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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런: 라일요거/긴 썰

[라일요거] 폭군의 아들

by 솨리 2022. 11. 16.

 

 

폭군이 다스리는 왕국 요구르카... 풍족한 나라이지만, 그건 일부 사람들에게 국한된 이야기이고, 나라의 부는 왕실과 소수의 귀족이 차지하고 있음... 90%에 육박하는 국민들은 지나치게 무거운 세금과 미친듯한 물가에 허덕이며 겨우 삶을 연명하고 있는데, 나머지 10%의 왕족과 귀족은 매일같이 연회를 열고 사치와 허영으로 둘러싸인 향락을 즐기는 나라임.고혈을 빨아먹히다 못해 더는 제대로 된 삶을 이어갈 수 없을 정도로 피폐해진 백성들은 폭발하기 일보 직전이지만, 이를 난폭하고 잔혹한 법으로 다스려 억눌러가는 실정.

폭군인 왕에게는 두 아들이 있었는데, 제 1왕자인 플레인은 굉장히 똑똑하고 유능하며 대단한 수완가이지만, 아버지를 닮아 겉으로는 웃어도 상당히 잔혹한 면이 있는 자. 2왕자 요거트크림은 성정이 나쁘지는 않으나, 워낙 어렸을 때부터 모자람이 없는 부에 파묻혀 지냈기 때문에 백성의 고통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자(마치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잖아? 급의)인 것임.

이런 중에 왕은 오랜 지병으로 갑자기 건강이 악화되어 왕위를 물려줄 생각인데, 두 아들 중에 물론 유능한 쪽은 플레인이지만, 더 사랑하는 쪽은 요거트인거지. 요구르카의 귀족들 역시 요거트 편으로 더 많이 기울어 있는데, 이유인 즉, 원래는 다들 플레인이 왕위를 이을 것이 확실하니 모두 그쪽에 붙었지만, 플레인이 생각보다 너무 똑똑하고 잔혹하다보니... 이자는 왕위에 즉위하면 쓸모없는 귀족들은 죄다 숙청해버릴 위험이 있는 것이었음...반면에 요거트크림은 귀한 곳에서만 나고 자라서 놀고 먹는 것만 알고 정치에는 전혀 관심이 없으니, 얘를 왕으로 추대해 놓고 자기들이 쥐락펴락할 심산으로 밀어주는 거지.

플레인은 당연히 귀족들의 이런 속셈을 파악했고, 아버지가 후계자를 지명하기 전에 요거트를 죽여버리기 위해 암살자를 고용했음. 그게 라일락인데...

라일락은 암살자라는 명목으로 들어와서 요거트크림의 호위 무사로 위장하고 있지만, 사실 요구르카의 반란 세력에 몸을 담고 있었고, 목적은 요거트를 죽이는 것뿐만 아니라 플레인까지 죽이는 것임. 먼저 만만해 보이는 요거트를 죽인 뒤에, 방심하는 플레인까지 죽이는 것이 진짜 목표인것.

플레인에게 의뢰를 받기 위해 그를 접선했을 때, 라일락은 그에게서 끝도 없는 탐욕을 보았지. 권력을 잡기 위해서라면 동생을 죽이는 짓도 서슴지 않는, 그야말로 탐욕의 화신. 라일락은 플레인의 첫인상을 말미암아, 요거트크림의 모습도 상상해 보았는데... 그와 크게 다르지 않았음.

그리고 요거트크림과의 첫만남에서 라일락은 좀 당황하고 말았는데, 플레인이랑은 이미지가 너무 달라서... 혼란스러울 정도로 닮지 않은 형제... 사람 좋은 얼굴로 웃으며 자신을 맞이하는 요거트를 바라보며 시작부터 그닥 좋지 않은 예감을 느끼는 라일락...

첫인상은 무척 당혹스러웠지만 라일락은 본인이 맡은 임무가 있으니 마음을 다잡고 주어진 일을 수행하겠지. 겉으로는 요거트크림의 호위 무사인 척 행동하면서, 뒤로는 왕실의 기밀을 반란 세력에 퍼다 나르고, 동시에 두 왕자를 죽일 기회를 노리는... 그러나 생각보다 그런 기회를 잡는게 쉽지 않아서 일은 점점 뒤로 밀려감.

그러는 사이에 요거트크림은 늘 하던대로 흥청망청 놀고 먹고 지내는데, 라일락은 역시 백성들의 고혈을 빨아먹고 사는 기생충다운 모습이군 싶으면서도 어딘가 위화감을 느낌... 요거트가 제 주변 사람들에게는 무엇이든 아끼지 않고 후하게 베푸는 것이었음.

플레인은 요거트와 달리 겉으로는 늘 웃는 모습이지만 뒤로는 엄격하고 잔인해서 주변 사람들은 늘 그에게 공포심을 갖고 있었고, 그 앞에서는 찍소리도 못하고 벌벌 기었단 말이지. 암살에 능한 라일락도 보통 기가 센 인물이 아닌데, 플레인을 처음 만났을 때 이자는 정말 듣던대로 잔혹한 인물이구나를 바로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그러나 요거트는 플레인과는 너무 달랐던 것임... 물론 무엇이든 가장 귀한 것, 좋은 것, 비싼 것만 탐하는 욕심은 플레인과 똑같음. 그리고 무한하다고 믿는, 사실은 백성들을 쥐어 짜서 걷은 세금으로 누리는 부를 흥청망청 탕진하는 것도 정말 쓰레기 같은 행동이지. 허나 단 한 가지, 플레인과 확연하게 다른 점은, 그 주변에 있는 사람은 누구든지 간에 무척 후하게 베풀고 잘 대해 준다는 점이었음... 심지어 라일락한테도 잘해줌... 가끔 얼토당토 않은 이상한 명령을 내리는 것만 빼면 정말 호위 무사에게 이정도까지 대접해주나 싶을 정도로 잘 해줌.

이러니 라일락은 조금씩 혼란스러워지는데... 당연히 두 왕자 모두 폭군의 아들이니 응당 처단해야할 놈들이라고 생각했건만, 실제로 겪은 요거트크림은 예상외로 꽤 괜찮은 녀석이었단 말임. 그래서 라일락은 혹시나 싶어 요거트에게 요구르카의 일반 백성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알고 있느냐 슬쩍 떠보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요거트는 요구르카의 서민과 하층민이 어떤 생활을 하는지 전혀 모르고 있음... 저잣거리에 뻔질나게 나가는 왕자이지만, 그 외에 다른 곳을 가본 적이 전혀 없기 때문에 일반 백성들의 모습을 단 한번도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거. 요거트는 요구르카는 풍족한 나라이고, 그렇기 때문에 모두가 잘 살고 있다고 굳게 믿고 있는 것이었음... 이래서 걱정 없이 돈을 펑펑 써대고 흥청망청 지낼 수 있는 거였구나. 라일락은 우물 안 개구리와 마찬가지인 요거트의 좁은 세계관에 충격을 받았지.

요거트의 첫인상부터 시작해서 성격이나 관념까지 모든게 충격의 연속인 라일락... 이런 중에 요거트가 라일락은 자기 호위 무사랍시고 챙기기는 무지하게 챙겨주다보니까, 라일락은 혼란에 혼란이 더해져 더는 갈피를 잡기가 어렵게 됨... 급기야는 자기가 어느새 요거트크림의 존재를 마음 한 구석에 품고 있음을 알아챈 라일락... 당연히 저 스스로도 납득이 안 되고, 있어서도 안 될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럼에도 마음이라는 게 쉬이 제어가 되지 않는 법이니...

게다가 플레인은 왜 동생의 암살을 실행하지 않느냐고 은근히 압박을 가하는 중이고, 반란 세력의 동지들 역시 왜 아직도 두 왕자를 죽이지 않느냐고 추궁하는 중이어서, 라일락은 하루하루가 고통스러울 정도로 답답함의 연속이었음. 차라리 이 일을 맡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후회가 들 정도로.

그러던 차에 한 사건이 생기고 마는데... 여느때처럼 요거트는 몇몇 시종을 데리고 저잣거리에 나갔다가, 우연찮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 요구르카 군대와 시비가 붙은 걸 발견했음. 그들은 가난한 백성들로 세금이 너무 많아서 더는 못 견디겠다, 이대로 우리를 다 말려 죽일셈이냐 하며 당장 왕실로 밀고 갈 기세였고, 요구르카의 군대는 그들을 막아서는 중이었음. 저잣거리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 처음 마주한 요거트는 크게 놀랐지. 늘 저잣거리 대로에서만 돌아다니는 요거트는 당연히 여기서 보이는 모습이 요구르카의 전부라고 생각했고, 다들 잘 먹고 잘 사는 줄만 알았음.

그런데 저렇게 못 먹고 바짝 마른데다가 추레하기까지 한 사람들이 있었다니? 요거트는 점점 거세어지는 백성들의 반항과 슬슬 난폭함을 더해가는 군대의 모습을 넋이 빠진 채로 보고 있다가... 본격적으로 군대의 진압이 시작되니 얼결에 혼란스러운 인파에 뒤섞이고 말았는데, 그 사이에 누군가가 요거트에게 다가와 시커먼 두건을 뒤집어 씌우고 어딘가로 끌고가버림; 그건 정말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고, 바로 곁에 있던 라일락도 요거트가 사라진 걸 눈치채는 데 시간이 좀 걸렸단 말이지.

요거트는 뒤집어 씌워진 두건 안으로 내내 비명을 지르며 끌려가지 않으려고 애썼으나, 저를 잡아끄는 우악스러운 힘을 이기지 못하고 어디론가 끌려왔고... 누군가의 손길이 거칠게 두건을 벗겨내니, 보이는 풍경은 저잣거리 대로와는 너무나도 다른... 그야말로 가난해 빠진 거리 한 가운데였음.

사방이 금방이라도 쓰러질듯한 낡은 집으로 둘러싸인 거리... 거리에 거니는 사람들은 다 비쩍 마르고 피곤에 지친 눈으로 구부정하게 걷고 있는데, 입고 있는 옷도 더럽고 낡아서 손도 대고 싶지 않을 정도의 지저분한 천쪼가리들인... 거리에서 뛰노는 아이들에게서조차 가난의 그늘이 보일 정도로 너무나도 척박하고 피폐한 풍경이었음...

요거트는 처음에 이곳이 요구르카가 아닌줄만 알았음. 자기를 납치해서 끌고 온 사람이 아예 다른 도시로 왔다고 말이지. 그러나 낡은 건물 너머로 보이는 요구르카의 성이... 이곳 역시 요구르카임을 보여주고 있었음. 요거트는 너무나도 큰 충격을 받았지.

요거트를 이곳으로 끌고온 자는 무릎 꿇은 요거트의 머리를 끌어올리며 외쳤지. "자 보아라, 네놈들이 착취한 요구르카의 모습을. 고스란히 말라 죽어가는 백성들을!" 요거트는 그자가 머리채를 붙잡고 흔드는 대로 휘청이는데, 시선은 충격적인 거리의 풍경에 고정한 채임...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던 광경이라 차마 시선을 돌릴 수 조차 없었던 거지.

그러는 사이에 거리의 사람들은 하나 둘 요거트 앞으로 모여들었고, 다들 요거트가 왕실 내지는 귀족 신분인 것을 알아챘음. 모여든 사람들은 요거트를 경멸의 눈으로 내려다보며 수군수군 대다가... 누군가가 "우리를 착취하는 이 나쁜 자식을 가만 두면 안됩니다!!" 하고 외쳤고, 거기에 사람들은 술렁대며 동조하기 시작해서... 금세 당장이라도 요거트를 때려 죽일 기세로 사나운 눈길을 보내는 것임. 요거트는 파리하게 질린 얼굴로 그들을 올려다보며 숨이 멎을 듯 했는데... 거기에 라일락이 요거트를 구하러 나타났음.

라일락은 재빠르게 모여든 인파를 헤치고 요거트를 낚아채어 빠르게 그 거리를 탈출했는데... 요거트를 끌고 간 자가 반란 세력의 동지 중 하나인 걸 알고 있음에도 요거트를 구할 수 밖에 없었음... 여기서 요거트가 다치거나 죽게 되면, 분명 폭군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게 분명했으니까. 거리 전체에 피바람이 부느니 잠시간이라도 자기가 배신자의 누명을 쓰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한 라일락은 요거트를 구해낸 것이었음.

그대로 요거트를 데리고 왕궁에 도착한 라일락... 요거트의 상태를 살피니, 그는 아직도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바들바들 떨고 있음... 당연히 시종들이 와서 겁에 질린 왕자를 돌보았지. 하지만 갑작스러운 납치를 비롯해서 제가 보았던 거리의 모습과 거리 한 가운데에서 당한 모욕으로 인해 충격을 받은 요거트는 쉽게 진정하지 못했음. 당연히 며칠동안 밤새도록 악몽과 고열에 시달렸지...

며칠 동안 꽤 고생한 뒤에야 조금 안정을 되찾은 요거트... 그러나 그 일을 겪은 뒤로 다소 침울해 졌음... 라일락은 당연히 요거트가 겪은 일이 충격적이니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지만, 요거트는 사실 다른 고민이 생긴 것이었음...

자기가 이제껏 봐 왔고, 알고 있다고 생각한 요구르카의 모습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 지금 누리고 있는 이 생활은 모두 누군가를 착취하고 쥐어짜가며 얻어낸 부라는 것을... 그 생각이 들자 요거트는 더는 이 생활을 전처럼 즐겁게 누릴 수가 없는 것임... 밥 한 끼를 먹을 때도, 귀한 보물을 들여왔을 때도 자꾸만 그때 그 거리의 모습이 떠오르고, 저를 노려보던 사람들의 목소리가 귓가에 왱왱대며 들리는데...

요거트는 한참 동안 고민의 고민을 거듭하다가, 도저히 견딜 수 없어 저잣거리로 외출하는 날에 다시 그곳을 찾아가 보기로 했음. 그때 봤던 거리의 광경이 크나큰 착각이길 바라면서...

그러나 그 거리에는 더 충격적인 일이 요거트를 기다리고 있었지. 요거트가 치료를 받는 중에 시종 중 하나가 폭군에게 요거트가 겪은 일을 고해 바친 것임... 왕은 당연히 분노했고, 제 아들을 납치했던 놈과 모욕을 준 놈들을 죄다 잡아들이라고 명령했지.

요거트가 그 거리에 다시 왔을 때, 그는 요구르카 군대가 난폭하게 사람들을 잡아들이는 광경을 목도함... 어른이고 어린아이고, 여성이고 노인이고 가리지 않고 우선 막무가내로 사람들을 연행하는 모습을... 일전에 봤던 것보다 더 끔찍한 광경에 요거트는 할 말을 잃었고, 라일락은 이런 일을 막으려고 했던 것인데 그마저도 실패했으니 이를 부드득 갈았지.

요거트는 숨도 쉬지 않고 군대가 사람을 패 가며 잡아들이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가, 겨우 숨이 트여 크게 들이마시고는 명령을 수행하는 대장에게 성큼성큼 걸어갔지. 당장 이런 짓을 그만 두라고... 그러나 대장은 왕명이니 거스를 수 없다고 함.

요거트는 내가 왕자인데 왜 내 명을 따르지 않느냐고 화를 냈으나, 대장은 왕자님의 명보다 전하의 명이 우선이니 따를 수 없다고 했지. 요거트는 분함을 이기지 못하고 주먹을 꾹 쥔채 부르르 떨었으나... 아버지의 명이라니 더는 할 수 있는게 없었음... 그대로 왕궁으로 돌아온 요거트크림...

왕궁에 돌아온 요거트는 자기 침실에 틀어박혀서 사흘을 내리 식음을 전폐함... 시종들이 뭐라도 드셔야 한다고 계속 설득했지만 요거트는 물 한 모금 마시는 것도 괴로울 지경이었음... 어떻게 이런 끔찍한 일이 요구르카 내에서 버젓이 일어나고 있단 말인가... 무얼 해도 마음이 너무 괴롭고 머리가 아파서, 요거트는 병이 나기 일보 직전이었으나...

사흘째 되는 날 밤에, 요거트는 라일락을 불렀지. 너는 요구르카가 이런 꼴인 걸 알고 있었느냐고. 라일락은 입을 굳게 다문 채 침묵했으나, 요거트는 그 침묵의 무게를 단번에 파악했음. 눈을 질끈 감았다 뜬 요거트는 라일락에게 명령했지. "당장 네가 알고 있는 요구르카의 모든 것을 고하라" 고. 라일락은 말하고 싶지 않았으나 제가 모시는 주인의 명이니, 결국 자기가 나고 자란 요구르카... 그러니까 요거트가 누려온 요구르카의 생활과는 정 반대인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며 실상을 모조리 말했음.

라일락의 이야기를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들은 요거트는 침묵하고 있다가... 입을 열어 딱 한 마디를 전했지. "미안하다." 고... 거기에 라일락은 놀라서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고 요거트를 올려다봄... 요거트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참담한 심정이 그대로 드러나는 얼굴로, 자기는 이제껏 요구르카에 이런 짙은 그늘이 드리우고 있는줄 전혀 몰랐다고, 내가 누리는 모든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고 모두가 그럴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하며 눈물을 줄줄 흘리는데... 거기에 라일락 역시 할 말을 잃었지. 그는 그저 요거트크림이 울면서 하는 말을 들어줄 수밖에 없었음...

이 일이 있은 뒤로 요거트는 사치를 즐기던 생활을 조금 바꾸기로 마음 먹었음. 이 모든게 다 백성들의 피눈물로 이루어진 세금으로 즐기는 것이라는게 양심의 가책이 너무 심해서. 대신 사비를 조금씩 털어서 자선 사업을 하려고 했는데... 당연히 아버지는 물론이고 왕실의 어느 누구도 그의 생각을 이해하지 못함... 외려 그럴 시간이 있으면 지금 가진 부를 더욱 불릴 방법을 생각해 보라는 비아냥이나 들었지.

몇 번인가 주변 사람들을 설득해 보려고 했던 요거트는 그냥 포기하고, 대신 몰래 사람을 보내어 가난한 거리에 돈을 댔음. 그러나 문제는 그런 거리가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는 것이... 요거트 혼자서 감당하기에는 너무 많은 곳이 가난에 찌들어 있었고, 수습하기 어려울 정도로 빈곤이 스며든 것이었음... 이러니 하루하루 답답한 나날을 보내게 되었는데...

한편 플레인은 왜 아직도 라일락이 요거트를 죽이지 않고 있는지 슬슬 짜증이 날 참임. 게다가 요즘 요거트가 하는 꼴을 보아하니 쓸데없이 돈을 낭비하고 있는 모양새가 아니겠음? 그러니 다른 암살자를 고용해서라도 요거트를 죽여야겠다고 생각한 플레인...

라일락이 미적거리는 데에 화가 난 건 플레인뿐만 아니라 반란 세력의 동지들도 마찬가지임. 일전의 2왕자 납치 소동으로 인해 일어난 대규모 체포와 고문으로 백성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음. 이제는 너나 할 것 없이 반란을 일으켜 왕실을 무너뜨리자는데 동조하고 있었지. 반란 세력은 더는 라일락이 작전을 수행하는 것을 기다리는 데엔 무리가 있다고 판단해서, 시위를 시작으로 대규모 반란을 일으키기 위한 계획을 세웠음. 백성들의 분노가 원동력이 되어 작전은 빠르게 수립되었고, 이제 거사를 일으키기만 하면 되는 수순까지 왔지.

라일락의 동료이자 반란 세력의 중심축 중 하나인 전갈은 플레인으로부터 들어온 의뢰를 받았음. 제 2왕자 요거트크림의 암살. 이자는 아직도 같은 수를 써서 권력을 탐하려 하는 구나. 전갈은 그렇게 생각하고 역시 라일락처럼 암살자로 위장하여 왕궁에 들어간 뒤에, 라일락과 접선했지.

전갈은 라일락을 추궁했음. 도대체 무엇 때문에 작전을 수행하지 않고 계속 미적거린 거냐고. 우리 중에 단연 실력자인 너를 믿고 기다린 우리가 뭐가 되느냐고 말이지. 라일락은 전갈이 매섭게 몰아붙이며 추궁하는 말에 대답하지 않고 있다가, 자기가 여기서 보고 듣고 겪은 일에 대해 천천히 이야기했지. 전갈은 라일락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가 이미 제 2왕자인 요거트크림을 마음에 두고 있음을 알았고, 예상외로 요거트크림이 그리 나쁘지 않은 놈이라는 것도 알았으나... 반란을 일으키며 폭군의 아들을 살려두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소리였지.

전갈은 그 역시 죽여야만 한다고 강경하게 밀어붙였지만, 라일락은 끝내 그녀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았고... 오히려 전갈에게 반란이 일어나게 되어 왕실 사람들을 모조리 죽이더라도 어떻게든 요거트크림만은 목숨을 살려줄 방도가 있지 않겠느냐 물었지... 오랜 친구가 하는 말에 전갈은 매우 심란해졌음.

결국 전갈은 친구로서 마지막으로 허용할 수 있는 방책을 제시함... 그러나 이를 실패했을 경우에 네가 그 왕자에게 들을 원망과, 더 나아가 네 목숨을 잃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 닥치게 될 것에 자신은 책임을 지지 않겠다고 했지. 라일락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며 전갈에게 깊은 감사를 전했음.

한편 요거트는 나름대로 빈곤한 이들을 구제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거리의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고, 오히려 아버지와 형에게서는 쓸데없는 짓은 그만 두라는 구박만 들었고, 귀족들에게서는 비웃음을 당할 뿐이었음. 주변 사람들이 동조하지 않으니 심적으로 매우 지친 상태가 된 요거트...

어느 누구도 그를 도와주지 않으니 이젠 의지할 곳도 없이 지나친 외로움을 느끼고 있는 요거트에게, 라일락이 다가옴. 라일락은 누가 뭐래도 자기는 그를 믿으며, 그가 나아가는 길이 결코 틀리지 않았다고 지지한다고 했지. 거기에 깊은 위안을 얻은 요거트는 가뜩이나 신뢰하고 있던 그에게 온전히 의지할 수 있게 되었고, 그를 말미암아 계속해서 자선 사업을 하는데 힘쓰겠다고 다짐했단 말이지.

요거트가 완전히 자신을 믿게 되었다는 확신이 든 라일락은, 어느날 밤을 골라 요거트에게 마음을 고백했음. 오래 전부터 그를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다고... 요거트는 라일락의 고백에 깜짝 놀랐으나, 이내 수줍게 웃어버리고는 자신 또한 그와 같은 마음이라고 말했지. 라일락은 내심 그 말이 무척 기쁘고 행복했지만, 더 해야만 하는 이야기가 있었음. 요구르카를 완전히 뒤집을 이 반란, 아니, 혁명에 관한 모든 것을...

라일락이 하는 모든 이야기를 듣고 요거트는 너무나도 놀랐지만, 그 중에 가장 충격을 받은 것은 형인 플레인이 자신을 죽이기 위해 암살자를 둘이나 고용했다는 점과, 라일락이 사실은 형의 의뢰와 반란 세력의 목적을 동시에 이루기 위해 정체를 숨기고 들어온 암살자라는 점이었음...

요거트는 그 사실에 몸서리치며 겁에 질렸으나... 자신을 바라보며 진실을 털어놓는 라일락의 눈빛만큼은 한 치의 거짓도 없음을 알았기에, 라일락이 "그럼에도 나는 끝까지 너를 지킬 것이다." 라는 말을 믿기로 했음. 그리고 라일락이 제시한 작전대로 움직이기로 했지.

플레인은 암살자를 둘이나 고용했는데도 여전히 요거트크림이 살아있는 이유를 알 수 없었음. 아무래도 이 두 놈들 모두 배신자라는 게 확실했지. 그러나 하나는 호위 무사 신분으로 버젓이 활동하고 있고, 다른 하나는 어디서 무얼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으니... 이럴 바에야 어떻게든 요거트에게 누명을 씌워 직접 그를 죽이기로 한 플레인...

그러던 중 플레인은 요구르카 백성들 사이에서 심상찮은 움직임이 있음을 감지했고, 그 이면에 반란 세력이 있다는 것도 파악했는데, 그들의 자금줄이 다름아닌 요거트의 자선 사업이라는 점을 캐냈음. 물론 요거트는 이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을 것임. 멍청한 동생은 그저 좋은 일을 한다고만 생각하겠지. 하지만 그 돈은 지하로 흘러들어 반란 세력을 키우는 자금줄이 되어 있었던 것임.

플레인은 이를 핑계로 요거트가 반란을 꾸미고 있다고 아버지께 고해 바쳤음. 자기가 가장 사랑하는 아들이 뒤로는 반란을 꾸미고 있었다는 사실에 분노한 왕은 플레인을 시켜 당장 요거트를 끌고오라고, 반항을 하거든 죽이라고까지 명령을 내렸지.

우연찮게 이 소식을 접한 요거트의 시종 하나가 급히 요거트와 라일락을 찾아왔음. 라일락은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던(언젠가는 플레인이 직접 요거트를 죽이기 위해 나설 것이라는 점) 일이었으나, 요거트는 형은 물론이고 아버지까지 자기를 죽이라는 명령을 내릴 줄은 상상도 하지 못해 큰 충격과 동시에 깊은 상처를 받았는데...

라일락이 충격과 공포로 제정신이 아닌 상태의 요거트를 붙잡고 마음 단단히 먹으라고 말하는 순간, 왕궁 전체에 경보가 울림. 성 밖에서 분노한 백성들이 몰려오고 있다는 경보였음. 반란이 시작된 거였지. 가뜩이나 어지럽고 혼란스러운 통에 더욱 큰 일이 닥치자 갈피를 잡지 못하게 된 요거트... 라일락 역시 여러 가지 일이 한번에 닥치자 매우 당황스러웠으나, 이 거사를 성공시키면서 동시에 요거트를 구하려면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했기에 마음을 굳게 다잡았지.

한편 왕궁 호위 무사들을 데리고 아버지의 명대로 요거트를 끌고 가기 위해 별궁으로 향하던 플레인 역시 성 밖에서 반란이 일어났다는 경보를 들었고, 이렇게 된 이상 요거트의 죄가 확실하니 그 자리에서 죽여버릴 핑계가 생겼다고 속으로 쾌재를 불렀지.

제 앞을 막아서는 요거트의 시종들을 난폭하게 밀치고 헤쳐가며 요거트의 침실에 당도한 플레인은 호위 무사들을 시켜 닫힌 문을 부수고 안으로 들어갔는데... 거기에서 깜짝 놀랄만한 장면을 마주함. 바로 요거트가 입에서 피를 토하며 라일락의 품에 안긴채 죽어가는 모습이었음.

요거트는 크게 기침하며 플레인이 보는 앞에서 핏덩이를 토해냈고, 고통스러운 얼굴로 라일락을 붙잡은 채로 쓰러지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는데... "라, 일락... 어째서 네가..." 하며 말을 채 잇지 못하고 그대로 쓰러져 눈을 감았음... 라일락은 비정한 눈으로 그를 내려다보고 있다가, 요거트가 제 팔 안에서 완전히 눈을 감고 숨을 거두자 플레인을 돌아봤지. 늦었지만 이제야 임무를 완수했다고. 플레인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 잠시 어안이 벙벙했다가, 이내 비틀린 미소를 지어 올리며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음.

이제까지 그리 미적대더니 드디어 일을 제대로 수행한 거냐고 만족스럽게 웃은 플레인은... 데리고 온 호위 무사들에게 라일락을 죽이라고 명령함. 일을 처리했으니 더 이상 암살자 따위에게 볼일은 없으니까. 라일락은 이를 예상했다는 듯 바로 호위 무사들과 대치했지.

플레인이 데려온 호위 무사들 역시 만만찮은 실력자들이었기에 라일락에게는 다소 버거운 상대인 듯 했음. 라일락은 그들의 공격을 피해 계속 물러나기만 했으니까. 뒤로 밀리다 못해 이제는 창문까지 떠밀린 라일락은 차크람을 굳게 쥐었음. 저 멀리에서 성난 군중이 왕실 군대와 싸우는 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오고... 플레인이 "어서 죽여버려라!" 하고 외치는 순간, 라일락은 정확히 플레인의 목을 향해 차크람을 던졌지.

대치하고 있는 호위 무사들을 노린 것이 아닌, 플레인을 저격한 차크람은 순식간에 그의 목을 베었음. 너무 빠른 순간에 일어난 공격이라 라일락을 위협하던 호위 무사들조차도 그들의 주인이 목이 베였다는 사실을 인지하는데 한참 걸릴 정도였음. 플레인은 컥 소리를 내며 깊은 상처가 난 목을 틀어잡았으나,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급소를 베인 탓에 미친듯이 쏟아지는 피를 막을 수는 없었지. 플레인은 소리가 나오지 않는 입으로 배신자라는 말을 채 완성하지 못하고 그대로 바닥에 쓰러져 숨을 거두었음. 제 주인의 몸이 쿵 소리를 내며 쓰러지고 난 뒤에야 호위 무사들은 플레인이 공격당한 걸 알았고, 그 찰나에 라일락은 그들마저 베어버렸지.

아름다운 침실은 피투성이로 엉망이 되었음. 호위 무사들마저 쓰러뜨린 라일락은 급히 죽은 요거트에게 다가갔지. 그리고 그의 몸을 품에 안아올리고, 붉은 피로 물든 가슴팍에 귀를 댔음... 귓가에 아주 미약하게 심장이 뛰는 소리가 들려왔지. 라일락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깊게 내쉬고, 늘어진 요거트의 몸을 제대로 안아올렸음... 전갈이 제조한 독약의 효과는 늘 탁월했으나, 사람을 죽이는 게 아니라 빈사 상태로 만드는 약이라니 너무나도 위험천만한 도박이 아닐 수가 없었지... 게다가 혹시라도 부작용으로 요거트가 진짜 죽어버리면 어쩌나 싶어 걱정했는데, 다행히 약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한 것이었음. 라일락은 요거트를 안은 채로 빠르게 침실에서 빠져나와 어둠 속에 몸을 숨겼음...

한편 요거트의 시종 중 하나가 침실에서 일어난 대참사- 호위 무사가 왕자님을 죽이고, 곧이어 찾아온 제 1왕자와 그의 호위 무사마저 모조리 죽여버리는 꼴을 모두 봐버리고, 새하얗게 질린 채로 왕에게 미친듯이 뛰어가 자기가 본 것을 모두 고했음... 왕자님의 호위 무사가 사실은 반란 세력에서 숨어든 스파이였고, 그가 왕자님들을 모두 죽여버렸다고 말이야.

졸지에 두 아들을 한번에 잃어버린 폭군은 커다란 충격을 받아 그 자리에서 무너졌고, 반란 세력을 진압할 의지를 완전히 잃어버림... 왕명이 없으니 군대는 반란 세력을 진압할 명분을 찾지 못해 곧 항복 선언을 했음. 그대로 밀고 들어온 군중들이 왕궁 한가운데에서 왕을 찾아냈을 때, 폭군은 미쳐버린 채 하늘을 쳐다보며 공허한 웃음을 짓고 있었지...

날이 밝았을 때, 요구르카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 되었음. 왕실이 무너지자 그에 기생하고 있던 귀족들은 저 혼자 살겠다고 뿔뿔히 흩어져 어디론가 도망가버렸고, 엉망진창인 왕궁에는 배고프고 굶주리고 여전히 분노가 가시지 않은 백성들로 가득했음. 그들은 미쳐버린 폭군을 패 죽이고 싶었으나 당장은 배가 너무 고파 아무 것도 할 수 없었기에, 우선은 왕궁 창고를 털어 주린 배를 채우기로 했지. 왕궁 창고는 예상했던 대로 썩어 넘칠만큼 많은 식량과 헤아릴 수 없는 금은보화로 가득했음. 그들은 서로 도와 식량을 꺼내 음식을 지어 먹고 나서야 그들이 쟁취한 승리를 만끽할 수 있었지.

요거트를 데리고 도망친 라일락은 뒷골목의 반란 세력 근거지에서 전갈을 만났음. 전갈은 기어이 요거트크림을 빼돌려 데리고 온 라일락을 보며 혀를 찼지. 위험한 방법이라고 경고했는데도 정말 저지를 줄이야. 그리고 이 왕자도, 어쩌면 그들이 제시한 약이 진짜 독약일 가능성이 매우 높은데도 라일락에 대한 믿음 하나만으로 냅다 마셔버릴 줄이야... 하지만 이미 저지른 일이고, 어쨌든 친구로서 마지막까지 그를 돕겠다고는 했으니... 전갈은 해독제를 내밀었고, 라일락은 그것을 요거트에게 먹였지. 해독제 덕분에 차근차근 원래 맥박을 되찾은 요거트는 반나절 뒤에 정신을 차렸음.

정신을 차린 요거트에게 라일락은 간밤에 있었던 일을 차분히 설명해 주었음... 요거트는 형은 죽고 아버지는 미쳐버렸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가슴이 매우 쓰라리고 아파옴을 느꼈으나... 요구르카 전체의 백성들이 그간 감당해 온 고통의 무게를 생각하면 그에 비할 수가 없는 것임...

그래서 요거트는 조용히 눈을 감고 흐느낌 없이 눈물만 흘렸음... 라일락은 그를 바라보며 가만히 손을 잡아주기만 했고. 한참 뒤에 눈물을 그친 요거트는, 앞으로 당분간은 여기에서 지내며 백성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더 알고 싶다고 했고, 나아가 요구르카를 떠나 바깥 세상을 돌아보고 싶다고 했음.

거기에 라일락도 전갈도 조금 놀랐지. 마냥 귀하게만 자란 왕자님이고, 반란으로 하루아침에 가족도 지위도 재산도 모두 잃은 상황 아니겠음... 복수하겠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은데, 오히려 요구르카를 떠나겠다고 하다니... 라일락이 정말 괜찮겠느냐, 나를 원망하지는 않느냐 물었는데 요거트는 그에 대해 희미한 미소만 지을뿐이었음. 라일락은 그 미소의 의미를 어렴풋이 알아채고, 그와 함께 요구르카를 떠나겠다고 했지.

당분간 뒷골목에서 머물 것이었기에 요거트는 머리를 잘랐음. 왕가의 상징인 연보랏빛 머리가 너무 눈에 띄었기 때문에 터번으로 가려서 숨기려면 길이가 짧아야 했으니까... 라일락이 직접 머리를 잘라줄 때에도 요거트는 매우 담담하게 받아들였고, 터번으로 알맞게 머리카락을 숨겼을 땐 어색하다며 웃음을 지었지. 라일락은 그마저도 잘 어울린다고 말해주었지만.

그렇게 한달여간 뒷골목과 서민 거리에서 정체를 숨긴 채 생활하던 요거트는 차근차근 여행을 떠날 준비를 했음. 그리고 여행 준비가 끝났을 때, 라일락과 함께 요구르카를 떠났지.

오랜 시간동안 둘은 요구르카를 떠나 아주 많은 나라와 도시들을 돌아다녔음. 그동안 요거트는 그 많은 나라와 도시의 모습을 눈에 담고, 자신이 알지 못했던 세상의 지식을 배워나갔음. 라일락과 함께 말이지. 그리고 먼길을 돌아 다시 요구르카로 돌아왔을 때는, 짧게 잘랐던 머리가 다시 길게 늘어질 때 즈음이었음.

오랜만에 돌아온 요구르카는 다행히 풍족한 도시인 모습 그대로였는데, 아직도 정치적으로 다소 혼란스러운 모습이었음. 왕실이 무너진 뒤로 백성들은 공화정을 택했으나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가는 탓에 몹시 삐그덕대는 형태였던 것이었지. 정치적인 불안은 곧 경제적인 위기와도 맞닿아 있기에 다들 공화정이 무너지지 않게 안간힘을 쓰고는 있지만... 역시 역부족이었던지라 새로운 지도자 혹은 조언을 해 줄 사람이 필요한 상황이었음.

요구르카의 이런 정세를 파악한 요거트는 염치를 무릅쓰고 공화정의 수장들을 찾아감. 그들은 바로 요거트의 정체를 알아챘으나, 요거트 스스로 정체를 밝히지 않았기에 침묵했지. 요거트는 그들에게 자신은 요구르카를 차지할 생각은 단 한 톨도 없다고 밝히고, 대신 삐걱대는 제도를 손 보는 것은 조금 도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청했음. 공화정에서는 왕실 후손인 요거트가 정치에 관여하는 것을 탐탁치 않게 여겼으나, 달리 조언을 구할 인물도 없었기에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지.

요거트는 여행을 하는 동안 쌓아온 견문을 토대로 허술한 제도를 정비하고 공화정의 기틀을 다시 닦아주었음. 여섯 달 정도의 짧은 기간이었으나 요거트가 손을 대고 난 뒤의 요구르카는 훨씬 안정적인 모습이 되었지. 우려하던 것과는 달리 상당히 훌륭하게 공화정의 일을 도운 요거트에게 모두가 계속 남아서 일을 도와달라고 청했으나, 요거트는 제안을 거절했음. 백성들이 기껏 혁명을 통해 뒤집어서 바로 세운 요구르카인데, 왕실 후손인 자기가 돌아와서 권력을 잡으면 의미가 없지 않느냐고.

그러면서 그는 연인과 함께하는 여행이 훨씬 마음이 편하고 즐거우니 이대로 또 떠나갔다 언젠가 다시 돌아오겠다고 했지. 마지막으로 거리의 고아들을 위한 자선 사업 계획까지 세운 요거트는 라일락과 함께 미련 없이 요구르카를 떠났음. 아주 후련한 마음으로 말이야.

 

 

 

2022.1116 카테고리 및 제목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