ㄷㅇㅅ에서 산 싸구려 크리스마스 물품으로 구질구질하고 서글픈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바람구름이 보고 싶다 (이상하게 구체적임)
오구름 재벌 3세인데 어쩌다 이렇게 됐느냐면... 오평범씨랑 싸워서 집 나옴ㅋ... 크리스마스에 당연히 가족 행사가 잡혀있고 그거 때문에 어쩌구 저쩌구 얘기하는 중에, 오구름은 문득 이런 날에도 혼자 있을 박바람이 생각이 나서... 그래서 어차피 가족 행사에서 자기도 딱히 누구랑 어울리거나 하지 않으니까, 이렇게 된 거 박바람을 불러서 맛있는 것도 잔뜩 먹이고 같이 놀면 좋겠다~ 하는 마음에 형한테 얘기 꺼낸 거임. 크리스마스에 박바람을 초대하면 안되겠느냐고.
그랬더니 오평범씨... 가족 행사인데 왜 다른 사람을 초대하느냐며, 걔는 누구냐, 요즘에 네가 맨날 어울려 다니는 걔냐 이거부터 시작해서 갑자기 잔소리가 줄줄 나옴; 걔는 그냥 서민 집안 애 아니냐, 네 수준 생각하면 좀 어울리는 애들이랑 다녀야 한다, 중학생 때까지는 그렇다 쳐도 고등학생 쯤 됐으면 정신 좀 차리고 친구도 적당히 가려 사귀어야 하지 않느냐...
오평범씨는 사실 오구름이 서민 친구들이랑 어울려 지내는 것도 그닥 마음에 안 드는데, 그 중에 제일 비루해 보이는 박바람이랑 가장 친하게 지내는 게 제일 못마땅함... 걔한테 오구름이 돈을 무지하게 써대는 것도 이미 알고 있는 상황이고. 근데 평소엔 그냥 어린애가 하는 일이니 내버려 두자, 시간이 흐르면 지도 정신 차리겠지 싶어서 굳이 잔소리 안 했던 건데... 가족 행사에 타인을, 그것도 젤 맘에 안 드는 애를 데려오겠다니까 갑자기 열이 뻗쳐서 방언 터지듯 묵혀온 잔소리가 터진거...
오구름은 갑자기 잔소리 폭탄을 맞은 것도 어이가 없는데, 형이 하는 말을 들어보니까 결국엔 죄다 박바람 욕인 것임; 듣다 못한 오구름은 당연히 형한테 대들었지; 형이 뭘 아냐고, 걔가 얼마나 좋은 앤지 형은 하나도 모른다고, 그리고 크리스마스에도 혼자 지낼텐데 같이 시간 보내면 좋은 거 아니냐고 큰 소리 치면서 대들었다가, 빡친 오평범씨가 "그럼 네가 나가서 그놈이랑 어울려 줘라" 하는 바람에...
그길로 오구름은 형 말대로 한다며 집 나가버림... 크리스마스 3일 앞두고 생긴 일임... 오평범씨 아내는 아무리 그래도 도련님이 아직 어리고 그런데 적당히 봐주지 그랬느냐며, 고작해야 친구 하나인데... 하면서 안타까워 했으나, 오평범씨는 이참에 저놈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겠다고 내버려 두라고 했지. 오구름은 운전기사한테 부탁해서 그길로 박바람 집으로 옴ㅋㅋㅋ...
박바람은 혼자 저녁 차려먹고 숙제하고 있다가, 갑자기 누가 초인종을 눌러서 누군가 하고 봤더니... 집 나온 오구름임. 이런 시간에 아무런 연락도 없이 불쑥 찾아온 오구름을 보고 놀란 박바람... 이유는 둘째치고 날도 추운데 옷도 대충 아무거나 걸치고 왔으니, 일단 안으로 들어오라고 했지. 오구름은 코를 훌쩍거리면서 고맙다며 집안으로 들어옴ㅋㅋ 그리고 박바람이 이유를 묻지도 않았는데 형이랑 싸웠다, 너를 크리스마스 파티에 초대하겠다고 했더니 형이 무지하게 화를 내면서 네 욕을 실컷 했다 어쩌구 저쩌구 다 이실직고함ㅋㅋ...
박바람은 가만 얘기를 듣는데, 오구름네 형(아직도 이름 모름) 말이 틀린게 아니거든?? 그래서 한참 듣다가 조용히 물었지. "근데 내 생각엔 네 형 말이 틀린 건 아닌 거 같은데... 너네 가족 행사잖아. 내가 거기에 막 끼어들긴 좀..." 그랬더니만 오구름이 어떻게 네가 형 생각에 동의를 할 수가 있냐며 박바람한테 역정냄ㅋㅋㅋ;; 내가 너 생각해서 하는 소리인데 너는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냐며ㅋㅋㅋㅋ 박바람은 오구름이 너무 열을 내니까 알았다고 내가 미안하다고 말 실수 했다고 네 맘 잘 안 다고 겨우 달래줌ㅋㅋㅋ...
한참 뒤에 콧김을 식식대며 진정한 오구름... 그래서 박바람이 어떻게 할거냐 물으니까, 오구름은 당당하게 "너네 집에서 크리스마스 보내려고!" 함... 디요오옹....
박바람은 아무리 형이랑 싸웠다지만 크리스마스까지 3일이나 남았는데... 사흘이나 집을 나와서 지내는 건 가족들이 걱정하지 않겠냐 함... 하지만 오구름은 오평범씨한테 단단히 화가 나서, 형이 먼저 사과하지 않는 이상 절대 집에 안 가겠다고 하지ㅋ... 실제로도 오구름 폰에 지금 전화랑 문자랑 톡으로 형수(오평범씨 아내)랑 조카들이랑 누나들한테서는 연락이 오는데, 오평범씨한테는 연락 한 통 없는거ㅋ... 이거 보라고, 나는 형이 먼저 사과하기 전까지는 집에 절대 안 갈 거라고 빡빡 우기는 오구름ㅋㅋㅋ;; 박바람은 이건 또 어쩌나 싶은 한숨만 쉬었다...
여튼 집을 나왔다니까 달리 갈 데도 없을 오구름을 데리고 있기로 한 박바람ㅋㅋㅋ 다음날은 등교해야 하는데, 오구름은 집 나오면서 정말 폰이랑 카드만 달랑 들고 나오고 아무 것도 안 가지고 나와서 교복도 없음... 하는 수 없이 박바람이 여분의 교복을 빌려줬는데ㅋㅋㅋ 둘이 키도 덩치도 좀 차이가 나다보니 아무래도 후줄근해짐... 그래도 오구름은 마냥 좋다고 교복에서 네 냄새 난다고 헤실대고 있음ㅋㅋㅋ 박바람 역시 품이 좀 큰 자기 교복 입고 좋다고 웃어대는 오구름이 귀엽기는 한데... 이대로도 괜찮은가 잘 모르겠음ㅋㅋ...
다행히 등교는 운전기사가 제 시간에 데리러 와서 편안하게 할 수 있긴 했음ㅋㅋㅋ 오구름은 운전기사한테 슬쩍 집안 분위기 물어봄. 형 기분은 좀 어떻냐고ㅋㅋ;; 안 그래도 운전기사는 어제 오구름을 박바람네 집에 데려다 줬다고 오평범씨한테 된통 깨졌음ㅋㅋ... 애가 거기 가자고 했다고 냅다 데려다 주는게 어딨냐고ㅋㅋㅋ 그러면서 오구름이 집에 오겠다고 하는게 아니면 절대 불러도 가지 말라고 엄포를 놓았는데, 몰래 도련님 학교 데려다 주려고 나왔다고 하는 거임ㅋㅋㅋ 오구름은 운전기사에게 역시 기사님 뿐이라고 최고라고 엄지 척 해줬지ㅋㅋㅋ 다만 운전기사가 덧붙인 말... 오늘 안에 집에 안 오면 체크카드 정지시켜 버린다는 말을 뒤로 하고 오구름은 박바람이랑 같이 등교함ㅋㅋㅋ 설마 형이 진짜 카드 정지까지 하겠어?? 하면서ㅋㅋㅋ
학교 오니까 애들이 대번 오구름이 입은 교복이 좀 이상한 걸 바로 알았지ㅋㅋㅋ 너 그런 후줄근한 건 어디서 났냐, 키가 더 클 것도 아닌데 왜 큰 걸 샀냐 이러면서 놀림ㅋㅋㅋㅋ 하굣길에 운전기사가 다시 오구름을 데리러 왔으나, 오구름은 이러다 들키면 형한테 혼나는 건 기사님이니까 택시 타고 박바람네 집에 갈거라고 하면서, 형한테 형이 먼저 사과하기 전까지는 절대 집에 안 들어간다고 전해달라고 함.. 그길로 박바람이랑 같이 택시 타고 박바람네 집으로 온 오구름ㅋ
집에 왔으니 배가 고파서 둘이 편의점에 갔단 말임ㅋㅋㅋ 늘 그렇듯 오구름은 자기가 가진 카드를 내밀었는데... 예고했던 대로 오평범씨는 오구름 체크카드를 정지시켜버림; 결제가 안 되니까 당황한 오구름 대신 박바람이 가진 돈을 내긴 했는데ㅋㅋ... 진짜 카드를 정지시켜버릴 줄이야!
빡친 오구름이 폰을 꺼내보니까 오평범씨한테 톡이 와 있음... 카드 정지시킬테니까, 풀고 싶으면 집으로 들어오라고. 오구름은 폰에 대고 화를 박박 내면서 형이 먼저 사과하기 전까지는 절대 집에 안 갈거라고 꾹꾹 눌러서 답장 보냄... 톡 창에서 1은 사라졌으나 답장은 없지. 읽씹당함ㅋㅋ;;
말은 그렇게 했지만 진짜 카드가 정지 당할 줄은 몰라서 오구름은 좀 시무룩해짐... 돈이 있어야 뭐든 할텐데. 이럴 줄 알았으면 ATM 기기로 현금부터 잔뜩 찾아놓을 걸 그랬다고 하는 오구름에게, 박바람은 자기가 가진 돈이 있으니 괜찮다고 위로(?)해줌ㅋㅋ...
여튼 편의점에서 먹을거리를 사들고 돌아온 둘... 시간은 아직 초저녁이건만 벌써 해가 지고 사방이 어두컴컴한데, 박바람네 집은 더 어두움ㅋㅋㅋ... 오구름은 집이 왜 이렇게 삭막하고 어둡냐, 혼자 지내면 안 무섭냐 하는데, 박바람은 워낙 어렸을 때부터 혼자 지내던 집이라 아무렇지도 않음ㅋㅋ
그러다 오구름이 갑자기 "야 아무리 그래도 크리스마스 분위기는 살려야지!" 하면서 뭐라도 장식을 좀 해보자고 함ㅋㅋㅋㅋ 박바람이 집에 그런 크리스마스 장식 같은 거 하나도 없다고 하니까, 오구름이 그럼 사러 가자고 하는데... 문제는 오구름 카드가 막혔잖음? 어쩌지 싶은거...
오구름이 뿌루퉁하니 다시 시무룩해지자 박바람은 잠시 고민하다가... 그렇게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고 싶으면 ㄷㅇㅅ에 가서 뭐라도 좀 사보자고 함ㅋㅋㅋ 거기엔 저렴한 크리스마스 장식을 잔뜩 파니까... 그 말에 다시 반짝 살아난 오구름은 일단 사온 건 대충 먹고, 얼른 ㄷㅇㅅ에 가보자고 닦달했지ㅋㅋㅋ 예전에 박바람이 그릇 산다고 한번 따라가본 적이 있는 ㄷㅇㅅ.... 그때 세상에 이렇게 싼 물건을 파는 곳이 있느냐며 놀랐던 경험이 있는 오구름은, 이번엔 뭐가 있을까 두근두근 하면서 박바람이랑 같이 동네 ㄷㅇㅅ에 감ㅋㅋㅋ
이 동네 ㄷㅇㅅ는 그래도 꽤 큰 지점인지라 뭔가 많이 들어와 있음ㅋㅋㅋ 특히 크리스마스 시즌이니까 계산대 앞 가장 핫플레이스인 자리에 크리스마스 용품이 한가득인데ㅋㅋㅋ 으레 그렇듯 퀄리티는 진짜 저렴한 것들임ㅋㅋㅋ 딱 봐도 엄청 허접해 보이는 거ㅋㅋㅋ 그리고 행사 시즌에만 잠깐 썼다가 다시는 안 쓸 그런 이상한 것들도 잔뜩 있음ㅋㅋㅋㅋ 오구름은 신기하다며 이것저것 다 들었다 놨다 하면서 이것도 저것도 그것도 죄다 카트에 넣는데ㅋㅋㅋ 박바람은 고작 이틀 뒤의 크리스마스를 위해 이걸 다 사기엔 너무 낭비인 것임ㅋㅋㅋ;;
그래서 어찌저찌 오구름을 설득해서 딱 그 분위기 낼만한 것만 몇 가지 삼ㅋㅋ 허접한 산타 모자랑 미니 트리랑 장식용 전구... 조그만 눈사람 장식 같은거. 오구름은 웃기게 생긴 산타 가면도 사고 싶어했는데, 박바람은 그거 대신에 차라리 사슴뿔 장식 머리띠가 낫지 않겠냐고 말려서 바꿔서 삼ㅋ
분위기 내보겠다고 나름 가랜드랑 향초도 사서 돌아온 둘ㅋㅋㅋㅋ 몇 개 되지도 않는 것들이지만 오구름은 또 신이 나서, 집에 오자마자 바로 미니 트리를 설치하고 거기에 반짝이 모루 좀 감아놓고 옆에 눈사람 장식도 세워둠ㅋㅋㅋ 그리고 반짝이 전구도 감아서 불 켜보고ㅋㅋㅋ 이래놓으니 어둑어둑 했던 집안이 오색찬란하게 빛나면서 좀 크리스마스 같은 분위기가 살지ㅋㅋㅋ 오구름은 이것보라고, 역시 장식하기 나름 아니냐고 호들갑을 떨면서 사진을 잔뜩 찍었음ㅋㅋㅋ
박바람은 부모님이랑 같이 지낼때도 딱히 크리스마스 장식을 하거나 한 적은 없었는데, 어쩌다보니 오구름이랑 나름대로 크리스마스 분위기 내본답시고 해놓은게 그럭저럭 맘에 듦... 장식이 맘에 드는것보다도 오구름이 신나하는 모습이 더 좋긴 하지만... 여튼 그날 밤은 밤새도록 반짝이 전구를 켜놓고 나름 크리스마스 전의 분위기를 만끽한 둘ㅋㅋㅋㅋ
다음날은 진짜 크리스마스 이브잖음ㅋㅋㅋ 물론 등교했지만... 그래도 학교 전체가 크리스마스 이브라고 들썩들썩 함ㅋㅋㅋ 선생님들도 공부하는 건 반쯤 포기함ㅋㅋㅋ 어차피 수업 해도 애들이 너무 들떠서 수업 하나도 안 들을 거 아니까ㅋㅋㅋ 애들은 벌써 하교하고 데이트를 하니, 가족이랑 저녁 식사를 하니, 집에서 크리스마스 버프 받으면서 게임을 하네 특선 영화를 보네 어쩌고 하며 계획 세우느라 바쁨ㅋㅋㅋ
오구름은 원래라면 아마 오늘 저녁에 가족들이랑 이브 만찬을 같이 했을거고, 부모님이랑 형, 누나들에게 선물을 잔뜩 받았겠지.... 하지만 집 나와서 박바람네 집에 지내는 터라 그런건 꿈도 못 꾸고... 다만 오늘 저녁에 박바람이랑 뭐 먹을까 그 생각만 함ㅋㅋㅋ 그러다 자기 집에다 박바람한테 줄 크리스마스 선물을 두고 온 생각이 남ㅋㅋㅋ 아 집을 나오더라도 그건 가져왔어야 했는데~~!! 하면서ㅋㅋㅋㅋ
다른 반인 박바람도 나름 오늘이 이브인데, 오구름이랑 뭘 해야 좋을지 생각해 봄... 친구들은 박바람더러 너도 메리 솔로 크리스마스 아니냐며 저녁 먹으러 가자 하는데, 박바람은 안 간다고 하지ㅋㅋㅋ 오구름이랑 같이 저녁 먹을 거니까... 그랬더니만 친구들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여친 생긴 거냐며 배신자 취급하다가, 누군가가 "야 설마 또 오늘도 오구름이랑 노냐?" 하는거ㅋㅋㅋ 박바람은 여친 생겼냐는 말은 당연히 무시했지만 오구름 이름 나오니까 멈칫 해버렸는데ㅋㅋㅋ 그거 보고 다들 "아 씨 그래 우리가 잘못했다~~ 아오~~~!!" 하면서 질색하고 물러가버림ㅋㅋㅋㅋㅋ
드디어 학교 일과 시간이 끝나고 하교 시간... 오늘은 박바람이 오구름네 반으로 데리러 왔고, 둘은 만나서 택시 타고 집에 갈까 하다가 괜히 좀 걸어보기로 함... 크리스마스 이브라 역시 거리는 휘황찬란하게 장식되어 있지... 시내를 가로질러 걸어가는 동안에 해가 슬슬 져 가고, 그러니 거리의 조명엔 하나둘 불이 들어와서 반짝반짝함... 사람들도 삼삼오오 짝을 지어 나와서 데이트니 뭐니 하고 있고. 박바람이랑 오구름은 그냥 그렇게 거리를 따라 걸으면서 별다른 이야기는 하지 않았지만, 이 분위기를 만끽하기로 했음ㅋㅋㅋ 물론 가는 길에 친구들도 만났지ㅋㅋㅋ
다들 "야 배신자 박바람이랑 오구름이다, 커플이다 커플~~!!" 하고 놀리면서 도망갔는데, 오구름이 "그으래, 우리 커플이다 어쩔래!!" 꽥 소리치면서 쫓아갔다가 헥헥대며 돌아오는 걸 박바람이 좀 한심하게 쳐다봄ㅋ 그래도 슬그머니 오구름 손 꼭 잡아주는 박바람... ㅋㅋㅋ
둘은 그렇게 손 꼭 잡고 박바람네 집까지 걸어옴ㅋㅋㅋ 차로는 20분 거리인데 걸어오니까 한 시간 꼬박 걸렸지ㅋㅋㅋ 그래도 나름 거리 구경도 하고 괜히 크리스마스 이브 데이트를 즐긴 느낌이라 나쁘지 않았음ㅋㅋㅋ 오구름은 다리가 좀 아프다고 칭얼대긴 했지만.
집에 도착한 둘은 나름 특식이라고 치킨이랑 피자를 시켰는데ㅋㅋㅋ 다들 똑같은 생각을 했는지 주문이 밀려서 도착 예정 시간 1시간 20분 뒤임ㅋㅋㅋ 이럴 줄 알았으면 걸어오는 길에 미리 주문해 둘 걸 하면서 둘은 거실 바닥에 드러누움ㅋㅋㅋ 힘들고 배고파서... 그 와중에 반짝이 전구는 켜놨다ㅋ
치킨이랑 피자는 정말 예정 시간에 딱 맞춰서 왔고ㅋㅋㅋ 둘은 너무 허기가 져서 이브 만찬이고 뭐고 생각할 새도 없이 허겁지겁 먹기부터 함ㅋㅋㅋ 케이블 채널에서 해주는 특선 영화 켜두고...
한참 둘이 영화 보면서 치킨 피자 먹다가 오구름이 조금 시무룩한 얼굴로 "그치만 역시 우리집 파티에 너를 초대하면 좋았을텐데..." 하고 얘기함... 벌써 한 달 전부터 사용인들이 집안 분위기를 크리스마스 시즌으로 맞춰놨고, 저녁 만찬으로는 코스 요리가 나왔을 거고, 디저트도 종류별로 엄청나게 많이 있으니 네가 좋아했을 거라고 말하는 오구름... 박바람은 먹던 피자를 내려놓고 가만히 오구름을 쳐다봄...
오구름은 입술 삐죽 내밀고 아직도 형이 이해가 안 된다고, 어차피 뭐든 잔뜩 있는데, 거기에 사람 하나 더 낀다고 큰일 나는 것도 아닌데. 하고 투덜거렸지. 박바람은 "그래도 역시 난 너네 가족도 아니니까 거기에 낄 처지는 아냐." 하며 오구름 어깨를 툭툭 두드려 줌. 그러니 오구름은 샐쭉한 표정으로 궁시렁 대다가, 갑자기 "그럼 너랑 나랑 가족이 되면 되겠다!" 하는 거ㅋㅋㅋ
엉뚱한 소리에 박바람은 잠시 눈썹을 찌푸림ㅋㅋㅋ "너랑 내가 어떻게 가족이 되는데?" "생각해 보면 뭐든 되겠지! 입양이라거나?" "너네 집에서 나를 퍽이나 입양하려고 하겠다." "안 되려나? 음... 그러면..." 잠시 고민하던 척 하던 오구름은 "그럼 결혼하면 되겠네!" 하며 푸하하 웃어버렸지. 박바람은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뜸. "... 하지만 우린 둘다 남자잖아." 박바람이 조심스레 말했지.
하하 웃던 오구름은 그 말에 잠시 웃음을 멈추고 박바람을 빤히 쳐다봄... 그러더니 "아무려면 어때? 꼭 결혼식을 올리고 혼인 신고 해야 결혼이라고 하는 거 아니잖아." 하는거... 박바람은 오구름이 갑자기 이런 얘길 할 줄 몰라서 좀 당황스러움; "그... 렇지만 다른 가족들이 이런 거 허락해 주실 거 같지 않은데." 박바람이 짐짓 뒤로 물러나며 말하자, 오구름이 얼굴을 팍 찌푸림. "아, 몰라! 그거야 밀어붙이면 어떻게든 되겠지~!! 내가 하겠다는데 다들 어쩔 거야, 어쩔 거냐구!" 그런것 치고는 지금도 형한테 밀려서 남의 집 신세를 지고 있는 꼴 아닌가 싶어 박바람은 잠시 머리를 긁적거림... 얘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아무 말이나 하고 있구나 하고ㅋㅋㅋ...
"근데, 그러면 넌 내가 결혼하자고 하면, 안 할 거야?" 박바람이 그럼 그렇지 싶어 다시 피자 조각을 집어들었을 때, 오구름이 갑자기 물었음. "어?" "내가 너한테 청혼하면 안 받아 줄거냐고!" 오구름이 박바람한테 얼굴을 훅 들이대며 묻는데... 박바람은 당황해서 어안이 벙벙한 채로 얼결에 "아 아니. 받아줄게." 해버림ㅋㅋㅋㅋ 그 말에 오구름은 장난스레 활짝 웃으면서 "좋아~! 그럼 내가 너한테 청혼하기 전까지 너 다른 사람 만나지 않기야, 알았어?" 하는거ㅋㅋㅋㅋ
그래놓고 오구름은 다시 치킨을 집어들고 먹기 시작하는데ㅋㅋㅋ 박바람은 한 손에 피자 든 채로 벙쪄 있음ㅋㅋㅋㅋ 대체 내가 방금 전에 무슨 말을 들었나 싶지ㅋㅋㅋ;; "뭐해? 안 먹어? 그거 다 흘러 내리겠다." 오구름이 툭 치자 그제야 정신이 든 박바람은 손에 든 피자를 먹었음ㅋㅋㅋ
그렇게 저녁 다 먹고 치우고 나서 둘은 거실 소파에 옹기종기 앉아서 거실 불은 다 꺼두고, 반짝이 전구 조명만 켜둔 채로 크리스마스 특선 영화를 봤지. 둘 다 영화를 안 본지도 한참 되어서 무슨 영화인지 제목도 처음 듣고 내용도 모르는 영화였다만, 나름대로 재미있게는 봄. 그러다 문득 오구름이 박바람 손을 잡으면서, "메리 크리스마스, 박바람!" 하며 웃는데... 박바람이 곁눈질로 벽에 걸린 시계를 보니까 딱 12시야. 크리스마스인 거지. 박바람 역시 오구름을 향해 부드럽게 웃으며 "메리 크리스마스, 오구름." 하고 인사해 줌.
오구름은 박바람을 따라 활짝 웃고는, 박바람 팔에 팔짱을 끼며 몸을 기댔지. "그래도 너랑 이렇게 있으니까 좋다..." 박바람도 한쪽 팔에 닿는 오구름의 온기를 느끼며 가만히 고개를 끄덕여줌. 혼자서 보낼 밤이었는데, 이유야 어쨌든 둘이 같이 보낼 수 있게 되었으니까... 오구름은 그대로 박바람 팔을 붙잡고 손을 갖고 장난치다가, 박바람이 자기를 내려다 보고 있는 걸 알았음. "왜?" 오구름이 박바람을 마주보고는 씩 웃으며 물었지. 박바람은 오구름이랑 눈이 마주치니까 괜히 좀 머쓱해져서, "그냥." 하고 짧게 대답하고 고개를 돌려 시선을 피함.
오구름은 "뭐야, 싱거워." 하면서 피식 웃고, 이번엔 자기가 박바람을 빤히 올려다봄ㅋㅋㅋ 옆얼굴에 꽂히는 시선이 느껴지니까 박바람도 다시 오구름을 돌아봤지. 다시 눈이 마주치니까 오구름이 눈썹을 살짝 휘면서, "사실 너한테 줄 선물도 다 준비해 놨는데, 집에 두고왔지 뭐야!" 하고 아쉬운 듯 웃었음. 생각해보니 박바람은 오구름을 위해 뭔가 준비해 둔 게 따로 없는데 말이야... 박바람은 천천히 고개를 가로젓고, "그런 거 안 줘도 괜찮아." 했지. 오구름은 "그래도 내가 주고 싶은데... 나중에 집에 가면 신년 선물로라도 줄게!" 했고. 박바람은 자기를 챙겨주려는 오구름의 마음만으로도 이미 충분한데...
"... 난 널 위해 준비한 선물은 따로 없어, 오구름." 박바람이 솔직하게 말하자 오구름이 하하 웃었지. "뭘 준비해~ 넌 받기만 해도 돼!" 하고. 하지만 오구름이 끝끝내 선물을 챙겨주겠다고 하니까, 박바람도 어쩐지 오구름에게 선물을 꼭 주고 싶은거... 박바람이 그런 눈치를 보이니까, 오구름은 웃음을 거두고 잠시 뜸을 들이다가 천천히 눈을 감으면서 고개를 살짝 틀었고, 박바람도 그에 따라 고개를 움직여서 오구름에게 가까이 다가가려는 순간...
오구름 폰에 징징대며 진동이 옴ㅋ 문자 메시지가 여러 개가 한꺼번에 온 거였음ㅋㅋㅋ 말랑말랑한 분위기에 취해서 그대로 다가갈 뻔 했던 둘은 화들짝 놀라서 뒤로 물러나고, 오구름은 "아 뭐야! 누가 이런 시간에 문자를 해!!" 하고 폰을 집어들었는데ㅋㅋㅋ 조카들임ㅋㅋㅋ [삼촌 메리 크리스마스!] 그러면서 조카들이 자기들이 받은 선물 사진 막 보내놓은 거임ㅋㅋㅋㅋ 오구름은 "아나 이 짜식들 지금 나 보라고 자랑하는 거지!!" 하면서 조카들 상대로 열냄ㅋㅋㅋㅋㅋ 그러는 사이에 박바람은 아...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들이대볼걸 싶은 미묘한 후회만 남음ㅋㅋㅋㅋㅋㅋㅋㅋ
오구름은 조카들이랑 한참 문자로 씨름했고ㅋㅋㅋ 그 사이 특선 영화도 끝났고 시간도 늦었지 뭐ㅋㅋㅋ 그래서 이만 자기로 함ㅋㅋㅋ 마지막까지 메리 크리스마스 라는 인사를 주고 받고!
다음날은 휴일이니 학교를 안 가도 되니까 느즈막히 일어난 둘... 둘다 하품 늘어지게 하면서 느릿느릿 나와서, 메리 크리스마스 해줌ㅋㅋㅋ 크리스마스지만 눈은 안 왔다... 대신 오구름 폰에 아침부터 문자가 한바닥 와 있는데, 내용인 즉... 오평범씨가 내가 잘못했으니 집에 와라 였음ㅋㅋㅋ
어떻게 된 일인가 하니, 이브 만찬에 가족들이 다 모였는데 오구름이 없으니까 아버지가 오구름을 찾았던 것임ㅋㅋ 오평범씨는 아버지께 사정을 요약해서 말씀드렸고, 된통 혼남ㅋㅋㅋ 어른이 다 돼서는 한참 어린 동생이랑 기싸움을 했느냐고, 그리고 애가 친구 하나 데려와서 같이 파티 즐긴다는데 그게 무슨 대수라고 애를 쫓아내고 카드까지 막았냐고ㅋㅋㅋ... 내년에 오구름이 또 같은 이야기를 하거든 친구는 얼마든지 데려와도 좋다고 하라며, 어른이 마음을 좋게 써야지 나쁘게 쓰면 안 된다고 혼났다나 뭐라나...
오구름은 "거 봐!! 형이 잘못한 거 맞지?? 내 말이 맞잖아!!" 하며 승리(?)의 쾌재를 불렀다는ㅋㅋㅋ 그러면서 기세는 당장 집으로 돌아갈 것 같았으나... 오구름은 "근데 내일 일요일인데, 나 내일까지 여기 있다가 가면 안 돼?" 하면서 박바람을 빤히 쳐다봤다는ㅋㅋㅋㅋ 박바람이야 뭐, 혼자 있으면 심심하니까 당연히 그러라고 했지ㅎㅎㅎ
그렇게 둘은 주말까지 신나게 놀았다~ 로 바람구름의 크리스마스 썰 마침☺☺☺
2022.1116 카테고리 및 제목 수정
'쿠키런: 라일요거 > 긴 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라일요거/바람구름] 먹방 유튜버와 구독자 (0) | 2022.11.16 |
---|---|
[라일요거/바람구름] 온천 여행 (0) | 2022.11.16 |
[라일요거]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요 (0) | 2022.11.16 |
[라일요거] 인어 요거트크림과 해적 라일락 (0) | 2022.11.16 |
[라일요거] 폭군의 아들 (0) | 2022.11.16 |