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느 멸망하는 세계에 사는 악당에 관한 이야기
어떤 세계가 있고 이 세계는 사실 끝없이 멸망하는 결말만 존재하는 곳임.
어느날 이 세계에 나타난 영웅은 어쩌다 세계의 운명을 알게 되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결국 세계가 멸망함.
세계가 멸망하면서 죽었어야 했던 영웅은 다시 되살아나, 멸망하기 전의 시공간에서 눈을 뜸.
물론 죽기 전의 기억은 모두 가지고 있는 상태임.
이번에는 세계가 멸망하지 않게 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였으나 또다시 세계는 멸망하고 영웅은 사망함.
그리고 영웅은 다시 같은 시간과 같은 장소에 되돌아와 살아남.
그는 다시 한 번 더 세계를 멸망에서 구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끝없는 멸망만이 존재하는 세계인지라, 결국 또 한번 죽음을 맞이함.
그렇게 끊임없이 회귀와 멸망을 반복하면서 영웅은 점점 강해지지만, 그래도 결말은 항상 똑같음.
모든 것을 포기한 영웅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도 그는 다시 같은 시간과 같은 장소에서 살아남.
이것이 자기 운명에 걸려든 저주인 줄도 모른채 영웅은 미쳐가기 시작함.
이제 그는 멸망하는 세계의 '엔딩'을 수집하기에 이르렀음.
자기가 노력을 하건 안 하건 결국 세계는 멸망하기 때문에, 이제는 이것을 수집하고 기록하기에 이르렀음.
더 나아가서는 새로운 형태의 '멸망'을 기록하기 위해, 세계의 파멸을 부추기는 존재로 변모함.
세계가 저 스스로 종말을 맞이할 때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는 방관자로서 존재할 때도 있고,
혹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재앙이 되어 직접 세계를 절멸시킬 때도 있고.
영웅은 이제 자신의 칭호가 영웅이 아닌 악역임을 인지하고 있음.
2. 어느 멸망하는 세계에 사는 악역이 만난 영웅에 관한 이야기
악역이 된 영웅은 이제 자기가 모르는 새로운 세계의 멸망을 수집하는데 심취해 있음.
그렇게 셀 수도 없이 많은 멸망을 겪고 수집한 그도 슬슬 이 '게임'이 지겨워져 갈 즈음에
또 다시 시작된 세계의 아침에 처음 보는 누군가가 끼어 있음.
어딘가에서 본듯 하지만 또 그렇지도 않은 신선한 인물임.
처음 그 인물의 행보는 별 볼일 없었음. 여느 모험가들과 다르지 않은 지루한 시작과 시시한 모험이 있을 뿐.
악역도 처음엔 관심을 가졌지만 썩 두드러진 면모가 보이지 않아 그 인물에 대한 관심을 거두려던 무렵,
예상치 못하게 악역의 옛 동료(그가 아직 영웅이었을 시절에 만났던 그 동료들. 그들은 세계와 함께 멸망하고 태어나기를 반복했기 때문에 악역의 존재를 전혀 눈치채지 못함. 마치 완전히 리셋된 게임에서 만나는 npc와 같은 존재)가 그와 만남.
그저 그런 모험가로 끝날 줄 알았던 인물이 자신의 옛 동료들과 만나 유대감을 쌓기 시작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악역은 그의 행보에 다시 관심을 가지게 되었음.
마치 아주 오래전 처음 모험에 발을 디뎠던 악역처럼, 그 인물은 동료들과 위기를 하나씩 헤쳐나가며 성장하고, 명성을 떨침.
어느새 별볼일 없었던 인물은 '그' 세계의 '영웅'이 되었음.
악역은 새로운 영웅의 발자취를 따라가는데 매우 복잡한 심정이 됨.
어차피 '이' 세계는 다시 멸망할 것이 틀림 없는데,
날이 갈수록 실력이 느는 영웅의 모습과, 그 영웅과는 이제 뗄래야 뗄 수 없는 한몸 같은 존재가 되어 버린 옛 동료들과,
세계의 멸망이 지닌 진실에 대해서는 단 한 톨도 알지 못하면서 영웅을 구세주로 치켜세우는 사람들과,
세계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완전히 하나로 통합되지도 못해서 끝없이 겉도는 자신의 추악한 모습이 겹쳐
악역은 겁화와 같은 질투심에 휩싸이게 됨.
자신이 등장해서 저 영웅을 죽여버리면, 세상 모든 이에게서 희망을 빼앗고 그들을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뜨릴 수 있을게 당연한 상황이었음.
그렇게 하자고 마음 먹은 것을 실행하려던 순간, 악역은 이 영웅의 행보가 자기가 알지 못하는 새로운 '엔딩'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함.
물론 지금 영웅을 죽여서 모든 세상을 절망에 휩싸이게 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았지만
그보다는 좀 더 재미있는 상황을 만들고 싶어 악역은 그를 계속 지켜보기로 함.
영웅은 그를 지켜보는 시선을 아는지 모르는지, 끊임없이 노력하여 계속해서 성장함.
그리고 아주 오래전에 악역이 그러했듯이, 그 역시 '멸망하게 될' 세계의 운명을 알게 됨.
당연히 영웅 또한 세계를 멸망에서 구해내기 위해 안간힘을 씀.
이 모습이 악역에게는 너무나도 가소로웠음. 마치 처음의 자신을 보는 것만 같아서.
하지만 세계의 운명은 바뀌지 않을 것이 뻔하였음. 이제까지 수백 번, 수천 번 결말을 맞이한 곳이니까.
상황이 재미있어지기는커녕 오히려 진부한 마무리가 될 것이 견딜 수 없었던 악역은
영웅 앞에 모습을 드러내고 자기가 세계와 영웅을 절멸시킬 것임을 이야기 함.
그리고 그들이 미처 알지 못했던 세계의 진실까지도.
생각지도 못했던 거대한 진실을 마주하게 된 영웅은 당연히 큰 충격에 빠지게 될 것이었으나
예상외로 영웅은 너무 담담하게 진실을 받아들이고, 되려 악역이 당황함.
왜? 아무리 노력해도 영웅 따위가 이 세계의 운명을 바꿀 수는 없는데.
자기는 수백, 수천 번을 노력했는데도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는데.
부아가 치민 악역이 영웅을 공격하지만
분명 몇천 번의 윤회를 거친 악역을 이길 수 있을 리가 없는데도 영웅은 침착하게 맞대응함.
이게 가능할 리가 없어 점점 혼란스러운 악역에게
영웅은 자기가 알게 된 '세계의 운명'과 그 이면에 숨은 '진실'을 이야기 함.
이 세계 또한 멸망하게 될 것이며, 자신과 그 역시 되살아날 것임을 이미 알고 있었다고.
그리고 자기는 이 운명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고,
이 운명을 결정지은 자에게 대항할 것이고,
거기엔 악역이 된 당신이 필요하다고.
왜냐하면 자신은, 원래는 하나였을 그에게서 떨어져 나온 조각들이 모여서 탄생한 존재니까.
결국 수천 번 윤회를 하며 악역이 하나씩 잃어버렸던 것들이 모여 태어난게 영웅이라는 존재였음.
그래서 이렇게 대등하게 견줄 수 있었던 거구나. 악역은 그걸 깨달으며 허무하게 스러짐.
주변 사람들이 보기엔 세계를 멸망으로 부추기던 존재가 스러졌기에 당연히 모두에게 구원이 찾아왔어야 했는데,
오히려 세계는 그 순간부터 붕괴하기 시작함.
영웅과 악역이 예상했던 세계의 운명, '끝없이 멸망하는 세계'가 시작된 것임.
하늘이 무너지고 그 틈으로 끝이 보이지 않는 어마어마한 마물 무리가 쏟아져 내리는 가운데,
영웅이 악역에게 손을 내밈.
이제 진정한 운명을 개척하러 가자고.
악역은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지만 그 순간 직감함.
지금이야말로 진정한 엔딩을 맞이할 때라는 것을.
쪼개진 하늘 틈 사이로 파고든 영웅과 악역은 절대자를 마주함.
치열한 전투 끝에 악역과 영웅이 합심하여 세계의 운명을 결정지은 절대자에게서 진정으로 세계를 구해냄.
절대자의 힘을 얻은 악역 - 초월자가 된 그에게 원래 그의 일부분이었던 영웅이 합쳐지고,
초월자는 마물의 습격으로 인해 누더기가 된 세계를 그제야 발견함.
세계는 결국 다시 멸망하고 말았던 것임.
무엇을 해도 정해진 운명을 벗어날 수 없는 것인가 절망하고 타락해 버릴 위기에 처한 초월자에게
영웅이 마지막으로 남겼던 무언가(그게 뭔지는 모름 영혼 쪼가리일까 말이었을까 환영이었을까)가 눈에 들어옴.
그리고 이제는 지긋지긋한 이 세계의 운명에 숨겨져 있던 진짜 엔딩을 찾겠다 라는 말을 남기고
자기가 얻은 힘을 쏟아부어 세계를 재생시키고 초월자는 소멸함.
소멸할 줄 알았는데
눈을 떠보니 또 같은 아침이 시작되었음.
이번에도 실패인가, 하고 다시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지려는 그에게
누군가가 어깨를 툭 침
돌아보니 동료들임.
이 풍경, 이 시간대에서 그들이 자기를 기억할 리가 없는데
그들이 자기를 보고 웃고 있음.
주변 사람들도 마찬가지인데다
정말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함께 있었던 영웅이 거기에 있음.
이제 그는 세계가 진정으로 구원 받았으며 이제는 더 이상 멸망하지 않게 되었음을 깨달음.
라는 이야기가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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