 시작하게 됐단 말이지.

어느날 반짝 빛나는 얼굴로 온 오구름이 "나 다시 연애한다~" 했을 때, 박바람은 사실 속으로 올 것이 왔구나 싶었음ㅋㅋ... 이제 오구름은 사랑에 빠진 얼굴로 여자친구 이야기를 할테고, 걔랑 전화도 하고 문자도 하고, 연애를 하다가 좀 어려운 일이 있거나 걔랑 싸우면 박바람한테 와서 다 얘기할거고, 박바람이랑 같이 놀러가도 종종 걔 얘기를 꺼낼거고, 톡 프로필 사진도 걔랑 같이 찍은 사진이 될거고... 여튼 그럴테니까. 처음 연애랑 크게 다를바 없겠지. 박바람은 속으로 깊은 한숨을 내쉬고 마음을 다잡았음. 오구름이 연애하는데 동요하지 말자. 그리고 그저 친구로서 오구름이 하는 이야기를 잘 들어주자 하고...

두번째 연애에서 오구름은 노선을 바꿨음. 첫 연애에서 자기 하고 싶은대로 했다가 차였으니, 이번엔 여자친구 의견을 잘 들어주기로ㅋㅋㅋ 그래서 웬만하면 걔가 하자는 대로 다 해줬는데... 문제는 여자애 쪽이 욕심이 좀 많은 애였어서, 뒤로 갈수록 뭔가 사달라는 게 많아지는 것 같은...

물론 오구름에게는 아무 문제되지 않는 범위였으나(돈이 줄어들지 않는 마법의 체크카드), 시간이 갈수록 오구름은 이런게 연애가 맞나?? 싶은 느낌이 자꾸 드는 것임... 이게 고민이 되니까 오구름은 박바람한테 의견을 물었는데, 박바람도 그 여자애가 좀... 오구름을 이래저래 돈줄로 여기는듯한 느낌이 강하게 드는 것임... 그래서 남의 연애에 왈가왈부 하고 싶지는 않으나... 아주아주 조심스럽게, 조금 진지하게 재고해 보는게 어떻냐는 의견을 슬쩍 내주었지.

오구름은 자기가 생각해도 좀 아닌거 같다 싶은데 박바람마저 그렇게 얘기하니까 며칠동안 진지하게 고민해 봤고, 결론을 내렸음. 걔랑은 깨지기로... 오구름이 먼저 이별을 통보하자 여자애는 그럴 수 없다며 오구름에게 매달렸건만, 오구름은 "그래도 이건 아닌 거 같아..." 하고 정중하게 거절해 버렸음. 그렇게 오구름의 두 번째 연애도 그닥 유쾌하지 않게 끝나버렸지.

이번엔 먼저 찬 입장인데도 오구름은 마음이 씁쓸해서 또 며칠 우울한 표정으로 지냈음... 당연히 박바람은 옆에서 우울한 오구름이 하는 얘기를 가만히 들어주면서 받아주기만 했지. 그덕에 역시 오구름은 며칠만에 회복하고 다시 즐거운 일상으로 돌아가게 됐음.

이것이 장장 10년째 반복됨ㅋㅋㅋ... 13살에 친구가 된 이래로 10년째, 23살이 되기까지 오구름은 여자 친구를 꽤 사귀어 봤음. 한 6~7번쯤? 고백은 그보다 더 많이 받았고. 그러나 늘 마무리는 썩 좋지 않았음... 심지어 그 중에는 오구름이랑 다른 남자애 사이에서 양다리를 걸친 애도 있어서, 오구름은 정말 빡쳐서 그 여자애랑 대판 싸우고 험하게 깨진 적도 있었단 말임ㅋㅋㅋ... 그날 오구름은 박바람한테 전화를 해서 두 시간 내내 전여친을 욕하고 울고 화내고를 반복하다가, 마지막엔 정말 다 놓아버리겠다는 듯이 "연애하는 거 왜 이렇게 어렵냐... 이젠 안 할까봐" 할 정도였음ㅋㅋ...

박바람은 그저 묵묵히 듣기만 했지. 그리고 속으로 생각했음... 만약 내가 너랑 사귈 수 있다면, 나는 그러지 않았을 거라고... 이건 오구름이 깨질때마다 매번 했던 생각이지만, 단 한번도 입밖으로 내지 못했던 것임... 10년째 말이야.

허심탄회하게 박바람한테 이런저런 얘기를 하던 오구름은 문득 박바람은 왜 연애를 안 하지? 싶은 생각이 들었음. 분명 박바람도 고백을 여러번 받았단 말임? 심지어 학창 시절에 인기 자체는 박바람이 더 많았음ㅋㅋㅋ 잘생기고 키 크고 운동 잘하니까... 그런데 박바람은 오구름한테 자기가 고백 받았다는 얘기도 일절 하지 않고, 사귀는 사람이 생겼다는 소식은 더더욱 전한 적이 없음. 이제까지는 전혀 신경도 안 쓰고 있던 사실이 한번 와닿으니까, 갑자기 이유가 너무 궁금해진 오구름; 그래서 박바람한테 물었지. "근데 넌 연애 안 해?" 하고...

박바람은 오구름이 자기한테 이런 걸 물어본 게 처음이라(무려 10년만에 처음) 약간 당황함; 그래서 바로 대답이 안 나오고 "... 왜?" 하고 반문했지ㅋㅋㅋ "아니... 너도 고백 많이 받았잖아? 인기도 많았고... 근데 네가 여친 사귄다는 말은 한번도 안 한거 같아서." 오구름이 진심으로 이유가 궁금하다는 듯이 물었고, 박바람은... 대답을 하지 못했음... 너를 좋아해서 고백은 다 거절했고 이제까지 아무도 사귀지 않았다는 말은 차마 할 수가 없으니까... 그래서 그냥 무덤덤하게 "딱히 관심이 없어서." 라고 대답했지.

그랬더니만 오구름은 "야 연애가 얼마나 설레고 재밌는데! 한번 해봐~" 하는 게 아니겠음?ㅋㅋㅋ 박바람은 "그렇게 많이 깨지고도 연애가 재밌다는 말을 하네." 했는데, 오구름은 "야 진짜 너무한다? 은근슬쩍 상처를 막 쑤시네... 깨지는 건 좀 그렇긴 한데, 연애하는 그 느낌은 진짜 좋아! 할만 하다구~" 하는 것임ㅋㅋㅋ...

박바람은 그 말을 말미암아... 막연히 오구름과 연애하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서 떠올려봄... 그렇지... 확실히 하루하루가 설레고 행복하겠지. 너무나 사랑스럽고 마음이 뿌듯한 나날들이겠지. 그게 너와 함께 하는 연애라면 말이야. 하지만 안 될걸 아니까, 박바람은 상상을 멈추고 대답해줌. "그래, 확실히 그렇긴 하겠다."

거기에 알게 모르게 미묘한 아련함이 섞여있는 걸 감지한 오구름은 박바람한테 좋은 사람을 소개시켜 주어야 겠다는 엉뚱한 생각을 하게 됨ㅋㅋㅋ; 박바람의 화살표는 자기한테 향해 있는 줄도 모르고ㅋㅋㅋ... 그날부터 오구름은 주변을 부지런히 탐색해서 박바람한테 소개팅을 시켜주려고 하는데, 박바람은 당황스럽기만 함ㅋㅋㅋ 안 하겠다고 하는데도 오구름이 아니라고, 진짜 괜찮은 애니까 한번 만나보라고 자꾸 들이대는거ㅋㅋㅋ 박바람은 진짜 괜찮다고 몇번이나 거절했는데ㅋㅋㅋ 오구름이 왜 이러는지 이유를 아는데다가 계속 거절하자니 머쓱해서 결국 소개팅을 해보기로 했음...

오구름이 소개해 준 사람 중에서 가장 오구름이랑 느낌이 비슷한 여자로ㅋㅋㅋㅋ 확실히 비슷한 부류를 선택해서 그런지, 상대방은 진짜 여자 오구름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오구름이랑 외모도 그렇고 성격도 엄청 비슷함ㅋㅋㅋ 그래서 첫 소개팅 이후로 몇 번 더 만나보긴 했는데... 사귀기로 하기도 했는데... 이러니 저러니 해도 이 사람은 오구름 본인이 아니잖음... 그러니 박바람은 도저히 자기 여친한테 마음을 온전히 내어줄 수가 없는 것임... 박바람의 여친도 그걸 어렴풋이 느꼈음. 그리고 여기에 결정타를 날린 것은...

무르익은 분위기 속에서 키스할 타이밍에, 결국엔 여친에게 키스하지 못한 박바람이었지. 분위기상 스킨십을 하는게 맞는 상황인데, 도저히 자기 여친에게 키스를 할 수가 없는 박바람... 여자친구는 박바람이 키스하지 않는 걸 알고, 그리고 자기를 바라보는 눈빛이 매우 복잡한 심정인 걸 읽고, 뒤로 물러났음. 그리고 말했지. "너 사실 마음 속에 다른 사람이 들어있구나."

박바람은 그 말을 부정하지 못함... 그게 사실이니까. 여자친구는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대로 몸을 돌려 가버렸고, 그렇게 박바람의 첫 연애가 끝나버림.

박바람이 아슬아슬한 연애를 하고 있을 즈음에 오구름도 새 여자친구를 사귀었고, 이쪽은 좀 더 부드럽고 말랑말랑한 분위기 속에 연애가 진행되고 있었지. 그랬는데 박바람이 깨졌다는 것임; 박바람 성격이면 당연히 여친한테 엄청 잘 해줄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오구름은 자기가 더 충격을 받음; 당연히 박바람도 충격을 받았을 거라고 생각한 오구름은 박바람을 겁나게 위로(?)해줌ㅋㅋㅋ... 자기가 실연당했을 때 박바람이 저한테 해준 것처럼...

박바람은 충격은 받지 않았고, 그저 상대방에게 미안했을뿐임. 어쨌든 여자친구를 오구름의 대용품으로 여기고 있었으니까... 생각보다 담담한 박바람의 모습에 오구름은 의아했지만... 그저 박바람이 생각보다 회복이 빠르구나 여기고 넘어감...

그리고 오구름은 박바람에게 새로 소개팅을 해보는게 어떻냐고 엄청 들이댔는데, 박바람은 아직 다시 연애를 해 볼 생각이 없다고 다 거절했지. 오구름은 그럼 차근차근 생각해보고, 언제든 연애가 다시 하고 싶거든 꼭 얘기하라고, 좋은 사람 소개시켜 주겠다고 자신만만하게 얘기함ㅋㅋㅋ 박바람은 이제 다시는 연애를 하지 말아야겠다, 자신도 그렇지만 상대방에게 너무 큰 상처를 주는 거 같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말이지ㅋㅋㅋㅋ....

오구름의 이번 연애는 꽤 오래 갔음. 박바람이 보기에도 이번 연애는 흐름이 좋은 편이어서, 오래 가겠구나, 저러다 결혼 얘기까지 나올지도 모르겠다 싶었지... 확실히 오구름도 그런 생각이 있는듯 했음. 가족들한테 여자친구를 소개시키기까지 했으니까... 오구름네 가족들도 나쁘지 않게 여기는 듯 했지...

그러나 아주 사소한 일로 오구름과 여친은 다투게 되었는데, 거기서 시작된 감정의 골이 해결되지 않고 그대로 불협화음이 되더니... 싸우고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고, 또 같은 이유로 싸우고, 재결합... 을 지리멸렬하게 반복하다 결국엔 관계가 아주 끝나버렸음.

완전히 관계를 마무리 지을 때까지도 오구름은 심하게 마음 고생을 했고, 그쪽과는 영영 끝나버린 뒤에도 울적한 마음이 쉬이 가지 않았지... 아무래도 정말 진지하게 여겼던 사이인지라 충격이 더 컸음... 너무 우울해서 견디다 못한 오구름은 이제까지 여친이랑 깨졌다는 얘기를 박바람한테 안 하고 있다가, 기어이 박바람한테 전화해서 여친이랑 깨졌다고, 힘드니까 술 한 잔 같이 하자고 해버림. 박바람은 오구름이 여친이랑 좀 아슬아슬한 상태이긴 해도 그럭저럭 잘 이어가고 있으니 괜찮겠지 하고 있었는데, 결국엔 깨졌다니까... 게다가 오구름 목소리가 너무 우울하니까 걱정이 되어 당장 옷을 챙겨입고 오구름을 만났지.

오구름은 전에 없이 울적한 얼굴로 비틀비틀 걸어 나왔고, 둘은 대충 아무 술집이나 들어가서 술을 신나게 마심... 물론 오구름만. 박바람은 오구름한테 적당히 마시라고, 술이 그렇게 센 것도 아닌데 너무 과하게 마시는 거 아니냐고 여러 번 말렸지만 도대체 몇 번이나 연애에 실패한 건지 싶은 오구름은 괜찮다고 하면서 술을 있는대로 퍼마심... 박바람은 오구름이 너무 걱정되니까 되려 술을 거의 안 마셨고.

한참을 그렇게 술을 퍼마신 오구름은 진탕 취한 채로 얘기를 들어줘서 고맙다고, 이제 집에 가야겠다고 비척비척 일어나는데, 금방이라도 쓰러질 거 같으니 당연히 박바람이 부축을 해주었지. 곧바로 택시를 잡거나 운전기사를 불러 오구름을 집으로 돌려보내려고 했으나 오구름이 찬바람 좀 맞고 싶다고 해서 같이 걷게 된 박바람... 오구름은 박바람한테 의지해서 걸어가며 잔뜩 취한 목소리로 왜 맨날 연애에 실패할까, 대체 뭐가 문제인걸까 신세 한탄을 오지게 함...

박바람은 그저 묵묵히 들어주며 걷다가... 그냥 지나가는 말처럼 "나라면 그 사람들처럼 너를 떠나가지 않을텐데." 라고 멍하니 중얼거림... 자기도 모르게 툭 튀어나온 속마음... 뭐 오구름은 너무 취해서 제대로 들리지도 않을테고, 들었더라고 금방 잊어버릴테니까... 그렇게 오구름이랑 좀 걷던 박바람은 이제 좀 괜찮냐며, 집에 가라고 하면서 택시를 불러다 오구름을 태워서 집에 보냈지.

근데 박바람의 예상과는 달리 오구름은 박바람이 중얼거린 말을 너무 똑똑히 들었고, 그 말을 듣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어버림; 물론 술에 취한 몸을 제대로 가눌 수는 없었지만ㅋㅋㅋ... 스치듯 지나간 그 말을 정확히 캐치한 오구름은 택시를 타고 집으로 오는 길에도, 집사의 부축을 받으며 집에 들어오고 나서도, 씻지도 않고 침대에 널부러지면서도 박바람이 한 말이 대체 무슨 뜻인가 계속 생각함... 박바람 그녀석, 무슨 의도로 그런 말을 중얼거린 거지?? 오구름은 술에 취해 어리어리한 눈으로 천장을 올려다보며 끊임없이 박바람의 말을 되뇌이다가 그대로 잠들었지.

헌데 술 기운에 잊혀질 법한 그 말이 다음날에도 계속 생각이 남... 대체 뭐지, 왜... 왜...? 사실 본인한테 바로 물어보면 뭐라도 대답해 줄 박바람일텐데, 어쩐지 오구름은 그럴 엄두가 나질 않았음. 무슨 대답이 돌아올지 조금... 두려워서. 대신 오구름은 박바람이 그런 말을 중얼거린 의도를 계속 생각하다가... 문득 박바람과 친구로 지낸 지난 1n년을 되돌아 보게 됨. 중학생 때 처음 친구가 된 이래로 늘 함께 붙어있었던, 그야말로 절친... 즐겁거나 슬프거나 언제건 옆에 있었던 친구...

그런데 생각해보면... 늘 박바람은 자기한테 잘해준 것밖에 없는 것임... 박바람이랑 함께 있었던 기억의 모든 장면에서 말이지. 아무리 친한 친구여도 사람이 이정도까지 잘 해주나 싶은... 그때부터 오구름은 갑자기 박바람이 자기한테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신경쓰이기 시작함; 얘가 원래 이렇게까지 나한테 잘 해주는 애였나?? 하고.

한번 신경쓰이기 시작하니 그때부터 박바람의 행동을 의식하게 된 오구름... 근데 정말, 박바람이 자기한테 그냥 잘해주는 게 아니라 진짜 무슨 좋아하는 사람 대하듯이 잘해주는 것임... 왜지? 나한테 이정도까지 잘 해준다고...? 고작해야 친구인데...? 혹시 절친이어서 그런 걸까? 그렇다기엔 박바람이 오래된 다른 친구를 대하는 건 좀 다른 느낌임. 분명 쟤들도 중학생 때부터 친했던 사이인데. 뭔가 다르다고 느낀 오구름은 박바람의 속마음을 헤아리고 싶어서 일부러 틱틱거려도 보고, 귀찮은 일을 벌여서 박바람을 휘말리게도 해봤는데, 그때도 박바람은 너무나 익숙하다는 듯이 그냥 다 받아줌;

물론 1n년지기 친구의 짬밥일 수 있지. 워낙 오랫동안 붙어다니던 친구니까 서로 스타일을 너무 잘 알잖음... 하지만 뭔가 느낌이 달라. 근데 그 느낌이 왜 다른지 정확하게 몰라서 가슴이 답답해진 오구름... 심지어 이 답답함 조차도, 왜 내가 이런걸로 답답해 하고 있지?? 싶은 것임... 결국 견디다 못한 오구름은 박바람에게 물어보기로 했음. 하지만 그냥 물어보면 박바람이 절대 대답을 안 해줄 것 같아서, 조금 진지한 분위기를 잡아보기로 했지.

날도 춥고 하니 놀러가자고 해서 여행 계획을 잡은 오구름ㅋㅋㅋ 박바람은 당연히 오구름이 다른 친구들도 죄다 데리고 여행을 갈 거라고 생각했건만, 의외로 둘이서만 여행을 가자는 것임... 무려 친구사이 1n년 만에 처음으로 둘이서만 여행을 가게 된 것임ㅋㅋㅋ 살다보니 오구름이랑 단둘이서 여행을 가는 날도 오는 구나 싶어, 박바람은 이왕 이렇게 된 거 적당히 분위기를 만끽하고 오자 했지. 그리고 둘은 여행지에서 정말로 즐거운 시간을 보냈음ㅋㅋㅋ 마음이 맞는 사이니까 매우 편안하게 말이지ㅋㅋㅋㅋ

그러다 당일치기 여행 일정이 끝나고 이제 돌아갈 때가 되었을 즈음임. 박바람은 짧은 여행이었지만 오구름과 단둘이 이런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데에 감사하고, 이 기억을 평생 간직해야겠다 하고선 돌아갈 채비를 하고 있는데... 오구름은 그 자리에 멈춰 서서 박바람을 불러 세웠지.

박바람은 오구름을 돌아봤고, 오구름은 잠시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가... 천천히 운을 뗌. "근데 있잖아, 넌 왜 늘 나한테 이렇게 잘 해줘?"

박바람은 오구름의 의도가 뭔지 몰라 고개를 갸웃하며 "친구니까 당연하잖아." 했지. 오구름은 박바람을 빤히 바라보며 "하지만 너, 다른 애들한텐 이정도로 잘 해주지 않잖아." 하는 것임... 박바람은 내가 그랬던가... 하고 되짚어 생각하다, 뭐 그럴 수도 있겠다 싶어서 적당히 수긍하며 "그야 너랑 가장 오래 알고 지낸 사이니까..." 했는데... 오구름이 원한 대답은 이게 아님. 그보다 더, 조금 더 박바람의 속마음을 듣고 싶은 오구름...

오구름은 박바람을 지그시 응시하고, 박바람은 얘가 왜 이러지... 하며 오구름을 마주보는데, 조금씩 마음이 울렁이면서 오구름이 뭘 원하는지 느낌이 오기 시작하는 것임... 박바람은 혼란스러워짐. 이제까지 단 한번도 오구름이 이런 걸 물어본 적도, 원한 적도 없었단 말임. 오히려 전혀 눈치채지 못해서, 박바람은 내심 다행이다 싶었을 정도였단 말임. 오구름에게 고백했다가 차여서 경멸어린 시선을 받느니, 차라리 이대로 영원히 친구로만 남아도 좋다고 생각했는데. 그런데 지금 이 순간, 오구름은 이제껏 박바람이 숨겨 왔던 진심을 내보이라고 요구하는 거잖아...

박바람은 어쩌다 상황이 이렇게 된거지, 대체 뭐라고 대답해야 하는거지, 혼란스러운 머릿속에서 답을 찾으려 애를 썼지만, 도저히 그럴듯한 답이 나오질 않았음... 박바람은 마주한 오구름의 시선을 피해버렸음. "박바람." 오구름이 박바람을 바라보며 이름을 불렀지. 거기에 박바람은 눈을 질끈 감았음...

"바람아. 솔직하게 말해줘. 네 마음이 뭔지 알고 싶어." 오구름의 목소리가 귓가에 닿는데, 어쩐지 가늘게 떨리는 것 같다고 느낀 박바람... 그는 감았던 눈을 떴음. 그리고 천천히 다시 오구름을 마주 봤는데, 오구름은 계속해서 그를 바라보고 있었지.

그 순간까지도 박바람은 고민했음. 이대로 속마음을 터놓아야 하는 걸까? 아니면 늘 그래왔던 대로 아무 것도 아닌 척 덮어야 하는 걸까? 전자를 택하면, 어쩌면 이 자리에서 오구름과 이제껏 쌓아왔던 모든 관계가 무너질 수도 있었지. 그러나 후자를 택하면 어쩌면 이 이후로는 이런 기회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고, 그러면 자신은 평생 후회할 것만 같은 예감이 드는 박바람... 관계의 상실이냐 평생의 후회냐, 선택의 기로에 선 박바람은 차마 대답하지 못하고 머뭇거렸는데, 오구름은 끝끝내 그의 대답을 기다릴 기세였음... 결국 박바람은 입을 열었지.

"나는..." 박바람은 잠시 고개를 숙였다가 천천히 들어 오구름을 마주보았음. "널 좋아해, 구름아." 영롱한 푸른 눈동자가 자신을 지그시 바라보는 그 앞에서, 박바람은 이제껏 숨겨왔던 자신의 진심을 토해냈지. 평생 오구름 앞에서 말할 일이 없을 거라고 여겨온 진심을...

거기에 오구름이 무슨 반응을 할지, 그 짧은 순간에 박바람은 정말 오만 가지 생각을 했음... 오구름은 말도 안된다며 거짓말 하지 말라고 할까, 아니면 "나한테 그런 마음을 품고 있었단 말이야?" 하며 경멸어린 시선을 보낼까, 그것도 아니면 더럽다며 몸을 돌리고 가버릴까...

"그랬구나." 그런데 예상외로 오구름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박바람을 계속 쳐다보는 것임. 박바람은 예상과는 다른 오구름의 반응에 잠시 멍해졌는데.

"... 언제부터?" 오구름이 계속 그를 바라보며 물었지. 박바람은 오히려 이 상황이 혼란스러워, "어..., 그러니까..." 하며 오구름의 물음에 따라 자기가 언제부터 오구름을 좋아했는지 헤아려봤음ㅋㅋㅋ...

"... 그... 중학교 3학년 때부터...?" 박바람이 머뭇거리며 더듬더듬 대답하자, 오구름은 갑자기 말도 안 된다는 듯이 헛웃음을 터뜨림... "뭐? 언제부터?" "중... 중학교 3학년 때부터..."

"대체 몇 년 전이야? 그거." 오구름이 눈썹을 잔뜩 찌푸리며 박바람에게 물었음. 대충 생각해보니 어쨌든 10년은 훌쩍 넘었지. 박바람은 차마 대답하지 못하고 슬그머니 고개를 돌렸음. 장장 10년이 넘도록 옆에 있던 친구가 이런 마음을 품고 있었다는 게, 역시 오구름에겐 불편하겠지...

"와 진짜... 어이가 없다." 오구름이 정말 말도 안된다는 듯이 앞머리를 한번 쓸어넘기고 발을 굴렀음... "어떻게 그럴 수 있어?" 오구름이 박바람에게 따져물었지만, 박바람은 입을 꾹 다물었지. 할 말이 없잖아... "야, 왜 대답을 안 해?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오구름이 대뜸 박바람을 쿡쿡 찌르면서 계속 따지는데, 박바람은 진짜 뭐라고 변명할 말도 생각이 안 나고, 미안해서 죽고 싶은 심정임... "... 미안해." 박바람이 겨우 입을 열어 짧게 사과했지. 그랬더니 오구름이 "허?" 하더니만, "뭐가 미안해? 왜 미안한데? 왜 사과하는 건데?" 하잖아...

"그거야... 우리는 친구 사이니까..." 박바람은 내가 너한테 이런 마음을 갖고 있었다는 거, 너로서는 당연히 불쾌하겠지. 라는 말을 하려고 했는데, 오구름이 말을 가로챘지. "왜 네가 미안해 해? 미안해 할 건 나잖아. 나는 네가 나한테 그런 마음 갖고 있는 줄도 몰랐어. 그런 줄도 모르고 너한테 여자친구는 왜 안 사귀냐고 막 들이댔던 거네?" 오구름은 크게 숨을 들이마셨지.

"대체 왜 말을 안 했어? 나는 그것도 모르고... 아무 것도 몰랐잖아. 너에 대해서 아는 게 하나도 없었던 거잖아." 박바람은 오구름이 이렇게 반응할 줄 몰라서 너무 당황스럽지; "아니..., 그, 네가 알면 불쾌할 거 같아서. 우린 친구고, 그리고 너도 남자고 나도 남자잖아. 그래서..."

"구차하게 변명하지 말라고!" 오구름이 빽 소리쳤고, 박바람은 얼결에 몸을 움찔하며 뒤로 물러섰지. "너는 진짜... 진짜... 어떻게 그래?" 오구름이 이제는 숨을 식식 몰아쉬며 박바람을 노려봄. 박바람은 오구름의 시선을 받아내며 어쩔 줄 몰라 하는데, 오구름이 잠시 이를 악 물고 고개를 푹 숙였다가 번쩍 들고는... "진짜 바보같다, 박바람!" 하고 박바람 발을 꽉 밟는 것임; 아프진 않았지만 갑작스러운 행동에 깜짝 놀란 박바람은 그 자리에서 펄쩍 뛰었지; "아니, 야, 뭔데!" 박바람은 얼결에 오구름을 덥석 잡았음.

그랬더니 오구름이... "대체 얼마나 오랫동안 숨겨온 거야... 나는 진짜 아무 것도 모르고... 너한테 진짜... 못할 짓만 한 거잖아..." 하면서 입술을 꾹 깨무는데, 그게 파르르 떨리는 게 눈에 보일 정도임... 박바람은 아. 싶어서 오구름을 잡았던 손을 놓았지...

"... 미안해, 바람아..." 오구름이 고개를 숙이며 중얼거렸음. "... 아냐. 미안해 할 거 없어..." 박바람은 고개를 가로저었고. "... 나야말로 미안해..." 너에게 이런 마음을 품은 채로 계속 아닌 척 옆에 있어서. 박바람은 뒷말은 차마 잇지 못했지.

사방에 어둠이 내려앉았고, 둘 사이엔 정적이 흘렀음... 둘 중 어느 누구도 섣불리 입을 열지 못했지. 한참 뒤에 박바람이 먼저 입을 열었음. "그..., 이제 그만 가자. 날이 춥잖아." 그 말에 오구름은 고개를 들었지. "... 내 대답은 안 들어?"

아, 아까 했던 고백에 대한 대답을 말하는 건가... 박바람은 잠시 오구름을 쳐다보다가, 고개를 가로저었음. "대답... 안 해줘도 돼. 오늘 내가 했던 말은 그냥 잊어도 되니까." 박바람의 말에 오구름이 눈썹을 치켜세웠지. "뭘 잊어? 어떻게 잊어? 어? 너 진짜 이렇게 답답하게 굴래?" 오구름이 또다시 따지려고 들자, 박바람은 얼른 손을 내저음; "아니, 그, 억지로 대답하지 말라는 뜻이었어. 다른 의미가 아니라."

"그럼 대답 듣고 가." 오구름이 박바람을 붙잡았지. 박바람은 멈칫했음. 너무나도 궁금하지만 두려운 그것... 마치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처럼 말이지. 박바람은 자기도 모르게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오구름이 대체 무슨 말을 할까 긴장한 채 그를 쳐다봤음.

"솔직히 진짜 당황스럽다. 네가 날 그렇게 오랫동안 좋아하고 있었다는 거." 오구름이 한숨을 크게 쉬고 말했지. "진작 말했으면 내가 너한테 그런... 갖가지 민폐를 끼치지 않았을 거야. 좋아하는 사람이 따로 있는데 억지로 소개팅이니 연애를 하라니, 이거 진짜 완전히 민폐잖아."

오구름은 잠시 숨을 골랐음. 그러면서 눈을 잠시 도르륵 굴리는데, 박바람은 오구름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감도 오질 않음... 그저 무슨 대답이 나오든 담담하게 받아들여야겠지 하며 조금은 포기하고 있었는데.

"... 그리고 네가 고백했다면, 나도 널 받아줬을 거야." 흘러가듯 하는 말에 박바람은 정신이 번쩍 들었고, 놀란 눈으로 오구름을 쳐다봤지.

오구름은 여전히 박바람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어. 그리고 또박또박 분명하게 말했지. "다른 사람도 아니고 네가 하는 고백인데 내가 어떻게 거절할 수 있겠어?"

정신이 번쩍 들다 못해 머리를 얻어맞은 듯한 충격에 얼얼한 박바람은 "하지만... 어떻게? 불쾌하지 않아? 남자인 내가 널 좋아한다는데..." 했는데... 오구름은 도리어 당연하단 눈으로 박바람을 흘겨봄. "너잖아. 너니까 받아준다는 거야, 이 바보야."

그제야 박바람은 오구름이 자기를 바라보며 웃고 있는 걸 알았지. "... 정말?" 박바람이 다시 물었고, 오구름은 고개를 끄덕임. "정말로...?" 박바람은 얼떨떨하니 다시 물었어. "그래! 대체 몇 번을 묻는거야, 이 바보가..." 오구름이 화를 냈지. "너라면 괜찮다고!"

아. 그 순간 박바람은 이제까지 걱정했던 모든 것들이 단번에 풀려나가는 것을 느꼈지. 오구름의 곁에서 보냈던 모든 순간들에 했던 수많은 고민과 걱정들이... 정말 봄바람에 눈 녹듯이 사라지는 것을 느끼며, 박바람은 두 팔로 오구름을 와락 끌어안았음. 오구름은 갑자기 박바람에게 안겨서 잠시 놀란듯 했으나, 이내 박바람 품에 몸을 기댔지.

"... 고마워, 구름아." 박바람은 오구름을 힘껏 안아주며 속삭였고. "... 나야말로 고마워, 바람아..." 오구름 또한 박바람를 마주 안아주며 대답했지. 그렇게 둘은 그 자리에서 한참동안 서로를 끌어안은 채 서 있었음. 이제까지 마음을 털어놓지 못한 채 흘려보낸 시간만큼이나 길게 말이지.

둘은 짧은 여행에서 돌아왔고, 한동안은 조금 어색한 시기를 보냈지만...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으니까 이제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다가갈 수 있게 되었지. 그러니까, 친구가 아닌 연인으로서 말이야.

연인으로 박바람을 마주하니까, 오구름은 새삼스레 박바람이 진짜 자기를 정말 좋아해서 오랜 시간 동안 인내하며 곁에 있을 수 있었구나 깨달았고, 그 마음을 알고 나니까 박바람이 너무나 사랑스럽게 느껴졌지 뭐야ㅋㅋㅋ 박바람 역시 아주 오랫동안 염원하던, 상상으로만 해왔던 오구름과의 관계를 실제로 이루게 되었으니까 말이지, 오구름이 얼마나 더 소중하게 느껴지겠어?

그리하여 둘은 정말 다정한 연인이 되었고... 드디어 오구름의 연애는 실패하지 않았다는 거! 당연하지. 누구보다 오랜 시간 동안 자기를 기다려 준 연인이 곁에 있는데 실패할 수 있겠어? 오히려 이게 마지막 연애라면 몰라도 말이야!

 

 

2022.1116 카테고리 및 제목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